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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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호

잉카 쿠스코의 풍경
Far Beyond

잉카 사람들은 이곳을 쿠스코(Cusco), ‘배꼽’이라 불렀다. 배꼽을 중심으로 그들은 남미 최대의 제국을 완성한다. 오랜 침탈과 파괴로 말미암아 지금은 그들의 찬란하던 과거 영광을 찾을 순 없지만, 그조차 자신들의 숙명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잉카의 후손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다.
글과 사진 신미식(사진작가, 여행수필가)

남미로 가는 길은 너무나 멀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비행기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그렇게 지구 반대편의 나라 페루에 도착하는 데 꼬박 36시간이 필요했다. 온몸은 파김치처럼 늘어질 대로 늘어졌다. 그러나 페루의 수도 리마(Lima)를 거쳐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로 향할 때는 그동안의 피곤함이 오히려 묘한 설렘으로 바뀌어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아레키파(Arequipa)를 경유하며 기내에서 콜카 캐니언(Colca Canyon)의 모습을 만나자 머릿속은 앞으로 펼쳐질 페루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동체가 좌우로 한 번 흔들리더니 황토빛 고원 도시가 기내로 가득 차 들어온다. 드디어 비행기가 쿠스코에 도착한 것이다. 작지만 깨끗하게 단장된 공항을 빠져나오니, ‘이곳이 페루구나!’ 싶을 정도로 특색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길에는 커다란 보따리를 동여맨 채 총총히 걸어가는 인디오 아줌마의 모습도 보인다.
‘아! 내가 정말 페루에 왔구나!’

