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상 수상작에서 보내는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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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달라진 공기 만큼 숙소 선택의 기준도 바뀐다. 단지 잠을 청하는 공간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지가 되는 곳. 최고 건축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스테이 4곳이 일상 그 이상의 색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EDITOR IENA
유리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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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식 콘크리트 정자
홍천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 유리 상자들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건축계 셀러브리티 곽희수가 빚어낸 웅장한 작품이자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비롯해 무려 5개의 건축상을 휩쓴 ‘유리트리트’. 홍천의 수직 절벽과 협곡을 닮은 이 건축물은 ‘당신(U)의 피정(Retreat)’을 위한 공간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유리트리트에 들어서면 절로 탄성을 내뱉게 된다.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압도적 개방감,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통창 너머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이 시퀀스처럼 흘러가는 이곳은 지면 접촉을 극도로 억제한 비정형 구조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명부터 최대 6명까지 수용 가능한 9개의 객실은 개인 수영장과 스파를 제공하는 풀빌라 형태로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인기가 많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니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약을 시도해보자. 체크인은 오후 2시, 체크아웃은 정오까지로 넉넉한 편이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지친 영혼을 위한 피난처를 원한다면 지금 달려가볼 것.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서면 한서로 1468-55
문의 : 033-433-2786
웹사이트 : www.uretreat.co.kr
기억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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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 신선이 된 듯
201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트로피가 로비에 당당히 자리한 ‘기억의 사원’. 깊은 산속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곳은 산길을 오르다 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원형의 게이트부터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처럼 느껴진다. 한국 전통 사찰의 공간 배치 철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건축은 단순한 숙소 이상의 정신적 여정을 위한 장소다. 마치 산사를 찾아가는 순례자처럼, 방문객은 원형 게이트에서 시작해 연못, 정원, 계단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물의 고요함을 담은 연못을 지나 시선을 사로잡는 원형 구조물을 경험한 후, 계단을 오르며 만나는 정갈한 정원까지. 섬세하게 설계한 동선 덕분에 로비에 도착할 즈음이면 어느새 도시의 소음은 저 멀리 사라진다. 12개의 객실은 각자 다른 표정으로 북한강과 장락산맥을 품는다. 모든 객실에서 북한강과 장락산맥의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는데, 침대에 누운 채 바라보는 새벽 운무야말로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이다. 객실마다 프라이빗 스파와 바비큐 시설을 갖추고 있어 비밀스러운 휴식을 만끽하기에도 제격. 온수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다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즐기고, 발아래 펼쳐지는 웅장한 운무를 감상하는 하룻밤. 구름 위 신선이 된 듯한 초월적 경험을 원한다면 방문해보자.
주소 :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상지로 832-86
문의 : 010-6832-2164
웹사이트 : memorymaker.co.kr

스테이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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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석양을 품은 현대적 안거리
제주의 모든 시간이 아름답지만, 특히 오후의 빛은 또 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2023년 제주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한 ‘스테이 오후’는 이름처럼 하루 중 가장 따스한 시간을 건축적으로 포착해낸 곳이다.
‘스테이 오’와 ‘스테이 후’ 2동으로 구성된 이곳은 제주의 전통적 건축 요소를 세련된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낮은 천장고와 돌담으로 대표되는 제주 건축의 정서를 U자형 중정 구조와 박공지붕으로 현대화했으며, 밖거리(바깥채)와 안거리(안채)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한 실용적 설계는 제주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인의 니즈까지 고려했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열대풍 조경으로 꾸민 중정. 낮에는 제주의 따스한 햇살이, 밤에는 별빛이 가득 채우는 이 공간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족욕탕에 발을 담그고 제주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은 일상에서는 결코 부릴 수 없는 사치다.
사계절 운영하는 온수풀은 슬라이딩 도어로 외부 테라스와 연결해 여름에는 자연을 더 가깝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었다. 제주의 바람, 빛, 소리를 온전히 경험하며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를 누려볼 것.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상도로 24
문의 : 010-3717-6690
인스타그램 : @stay.oohhoo
서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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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고요한 미니멀리즘
강원도 고성의 삼포리에 내리는 봄비는 ‘서로재’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한다. 소나무 가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 정원의 수공간에 맺히는 물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건축물의 절제된 미학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2022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 건축사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로재의 매력은 자연에 순응하는 겸손함에 있다. 웅장하거나 화려한 미감을 좇는 대신 자연의 일부가 되려는 진정성이 돋보인다.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7개의 객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과 대화한다.
톤 다운된 색감의 실내는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여기에 다실에서 마시는 차 한잔, 정원을 거닐며 느끼는 촉촉한 흙냄새, 유료로 제공하는 오마카세 박스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까지. 서로재는 감각의 모든 영역을 일깨운다. 이름 그대로 ‘서로’의 시간처럼 자연과 인간, 침묵과 속삭임,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가 아닐까.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봉수대길 118
문의 : 033-632-7442
웹사이트 : seorojae.kr
Desert Odyssey : The Timeless King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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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모래의 왕국, 요르단
요르단은 시간이 멈춘 듯 신성한 기운과 현대적 세련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황톳빛 사막과 페트라의 장엄한 유적, 사해의 초현실적 부유감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진정한 럭셔리 여행의 새로운 장을 열어보자. 모래와 바위가 빚어낸 대자연의 캔버스 위에 섬세하게 그려낸 최고급 숙소와 미식의 향연으로 완성되는 요르단의 특별한 여정.
