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나이트 시티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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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데이트 코스가 필요하다면, 심야까지 이어지는 풍요로운 다이닝을 원한다면,
아니면 하룻밤의 완벽한 휴식이 간절하다면? 서울에서 부산, 제주에 이르기까지 밤이 더 특별해지는 곳의 좌표를 따라 나만의 나이트 루틴을 완성해보자.
EDITOR IENA, JE MIN JU
창경궁 물빛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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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이 시를 쓴다면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에 이어 창경궁까지. 서울 4대 궁궐의 야간 개방이 드디어 이뤄졌다. 하지만 창경궁은 다른 궁궐들과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은은한 조명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강조하던 기존 프로그램에 미디어 아트를 얹어 한결 몽환적인 분위기를 빚어낸다. 핵심은 춘당지다. 조선 임금들이 농사를 짓는 논밭이었다는 이 연못에 거대한 영상이 투영된다. 물결에 따라 영상도 함께 일렁이는 풍경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자유롭게 발길 닿는 대로 걸어도 좋고, 총 8경으로 구성한 코스를 따라도 좋다. 입구의 대화의 물길에서 시작해 백송나무, 대온실을 거쳐 춘당지로 돌아오는 코스로 각 지점마다 테마가 다른 빛이 설치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레이저로 만든 빛의 터널 구간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니 꼭 경험해보자.
데이트 코스로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고궁의 고요함과 미래적인 영상이 만나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로맨틱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서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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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톱 바도, 한강 유람선도 따라오지 못할 순간
해가 지고 도시에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할 때, 여의도 하늘에는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른다. 2024년 8월 첫선을 보인 서울달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목표로 탄생한 관광 명소. 지름 22.5m의 거대한 헬륨 열기구에 올라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은 어떤 루프톱 바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뿐 아니라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 또한 자신이 살던 곳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달까.
130m 상공에서 내려다본 밤의 서울은 마치 거대한 보석 상자처럼 반짝인다. 한강을 따라 늘어선 교량들의 불빛, 강남과 여의도를 잇는 도로 위의 헤드라이트, 그리고 멀리 남산서울타워의 조명까지…. 에어컨 바람이 아닌 진짜 바람을 만끽하며 밤하늘을 나는 황홀한 경험이 30분간 이어진다. 특히 골든 아워부터 완전한 어둠이 내릴 때까지의 시간대가 압권. 노을이 야경으로 바뀌어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나 싶은 발견의 연속. 야간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신라호텔 서울 믹솔로지 이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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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이 프라이빗 바가 되는 밤
방문을 열자마자 시선이 꽂히는 건 테이블 위에 놓인 근사한 믹솔로지 키트다. 이 박스가 바로 신라호텔이 유명 하이볼 바 첼시스 하이볼과 손잡고 만든 믹솔로지 이스케이프 패키지의 핵심이다.설레는 마음으로 키트를 열면 다양한 칵테일 제조를 위한 재료들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다. 전문가용 셰이커와 정밀한 지거는 기본이고, 여기에 잭다니엘과 앱솔루트 오리지널, 앱솔루트 페어, 봄베이 사파이어 등 프리미엄 베이스 스피리트 4종이 앙증맞은 미니어처 사이즈로 들어 있다. 맛을 한층
풍부하게 해줄 유자 히비스커스, 얼그레이 등 시럽 2종도 빼놓지 않았다.
이제 이 재료들을 베이스로 전문 바텐더가 작성한 네 가지 레시피 가이드를 따라 하면 끝. 네 가지 칵테일을 하나씩 완성하다 보면 어느새 홈 바텐더의 기본기를 익히게 된다. 칵테일에 관심이 많다면 이보다 완벽한 입문 코스는 없을 듯.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을 손에 들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순간이야말로 이 패키지의 하이라이트다. 미니바의 맥주와 소프트드링크, 각종 스낵류를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 서프라이즈 혜택도 놓치지 말자.
문의 www.shilla.net
롯데호텔 서울 슬립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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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을 약속하는 숙면 특화 패키지
불면증을 호텔 과학으로 해결한다는 발상 자체가 혁신적이다. 롯데호텔 서울의 웰니스 리트리츠 패키지는 단순한 숙박을 넘어 수면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토털 솔루션을 제안한다.
이그제큐티브 타워 5개 객실만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웰니스 전용 공간에 들어서면, 먼저 코웨이 비렉스 안마 의자가 하루 종일 쌓인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준다. 또 가누다 모션베드는 개인의 체형과 수면 패턴에 맞춰 자동으로 각도를 조절하며,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잠드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AI 슬립테크 솜니아 앱이 당신의 수면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잠들기 전 호흡법부터 깨어나는 시간까지, 개인 맞춤형 수면 가이드를 제공하는 이 시스템은 마치 전용 수면 컨설턴트를 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슬립웨이브컴퍼니의 브리즈 디바이스는 명상과 호흡법을 통해 마음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주고, 수면 전용 음료 ‘코자아’는 자연 성분으로 편안한 잠을 유도한다.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크라운구스 슬립 마스크의 부드러운 감촉, 비룡소의 그림책을 보며 되찾는 어린 시절의 평온함, 그리고 턴다운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한정판 톰(THOME) 키트까지. 과학과 감성이 만나 완성하는 깊은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보자.
문의 www.lottehotel.com
Where the Night Begins
도시의 밤을 탐닉하는 컬렉터를 위한 한정판 나이트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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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보다 밤을 사랑하는 올빼미족이라면 주목.