1 쿠스코에서 뿌노 가는 길가에서 작은 마을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을 옆으로 페루에서 처음으로 만난 기찻길이 인상적이다.
2 산과 산이 맞닿은 계곡에 만들어진 살리나스 염전은 신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웅장한 풍광으로 보는 이를 감동시킨다.
3 산속의 염전 살리라스 가는 길은 워낙 지대가 높아서 하늘과 땅이 훨씬 가깝게 보인다.
4 붉은 땅위에 선명히 나있는 시골길이 정겹다.
5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축을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의 모습. 그 모습이 우리와 닮아있다.
잉카 쿠스코의 풍경
열병을 앓아야 허락되는 쿠스코
쿠스코는 여행자에게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다. 고도가 3800m에 가까워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에 찰 정도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가끔 머리도 아프고 심한 경우 구토 증세와 함께 방망이로 얻어맞은 듯 온몸이 욱신거리기까지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고산 증세로 머리와 온몸이 뭔가로 얻어맞은 듯 욱신거린다.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정신은 오락가락한다. 그렇게 이 도시는 이방인의 출입을 흔쾌히 허락하기 싫은가 보다. 한동안 열병을 앓고 난 이들에게만 쿠스코의 존재를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고산지대인 쿠스코의 날씨는 습하고 춥다. 숙소로 정한 유스호스텔은 뜨거운 물이 나오긴 하지만 난방이 되지 않아 옷을 여러 겹 껴입고도 담요를 세 장이나 덮고 자야 했다. 그럼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추위 탓에 얼어붙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코카 잎 차 한 잔이다. 코카 잎 차는 추위를 이기게도 해주지만 고산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코카 잎을 말려 더운물에 띄워 마시는 차 한 잔은 이곳에서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준다. 안데스 주민들은 코카 잎을 ‘신성한 풀’로 간주해 종교의식에 사용하며, 차와 술은 물론 음식 재료로도 쓴다. 치실처럼 코카 잎을 씹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거리의 인디오들 모습에서 진한 삶의 향수가 배어 나온다. 그들이 데리고 나온 하얀 라마는 너무나 순한 눈동자로 관광객에게 자신의 모습을 담아달라는 듯 하염없이 쳐다보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재미있는 것은, 쿠스코의 골목을 질주하는 택시는 다름 아닌 한국산 자동차 티코라는 것. 티코야말로 이곳에서 가장 잘 적응해낸 한국산인 듯싶다. 택시는 쿠스코 어디로 가든 2솔(1솔에 우리 돈 32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1 쿠스코 광장의 야경은 페루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2 쿠스코 광장은 조형미가 빼어난 성당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도시를 구성하고 있다.
3 세월을 잊은 듯 오래된 자동차가 역사의 숨결로 가득한 쿠스코의 골목 골목을 누빈다.
4 쿠스코 광장은 저녁이면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이 모여들어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변한다. 쿠스코의 야경은 도심의 야경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의 운치가 있어 즐겁다.
5 오랜 세월을 머금은 쿠스코의 붉은 벽돌 건축물들은 여행자를 마치 유럽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한다.
아리게 빛나는 쿠스코의 성당
쿠스코에 왔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좁은 골목을 돌아 돌아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쿠스코의 상징 아르마스(Armas) 광장이다.
하지만 실상은 광장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있는 성당들을 보기 위해서다.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몇 개의 크고 작은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데, 유럽도 유명한 성당을 많이 볼 수 있지만, 페루의 성당은 규모나 아름다움이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큼 훌륭하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마냥 즐기기에는 쿠스코의 성당들에는 아픔이 서려 있다. 알려진 것처럼 잉카는 11세기에 태동하여 16세기까지 위세를 떨치던 대제국이다. 긴 세월 동안 잉카 사람들이 만들어온 문명의 영광은 스페인 군대에 의해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의기양양하게도 잉카 문명을 파괴하고 그자리에 유럽식 건물들을 지었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지금도 쿠스코를 비롯한 페루에 남아 있다.
쿠스코의 상징인 바로크 양식의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성당 역시 스페인 정복자들이 지은 곳이다. 1560년 스페인 정복자들이 잉카의 비라코차(Viracocha; 잉카인들이 숭배하는 신으로 잉카를 창조했다고 전해진다) 신전을 허물고 그 위에 지은 것이다. 무려 100여 년의 긴 세월에 걸쳐 만들었다고 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잉카인들의 아픔이 전해지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반듯하게 마름해 정교하게 쌓아 올린 외벽과 조그만 창으로 연결되는 내부 신전에서 잉카 사람들의 정교한 솜씨가 엿보인다. 성당 내부는 겉모습보다 더 화려해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중 나무를 섬세하게 조각해 만든 제단과 호사스런 드레스를 입은 성모상, 검은 예수상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렇게 화려하게 지은 것은 정복자들이 예수가 잉카의 신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을 원주민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해서였다니 왠지 씁쓸하다.
왜 하필 잉카 조상들의 얼이 담긴 이곳에 성당을 지었을까? 정복자로서 당연한 절차일 수 있겠지만, 자신들의 뿌리가 눌리고 파괴된 잉카인들이 왠지 안쓰럽다. 현재 모습은 잉카의 신전을 추측하는 데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습으로 보존된 상태다. 바로 1953년 큰 지진으로 성당이 많이 부서지면서 원래 건축물이 드러난 것. 페루 정부는 이때 교회의 동의 아래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짓눌려 있던 일부 벽들을 보전하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성당의 화려함과 웅장함에 매혹되는 것이 아니라, 그 성당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에게 성당은 정신적 안식처가 되고 있다.
잉카 쿠스코의 풍경
잉카 쿠스코의 풍경
잉카의 흔적을 만나다
시내 뒤쪽으로 돌아 언덕을 오르니 사진으로만 보던 잉카의 요새 사크사이와만(Sacsayhuaman)이 펼쳐진다. 이곳의 돌들은 사람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데, 자연석이나 거칠게 처리된 마름돌을 가지고 ‘막 쌓기’를 하여 축조했다. 큰 돌의 경우 보통 8개 이상의 돌과 맞물려 다양한 각을 이루고 있다. ‘막 쌓기’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너무나 잘 들어맞게 축조되어 있어 처음부터 여기에 짜 맞추어 쌓을 수 있도록 만든 돌처럼 보인다. 그 큰 바위를 철기나 수레를 쓰지 않고 청동 끌과 돌 도구로만 다듬어 불규칙하게 쌓아 올렸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잉카의 그 어떤 것이 신기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사크사이와만 말고도 쿠스코에는 믿기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다. 쿠스코 근교에 있는 살리나스(Salinas) 염전 역시 바로 그중 하나다. 산과 산이 맞닿은 계곡 사이가 모두 하얗게 변해버린 풍광을 보았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계단식으로 하얀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이 거대한 염전이 산속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암염이 넓게 분포되어 있는 이곳의 지질 특성 때문이다. 만년설이 뒤덮인 안데스산맥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가 이곳 암염 지대를 통과하면서 자연스레 바닷물과 같은 염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잉카 사람들은 참 현명하게도 자연스레 생긴 소금 물줄기를 한곳으로 모아 계단식으로 물을 가두어 좁은 V자형 협곡에 수십 개에 이르는 염전을 만들었다. 이러한 현명함이 고산지대라는 불리함을 이겨내고도 잉카를 황금의 도시로 번영할 수 있게 한 부를 만들어낸 것이다.
걸음걸음마다 여행자에게 다양한 감동을 안겨주는 쿠스코의 야경은 그리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아닌 별빛 가득한 야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이면 여행자와 현지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광장을 가득 메우고 별빛의 축복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쿠스코의 하루는 야경에 취한 채 마무리된다. 그리고 다시 뜨거운 코카 잎 한 잔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시작된다.
페루의 배꼽이라 불리는 쿠스코를 여행하는 것은 여행자에게 다른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여행자들은 곳곳에 남아 있는 잉카 시대의 흔적들을 만나면서 이곳이 그 옛날 오랫동안 영화를 누리던 잉카 제국의 수도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감동을 받게 된다. 건물이며, 이곳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잉카인 등 쿠스코의 모든 것은 저마다 표정을 짓고 있으며 천천히 숨을 쉬고 있다. 쿠스코가 숨을 쉬는 동안 여행자들은 끊임없이 이곳을 찾아올 것이며, 이곳에서 진정한 여행자의 본모습을 찾고 돌아갈 것이다.

