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내밀한 나의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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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표현하는 세상은 그칠 줄 모르고 확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더 개성화되고 내밀해진다.
큐레이터가 엄선해 선정한 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영화관이 늘고 있는 요즘, 이곳의 철칙은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대세에 따르지 않는 것, 영화의 특징을 부각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 조건을 완벽히 갖춘 당신만의 시네마 천국으로.
EDITOR JE MIN JU
무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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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니아들의 디깅 아지트
무비랜드는 지난 2월 말 개관한 신생 극장이다. 디자이너 브랜드 모베러웍스가 기획과 운영을 맡은 이곳은 영화관에 국한하기보단 극장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영화뿐 아니라 향후 더 많은 가능성을 시도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무비랜드는 매월 큐레이터 추천작을 상영한다. 지난 4월에는 코미디언 문상훈이 큐레이터로 나서 ‘사람은 언제 웃는가’라는 주제를 탐구하게 만드는 영화들을 선보였다. 이달에는 영화 같은 광고를 제작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이 큐레이터로 활약한다. 이 외에도 왓챠와 함께 매월 1편의 영화를 소개하는 ‘왓챠 파티 앳 무비랜드’ 상영도 시도 중이다. 무비랜드는 일본 오키나와를 디자인의 모티프로 삼아 아메리칸 빈티지 콘셉트의 공간을 완성했는데, 여기에 국내 로컬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작품을 곁들여 한국만의 바이브를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신축 건물의 의미를 더할 건물 1층 바닥의 현판에는 ‘Dusty Gems’라는 문구을 새겼는데, 개봉한 지 오래된 먼지가 내려앉은 필름이지만 언제 봐도 진수처럼 여겨지는 보석 같은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라고.
30석의 상영관은 매주 목~일요일, 나흘간 하루 3회 상영 시에만 문을 연다.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5-5
운영 시간 : 목~일요일 14:00~22:00(매주 월~수요일 정기휴무)
문의 : 070-8844-0204
홈페이지 : movieland.co
명필름아트센터 MFAC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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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급 영화관의 위상
1995년 설립한 명필름은 설립 20주년을 맞아 파주로 터를 옮겨 사옥과 명필름랩, 그리고 복합 문화 공간의 성격을 갖춘 명필름아트센터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곳은 지난해 12월 리뉴얼을 거쳐 MFAC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 공간으로 탄생했다. 그간 명필름이 제작한 영화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는 아카이브 룸을 비롯해 소규모 영화 관람객을 위한 스크리닝 룸, 문화 행사 공간으로 꾸린 공연장 등을 마련했지만 MFAC의 진가는 지하 1층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곳답게 영화를 상영하고 관람하기에 이상적인 공간을 이곳에 구현했기 때문이다. 좌석 간 여유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한 186석 규모의 상영관은 4K 영사 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장착했는데, 46개 스피커가 들려주는 3D 사운드는 영상의 입체감을 한층 더 생생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MFAC 영화관은 명필름과 오랜 시간 영화 작업을 함께 해온 사운드 프로덕션 블루캡이 자문을 맡아 사운드의 질을 보장한다고. 이 덕분에 기술 시사회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5월에는 <챌린저스>, <스턴트맨>,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같은 작품의 상영이 예정돼 있다.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530-20
운영 시간 : 주말 및 공휴일 10:00~마지막 회차 상영 시작 시간 전까지
문의 : 031-930-6600
홈페이지 : mf-art.kr
에무시네마
예술 영화 전용 상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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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무시네마는 복합문화공간에무로부터 출발한다. 15세기 네덜란드 인문학자 에라스뮈스의 이름을 따 ‘에무’라 명명한 이곳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등장했다. 예술은 누릴 수 있는 존재가 제한되지 않고 만인에게 열려 있음을 이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2010년 개관 이후 독립·예술영화 상영, 공연, 북 카페 등 다양한 영역을 큐레이션하고 있으며, 2015년 51석의 에무시네마 1관을, 3년 후인 2018년에 52석의 에무시네마 2관을 개관했다. 이 외에도 심야 시간을 이용해 야외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루프톱 별빛영화제를 운영 중이다. 쏟아지는 상업영화를 뒤로하고 시대의 울림을 간직한 남다른 깊이의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 에무시네마는 예술영화에 갈증을 느끼는 시네필에게 단비 같은 존재로 다가서고 있는데, 주요 관객 중에는 MZ세대인 20대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감독, 배우, 주제 의식별로 엮어 매월 기획전을 선보이는 에무시네마는 올해부터 ‘에무필름즈’라는 이름으로 수입·배급을 시작해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소개할 예정. 첫 수입작으로 이탈리아의 거장 난니 모레티의 신작 <찬란한 내일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운영 시간 : 10:00~22:00(상영 시간표에 따라 유동적)
