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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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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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Quiet & Comfortable
유유자적, 한옥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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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불편하다는 생각, 여기선 잠시 접어도 좋다.
보기엔 전통 한옥이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현대식으로 단장한 공간들.
가을이라 더 좋은 한옥 스테이에 대하여.
EDITOR YOON SE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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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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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감성을 담은 스테이 '더채'

예로부터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고, 여전히 동시대의 감각적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서촌. 모퉁이만 돌면 과거와 현재가 뒤바뀌는 이 신비로운 동네에 한옥 스테이 더채가 있다. 서촌에서만 두 지점을 운영 중인데, 그중 ‘더채 : 갤러리’는 서촌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배치해 서촌 특유의 예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한옥의 골조와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 디테일도 섬세하다. 파우더 공간의 하부 장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로만 제작했고, 옷걸이는 가지치기한 나무를 다듬어 만들었다. 4개의 방과 현대식으로 수리한 3개의 화장실로 구성된 더채 : 갤러리는 빔 프로젝터가 있는 대청과 요리가 가능한 부엌을 갖췄다. 동시에 오감을 다독이는 힐링 공간으로, 라기환 작가의 달항아리에 담긴 디퓨저와 명상을 도와줄 싱잉볼,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족욕탕이 준비되어 있다. 또 다른 지점인 ‘더채 : 코트야드’는 마당에 놓인 물레방아가 한옥의 정취를 자아내는 공간이다. 대청에 앉아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감상하는 여유를 누려도 좋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느린 쉼을 즐기는 짧은 여행. 더채에서라면 어렵지 않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76-5 (더채 : 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라길 16 (더채 : 코트야드)
문의 0507-1429-0217, www.thech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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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쉬는 시간 '호안재'

‘나비가 편안히 쉬었다 가는 곳’이란 뜻의 호안재는 강릉 바다를 지척에 둔 한옥 호텔이다. 정확히는 경포해변에 자리한 씨마크 호텔의 한옥 스위트 객실로, 호텔 옆 소나무 숲에 숨어 있는 독립된 공간이다. 독특한 건축 스타일로 잘 알려진 도시 한옥 건축가 황두진이 설계하고, 국내 최고 한옥 명장들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호안재. 투숙객만 출입할 수 있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도시에서 벗어난 듯한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지고, 전통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덕분에 머무는 내내 편안한 쉼을 즐길 수 있다. 호안재는 안채, 별채, 사랑채 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한옥 스테이지만,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다는 점이 호안재의 매력이다. 가장 프라이빗한 객실로 꾸민 안채는 소규모 야외 파티를 열수 있는 작은 정원을 갖췄고, 안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누마루와 별채의 쪽마루는 소나무와 대나무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이다. 호젓한 한옥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작은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 여기에 수영장, VIP 라운지, 조식 뷔페 등 씨마크 호텔의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어 완벽한 쉼이 가능하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해안로406번길 2
문의 033-650-7000, www.seamarq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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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o Han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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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이 품은 한옥 '오소한옥'

경주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 있는 남산. 그 자락에 터를 잡은 오소한옥은 단정한 기와지붕과 서까래를 갖춘 전통 한옥에 현대적 인테리어를 더했다. 독채 4동과 원룸형 객실 6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계절의 한옥’, ‘해 질 녘 남산 자락’, ‘서까래 아래의 단잠’, ‘사색하기 좋은 날’ 등의 객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한옥과 자연 속에서 오롯이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공간을 완성했다. 서까래 아래서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사계절이 아름다운 남산 주변 마을길을 걷기도 하며, 자동차로 10분이면 닿는 경주의 명소를 둘러보는 등 오소한옥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법은 다양하다. 투숙객들이 쾌적하게 머물 수 있도록 시몬스 침대와 알레르망 침구를 선택했다는 오소한옥은 모든 객실을 천연 편백수로 꼼꼼하게 소독한다. 최근에는 샴푸, 린스, 비누 등 모든 어메니티를 동구밭의 고체 용품으로 교체하는 등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기도. 또한 맛있는 조식으로도 유명하다. 매일 아침, 황리단길 핫 플레이스인 고도커피바의 샌드위치와 과일,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니 든든한 아침 식사도 놓치지 말 것.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남산예길 99-4
문의 054-775-7171, www.osohanok.com
Gyeongwo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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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룸으로 즐기는 한옥 '경원재'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인 인천 송도에 언제든 걷기 좋은 공원 센트럴파크가 있다. 해수 공원답게 너른 물길을 따라 여유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데, 공원을 걷다 보면 도심에서 보기 힘든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주요 건축양식으로 지은 한옥들. 바로 국내 유일의 5성급 한옥 호텔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이다. 최기영 대목장, 김성호 칠장, 이근복 번와장 등 국내 대표 장인들이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재현했고, 객실 내부 역시 옛 한옥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동시에 호텔의 편리함을 접목해 한옥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그중에서도 좀 더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는다면 독채 형태인 딜럭스 스위트룸과 단 2개 동만 있는 로열 스위트룸을 추천한다. 바깥마당, 안마당, 대청,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전통 가옥 형태에서는 한옥만의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호텔 내 한식당 수라에서는 간단한 한정식부터 궁중 요리까지 다양한 한식을 맛볼 수 있고, 로비와 마당에서는 전통 놀이와 한복 체험도 가능하다. 경원재 담장을 따라 100여 년 된 팽나무와 매화나무 등이 있는 산책로도 쉬엄쉬엄 걸어보자.