1 쿠스코의 건축물들은 과거 페루를 지배했던 스페인의 영향으로 유럽의 정취가 느껴진다. 붉은 기와가 올려진 지붕은 마치 우리의 한옥을 보는 것 같아 정겹다.
2 페루인들에게 종교는 절대적인 신앙이자 삶의 기준이 된다.
3 잠시 들른 가게에서 만난 인디오 소녀의 모습. 소녀의 미소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순수한 마음이 미소에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4 쿠스코 공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쿠스코의 모습. 가운데 보이는 원형의 경기장이 인상적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당진 왜목마을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당진 왜목마을

태안반도 서북부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는 왜목마을은 서해의 일출 명소다. 야트막한 석문산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황홀함의 극치. 허나, 여기서 그친다면 진미의 일부만 맛보는 것. 일몰과 월출 또한 한자리에서 볼 수 있으니 이 같은 데가 서해안에 또 어디 있으랴. 당진 왜목마을에서 만끽한 겨울 어느 날의 낭만.
정동묵(여행작가) 사진 이수현

어디를 가나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선이다. 직선 혹은 곡선. 둘 다 나름의 멋이야 있겠지만, 요즘의 내게 다가오는 것은 곡선이다. 젊을 적엔 직선이 먼저였다. 시원하게, 빠르게, 묵은 체증을 한 방에 날릴 것처럼 곧게 뻗은 선. 특히 그건, 자동차를 타고 달릴 때 정점으로 치닫곤 했는데 그리 수십 킬로미터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나면 도회의 찌꺼기가 감쪽같이 사라지곤 했던 거다. 요즘은 곡선이 좋다. 끄트머리가 여간 보이지 않아 목적을 알 수 없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끊어질 듯 이어지며 살랑대는 라인의 맛이 꼭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다.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삶은 그 질이 어떠한 것이든 모두 유려하다. 굴곡이 있다가 돋움이 있는 삶. 요철처럼 듦이 있으면 낢이 있고, 얕아지다가도 깊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서해안 유일의 일출지, 왜목마을
바다에서부터 79m 남짓 솟아 있는 석문산(石門山)에 올라 해원으로 눈 돌렸을 때 해안선이 먼저 나를 바라본 것도 이런 까닭이었을 거다. 희붐한 먼동 아래 흰 포말 따라 곡선을 그린 태안반도 북부 해안선은 아오자이 입은 여인네의 몸피, 그것이었다. 마치 유명 서예가의 필치처럼 라인의 유려함이 가을 하늘 푸르름보다 눈 시렸다. 곡선의 해안선은 이곳 왜목마을부터 시작해 용무치포구, 장고항을 넘어 아스라이 국내 굴지의 제철 단지까지 이어진다. 아흔아홉 굽이 백두대간 고개를 넘어가는 듯 아슬아슬하면서도 보는 쾌감을 선사 받는다.
아침 6시 50분을 넘어서면서 푸름 일색이던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천공광(天空光)을 지나 여명이 싹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일출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단풍 든 하늘 아래 왜목마을 앞바다는 적요하기 짝이 없다. 어선 10여 척이 파도에 고개를 끄떡이고, 선미에 앉은 괭이갈매기 두어 마리는 노련하게 리드미컬하다. 산정에서 있는 나의 머리칼로 파고드는 바람은 모름지기 동중국해에서 발원해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왔을 것이다. 황해에 웅크리고 있는 크고 작은 섬들 역시 고즈넉하다. 오로지 바람소리뿐인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국화도와 도지섬, 매박섬이 사이 좋게 누워 있다.