루브르의 은밀한 조명부터 베를린 지하 벙커,
뉴욕의 루프톱 시네마까지… 세계 도시의 화려한 밤을 탐험하는 비밀 클럽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DITOR IENA
75개의 박물관이 밤새 열리는 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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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코닉스버그의 소설 <클로디아의 비밀>을 기억하는가? 두 남매가 박물관에 숨어 밤을 보내며 예술 작품들과 특별한 만남을 갖는 이야기. 베를린의 박물관의 긴 밤(Lange Nacht der Museen)은 바로 그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경험이다. 8월 30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일요일 새벽 2시까지, 베를린 전역의 75개 박물관이 동시에 문을 열어 750여 개 특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2025년의 테마는 사랑(Love). 단 한 장의 티켓(사전 구매 시 15유로, 당일 23유로)으로 8시간 동안 베를린의 모든 문화유산을 탐험할 수 있다! 스타트는 뮤지엄 아일랜드에서 끊어보자. 페르가몬 박물관의 거대한 이슈타르 문과 제우스 제단이 특수 조명으로 더욱 웅장하게 다가온다. 신박물관에서는 네페르티티의 흉상이 LED 조명 아래 3300년 전 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보데 박물관의 비잔틴 예술품들은 콘스탄티노플 황실의 보물처럼 신비로운 빛을 발한다.
하지만 진짜 모험은 지하에서 시작된다. 평소에는 출입이 금지된 지하 벙커와 비밀 통로들이 이날 밤에만 특별히 공개된다는 사실. 냉전 시대 동베를린의 비밀 문서들이 보관된 슈타지 박물관의 지하실, 히틀러의 벙커 터 위에 세워진 토포그라피 오브 테러의 숨겨진 전시실들을 탐험할 수 있다.
특별히 이날 밤에는 셔틀버스 5개 노선이 운행되어 박물관 간 이동이 편리하다. 베르크하인 근처의 DDR 박물관에서 시작해 포츠다머 플라츠(포츠담 광장)의 영화박물관, 크로이츠베르크의 유대인 박물관까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베를린의 복잡한 역사를 한밤중에 체험하게 된다. 밤 11시경 유대인 박물관에서 열리는 마스크 볼도 놓치지 말자. 창의적인 듀오 자라 제트가스트와 켈리 체가 주최하는 이 파티는 이스라엘 DJ 발라간 시스터스의 일렉트로닉 비트와 함께 새벽까지 이어진다.
모나리자 앞에 나 홀로, 루브르 야간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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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루브르박물관은 오후 9시 45분까지 특별 연장 운영한다. 오후 8시 30분까지 입장이 가능하므로 저녁 식사 후 여유롭게 찾아가도 된다. 낮의 루브르는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저녁 시간대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인파가 현저히 줄어들어 모나리자 앞에서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집트관은 밤의 루브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 코스. 스핑크스와 미라들이 은은한 조명 아래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낸다. 나폴레옹 3세의 아파트도 저녁 시간에는 마치 19세
기 궁정 파티에 초대받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람 후 코스로는 두 가지 옵션을 제안한다. 우선 피라미드 지하의 카페에서 와인 한 잔과 함께 여운을 즐긴 후, 튈르리 정원을 거쳐 콩코르드 광장까지 야간 산책을 이어가면 파리지앵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다소 관광객스럽긴 해도, 센강 변에서 즐기는 바토 파리지앵(Bateaux Parisiens)의 야간 크루즈야말로 파리의 낭만을 제대로 만끽하는 방법 아닐까. 매일 밤 9시와 10시 30분에 출발하는 1시간 코스로, 에펠탑이 매시 정각에 5분간 반짝이는 모습을 선상에서 감상하는 순간은 파리 밤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줄 듯. 노트르담대성당, 루브르·오르세 박물관이 조명을 받아 물 위에 비치는 장관은 오직 밤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로맨틱한 순간이다.
촛불 아래 열리는 궁전 야간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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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제국의 영광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빈에서 8월은 클래식 음악의 성수기다. 18세기부터 이어진 음악 도시의 전통이 현대적 감각과 만나 특별한 밤 문화를 만들어낸다.
8월 1일부터 매일 저녁 8시 30분, 쇤브룬 궁전 오랑주리에서는 실내악 콘서트가 열린다. 바로크 양식의 거대한 유리 온실 안에서 촛불 조명 아래 펼쳐지는 콘서트로, 오직 빈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경험이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실제로 사용했던 온실 안에서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선율도 감상할 수 있다. 티켓은 67유로부터, 1시간 30분의 공연 후에는 궁전 정원에서 와인 리셉션이 이어진다. 미노리텐 교회(Minoritenkirche)에서는 8월 16일까지 빈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13세기에 지은 이 고딕 성당은 음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데, 비발디와 모차르트의 협주곡부터 브람스의 현악6중주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시청 앞 라트하우스플라츠(라트하우스 광장)에서는8월 31일까지 야외 음악 영화제가 이어지는데, 거대한 LED 스크린에서 빈 국립 오페라극장,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 세계 정상급 클래식 공연 실황을 무료로 상영한다. 주변에는 전 세계 음식을 파는 푸드 스탠드가 즐비해 마치 작은 음식 축제 같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며, 매일 일몰 후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좀더 젊은 빈의 밤 문화를 체험하려면? 도나우 운하 변의 서머 스테이지로 가자. U4 로사우어 렌데(Rossauer Lände)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8월 내내 팝업 바, 비어 가든, 무료 콘서트가 이어진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수십 개의 바와 레스토랑에서 현지 청년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며 DJ 공연을 즐기면 된다. 8월 29일까지 계속되는 오타크링거 비어페스트도 놓칠 수 없다. 빈 최고 양조장이 선보이는 여름 한정 특별 맥주를 한 모금 넘기는 순간 느껴지는 그 청량감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