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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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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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마시는 공간 브랜드의 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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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이야기가 커피 한잔에 녹아들어 완성되는 곳,
요즘 카페는 단순한 커피 브레이크를 위한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감각적인 무대다.
골든구스의 빈티지 감성, 랄프 로렌의 클래식한 일상,
우영미의 예술적 캠핑, 쿠에른의 코리안 모더니즘까지…
이 네 가지 무대 중 어디에서 당신의 취향을 충족할지 결정해보길.

EDITOR I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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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 카페 by 골든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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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고르세요. 커피가 따라옵니다

스니커즈에 집중하는 이탈리아 브랜드가 만든 커피는 어떤 맛일까? 골든구스는 단순히 스니커즈로만 대변되지 않는다. 이브랜드는 스니커즈에 담긴 ‘완벽한 불완전함’이라는 철학을 커피 한잔에도 녹여낸다. 지난 7월, 도산대로에 문을 연 유니크 카페는 고객에게 브랜드와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선사한다. 내부 인테리어는 거친 콘크리트와 따뜻한 느낌을 주는 목재, 골드 디테일의 조화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빈티지 감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카페에 들어서면 바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메탈로 마감한 말굽 모양의 카운터. 여기에 놓인 태블릿은 단순히 주문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늘 기분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따라 기분을 고르면, 슬리브에 그에 맞는 메시지가 새겨진다. 행복, 스타일리시, 졸림 등 다섯 가지 중 기분 하나를 선택하면 그 순간의 감정이 커피와 함께 기억으로 남는다. 대표 메뉴는 에스프레소 스리 샷이 든 아포가토와 정통 이탈리아식 티라미수. 깊고 진한 맛이 가을 아침의 선선한 공기와 잘 어우러진다. 커피를 즐긴 뒤엔 지하층에 들러보자. 골든구스의 스니커즈 리페어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으로, 낡은 신발을 새것처럼 복원하며 환경까지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신을 보여준다.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8
인스타그램 : @youniquecaffe
랄프스 커피 by 랄프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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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감성이 서울을 물들일 때

뉴욕의 가을 특유의 감성이 그립다면? 지금 가로수길로 향할 것. 랄프 로렌이 한국에 첫선을 보이는 랄프스 커피는 뉴욕의 감성과 클래식을 응축한 공간이다. 오크 바닥과 벽돌 벽, 맞춤 제작한 고급스러운 오크 카운터는 브랜드 특유의 우아함이 깃든 건 물론, 뉴욕의 한 조각을 서울로 옮겨온 듯하다. 창업자인 랄프 로렌은 브랜드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커피 향은 나에게 가족, 친구, 사랑하는 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곳의 커피는 미국의 유명 로스터리 라콜롬브(La Colombe)에서 공수한 원두를 사용해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시그너처 메뉴인 ‘랄프스 로스트’는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을 만큼 밸런스가 뛰어나다. 오픈 기념으로 ‘유자 카푸치노’를 선보이니 인스타그램 인증 샷을 잊지 말자. 커피와 함께 제공하는 브라우니, 쿠키 등 디저트 역시 랄프로렌 본인이 사랑하는 메뉴라고. 여기에 초록색 커피잔과 필기체 로고가 새겨진 브랜드 굿즈 역시 놓칠 수 없다. 클래식한 미국식 브런치에 딱 어울릴 식기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마련돼 있어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주소 : 서울시 강남구 가로수길 31
문의 : 02-542-5427
사진제공 : 랄프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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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맨메이드 by 우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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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과 아트 갤러리의 기묘한 조합

