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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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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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to Private Place
오직 우리만 머무는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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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을 쉼 없이 달려온 나와 우리를 위해 준비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해야 할 일 따위 없는,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세컨드 하우스 부럽지 않은, 오직 한 팀만 머물 수 있는
독채 숙소를 소개한다.
EDITOR YOON SE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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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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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가까워지는 시간 '해온안'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끝자락에 위치한 해온안. ‘바다 언덕 위 온기가 가득한 집’이란 뜻의 해온안은 작은 중정으로 이어지는 두 채의 독채로 나뉘어 있다. 위치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해온안은 머무는 내내 바다와 함께하는 곳이다. 침실은 물론 거실, 욕실 등 어디에서나 통유리창 너머 수평선까지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고, 바다를 향해 펼쳐진 마당에는 야외 수영장(5~9월 운영)과 바비큐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멀리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 불빛이 반짝이는 동해 밤바다도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이 완벽한 오션 뷰가 선사하는 여유와 힐링에서 먹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해온안에서 멀지 않은 강구항과 후포항에서 겨울이 제철인 영덕 대게를 맛볼 수 있고, 숙소에서도 요리가 가능하다. 웰컴 푸드인 과일과 주스부터 언제든 향긋한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핸드 드립 도구까지, 호스트의 소소한 배려가 여행지에서 보내는 하루를 포근하게 만들어준다. 새파란 겨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프라이빗한 공간 해온안은 매일매일 이후 92일까지의 예약 일정이 오픈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며, 경쟁이 꽤 치열하니 서둘러야 한다.

주소 경북 영덕군 병곡면 병곡1길 25
문의 haeonan.imweb.me, 인스타그램 @haeonan_
Atin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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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사색의 공간 '아틴마루'

양평에서도 가장 깊은 산속 명달리에 아틴마루가 자리한다. 정확히는 가마봉 정상에 가까운, 잣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능선에 숨어 있다. 키큰 잣나무처럼 우뚝 선 라운지 건물에서 시작해 굽이굽이 흐르는 산길을 따라 4개의 캐빈이 놓여 있다. 캐빈 간 거리는 15~58m. 이 산속 캐빈의 문을 닫는 순간, 나만의 세상이 펼쳐진다. 믿기지 않겠지만 와이파이도,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고립된 공간이다. 단 하룻밤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침대마저 1인용 2개를 놓았다. 라운지에서 빌린 CD를 들으며 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을 멍하니 감상해도 좋다. 취사는 안되지만 라운지에 커피와 간단한 조식이 준비되어 있고, 라운지 2층에선 영화도 상영한다. 캐빈 밖 산길을 걷고, 해먹이나 그네, 야외 테이블에서 여유를 누리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스마트폰과 잠시 멀어져도 지루하거나 외롭지 않다는 말이다. 오히려 곁에 있는 사람과의 시간에 집중하고,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며 사색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무엇보다 출퇴근길에 겨우 알아채는 계절의 변화를 이곳에서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계절마다 머물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문의 atin-maru.com, 인스타그램 @atin.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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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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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가득한 휴식처 '심상'

30년 넘게 언론인으로 일한 남편과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아내는 서울 생활을 접고 남편의 고향인 강릉으로 이주했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부부의 새 살림집 옆으로 ‘이웃집’, ‘사촌집’이라 부르는 두 채의 독채와 문화 공간 ‘심상재’를 열었다. 스튜디오 형태의 2인실 이웃집은 입구에 있는 작은 온실부터 오죽을 심은 뜰까지 자연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4인실인 사촌집은 2개의 룸과 넓은 거실, 정원, 중정 등 여러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루이스 폴센 조명, 프리츠한센 의자, 카르텔 테이블 등 두 집을 채운 감각적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까워 보이는 두 집은 서로 비스듬히 배치해 투숙객이 좀 더 프라이빗하게 머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 200여 권을 비치한 심상재는 투숙객에게 열린 공간이다. 불멍이 가능한 벽난로와 빔 프로젝터·피아노·블루투스 스피커 등이 준비되어 있고, 얼마전 열린 건축 관련 강의처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숙소와 가까운 강릉 바우길과 사천 해변 등 숲과 바다를 만나는 가벼운 산책도 추천한다. 예약은 스테이폴리오(www.stayfolio.com)에서 가능하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손맞이길 91-12
문의 인스타그램 @simsang_stay
Moon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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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찾은 여유로운 하루 '문워크'