1 왜목마을 앞바다에 말간 얼굴을 한 해가 떠오른다
2,3 왜목마을에서 10여 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장고항의 전경. 주인 없는 선박들과 갯벌이 어우러져 한 폭의 장관을 연출한다. 물 빠진 장고항 갯벌에서는 굴을 캐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4 모래사장 위에 남아 있는 갈매기 발자국. 한자리를 빙빙 돌며 한참을 서성거린 듯하다.
5 장고항 입구에서는 갓 잡은 회, 굴, 조개 등 싱싱한 해산물을 포장마차에서 맛볼 수 있다.
6 장고항에서 석문방조제로 향하는 길목에서 마주친 풍경. 남해나 동해와는 다른 투박한 모습이 오랫동안 시선을 붙잡는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당진 왜목마을
7시 14분. 해가 솟는다. 장고항 옆 바다 위로 해가 솟는다. 노란 해가 소리 없이 웅장하게 솟는다. 밤새 겨울 추위에 떨고 있던 만물에 따사로운 기운을 선사해줄 해가 솟는다. 그와 나 사이를 잇는 해맑은 윤슬. 바다 윤슬은 삶의 의욕을 북돋아준다. 거기로 배 한 척이 그림같이 지나간다. 아마도 멀지 않은 바다로 삶을 건지러 나가는 것일 게다. 방금 솟은 해의 빛은 그 배 갑판 위로도 떨어져 어부의 삶을 기름지게 할 것이다.
겨울, 왜목마을 뒤 석문산 정상에서 목도한 일출은 동해나 남해의 그것보다 짜릿하다.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이곳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이란다. 이는 석문산 자락이 바다를 향해 북동쪽으로 흘러내린 특유의 지형에서 비롯된다. 이 모양이 왜가리 목처럼 생겼다 하여 마을 이름도 왜목이다. 서해대교를 지나 시작되는 태안반도 북부해안선 또한 서북쪽으로 치올라가는 형상이고, 이 끝 지점에 자리한 왜목마을의 석문산 자락마저 북동쪽으로 향하니 여기 서서 동으로 눈 돌리면 경도상 동해안에 선 것이나 진배 없을 정도로 평행하게 되는 것이다.
작은 어촌이 서해안 일출 명소로 자리 잡은 시기는 불과 15년을 넘지 않는다. 예부터 살던 사람들은 으레 보았을 일출이 동네방네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많은 이가 몰려들었다. 해마다 정월 초하루면 서해안 일출 명소인 이곳 왜목마을에서는 해돋이 축제까지 연다. 10만 이상의 인파가 그 스릴을 느끼러 이곳으로 온단다.
나 같으면 차라리 그날을 피하고프겠다. 매일 솟는 해, 정월 초하루라고 뭐가 다를까. 모든 의미는 마음속에 있는 법. 차라리 도회라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쓸쓸하기 이를 데 없는 어느 금요일 오후, 내처 길을 잡아 이리로 올 것이다. 하여 그 마음보다 더 쓸쓸한 왜목이나 장고의 사장(沙場)을 발자국 찍으며 걸은 후 황홀한 일몰부터 만끽할 것이다. 서해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일몰, 그렇지만 왜목의 일몰이 눈을 잡는 것은 바로 앞바다에 여러 섬이 앉아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대해(大海)로 떨어지는 해도 볼 만하지만 거기에 외롭지 않을 정도의 섬이 있어 섬과 섬 사이로 몰락(沒落)하는 붉은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이 역시 석문산에 오르면 절정을 탐닉할 수 있는데, 인근 난지도나 풍도, 육도 사이로 떨어지는 해와 낙조를 바라보노라면 허허로운 세상살이가 그리 큰 의미가 없음을 깨우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이윽고 바다에 밤이 오고, 어둠이 산정으로 밀려오더라도 잠시 숨을 고르며 그대로 석문산 구릉에 앉아보자. 그날 운이 좋아 보름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혹여 그믐만 아니라면 다음 날 해가 뜰 지점 언저리에서 백의(白衣) 같은 달이 뜰 것이니. 월출이다. 그 달 뜨면 황해 밤바다에 또한 소리 없이 밤 윤슬이 반짝일 것이다. 달이 만들어낸 물비늘은 검은 파도와 하얀 파도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마을 방파제 앞에서 넘실대는 파도의 흑과 백은 나에게 무엇으로 다가오는가. 궁금증이 밀려와 잠을 못 이뤘다.
일몰과 월출 그리고 일출. 이제 왜목마을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를 아름답게 팔아 삶을 이어간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는 곳. 서울이라고 다르지 않을 텐데 우리는 왜 이 불변의 진리마저 잊고 지내는 것일까.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라며 1960년대에 시인 신동엽이 남북 분단의 고통을 절규하던 구절이 자본주의에 귀속된 지금의 우리네 삶에도 영속하는 듯해 씁쓸하다. 하늘이 있되 하늘을 보지 못하고, 해와 달이 뜨되 일월을 고이 보지 못하는 지금.

