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호

여행/리조트

  • 여행/리조트
  • 골프/레저
  • 라이프
  • 다이닝

2025년 10월호

취향이 머무는 4개의 주소 서울의 공예 편집숍 네 곳
――――――――――――――――――――――――――――――――――――――――――――――――――――――――――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에는 본능처럼 더 따뜻하고 더 진솔한 것들을 찾게 된다. 대량생산품 대신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그릇이, 차가운 플라스틱 대신 나무의 결이 살아 있는 오브제가 그리워지는 시즌.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새롭게 제안하는 감각적 공간 네 곳을 소개한다.

EDITOR IENA
솔루나리빙
――――――――――――――――――――――――――――――――――――――――――――――――――――――――――
매번 새로운 발견이 기대되는 아시아 아트 컬렉션

경복궁 담장을 끼고 있는 효자동 골목은 언제 찾아가도 고요하고 한적하다. 청와대가 가까이 보이는 이 조용한 거리에 바로 솔루나리빙이 자리한다.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아시아 전역의 컨템퍼러리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갤러리이자 편집숍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의 진짜 매력은 B1층 갤러리 공간에서 빛을 발한다. Solar + Luna, 해와 달의 순환이라는 이름처럼 주기적으로 테마를 바꿔가며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는 중. 어떤 달에는 한국 전통 도자의 현대적 해석을, 또 다른 달에는 아시아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유리 조형 작품을 만나는 식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어 살 수 있는 갤러리 역할까지 제대로 한다. 신진 작가의 도전적 시도부터 거장의 완숙미까지 유리, 도자, 목재, 옻칠 등 다양한 재료로 빚은 작품들이 새로운 내러티브로 배치돼 방문할 때마다 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는 가치를 추구하는 솔루나리빙의 철학을 담은 오브제들. 집 안에 놓기만 해도 공간 전체의 기운이 달라지는 딱 한 점을 원한다면 방문해보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13길 46
문의 : 02-736-3618
웹사이트 : solunaliving.co.kr
내러티브오브젝트
――――――――――――――――――――――――――――――――――――――――――――――――――――――――――
전국을 누빈 부부의 진심 어린 민예 탐험기

성수동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자연광이 유독 아름다운 공간이 있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빛 아래 전국 각지의 수공예품이 갤러리처럼 진열되어 있다. 김재윤, 김예원 부부가 10년간 전국을 돌며 수집한 이야기 있는 물건들이다. 이들이 정의하는 민예는 특별하다. 원래 뜻인 민중 공예를 넘어 자연스럽고 소박하면서도 서사가 깃든 수공예품을 아우른다. 폐교의 마룻바닥이 액자로 재탄생했고, 자급자족을 꿈꾼 작가가 직접 만든 커피 그라인더가 있고, 전통 태움질 기법으로 완성한 차반도 있다. 큐레이션 기준은 까다롭다. 자연 소재의 편안함, 지역 특색의 고유함, 그리고 작가 정신의 아름다움.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이곳에 입성할 수 있다고. 진열 방식 자체도 하나의 인테리어 가이드다. 각 작품이 놓인 자리, 함께 배치된 소품, 떨어지는 빛의 각도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우리 집이라면 어떨까? 상상하게 된다. 자연광 아래 놓인 사스레피나무 장식 스툴은 섬세한 나뭇결을 드러내고, 작가가 손수 빚어낸 생활 식기를 직접 만져보면 놀랍도록 부드럽다. 온라인 쇼핑몰의 작은 상품 이미지로는 절대 알 수 없는 매력을 느껴볼 것. 그릇 수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세심함이 이 공간의 진심을 보여준다.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24-7
문의 : 0507-1387-5745
웹사이트 : narrativeobject.co.kr
꽁뜨와 드 미라벨
――――――――――――――――――――――――――――――――――――――――――――――――――――――――――
파리지앵의 취향을 훔쳐온 테이블 오브제 성지