제주 서쪽 끝, 선인장이 자라는 월령 해안은 제주에서도 이국적 풍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여기에 자리한 문워크는 단 한 팀만 이용하는 프라이빗 스테이로, 건축가 김헌의 손길로 완성했다. 둥근 외벽과 작은 연못이 있는 입구가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문워크는 월령 해안을 향해 들어섰다. 덕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제주의 돌담과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른 바다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해 질 녘엔 루프톱에 올라 바다를 물들이는 일몰을 봐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풍경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굳이 숙소를 나서지 않아도 멀리 떠나온 기분이다. 기다란 테이블이 놓인 다이닝 공간에서 요리를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다. 책과 블루투스 스피커가 놓인 간이 서재, TV를 전면에 설치한 AV 룸, 편안하게 쉬기 좋은 아늑한 다락, 여독을 풀어줄 히노키탕 등 소소한 즐길 거리도 갖추고 있다. 머무는 내내 온전한 쉼을 경험할 수 있는 문워크. 숙소 바로 옆 월령선 인장군락지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협재해수욕장, 금능해수욕장 등 서쪽 제주의 풍경도 놓치지 말자.

주소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월령안길 20-1
문의 jejumoonwalk.com, 인스타그램 @jejumoon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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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Magic is Coming
마법 같은 이야기의 도시, 에든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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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를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로만 알고 있다면 이 도시를 아예 모르는 것과 같다. 중세 시대와 18세기 조지 왕조 시대 유적이 공존하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 축제가 열리며, ‘셜록 홈스’와 ‘해리 포터’가 탄생한 곳이 바로 에든버러다. 거리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고, 발길 닿는 곳마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놀라운 풍경이 펼쳐지는 곳. 지금, 에든버러의 겨울 이야기가 시작된다.
EDITOR YOON SE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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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 골목을 걷다

에든버러는 세계 최초의 유네스코 문학 도시다. 아서 코넌 도일, 월터 스콧, J. K. 롤링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와 작품이 에든버러에서 탄생했다. 인구 50만 명(2020년 기준)의 그리 크지 않은 이 도시가 어떻게 문학 도시가 됐는지는 에든버러에 도착하면 바로 알 수 있다. 눈앞에서 마차가 달려도 어색하지 않을, 타임 슬립 영화나 소설 속에 들어온 듯한 고풍스러운 풍경이 에든버러의 첫인상이다. 에든버러는 크게 올드타운과 뉴타운으로 나뉘는데, 두 곳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만큼 골목마다 유서 깊은 건물과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은 올드타운부터 시작된다. 중세시대에 지은 역사적 건물로 가득한데, 그중에서도 메인은 로열 마일(Royal Mile)이다.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중심에 자리한 에든버러 궁전부터 영국 왕실의 공식 주거지인 홀리루드 궁전까지 1.6km 정도 이어지는 로열 마일은 16세기 스코틀랜드 국왕이 걷던 길이다. 한때 왕족과 귀족만 지날 수 있었지만, 이젠 전 세계 여행자들이 바삐 오간다.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등 에든버러의 명소가 로열 마일에 모여 있는 덕분이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걷기만 해도 좋다. 다만 중세 시대에 만든 자갈길에 계단도 많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에든버러 궁전에서 여행을 시작해야 걷기 편하다.
1 건물부터 자갈길까지 중세 시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올드타운
2 스카치위스키의 나라에 왔으니 위스키 바 투어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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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부터 뉴타운까지