문의 : 02-730-5604
홈페이지 : www.emuartspace.com
오르페오
음악을 보다, 영화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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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오(오르페우스)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음악가이자 시인, 연주자로, 감미로운 목소리로 세상을 감동시킨 매력적인 인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앞세워 지향점을 분명히 하는 오르페오는 뮤직 콘텐츠 멤버십 라운지로 개관했다. 이곳은 하이엔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프라이빗 시네마로, 영화 관람 그 이상의 경험을 제안한다. 피아노 소리를 완벽히 재현한다고 알려진 스타인웨이 링도르프 오디오 시스템이 오르페오의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는데, 이는 덴마크 오디오 장인 페테르 링도르프와 165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그랜드피아노 제조사 스타인웨이 앤 선즈가 함께 만든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이 최상급 사운드는 34개 스피커를 통해 송출되며 시청각의 서라운드 경험을 증폭시킨다. 음악영화와 클래식, 오페라 공연 실황 등이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콘텐츠로, 각 콘텐츠는 가장 실제에 가까운 소리로 재현되어 관객의 귀를 자극한다. 특히 1500개 이상의 콘서트와 오페라, 발레 공연 실황을 제작해온 클래식 콘텐츠 제작사 ‘유니텔’에서 콘텐츠를 수급해 음악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세계적인 무대를 큐레이션하고 있다. 상영관은 30석 규모로 운영 중이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35 사운즈한남 5층
운영 시간 : 수~일요일 12:00~21:00(매주 월~화요일 휴관)
문의 : 02-512-4093
인스타그램 : @ode.orfeo
십자군 기사단의 섬, 몰타 ――――――――――――――――――――――――――――――――――――――――――――――――――――――――――
Malta of the Knights Templar
이탈리아 남단 시실리에서 약 80km, 북아프리카 북단 튀니지에서는 280km 남짓 떨어져 있는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는 우리나라 강화도만 한 크기지만, 엄연한 하나의 국가다. 중세 시대에는 십자군 기사단이 머물던 요새였고, 근대 이후에는 유럽 왕실 자제들의 영어 어학연수 코스였으며,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진 여행 스폿이 된 몰타 이야기.
EDITORKim Kai
1. 성 요한 기사단의 섬
예루살렘이 이슬람의 권역에 있던 9세기 중반, 성지를 지키려는 이슬람 군대와 성지를 되찾으려는 십자군 기사단의 공방전으로 지중해 일대는 온통 전쟁터였다. 이때 이슬람 군대의 눈을 피해 육로로, 해로로 예루살렘의 성지를 순례하던 가톨릭 신자들을 보호하는 일 역시 십자군 기사단의 몫이었다. 특히 병원을 지어 순례자들을 치료하고 잠잘 곳을 내어주던 성 요한 기사단은 큰 인기를 얻었는데, 중세로 접어들며 기사단이 역사에서 소멸되어가던 무렵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 몰타섬이다. 해안선을 따라 성을 쌓고, 포구를 만들며 이슬람 군대의 침입에 대비하는 동안 ‘몰타 기사단’으로 이름도 바뀌었다. 마침내 투르크군이 쳐들어왔을 때, 만반의 준비를 마친 기사단은 섬을 에워싸고 공격하던 투르크군을 보기 좋게 무찔렀다. 이때 싸움의 중심지이던 바닷가 인근 언덕은 당시 기사단장의 이름을 따 발레타(Valletta)로 불리게 되는데, 이곳이 지금 몰타의 수도다.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마치 바둑판처럼 일목요연하게 구획된 발레타의 어느 언덕에서도 반듯하게 놓인 골목길 끝에는 지중해가 펼쳐진다. 지금은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힙스터들의 장소가 되었지만, 중세 시대에 이곳에 머물던 기사단은 늘 바다를 지켜보며 적의 침입을 감시했을 것이다. 발레타 중심가에는 기사단의 성당(St. John’s Co-Cathedral)과 기사단장이 거주하던 공관(Grand Master’s Palace)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당시 역사를 증명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성당의 외관은 고풍스럽고 빛이 바래 보이지만, 기둥이나 바닥, 천장의 세밀한 조각과 화려한 마블 문양의 그림 등 내부는 여전히 화려하고 웅장하다. 성당 양옆으로는 아라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나라별로 들어선 기사들의 예배실(Chapel)이 자리하고, 몇몇 역대 기사단장의 묘도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현재 몰타 대통령의 집무실과 리셉션 룸으로 쓰이는 기사단장의 공관(Grand Master’s Palace)은 더 흥미진진하다. 바닥과 벽, 천장에까지 온통 당시 기사단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가득하고, 복도 곳곳에는 기사들의 갑옷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걸어둔 방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까지 함께 걸려 있다. 영국이 몰타를 침략해 지배하던 시기, 엘리자베스 여왕과 남편 필립공이 몰타에서 허니문을 보냈다고.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치욕의 역사이겠으나, 영국 침략 시기를 지나는 동안 섬 주민들은 당시 가장 권위 있던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게 되면서 몰타는 20세기에 유럽 왕실 자녀들의 영어 어학연수지로 사랑받는 아이러니한 시기를 지나왔다.
