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ceful GOSEONG
단아한 아름다움,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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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과 설악산의 중간 거점이 되는 곳. 발길 닿는 모든 곳의 자연경관이 수려한 고성의 겨울은 더욱 맑고 깨끗한 풍경을 자랑한다. 겨울과 봄이 맞닿은 계절의 경계에 고성으로 떠나는 단아한 겨울 산책.
EDITOR KIM KAI
Bauz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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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바람과 돌이 만나는 바우지움
조각 전문 미술관 ‘바우지움’은 바다와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할 때쯤 잠시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공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뉜다.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계의 대표작 40여 점을 상설 전시하는 근현대 조각관을 비롯해 바우지움 관장이자 석조와 브론즈에 재료의 물성을 절묘하게 구현해내는 조각가 김명숙의 작업장 겸 전시 공간, 그리고 3개월 주기로 기획 전시를 여는 아트 스페이스까지. 전통과 풍토에 바탕을 두고 ‘없음’의 미학을 구현하는 건축가 김인철이 공간을 다듬었다. 지역 산물을 십분 활용한 건축가는 아마도 울산바위가 솟아오를 때 붕괴했을 이 지역의 돌덩이에 대관령 터널 공사장에서 가져온 쇄석을 더해 각 건물의 구역을 나누는 울타리 겸 담을 쌓았다. 바람이 강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담 길이와 높이를 제각각 다르게 쌓아 서쪽에서 태백산맥을 넘어온 높새바람과 먼 동해에서 불어오는 거센 갯바람이 투박한 돌담을 타고 흐르도록 했다. 바위로 지은 미술관 바우지움은 공간도, 이름도 그렇게 완성되었다. 강원도의 자연을 고스란히 반영한 건축물에 사람의 손으로 빚은 조각들이 어우러진 장면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37
운영 시간 : 10:00~18:00, 월요일 휴관
관람료 : 성인 9000원(아메리카노 1잔 포함),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
문의 : 033-632-6632, www.bauzium.co.kr
Sambakhan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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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과 부티크 호텔 사이 삼박한집
이름에서 이미 의도와 콘셉트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삼박한집’은 오너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 대청마루에 가족들과 둘러앉아 시간을 보냈던 기억을 모티브로 공간을 완성했다. 기존 나무 기둥과 서까래를 보존하고, 우드 소재 소파와 테이블, 선반으로 한옥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한 공간을 채우는 건 익숙한 요즘 기기들이다. 널찍한 다이닝 공간에는 발뮤다 토스터를 비롯해 유기 소주잔과 아이용 식판까지 준비했다. 여행에 에너지를 소진한 이를 위해 객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편안한 실내복과 안마 의자, 빔 프로젝터, 다양한 게임팩과 조이스틱 게임기까지 인원수에 맞춰 구비했다. 샴푸·보디 워시·핸드 워시는 이솝, 핸드크림은 르 라보, 헤어드라이어는 다이슨 등 어메니티에도 공들였다. 고급 편백나무를 짜 맞춘 히노키 욕조에서 반신욕하며 즐길 호리병과 술잔을 플로팅 바구니에 담아두었고, 인근 라벤더 팜에서 가져온 향긋한 티와 네스프레소 캡슐 역시 충분하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청명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창을 살짝 열어두고, 향긋한 차 한잔 마시는 여유도 누려봄 직하다. 삼박한집은 그 자체로 목적지여도 좋을 곳이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2길 12
운영 시간 : 체크인 15:00, 체크아웃 11:00
문의 : 0507-1380-1433, www.sambakhanzip.com, 인스타그램 @sambakhanzip
Tac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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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카페 태시트