주소 인천시 연수구 테크노파크로 200
문의 032-729-1101, www.gyeongwonj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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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alue of Old Things
단데농을 품다, 호주 멜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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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왠지 늦잠을 자야 할 것 같지만,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도록 해주는 동기가 내겐 있다.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대에 방영하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 덕분이다.
국내외 산 또는 숲을 조명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서 호주의 단데농산맥을 처음 접했다.
산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멜버른시가 한눈에 담길 만큼 지척인 거리지만,
다시 뒤돌아서면 엄청나게 큰 숲이 두 팔 벌려 인간을 받아내는 곳.
애버리지니의 노력이 호주 국민의 노력으로 이어지며 여전히 동식물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곳.
거대한 도시 옆 극명한 대비를 보이며 이곳만의 평온한 속도를 지켜내고 있는 단데농과 이곳을 품은 호주 멜버른시로 떠났다.


EDITOR JE MIN 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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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에서 마주한 또 다른 대륙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알려진 멜버른. 하지만 이 도시가 가진 위상이나 가치만큼은 첫 번째 도시 못지않게 강렬하다. 시간도, 기후도 많은 것이 정반대지만 유럽과 가장 닮은 모습으로 ‘남반구의 유럽’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멜버른만의 독자적인 개성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 중 길거리에서 흔하디흔하게 만날 수 있는 플리 마켓을 인상 깊게 본 여행자라면 멜버른이 특히 더 반가울 수 있다. 이곳에는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이라는 이름으로 전통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1859년부터 문을 연 이 마켓은 현재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형태다. 먹거리 외에 기념품 등 멜버른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다채로운 상품이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길 위를 점령한다. 매해 여름과 겨울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밤 10시까지 나이트 마켓이 이어지기도 한다. 퀸 빅토리아 마켓이 펼쳐지는 길은 빅토리아 스트리트와 엘리자베스 스트리트다. 이름에서부터 영국적 색채가 짙게 묻어난다.

1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을 한눈에 담기 좋은 세인트폴 대성당. 만약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면 페더레이션 광장으로 나가볼 것을 추천한다.
유럽 닮은꼴 찾기