EDITOR KIM KAI 자료 제공
요르단 관광청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수도 Am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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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언덕을 품에 안은 암만은 고대 로마의 웅장한 유산과 세련된 현대성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요르단의 심장부다. 하얀 석회암 건물들이 지중해성 햇살을 반사해 도시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는 거리를 거닐다 보면, 수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역사의 지층이 발걸음마다 드러난다. 도시의 제왕처럼 우뚝 솟은 시타델에서는 헤라클레스 신전과 우마이야 궁전의 유적이 여전히 그 위엄을 간직한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암만의 지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시타델에서 내려오면, 6000여 명의 관객을 한 번에 품었던 거대한 로마 원형극장이 고대의 화려함을 속삭인다. 현지인의 일상을 체험하고 싶다면 다운타운 수크(Souq) 지역으로 향하자. 이국적 향신료 향기와 섬세한 금세공품, 수공예 패브릭이 감각적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 세련된 부티크와 아티잔 카페 사이를 유영하며 중동의 뜨거운 낮을 즐긴 후 해 질 무렵엔 은은한 조명의 와인 바에서 하루를 정리하며 중동 스타일의 럭셔리를 재정의하는 호텔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해보자.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와 국경을 접하는 지정학적 교차점에 위치한 요르단은 세계적인 명품 호텔 체인들이 경쟁하듯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페어몬트 암만 호텔은 섬세한 대리석 디테일과 따스한 목재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로비에서부터 여행자를 압도한다. 사해의 미네랄이 응축된 소금을 활용한 웰니스 스파와 암만의 낮과 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인피니티 풀사이드 테라스는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인근의 체스트넛 레스토랑에서는 전통 요르단 퀴진의 정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인다. 부드러운 양고기에 탱글탱글한 요구르트 소스를 얹은 만사프나 압착 올리브 오일과 향긋한 허브로 절제된 맛의 균형을 이룬 샐러드로 인기가 높은 만큼 사전 예약은 필수다.
사암에 새겨진 잃어버린 도시 Pe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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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페트라. 2000년 전 나바테아인들이 붉은 사암 절벽을 깎아 만든 이 고대 도시에 대해 시인 딘 버건(Dean Burgon)은 “반은 사람이 만들고, 반은 신이 만든 도시”라고 표현한 바 있다. 좁은 시크 협곡(Al-Siq)을 1km 이상 걸어 들어가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보물 전각 알 카즈네(Al-Khazneh)의 모습은 여행자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장면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서 해리슨 포드가 성배를 찾는 장면으로 영화사에 남아 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또한 한 인터뷰에서 “페트라의 첫인상은 어떤 세트나 특수효과로도 재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경험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협곡을 걸어서 전각 앞에 닿으면 800개의 계단을 올라 수도원까지 가는 또 다른 트레킹 코스가 기다리는데, 높은 곳에서 왕릉을 탐험하며 나바테아인의 예술적 감각을 접할 수 있다. 해가 지면 페트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페트라 바이 나이트’ 프로그램으로, 1800개의 촛불이 켜진 협곡 사이를 지나 알 카즈네까지 걸어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만큼 놓치지 말 것. 베두인 음악가들의 전통 라바브(현악기)와 플루트 연주는 고대 도시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유적지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이국적인 뫼벤픽 리조트 페트라(Mövenpick Resort Petra)는 아랍식 인테리어와 현대적 편의시설을 갖춘 최적의 숙소로 접근성 또한 탁월하다. 옥상 테라스에서 페트라의 석양과 별빛을 감상하고, 수영장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은 방법. 리조트 내 ‘알 사라야’ 레스토랑에서는 전통 만사프, 신선한 지중해식 샐러드, 따뜻한 후무스 등 현지 요리를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으며, 사막의 밤을 배경으로 한 야외 다이닝은 이색 체험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제격이다.
우주를 닮은 붉은 사막 Wadi 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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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계곡’이라 불리는 와디럼은 끝없이 펼쳐진 붉은 모래와 기암괴석이 초현실적 풍경을 연출하는 사막 지대다. 이 특이한 지형은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NASA의 과학자들은 이곳의 지형이 화성의 표면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덕분에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과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과 같은 SF 영화의 단골 로케이션 장소로 등장하며 자연이 창조한 웅장함과 고요를 스크린에 새겼다. 와디럼을 즐기는 가장 신나는 방법은 단언컨대 사륜구동 지프로 사막을 질주하는 것. 베두인 가이드와 함께 ‘지혜의 일곱 다리’나 ‘버섯 바위’ 같은 명소들을 찾아가면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막의 색채를 감상하는 시간은 더없이 짜릿하다. 이처럼 바람을 가르며 사구를 질주하는 스릴, 낙타의 느린 걸음으로 붉게 물든 일몰을 감상하는 신비, 그리고 밤이 되면 광공해 없는 사막에서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며 우주의 깊이를 가늠해보는 시간까지….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베두인 차를 마시며 사막의 절대 고요를 만끽하는 순간은 일상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치다.
‘메모리즈 아이샤 럭셔리 캠프’는 와디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리미엄 글램핑 숙소이니 꼭 방문해보자. 최첨단 환경 기술로 설계한 돔형 텐트는 최고급 린넨 침구와 전용 욕실을 갖추고 있으며, 투명한 천장을 통해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잠드는 경험은 그 어떤 호텔 스위트룸도 따라올 수 없는 특권이다. 베두인 전통 방식으로 지하 오븐에서 서서히 익힌 향긋한 양고기와 사막에서 얻은 허브로 양념한 채소 요리의 깊은 풍미는 입안에서 춤을 추듯 감각을 일깨운다. 식사 후 모닥불 옆에서 즐기는 카다이프와 바클라바 같은 달콤한 전통 디저트와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 사막의 밤은 완벽한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