청간해변 끝자락, 청간정길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태시트’는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된 고성에서 잠시 인파를 피해 갈 수 있는 작은 카페다. 바다 풍경을 최대한 담기 위해 해안을 향한 면적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여느 바다 카페의 풍경은 태시트에 없다. 오히려 카페 입구에 나지막한 담을 세워 바다를 더 가렸다. 대신 건물 양측 벽과 전면의 담을 연결하지 않아 외부가 내다보이는 좁은 모퉁이 정도만 남겨두었다. 실내 모습도 그리 다르지 않다. 마당에 여전히 여백을 두고도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을 통유리로 마감한 카페 내부에 손님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서너 개. 그나마도 의자와 테이블이 아니라 일자형 의자가 전부다. 공간 크기와 디자인, 색감까지 모두 최소화한 공간에 앉으면 비로소 태시트의 매력이 제대로 보인다. 흰 담으로 시야를 가려 좁아진 출입구로 청간해변의 연노란 모래와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짙푸른 바다, 그리고 열린 하늘만 오롯이 시선에 들어오는 공간에서 태시트의 달콤하면서 짭조름한 솔티 캐러멜 피낭시에와 몽글몽글 부드러운 크림을 얹은 크림커피의 페어링을 즐겨보길 권한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정길 25-2
운영 시간 : 10:00~18:30, 목요일 휴무
문의 : 070-8095-2522, 인스타그램 @official.tacit
Sono Felice del P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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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과 동해를 조망하는 인피니티 풀
고성을 대표하는 리조트 소노캄 델피노를 운영하는 소노인터내셔널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소노펠리체 델피노’를 오픈하자 단기간에 고성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웅장한 설악산의 비경을 십분 활용해 배경은 물론, 건축의 일부로 똑똑하게 사용한 객실과 부대시설은 이미 다양한 영상과 사진으로 SNS에 바이럴되고 있다. 가장 사랑받는 곳은 건물 루프톱에 넓게 들어선 인피니티 풀. 풀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증기가 차가운 설악의 대기 속으로 쉼 없이 흩어지는 풍경 뒤로 울산바위와 설악산 전경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펼쳐진다. 비현실적 풍경은 실내 인피니티 풀과 전면 통창으로 풍경을 공간에 담은 스카이라운지 베이커리 카페 더 엠브로시아, 스위트로 구성된 211개 전 객실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 이른 아침, 장엄한 울산바위를 조망하는 객실 프라이빗 욕조에 앉아 떠오르는 동해의 햇살을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수 스파의 여유는 덤이다. 1년 내내 온천수로 채워지는 워터파크 ‘오션플레이’와 웨스트타워 1층에 자리한 미니 골프장 역시 놓치기 아쉬운 즐길 거리다. 소노펠리체 델피노는 투숙객만을 위한 체크인센터를 별도 운영한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474-1
운영 시간 : 체크인 15:00, 체크아웃 11:00
문의 : 1588-4888, www.sonohotelnresort.com
The Carnival of Nice
인생은 카니발처럼, 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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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면 남프랑스 코트다쥐르의 주도 니스에서 떠들썩한 카니발이 열린다.
매년 테마에 맞춰 제작한 자이언트 인형들이 퍼레이드를 펼치고,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난 10만여 송이의 화려한 꽃비가 쏟아지며 도시는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니스에서 인생이란 한 편의 카니발과 같다.
EDITOR KIM KAI
봄을 부르는 사육제
곳곳에서 카니발이 펼쳐지는 유럽의 2월은 활기가 넘친다. 긴 겨울의 끝자락에 새봄을 반기던 옛 전통이 지금의 화려한 카니발로 진화했는데, 특히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 휴양도시 니스에서 열리는 카니발은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카니발과 더불어 세계 3대 카니발로 꼽힌다. 니스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데는 지리적 영향이 컸을 것이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 잡은 덕에 1년 내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푸른 바다에 눈부시게 내려앉는 햇살은 일찌감치 유럽 부호들을 이 도시로 불러 모았다. 샤갈과 마티스, 니체 등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사랑하던 곳이자, 지금은 프랑스 문호로 알려졌지만 리투아니아 출신의 소년 로맹 가리가 처음 프랑스에 정착해 성장한 도시기도 하다. 대표작 <자기 앞의 생>에서 니스를 “숲으로 둘러싸인 해변의 오아시스”로 극찬한 로맹 가리는 지금도 니스의 거리에, 그리고 도서관에 그 이름이 남아 있다.
니스를 찾는 사람이 늘수록 카니발 프로그램은 다양해지고, 규모는 더욱 커졌다. 기괴하리만치 강렬한 자이언트 인형들의 행렬, 수십만 송이 꽃으로 치장한 꽃마차에서 꽃의 여왕이 시민들에게 꽃을 나눠주는 행렬이 니스 중심가를 지나는 동안 전 세계에서 온 화려한 무용단과 악단이 행렬에 흥겨움을 더하고, 색색의 설탕으로 물들인 씨앗을 뿌리며 봄을 맞던 고전 풍습은 다양한 색감의 종이를 뿌리는 형식으로 바뀌어 니스를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킨다.