멜버른에서는 사실 이러한 ‘영국 닮은꼴 찾기’가 쉬운 편이다. 오랜 시간 영국의 식민지로 지내온 역사 때문이다. 당시 지어진 건축물은 빅토리아 양식이 대부분인데, 멜버른은 이 건축물을 흘러간 역사의 일부로 잔존시켰다. 그래서 남반구의 유럽, 조금 더 상세히 표현하자면 ‘호주 속의 런던’이라는 정체성을 일궈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 만나는 유럽의 매력이 또 한 번 극대화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멜버른의 명물로 자리 잡은 트램 투어를 즐기는 시간이다. 정식 명칭은 멜버른 시티 서클 트램(City Circle Tram)으로, 30분가량 플린더스 스트리트(Flinders St.), 스프링 스트리트(Spring St.), 라트로브 스트리트(Latrobe St.) 등을 순회 운행한다. 이 트램 투어가 명물이 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멜버른다운 풍경을 간직한 길목마다 이 트램이 모두 정차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무료로 운행하기 때문이다. 총 190여 개의 트램 정류장 가운데 ‘프리 트램 존’이라고 명시된 곳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승차할 수 있다. 플린더스 스트리트를 지날 때는 특히 눈여겨볼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기차역이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기차역 플랫폼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는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Flinders st. Station)은 오래된 건축물의 위엄을 풍기면서도 멜버른의 역동성 또한 보여준다. 런던의 랜드마크로 빅벤(Big Ben)을 꼽는다면, 멜버른에서는 이 기차역 외벽 시계탑이 그 역할을 충족한다. 기차역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카메라에 오롯이 담고 싶은 여행자라면 역 맞은편에 자리한 세인트 폴 대성당(St. Paul’s Cathedral)을 찾아보길 권한다. 여기에 서면 역사 전체를 손쉽게 담아낼 수 있다.

2 남반구의 유럽’, ‘호주 속의 런던’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유럽과 유사한 풍경을 다양하게 간직하고 있는 멜버른시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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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멜버른의 명물 트램은 플린더스, 스프링, 라트로브 등 멜버른시의 주요 스트리트를 모두 순회 운행한다.
4 1859년부터 문을 연 퀸 빅토리아 마켓은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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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의 히든카드, 단데농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는 그 자체로 남다르다. 오죽하면 세계 최고 기록을 모아 해마다 발간하는 <기네스북>이 생겼을 정도일까.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 또는 각 국가들은 저마다 최고의 무언가를 만들어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가장 높은 곳, 가장 오래된 것 하는 식으로 이유를 붙여서 말이다. 멜버른을 여행 거점으로 삼았다면 약 4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단데농(Dandenong)을 찾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감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단데농이 바로 멜버른, 아니 호주가 간직한 최고의 히든카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데농의 정식 이름은 ‘단데농산맥국립공원(Dandenong Ranges National Park)’이다. 해발고 633m 이상 솟아오른 산맥 사이사이에는 400여 종의 토착 식물부터 130여 종의 토착 조류, 30종 이상의 토착 포유류, 20종 이상의 양서류와 파충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완전한 자연의 보고인 셈이다. 그래서 혹자는 단데농을 일컬어 “쥐라기 공원이 실존한다면 이곳과 흡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명의 그 어떤 것도 침범하지 않은 태곳적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1,2,3 원주민과 호주 국민의 노력으로 현재까지 태곳적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는 단데농산맥국립공원. 다양한 토착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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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핑 빌리 레일웨이, 동화와 실제 사이

멜버른 시내에서 차로 50분 남짓이면 단데농에 닿을 수 있는데, 이 짧은 시간 사이에 마법이 펼쳐진다. 도심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풍광이 완벽한 대비를 이루며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이 풍경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단데농 산맥국립공원 내에는 퍼핑 빌리 레일웨이(Puffing Billy Railway)를 운영하고 있다. 퍼핑 빌리 레일웨이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증기기관차로, 멜버른이 아닌 호주 다른지역을 찾은 여행자들 중에도 이 기관차를 타기 위해 단데농까지 방문하는 경우가 흔하다. 영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을 모티브로 한 증기기관차의 외관과 단데농산맥국립공원의 자연이 만들어낸 모습은 레일 투어 내내 동화 속을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퍼핑 빌리 레일웨이는 자연재해에 대한 우려와 여러 가지 이유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의미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호주 국민들의 힘으로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증기기관차의 기적 소리를 울릴 수 있게 되었다.
멜버른과 단데농산맥국립공원은 분명 상반된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두 곳 모두에 오래된 것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흘러간 시간이 만들어온 가치들을 가지런히 남겨놓고 그것들로부터 도심 또는 숲 사이사이를 채워가는 땅, 호주. 이 방대한 대륙 가운데에서 멜버른과 단데농만 둘러보았다고 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시간이었다. 이는 결국 진정한 여행이란 얼마나 많이 둘러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여운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돌아왔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4,5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증기기관차인 퍼핑 빌리 레일웨이. 처음에는 단데농 지역의 농산물을 멜버른시로 실어 나르는 화물열차였으나 현재는 관광 열차로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