홀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
왜목 앞바다를 서성거리다가 여명의 해안선이 눈앞에 삼삼해 태안반도의 리아스식 북부해안선을 내처 달려보기했다. 38번 국도만 따라 잡으면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왜목에서 10여 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장고항은 이 인근에서 비교적 큰 항구다. 모양새가 장고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었다. 바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국화도를 가려면 이곳에서 배를 탄다.
장고항이 유명해진 것은 실치회 덕이다. 3~6월 해수 온도가 올라갈 때 한창 잡히는 실치는 깻잎, 양파, 오이, 상추, 당근 등을 채 썰어 넣고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비빔밥이 별미다. 횟감으로도 쓰이지 못하는 실치는 김처럼 발에 널어 말려 뱅어포로 만들기도 한다. 군침을 뱉지 못하고 먹어볼까 하여 들른 포장마차에서 지금은 철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낙담은 생각 외로 컸다. 주인장은 대신 갓 잡은 우럭회를 추천한다. 별수 없다 싶어 주문한 회는 방금 전 낙담을 곧바로 잠재운다. 쫄깃함이 이를 데 없다. 두 시간 전 바다에 나가 잡아온 것이란다. “여기 포장마차 촌은 다른 데와 맛과 가격을 비교할 수 없어요. 주인들이 직접 나가 잡은 것을 바로 내놓거든.” 옆 좌석에서 한잔 털어 넣던 수원 사람 정진택 씨의 웃음 띤 말에 고개를 끄떡인다.
물 빠진 바닷가에 겨울비가 슬쩍 내리기 시작한다. 홀로 여행하는 이에게 겨울비처럼 애처로운 것도 없다. 집 대문을 나와 타지를 다닌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외로움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알 듯 모를 듯한 이 감성을 몸에 묻히고 다녀야 온전한 여행이 된다. 그래야 반추든 반성이든 설계든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쓸쓸함에 겨울비까지 겹치니 전율이 돈다. 10km가 넘는 석문방조제의 직선을 달리다 그 비를 이기지 못해 안섬포구로 핸들을 돌린다. 새만금방조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단일방조제로서 국내 최장의 방조제였던 석문방조제, 그 끄트머리 언저리에 포구가 있다. 철 지난 포구엔 인적이 없다. 걷는 이 나 홀로. 외려 잘됐다. 겨울비와 나, 겨울비와 겨울 바다, 겨울 바다와 나. 이렇게 삼위일체가 된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몰아지경이다. 이쯤 해서 포구 후미진 곳에 작은 선술집이라도 있다면 곧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엔 흘러간 옛 포크송이 나지막이 흐르고, 벽에 걸린 주류 회사 달력에서는 눈 큰 미녀가 윙크를 하고 있어야 하겠다.
잠시 남가지몽을 꾸었던가. 나는 다시 해안선을 달리다가 뭍으로 접어들어 필경사에 들른다. 소설가 심훈이 그의 대표작 <상록수>를 집필한 곳이다. 충청남도기념물 제107호로, 아담한 초가 팔작지붕의 집이다. 알다시피 작품은 1930년대를 점철하던 ‘브나르도 운동’을 소재로 한 농촌소설이다. 도시의 젊은이들이 ‘농촌 속으로’ 들어가 몽매한 농민을 계몽시키자는 게 골자다. 근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본질은 달라졌지만 도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또한 늘고 있다. 이른바 귀농귀촌 러시가 그것이다. 그때엔 도시의 삶이 행복했지만, 지금은 농어촌의 삶이 행복해 보인다. 필경사 앞마당을 배회하며 나는 그 답을 찾으려 애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산천수목은 그대로다. 변한 것은 사람이고 변하게 만든 것도 사람이다. 정책도, 정치도, 그로 인한 사회도 모두 인간 위주로 돌아간 까닭이다. 곁에 있는 자연을 못 본 까닭이다. 왜목의 해는 그때도 떴을 테고, 그때도 아름답게 졌을 것이다. 오늘 아침의 그 해는 내일도, 한 달 후에도 그렇게 뜨고 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가는 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왜목마을에 가려면 우선 서해안고속국도를 타야 한다. 서해대교를 지나자마자 송악나들목을 나와 38번 국도로 접어든다. 여기서 왜목마을까지는 대략 40여 분 걸린다. 중간중간 안섬포구, 석문방조제, 마섬포구, 장고항 등에 들를 수 있다. 버스로 가려면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이나 남부터미널에서 당진행을 탄다. 당진버스터미널에서는 11번홈에서 석문  장고항 방면 10번과 10-4번 버스를 타면 된다.
먹을 곳 해안에 자리한 만큼 왜목마을에는 횟집이 많다. 포구를 겸하고 있어 어선을 갖고 있는 집이 많다. 갓 잡은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중에서 태공수산횟집(041-353-6545)은 반찬이 많이 나오는 것이 매력이다. 해산물 반찬이 맛있다. 회 말고도 해물탕 맛이 좋다. 섬마을조개구이(041-357-3694)는 통유리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양도 많다. 이 외에 왜목마을을 나와 대호방조제 쪽으로 길을 틀면 당진화력발전소 입구 국도변에 음식점이 다양하게 자리해 있다.
묵을 곳 왜목마을 안에서는 썬라이즈호텔(041-353-3790)을 추천한다. 마을 중심에 오롯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30개 이상의 다양한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오션뷰라 매력적이다. 객실 내부도 비교적 깔끔하다. 그 옆에 자리한 비치타운모텔(041-352-6100)도 심플한 매력이 있다. 이 밖에 마을 근처에 잘 꾸며놓은 펜션도 여럿 있다.

1 소설가 심훈이 그의 대표작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
2 동이 트기 직전의 왜목마을.
3 장고항에 정박한 배. 그곳엔 거친 풍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4 왜목마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석문방조제.
크루즈에서 만나는 판타스틱 일본
크루즈에서 만나는 판타스틱 일본

기존 패키지 여행보다 특별하고 발품 파는 자유 여행보다 럭셔리한 여행을 원한다면, 일본행 코스타 빅토리아 호에 승선할 것. ‘바다 위 5성급 호텔’ 코스타 빅토리아 호가 더욱 새롭고 더욱 즐거운 일본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하는 순간부터 시작이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과정도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야말로 몸과 마음 모두 휴식을 취하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은 여행의 시작부터 매 순간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 ‘타이타닉’을 떠올려보라. 푸른 파도를 가르는 거대한 배, 선상에서 열리는 파티, 수준 높은 공연과 다양한 음식. 다른 여행에서는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이 가득한 것이 바로 크루즈 여행이다.