서촌 골목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공간. 층별 안내도부터 유럽 빈티지 호텔의 로비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이미 마음을 빼앗긴다. 프랑스 예술 서적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편집숍 OFR에서 확장한 공간으로, 감각적인 홈 오브제에 특화되어 있다. 꽁뜨와(comptoir), 프랑스어로 카운터를 뜻하는 이름처럼 공간 곳곳에 카운터와 테이블들이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다. 파스타 모양의 문고리를 발견하는 순간 절로 미소가 번지고, 정면의 거대한 우드 테이블은 근사한 포토 스폿이 된다. 마치 오랜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아늑함이 이 공간의 특별한 매력이다. 브랜드 라인업을 살펴보는 재미 또한 각별하다. 스웨덴의 숨겨진 도자 브랜드, 네덜란드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커틀러리, 포르투갈의 전통 기법으로 완성한 패브릭까지, 아직 한국에정식 론칭하지 않은 다양한 유럽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물론 헤이, 알레시, 세락스처럼 이미 사랑받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도 함께 자리해 선택의 폭이 넓다. 주방용품과 패브릭 상품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집들이 선물로 센스 있는 아이템을 준비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답을 찾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1
인스타그램 : @comptoirdemirabelle

TWL 핸들위드케어
――――――――――――――――――――――――――――――――――――――――――――――――――――――――――
라이프스타일 업그레이드의 모든 것이 담긴 4층짜리 여행

이태원 언덕에 자리한 4층 건물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TWL의 12년 여정이 담긴 공간이다.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디자인 오브제와 공예품을 엄선해 소개해온 TWL이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시작해 종로구 연건동과 한남동에 나뉘어 있던 공간을 마침내 한곳에 모았다. Things We Love라는 이름답게 정말 사랑스러운 물건이 가득하다.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가 설계한 층별 구성이 흥미롭다. 1층은 시즌 아이템, 2층은 오래 쓸 수 있는 고품질 공예품, 3층은 매일 사용하는 주방용품과 식기, 4층은 요즘 주목받는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한 층 오를 때마다 다른 콘셉트의 공간을 만나는 재미가 있는 이유다. 12년간 쌓아온 브랜드 컬렉션이 이곳의 진짜 자랑거리. 일본 야마다마츠 향목점의 소품은 은은한 나무 향이 좋고, 기무라 글라스 제품은 투명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핀티녹스, 라퓨안칸쿠리트 같은 해외 브랜드와 박혜성, 이태훈, 박소희, 김규태 등 한국 공예 작가들의 작품까지, 약 200개 브랜드 제품이 어우러져 있다. 특히 일본 타임앤스타일이 이 쇼룸만을 위해 디자인한 캐비닛은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든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 이상의 전시, 브랜드 쇼케이스,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니 일상 속 작은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방문해보자.

주소 :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34
문의 : 070-4900-0104
웹사이트 : www.handlewithcare.kr
Cape Town, The Edge of Time
케이프타운, 시간의 끝에서
――――――――――――――――――――――――――――――――――――――――――――――――――――――――――

수백만 년의 지질 역사를 품은 테이블 마운틴이 도시를 굽어보고, 희망봉의 절벽 끝에 서면 16세기 탐험가들의 비범한 희열도 전해진다.
레몬 옐로와 코발트블루를 입은 보캅의 집들,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즐비한 워터프런트를 만나게 되는 케이프타운은 생각보다 더 매혹적인 아프리카를 담고 있다.
EDITOR KIM KAI
바다와 대륙이 만나는 곳
――――――――――――――――――――――――――――――――――――――――――――――――――――――――――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자리한 케이프타운은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항구도시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다. 남반구의 봄이 시작되는 10월, 아프리카 벚꽃 자카란다가 거리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케이프타운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던 아프리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일찌감치 유럽의 탐험가들이 희망봉을 발견한 이후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의 문화가 교차하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이 도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럽풍으로 발전했다. 케이프타운의 상징은 테이블 마운틴이다. 높이 1800m가 넘는 산은 도심 어디서든 고개만 들어도 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거대한 식탁을 하늘에 올려놓은 듯하다. 수억 년 전 바다 밑에서 불쑥 솟아오른 평평한 산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지구 역사의 증거로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이자 브라질의 아마존에 버금갈만큼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도시를 찾는 여행자에게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머스트 비짓 플레이스다. 이미 100여년 전부터 도심과 산 정상을 잇던 케이블카에 앉으면 채 10분이 되지 않아 산 정상에 닿는다. 360도 전방위로 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유리 캐빈에 앉으면, 케이블카가 상승할수록 점점 더 먼 도시의 풍경이 눈에 담긴다. 항구를 리노베이션한 대형쇼핑몰, 빅토리아 앤 알프레드 워터프런트의 붉은 지붕, 남아프리카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무려 30년 가까이 수감되었던 로벤 아일랜드, 사자의 머리 모양처럼 케이프타운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는 라이언스 헤드, 그 너머로 십이사도 산맥이 대서양 해안선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진다. 정상에 올라 산책로를 걸으면 더 많은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다시(Dassie) 워크웨이에서는 케이프타운 시내와 테이블 베이가, 아가마(Agama) 워크웨이에서는 캠프스 베이의 하얀 모래사장과 클리프턴의 고급 주택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화려한 색채의 보캅 지역이, 남쪽으로는 희망봉이 있는 케이프반도가 가늘게 뻗어 나간다. 저물 무렵 산 정상의 테이블 마운틴 카페로 가자. 남아프리카 와인을 홀짝이면서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대서양으로 해가 지는 황홀한 일몰을 보는건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오늘의 아프리카
――――――――――――――――――――――――――――――――――――――――――――――――――――――――――