1. 2 지중해 연안의 평화로운 휴양도시 니스는 매년 2월이면 화려하고 떠들썩한 카니발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축제의 낮과 밤
메인 프로그램은 매년 카니발 테마에 맞춰 제작한 자이언트 인형, 캐릭터들이 행진하는 카니발 퍼레이드와 화려한 꽃마차 퍼레이드로 구분된다. 새봄을 여는 의식인 만큼 봄을 상징하는 카니발의 왕이 오프닝 세리머니가 열리는 마세나 광장에 도착해 니스의 열쇠를 받으며 카니발이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높이가 10여 m, 무게는 2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왕과 왕비 캐릭터를 주축으로 니스를 상징하는 독수리와 카니발 신화에 등장하는 용, 그리고 매년 테마에 따라 달라지는 20여 개의 자이언트 인형들이 니스 중심가를 행진하며 오프닝 세리머니가 펼쳐진다. 콘셉트야 늘 바뀌지만,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은 주로 세상을 향한 풍자와 조롱이어서 매년 카니발에 신선함과 활력을 불어넣는 이 자이언트 인형들의 변신은 기괴하고도 재미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 포스터 디자이너, 화가 등 세계 각지의 크리에이터와 비주얼 아티스트가 카니발에 참여해 지역적 또는 정치적 이슈와 풍자를 신화적이거나 우화적인 인물, 혹은 셀럽으로 재치 있게 비주얼라이징해 매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화려한 행렬에 전 세계에서 온 악단과 배우, 무용수들이 참가해 흥겨운 음악과 각국의 춤을 선보이며 경쾌한 카니발 무드를 고조시킨다. 카니발이 열리는 2주 내내 퍼레이드가 계속되고, 밤이 되면 거리와 조형물에 조명을 밝힌 ‘빛의 카니발’이 이어지며 니스의 낮과 밤은 쉼없는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1. 그해 카니발의 콘셉트를 상징하는 자이언트 인형 퍼레이드.
2. 꽃마차 퍼레이드에 등장한 카니발의 여왕.
3. 카니발 기간에는 니스 거리 곳곳에서 흥겨운 공연이 쉼없이 펼쳐진다.
카니발, 삶과 축제 사이
축제의 마지막 밤이 오면 자이언트 인형들의 퍼레이드는 니스 해변으로 향한다. 전통에 따라 카니발의 왕이 그해 마지막 행진을 끝내면 바다에서 불태우며 일종의 화형식을 거행한다. 봄을 상징하는 카니발의 왕이 열쇠를 받아 행사의 시작을 알리며 맞이할 봄을 반기듯, 봄을 상징하는 왕을 태우며 올해 카니발을 닫는 동시에 다음 해에 열릴 카니발을 시작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봄이 가면 여러 계절을 거쳐 다시 새봄이 온다. 왕이 불길 속에서 사라지면 그 잿더미에서 새로운 시절을 시작할 새 테마가 공개된다. 마냥 흥겹고 소란하던 축제의 끝자락에서 카니발의 왕이 불꽃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지켜보며 계절을, 어쩌면 삶의 의미를 막연히 깨달을 때쯤 해변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카니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오는 2월 10일부터 26일까지 17일간 펼쳐질 2023년의 카니발은 니스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세계 최고의 보물’이라는 주제하에 프랑스의 세계유산을 재조명한다. 더불어 카니발에 퍼레이드가 공식 행사로 포함된 지 15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올해 오프닝 퍼레이드는 전례 없이 화려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카니발 기간 동안 퍼레이드에 참여할 왕과 여왕 캐릭터, 자이언트 인형, 카니발 수레와 꽃마차, 각국의 무용수와 악단이 총동원되는 가운데 스페셜 에디션으로 화려하고 관능적인 리우 카니발 삼바 댄서들의 등장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 매년 카니발 주제에 맞게 제작하는 자이언트 인형.
2. 씨앗을 뿌리며 새봄을 맞이하던 카니발은 이제 색색의 종이를 거리에 뿌리며 흥겨움을 더한다.
3. 카니발 수레의 퍼레이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