바다 위 5성급 호텔 코스타 빅토리아 호
이탈리아 제노아에 본사를 둔 코스타 크루즈는 유럽의 No. 1 크루즈 선사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럭셔리 크루즈 선사다. 코스타 크루즈가 보유한 선박 중에서 특히 코스타 빅토리아 호는 ‘바다 위 5성급 호텔’로 불릴 정도로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외관과 서비스를 자랑한다. 무도회장, 카지노, 극장, 면세점 등 온갖 시설을 갖추고 있고, 선장이 주최하는 ‘캡틴 칼라 칵테일 파티’,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가 펼쳐지는 ‘씨어터 쇼’, 크루즈 셰프의 이탤리언 요리 시범과 댄스 교실 등이 열리는 ‘페스타 이탈리아나’, 싱글들을 위한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여행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코스타 빅토리아 호의 특별기획 1탄
올봄 코스타 빅토리아 호에서 일본으로 가는 두 가지 특별한 크루즈 여행을 준비했다.
첫 번째 특별한 크루즈 여행은 드라마 ‘전쟁의 여신 아테나’ 촬영지로 유명한 돗토리 현과 시마네 현으로 향하며 시작된다. 돗토리 현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웅장한 자연을 자랑한다. 동서로 약 18km, 남북으로 약 2km에 달하는 일본 최대 모래언덕인 ‘돗토리 모래언덕’, 신화 ‘이나바의 하얀 토끼’의 배경이 된 하쿠토 해안 등 아름다운 경관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산속에 자리한 작은 마을 시마네 현은 처음 찾는 사람에게도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작지만 그림 같은 풍광과 다이센 오키 국립공원, 이즈모 신사 등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가득하다. 일본의 전통과 역사, 예술과 문화를 간직한 이시카와 현, 산악 레크리에이션의 명소로 유명한 일본의 북 알프스 도야마 현을 거쳐 교토로 간다. 천년의 고도 교토는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관광지로, 8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약 1천2백여 년 간 일본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번영한 도시다. 기요미즈 절, 니조 성 등 많은 문화 유적을 만날 수 있다.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일본의 심장부 오사카는 ‘오사카 성’으로도 유명하지만 쇼핑과 음식의 메카로도 잘 알려져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여행지. 여행을 마무리하며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쇼핑하기에 좋다.

코스타 빅토리아 호의 특별기획 2탄
두 번째 특별한 크루즈 여행은 오키나와로 향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해안을 보면 오키나와를 왜 ‘동양의 하와이’라 부르는지 깨닫게 된다. 본래 ‘류큐 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지만 1879년 메이지 정부에 의해 오키나와 현이 되었고, 미국 점령을 거쳐 1972년 다시 일본 영토로 편입된 바 있다. 일본이면서도 일본 같지 않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 남국의 바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파란 바다와 퇴색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 속에서 일본 본토와는 또 다른 매력의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다 보면 마치 낙원에 와 있는 듯하다. 일본 공업 근대화의 발상지인 가고시마는 이탈리아 나폴리와 비슷한 경관으로 ‘동양의 나폴리’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던 지역으로 지금도 곳곳에서 당시의 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가고시마 항에서 서남쪽 해상으로 383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아마미도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나가사키는 1571년 포르투갈과 무역을 시작하면서 무역항이 된 곳이다. 이후 일본이 개국할 때까지 유럽 문화를 받아들이는 창구 구실을 했다. 국보로 지정된 오우라 천주당과 26 성인의 순교지로 유명하며 1977년 국제문화관광도시로 지정됐다. 잊지 못할 멋진 여행을 경험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코스타 빅토리아 호에 승선해보자.

1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청수사.
2 일본에서 가장 높은 도야마의 구로베 댐.
3 나가사키 운젠 지옥곡 모습.
4 시마네 현의 마쯔에성.
5 대자연으로 둘러싸인 도야마는 스키, 캠프 등 산악 레크리에이션의 장소로 유명하다.

크루즈 특별기획 1탄, 일본 6박 7일
상품가 1,590,000원부터
출발일 5월 27일 / 항공 대한항공
일정 인천-전일 해상( 1 )- 오키나와( 1 )-아마미( 1 )-가고시마( 1 )-나가사키( 1 )-부산
특전 1. 모든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한국어로 제공, 한국어로 쓰인 정찬 식당 메뉴판과 기항지 관광 안내서 제공, 정찬 식사 시 김치 및 밥 별도 제공, 한국 영화 및 YTN 시청 가능, 노래방, 도서관 이용 가능
2. 사전 예약(중복 할인 불가, 완납 조건) 시 성인 2인 예약하면 1인 무료(선착순99명 한정), 객실 업그레이드(내측 객실→오션뷰 객실,오션뷰 객실→발코니 객실. 각각 선착순 100명 한정)
예약 및 문의 BC카드 여행서비스 1566-7977(해외여행 2번, 롯데관광 4번) tour.bccard.com
예술이 담겨 있는 풍경, 남프랑스
예술이 담겨 있는 풍경, 남프랑스