올드타운에서 프린스 스트리트를 건너면 뉴타운이 펼쳐진다. 뉴타운이라고 해서 번화가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에든버러의 뉴타운은 18세기 조지 왕조 시대에 올드타운 내 인구밀도가 높아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린스 스트리트 북쪽에 조성한 신시가지로, 이후 유럽의 도시계획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미학적으로 인정받았다. 덕분에 에든버러는 중세 시대와 18세기 분위기가 공존하게 됐고, 두 지역을 비교하는 색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뉴타운까지 걸었으니 이제 여행의 피로를 풀 차례. 이럴 땐 에든버러 시민의 쉼터인 프린스 스트리트 가든만 한 곳이 없다. 뉴타운 설계 당시 호수를 메워 만든 공원으로,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거나 스코틀랜드의 대문호 월터 스콧을 기리는 기념탑에 올라 도시 전경을 바라보며 쉬어 가면 좋다. 에든버러의 스카이라인을 내려다볼 또 다른 명소가 있다. 올드타운에 자리한 아서스 시트(Arthur’s Seat)는 해발 251m의 사화산으로, 정상에 오르면 멀리 바다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해 질 녘엔 뉴타운에 있는 칼턴 힐(Calton Hill)에 올라 일몰로 물드는 올드타운을 눈에 담아야 한다. 아테네 파르테논신전을 닮은 내셔널 모뉴먼트, 넬슨 기념탑, 옛 천문대 건물 등 에든버러의 역사가 깃든 볼거리도 많다. 스코틀랜드에 왔으니 스카치위스키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보유한 스카치위스키 익스피리언스(The Scotch Whisky Experience)와 최근 프린스 스트리트에 문을 연 조니 워커 체험관(Johnnie Walker Princes Street)에서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찾은 후 올드타운과 뉴타운의 위스키 바에서 런던보다 저렴한 가격에 현지의 맛을 즐겨보자. 스카치위스키 한 잔이면 에든버러의 겨울밤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3,4,5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백파이프 공연, 작가 박물관(The Writers Museum)처럼 에든버러의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박물관 투어 등 올드타운에선 도보 여행의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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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축제처럼 즐기다

겨울에 찾은 에든버러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건 8월의 페스티벌을 볼 수 없다는 것.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 예술 축제인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전후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로열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 등이 연달아 열린다. 이 무렵 에든버러에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평소 인구의 2배에 달하는 100만여 명이 북적인다. 물론 문학의 도시답게 예술에 열정적인 에든버러를 겨울에도 즐길 방법이 있다. 입장료마저 무료(일부 기획 전시는 유료)인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다.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전 세계의 역사와 유물을 전시하는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과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인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은 필수 코스다. 앨런 램지, 헨리 레이번 등 스코틀랜드 대표 화가의 미술품을 볼 수 있는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렘브란트, 모네, 고흐, 벨라스케스 등 거장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스코틀랜드 현대 미술관의 소장품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에든버러 중심지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딘 빌리지에 있는 스코틀랜드 현대 미술관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로이 릭턴스타인, 데이미언 허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세계적 건축가 찰스 젠크스가 설계한 호수와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아름다운 정원까지 둘러보자.
"에든버러는 눈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이 판타지에 가까운 아름다운 도시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열리면 현실감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1,2 12월 에든버러는 매일매일이 축제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마켓과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소품 가게 등 낭만 가득한 풍경이 펼쳐진다.
3 J. K. 롤링이 머문 552호를 ‘J. K. 롤링 스위트룸’으로 바꾼 밸모럴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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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가 열리다

J. K. 롤링이 에든버러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해리 포터>는 완성되기 전이었다. 그녀는 도시 곳곳에서 영감을 얻어 집 근처 카페에서 원고를 썼고, 마침내 어린 마법사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에든버러는 곧 위대한 판타지 소설의 탄생지이자 성지가 됐다. 그녀가 거쳐간 모든 곳은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몰리는 관광지가 됐다. 원고를 쓴 엘리펀트 하우스(The Elephant House) 카페, 등장인물의 이름을 딴 그레이프라이어스 커크야드(Greyfriars Kirkyard) 공동묘지, 해리 포터가 마법용품을 사던 쇼핑 거리 ‘다이애건 앨리’의 모델이 된 빅토리아 스트리트,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끝낸 밸모럴 호텔(The Balmoral Hotel) 등 <해리 포터>의 흔적을 따라다니는 투어 코스가 만들어지고, 코스마다 인증샷을 남기는 여행자들로 늘 붐빈다.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무료 투어는 매일 오후 2시(2022년 3월까지)에 시작하며, 유료로 진행하는 프라이빗 투어도 있다. 예약은 포터 트레일(The Potter Trail)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물론 <해리 포터>를 몰라도 괜찮다. 다시 말하지만 에든버러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만들어낸 문학의 도시이자 중세 시대부터 18세기 까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보이는 모든 풍경이 판타지에 가까운 아름다운 도시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열리면 현실감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여행을 마치고 에든버러를 나서는 길. 어느 마법의 도시에 잠시 머물다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런 기분을 안겨주는 도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4 가이드와 함께 <해리 포터> 시리즈와 관련된 명소를 둘러보는 투어가 매일 열린다.
5 J. K. 롤링이 <해리 포터>의 원고를 쓴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