아마도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화려한 지역인 보캅(Bo-Kaap)에 발을 들이면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레몬 옐로, 코발트블루, 비비드 핑크, 터키 블루, 라벤더 퍼플까지. 상상하는 모든 강렬한 원색으로 벽을 칠한 단정한 집들이 가파른 자갈길을 따라 빼곡히 늘어선 모습은 이곳이 아프리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한다. 화려한 보캅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18세기 중반, 남아공을 지배한 네덜란드 관리인들이 케이프타운 건설을 위해 강제 이주시킨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 노예들이 머물 임대주택을 지었고, 19세기 초에 노예제가 폐지되자 자유를 얻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을 밝게 채색하기 시작한 것이 이어져 지금은 케이프타운을 찾는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다. 주위를 산책하면 온갖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몰, 빅토리아앤 알프레드의 워터프런트로 연결된다. 200여 개의 브랜드 매장과 함께 남아프리카 와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라 콜롬브(La Colombe), 세계 50대 레스토랑에 선정된 제프 바랜시(Jeff Baranci)의 테스트 키친(Test Kitchen)등 세상 팬시한 풍경을 보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케이프타운은 그저 아프리카가 아닌, 세계 여느 도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월드 클래스 부호들의 휴양도시이자 아프리카 최대 규모 아트 페어를 찾아 세계 아트 컬렉터들이 몰려드는 국제도시다.
희망봉에서 만나는 탐험의 흔적
――――――――――――――――――――――――――――――――――――――――――――――――――――――――――

케이프타운에서 남쪽으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중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한번쯤 들어봤을 장소, 희망봉에 닿는다. 1488년 포르투갈 탐험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발견한 아프리카 대륙의 끝이자 시작인 희망봉이라는 이름에는 인도와 동방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렸다는 15세기 유럽인의 희망이 담겼다. 케이프 포인트 주차장에서 내려 절벽 쪽으로 걸어가면, 발밑 200m 아래로 인도양의 따뜻한 아굴라스 해류와 대서양의 차가운 벵겔라 해류가 만나며 거센 파도가 철썩인다. 가파른 언덕길을 20분 정도 오르거나 푸니쿨라를 타면 1859년 세워진 등대에 도착할 수 있는데, 이 길에서는 바분 무리가 관광객의 가방을 뒤지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얼룩말과 타조, 다양한 영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풍경도 만날 수 있어 마치 자연 사파리를 경험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희망봉에서 동쪽으로 20분 거리에는 아프리카 펭귄 2000여 마리가 서식하는 보더스 비치가 있다. 하얀 모래사장에서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펭귄들의 모습을 남극이 아닌 아프리카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다. 희망봉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 중 하나인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가 기다린다. 무려 114개의 커브가 이어지는 이 9km 구간에서는 대서양의 푸른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이 만들어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옛 포르투갈 탐험가들을 기념하는 석조 십자가가 여전히 해안가에 서 있고, 거센 바다에 난파된 배 수백 척이 수중 고고학 유적이 되어 잠들어 있는 아프리카의 끝. 케이프타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