일상이 예술이 되고 풍경이 작품이 되는 곳, 많은 예술가가 사랑하고 흠모해 마지않던 곳. 바로 남프랑스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살아 숨 쉬는 문화와 예술의 흔적이 평생 잊지 못할 가슴 설레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프랑스를 수식하는 ‘예술과 낭만의 나라’라는 표현은 파리가 아니라 남프랑스에서 나온 것 아닐까? 많은 예술가가 사랑하고 기꺼이 그곳에서 삶과 예술을 영위하던 남프랑스는 프랑스에서도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여유로움과 풍부한 문화유산, 거리 곳곳에 배어 있는 예술적 향취가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알프스 코트다쥐르(Provence Alpes CÔte d’Azur)다. 어디를 가든 연중 내내 따스한 햇살이 가득하고, 천의 얼굴을 지닌 풍경이 시시각각 새로운 감동을 전하며 수천 년을 내려온 풍부한 예술혼과 문화유산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고르드, 에즈, 생폴 드 방스 등 보석처럼 촘촘히 박혀 있는 작은 마을들을 산책하는 즐거움 역시 남프랑스에서만 가능한 일. 남프랑스로 떠나는 여행은 풍경이 예술이 되고, 삶이 문화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유럽 문화 수도, 마르세유
2천6백 년 역사를 지닌 도시 마르세유(Marseille)는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로, 프랑스의 대표 항구도시이자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다. 2013년 유럽 문화 수도(Capitale Europeenne de la Culture en 2013)로 지정됐을 정도로 다양한 박물관과 풍부한 역사 유적지를 지니고 있다. 문화유산뿐 아니라 자연유산도 매우 특별하다. 다양한 공원과 녹지가 시내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어 도시를 아름답게 가꿔줄 뿐 아니라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는 옛 항구에서 몇 킬로 떨어진 곳에 자리한 칼랑크는 보는 것만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20km 넘게 펼쳐지는 칼랑크의 풍광은 말 그대로 경이롭다. 보고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연중 내내 다양한 자연 스포츠도 즐길 수 있어 오감 충족이 가능하다.

1 폴 세잔이 즐겨 거닐던 엑상프로방스.
2 절벽 위에 자리한 마을 에즈의 골목길.
3 동화 속 그림처럼 아름다운 고르드의 전경.
4 2천6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마르세유 항구 전경.
샤갈이 생애 마지막을 보낸 곳, 생폴 드 방스
생폴 드 방스(Saint Paul de Vence)는 샤갈부터 이브 몽탕에 이르기까지 많은 예술가에게 사랑받은 곳.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좁다란 돌길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멎어 중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골목 사이사이 미슐랭 가이드에서 추천하는 명성 높은 레스토랑, 예술가들이 머물던 호텔, 보석처럼 많은 갤러리와 공방이 숨어 있어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중에서도 마그리트와 에메 매그 부부가 운영하는 마그재단 미술관은 꼭 한 번 방문해볼 만한 명소다. 브라크, 칼데르, 마티스, 샤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실내 공간의 데커레이션을 미로가 담당했고, 건물의 기초를 보강하는 작업에는 샤갈과 자코메티가 참여했다고 한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기도 한 것. 웅장한 건물과 잘 어우러지는 야외 전시 공간도 있어 여유롭게 즐기기에 좋다.

폴 세잔의 예술적 고향, 엑상프로방스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빛과 색을 사랑한 괴짜 화가 폴 세잔이다. 엑상프로방스를 사랑한 폴 세잔은 1902년 9월 1일 이곳에 세잔 아틀리에를 열어 많은 작품을 만들었고, 그의 마지막 4년간은 매일 이곳에서 살다시피 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세잔 아틀리에에는 세잔의 가장 생생한 삶과 예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잔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한다면 놓쳐서는 안 될 곳 중 하나다. 세잔이 엑상프로방스를 사랑했던 것은 아름다운 풍광과 따스한 햇살뿐 아니라 아름답고 화려한 건축물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프로방스 역사의 중심 도시이자 18세기 ‘작은 베르사유’라 불리던 도시답게 잘 보존된 건축물들이 눈길을 끈다. 미라보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고전적인 바로크 양식 건축물들은 건축에 관심 없는 문외한도 이 도시를 사랑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햇살, 예술, 역사, 문화 등 프로방스 하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단어가 살아 숨 쉬는 곳, 바로 엑상프로방스다.