2. 귀족의 도시
중심부로 갈수록 지대가 높아지는 몰타섬 중앙에 우뚝 솟은 낡은 성이 있다. 발레타 이전의 수도인 임디나(Mdina)다. 외부를 에워싸듯 해자를 깊게 파 성을 보호하던 임디나는 성곽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연노란 석회암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건물에서 세월의 공고함이 엿보이는 임디나의 역사는 기원전 1000년경까지 거슬러 오른다. 페니키아인이 몰타를 침범했을 때, 원주민들은 이곳에 은신처를 지었고, 나중에는 로마인도 이곳에 터를 잡았다. 중세에 기사단이 발레타에 요새를 쌓고 적들과 싸우는 동안 몰타의 귀족들은 임디나를 재정비해 사용했다. 좁고 긴 골목이 연결되는 것은 발레타와 동일한 반면, 임디나의 골목길은 유연하게 구부러져 있다. 발레타에는 군사들의 시야 확보 차원에서 어느 곳에서도 바다가 보이도록 막힘없는 1자 도로를 만들었지만, 임디나에는 발레타에서 방위가 무너졌을 때를 대비해 총탄을 피하기 쉽고 적에게 쫓기더라도 숨기 편하도록 설계했다고.
실제로 임디나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발레타와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임디나에서 유일하게 관광객 입장이 허용된 팔라초 팔손(Palazzo Falson)의 저택에서는 유럽과 이슬람 문화가 혼재된 당시 몰타 귀족의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톺아볼 수 있다. 작은 분수대가 있는 중정을 중심으로 ‘ㅁ’자로 들어선 3층 건물에는 호화로운 응접실과 침실, 작은 도서관과 예배실, 터키풍 타일로 장식한 오븐과 화덕을 설치한 주방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특히 기사들의 갑주와 투구를 전시해놓은 방에선 활과 창, 방패, 녹슨 검을 비롯해 고문 기구까지 볼 수 있다.
3. 몰타 해안 한 바퀴
기사들이 몰타에 정착했을 때, 군사들의 주거지이던 비르구(Birgu)·비토리오사(Vittoriosa) 등 해안 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80% 이상 붕괴된 이후 재건축하며 모양새가 달라졌다. 골목 곳곳에는 펍과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카지노 불빛이 반짝인다. 유러피언들이 요트를 정박한 앞바다는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장관을 연출한다. 5성급 호텔과 미쉐린 레스토랑이 들어선 세인트 줄리앙스(St. Julian’s)에서는 밤마다 젊은이들과 여행자로 북새통을 이룬다.
알록달록한 고깃배들이 떠 있는 모습이 상징적인 마샤슬록(Marsaxlokk)은 몰타 제일의 수산시장이다. 어부들이 주중에는 발레타의 시장에 생선을 팔고, 주말에는 마샤슬록에 장을 연다. 지중해 근교에서 잡히는 생선을 사고파는지라 어른 손보다 큰 왕새우, 부리가 뾰족한 참치류를 비롯해 이름조차 짐작되지 않는 생선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외에도 지중해산 싱싱한 채소와 과일, 다양한 시즈닝 등이 가득한 마샤슬록은 몰타에서 꼭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4. 임디나
외부를 에워싸듯 해자를 깊게 파 성을 보호하던 임디나는 성곽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연노란 석회암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건물에서 세월의 공고함이 엿보이는 임디나의 역사는 기원전 1000년경까지 거슬러 오른다.
1. 세월의 공고함이 엿보이는 임디나
2. 기사단의 성당
3. 지중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