우리나라 패션 카페의 시초는 단연 맨메이드 카페다. 2012년 도산공원 근처에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작년 리뉴얼을 통해 더욱 세련된 공간으로 거듭났다. 총 4층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 공간으로 2층의 카페를 비롯해 3층의 우영미 플래그십 스토어, 4층의 솔리드 옴므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둘러볼 수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 우영미만의 독특한 감성이 듬뿍 묻어나는 이곳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일상 속의 비일상’. 특히 카페 공간은 숲속의 캠핑을 테마로 꾸며 도심 속 힐링이 가능한데, 이탈리아 인도어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EMU의 가구들이 감각적으로 배치돼 있어 더욱 만족스럽다.
‘크림 블랙티’와 ‘맨메이드 화이트 라테’는 이곳의 시그너처 음료. 깊고 진한 맛이 깊은 숲속 캠핑장에서 누리는 여유와 제법 잘 어울린다. 반려동물 동반도 가능해 가을 햇살 아래 함께 휴식을 취하기 좋다. 자연과 패션, 예술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아티스트의 정기 전시도 열려 늘 새로운 자극을 제공한다.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즐겨보길.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3길 35
문의 : 02-515-8897
사진제공 : 카페 맨메이드

카페 쿠에른 by 쿠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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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서 만나는 모던클래식

프리미엄 가죽 슈즈 브랜드 쿠에른은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브랜드다. ‘쿠에른’은 스페인어로 가죽을 뜻하며, 40여 년에 걸쳐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기반으로 신발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제작한다. 이러한 브랜드 철학은 삼청동의 카페 쿠에른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3층에 위치한 이 카페는 ‘코리안 모더니즘’을 테마로 삼청동의 고즈넉한 풍경과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통창 너머 보이는 정독도서관의 고요한 풍경은 가을의 적막함을 음미하는 여유를 선사한다. 이곳의 메뉴는 코리안 모더니즘을 주제로 한 것이 특징. 대표 음료인 ‘삼청 에이드’는 유자·생강·배로 만들어 삼청동의 풍경을 한 잔에 담아내고, ‘참외 라테’는 한국 여름의 정경을 떠올리게 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서리태를 비롯해 일곱 가지 곡물로 만드는 ‘그레이 오트’는 전통적인 선식에서 영감을 받아 건강에 이로우면서도 감각적인 맛으로 만족감을 준다.
아티스트가 섬세한 터치로 완성한 공간답게 곳곳에 예술적 감성이 돋보인다. 도예 작가 김은송이 만든 머그잔은 마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며,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와이엔 스튜디오는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미감을 선사한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길 36
문의 : 02-73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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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blin, Where Stories Never Fade ――――――――――――――――――――――――――――――――――――――――――――――――――――――――――
유네스코 문학 도시, 더블린 이야기

독서의 계절 가을이 한층 깊어진 지금,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학 도시 더블린으로 떠나보자.
문학의 거장 제임스 조이스와 오스카 와일드가 걷던 길을 따라 시간 속에 묻힌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고풍스러운 골목 한편의 펍에서는 아일랜드 전통음악이 흐르는 곳.
이 도시에서는 더블린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서 있는 듯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EDITORKIM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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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일랜드의 심장, 더블린으로의 초대

리피강이 아일랜드해협과 만나는 곳에 자리한 더블린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이야기책과 같은 곳이다.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작가가 이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영감을 얻었고, 작품 속에 도시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냈다. 누구라도 기꺼이 손에 책을 쥐고 싶어지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는 요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떠들썩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우리의 환희를 더블린은 이미 네 차례나 경험했다. 시인 예이츠와 셰이머스 히니,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소설가 사뮈엘 베케트까지 4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기 때문. 그래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학도시로 선정된 만큼 문학의 향기가 물씬나는 더블린 여행의 중심에는 문학과 문학가들의 이야기가 놓일 수밖에 없다.
2 더블린을 걷는 블룸즈데이의 하루

더블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대표작 <율리시스>는 더블린이 배경이다. 1904년 6월 16일 더블린의 하루를 엮은 <율리시스> 출간 이후, 아일랜드에서는 1954년부터 매년 6월 16일을 <율리시스> 속 주인공 블룸의 이름을 딴 ‘블룸즈데이’로 기념하며 제임스 조이스의 발자취를 좇는 투어를 도시 곳곳에서 진행한다. 더블린의 각 지역이 그의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는데,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낸 딜리 스트리트(Deeley Street)에서 산책을 시작하면 스토리텔링이 보다 자연스럽다. 1990년대 초반 더블린 소시민의 삶을 담아낸 소설 <더블린 사람들>에 이 거리의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으니 책을 읽고 방문한다면 실제 거리와 소설 속 장면을 매칭해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성인이 된 작가는 더블린 도심에 있는 성 스테판 그린(St. Stephen’s Green) 공원을 거닐며 시간을 보냈다. 문학적 고뇌와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던 공간은 그의 작품 속에서도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곤 했는데, 제임스 조이스 외에도 아일랜드와 영국의 자연을 노래한 시인 W. B. 예이츠가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하다. 그의 시 중 일부는 이곳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니 이 평범한 도심 공원은 작가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도, 10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들을 기리는 사람들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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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일랜드 문학가들이 사랑한 산책 코스