남프랑스 일주 9일
상품가 4,490,000원부터 / 출발일 4월 26일, 5월 3일 단 2회 / 항공 대한항공
일정 인천-마르세유( 1 )-칸-니스( 1 )-모나코-에즈-생폴드방스-니스( 1 )-고르드-루시용-아비뇽( 1 )-퐁뒤가르-카르카손( 1 )-툴루즈( 1 ) - 몽펠리에-아를( 1 )- 엑상프로방스-마르세유- 기내( 1 )-인천

프랑스 완전 일주 11일
상품가 4,490,000원부터 / 출발일 매주 월요일 / 항공 대한항공
일정 파리-니스( 1 )-생폴드방스-모나코-에즈-니스( 1 )-칸즈-마르세유( 1 )-엑상프로방스-아비뇽( 1 )-아를-카르카손( 1 )-보르도( 1 )-투르( 1 )-루아르- 생말로( 1 )-몽생미셸-파리( 1 )-기내( 1 )

예약 및 문의 BC카드 여행서비스 1566-7977(해외여행 2번, 한진관광 3번)tour.bccard.com
일본 온천의 대명사 벳부
일본 온천의 대명사 벳부
일본 온천의 대명사 벳부

어느 지역에 가든 유명한 온천이 있는 ‘온천의 나라’ 일본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 있다. 규슈 북동부에 자리한 벳부가 그곳. 이미 우리나라에도 온천 지역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벳부에서 올겨울 마지막 휴식을 취해보면 어떨까.

겨울의 끝에서 새봄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기에 온천만 한 여행지도 없다.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겨우내 쌓인 피로가 싹 가시며 새싹처럼 움트는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온천 여행을 생각한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일본이다.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에는 많은 유명한 온천이 있지만 그중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 마을을 꼽으라면 단연 벳부다. 규슈 지방 북동부 오이타 현 중부에 자리한 벳부는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원천이 무려 2천8백 개 이상으로 도시 곳곳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 오를 정도다. 벳부의 온천수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용출량을 자랑하며 다양한 미네랄 성분을 함유해, 세계 최정상급 온천으로 꼽힌다.

온천의 천국, 벳부
벳부 핫토는 벳부의 상징으로, 온천 시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분이 다른 8개의 온천 지역을 뜻한다. 일본 정서가 물씬 풍기는 건물과 모래찜질로 유명한 벳부 온센과 산골짜기 계곡 사이에 있는 시바세키 온센, 거대한 빌딩 사이에 자리한 하와마키 온센, 해발 159m에 자리 잡고 있어 벳부 만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간카이지 온센, 유노하나로 유명한 묘반 온센, 유아미 축제로 유명한 간나와 온센, 나라 시대부터 번성한 호리타 온센, 소박하고 서민적인 분위기의 가메가와 온센 등이다. 서로 다른 온천수의 성분만큼이나 저마다 다른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온천 순례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이고, 어디를 가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벳부의 명소를 꼽으라 하면 첫손에 꼽는 곳이 1천2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지고쿠메구리다. 지고쿠메구리란 ‘지옥순례’라는 뜻으로, 지하 250~300m 깊이에서 100℃ 전후의 열탕과 분연이 분출되는 모습이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지옥 온천 지고쿠메구리는 붉은 점토가 피를 연상케 하는 지노이케지고쿠, 잿빛 진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오니이시보즈지코쿠 등 모두 9개로 나뉘어 있는데, 대부분 간나와 온센 주변에 집중돼 있다. 9개의 지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온천은 ‘바다 지옥’이라는 뜻의 우미지고쿠다. 무려 120m 깊이에서 98℃ 온천수가 뿜어 나오는데, 달걀을 넣으면 5분 만에 삶아져 나올 정도다.
안개의 마을 유후인
벳부의 명산 유후다케를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온천 마을 유후인은 작지만 알찬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다. 특히 아름다운 호수 긴린코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유후인은 보통 ‘안개의 마을’로 불리는데, 그 이유가 다 긴린코 호수 때문이다. 일교차가 큰 아침 무렵이면 호수로 인해 마을 전체가 안개로 뒤덮이는데, 몽환적이면서 그림 같은 풍경이 유후인을 잊지 못할 여행지로 만들어준다.

야경과 노천 온천을 한 번에, 벳부 스기노이
밤하늘 별과 함께 추운 날씨 속에 즐기는 노천 온천은 단연 겨울 온천의 최고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는데, 벳부 최고의 온천 호텔 스기노이에서는 그 이상의 것도 경험할 수 있다. 벳부 핫토의 하나인 간카이지 온천을 끼고 있는 스기노이 호텔은 산 쪽으로는 쯔루미타케의 경관을 볼 수 있고, 맑은 날에는 멀리 시코쿠까지 조망할 수 있는 벳부 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지대에 있어, 전망이 그야말로 끝내준다. 야외 온천은 바로 이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밤하늘과 눈 아래 펼쳐지는 야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노천 온천 이외에도 마사지 스파, 볼링장, 레저 풀장 등을 갖추고 있고, 멋진 분수쇼 등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1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스기노이 노천탕.
2,4 온천 증기로 밥을 지었다는 가마도 지옥.
3 유후인의 명소인 긴린코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북규슈 온천 여행 3일
상품가 599,000원부터
출발일 매일 출발
항공 대한항공
일정 인천-후쿠오카-아소-구로카와-벳부( 1 )-기츠키-유후인-후쿠오카( 1 )-인천
예약 및 문의 BC카드 여행서비스 1566-7977(해외여행 2번, 한진관광 3번) tour.bccar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