성 스테판 그린 공원에서 산책을 마친 제임스 조이스는 그래프턴 거리(Grafton Street)를 따라 북쪽으로 걸으며 트리니티 칼리지까지 산책을 이어가곤 했다. 아일랜드 최고의 대학으로 영어권 대학 중에서도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는 그의 모교이자 오스카 와일드, 조너선 스위프트, 사뮈엘 베케트 등 걸출한 작가를 배출했다. 웅장하고 고전적인 건물의 아름다움으로도 높이 평가받지만, 인류사에서 소멸되다시피 한 켈트족의 역사를 담은 <켈스의 서> 등 희귀한 고전작품을 소장한 곳으로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성 스테판 그린 공원에서 산책을 마친 예이츠는 아일랜드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Ireland)을 즐겨찾았다. 지금도 예이츠의 원고와 편지 등을 보관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예이츠의 흔적을 발견한 다음 그가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애비 극장(Abbey Theatre)으로 이동하면 예이츠의 작품을 비롯한 아일랜드 극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예이츠가 사랑했던 또다른 공간은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St. Patrick’s Cathedral)이다. 비교적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지만, 패트릭 성인을 기리는 아일랜드인에게는 정서적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성당의 아름다움에 감명받은 예이츠는 여러 번 자신의 시에 성당을 소환했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 역시 성당과 떼어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생전엔 성당에 주임 사제로 재직했고, 사후에는 성당에 안치되며 영원히 성당과 함께 기억하게될 스위프트의 작품과 생애에 대한 전시 공간까지 마련된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또한 더블린 필수 방문 코스로 기억해두자. 우아하고도 시니컬한 문학 거장, 오스카 와일드가 유년을 보낸 메리언 스퀘어(Merrion Square) 일대에서는 더블린의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조지안 시대의 우아한 건축물이 즐비한 거리는 와일드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상류사회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생가 앞 공원에 세워진 오스카 와일드의 화 한 조각상 앞에 서서 인증 샷 한 장 남기고 돌아오면 작가의 자유롭고 시니컬한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증폭하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4 시간과 문학을 삼키고 마시는 더블리너

더블린에서 여행을 계획할 때는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문학가들의 흔적만 좇아도 일정 내내 레스토랑이나 펍을 검색할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데이비 번스 펍(Davy Byrne’s Pub)을 방문해 <율리시스>의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이 주문한 고르곤졸라 치즈 샌드위치를 맛보고, 오스카 와일드가 자주 찾던 셸버른 하우스(Shelbourne House)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기며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하기에 좋다. 지금은 셸버른 호텔로 변모해 숙박까지 가능해진 만큼 19세기 더블린 상류사회를 간접 경험하는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파리에 살롱 문화가 발달하던 시절, 더블린의 문학가들도 술 마시고 토론하며 뜨거운 밤을 보냈다. 더블린의 유서 깊은 술집 중 하나인 더 브레이즌 헤드(The Brazen Head)는 조이스, 예이츠, 브램 스토커 등이 사랑하던 곳으로 19세기 분위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애비 극장 인근 템플 바 지역은 예술가와 문학 애호가가 자주 모이던 핫 스폿인데, 특히 사뮈엘 베케트는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사람들과 작품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브렌던 비한, 패트릭 캐버너 등 20세기 중반 더블린의 문인들은 맥데이드스(McDaid’s)에 특히 자주 모였다고 한다. 문학과 현실, 때로는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곳. 위대한 작가의 유산을 만나고, 동시에 현대 아일랜드 문학의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더블린은 가을에 더없이 어울리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