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 Dive in Cheongju
가을, 청주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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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청주에 다녀왔다. 미술관 방문이 목적이었지만,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걸려 훌쩍 다녀오기 좋은 청주는 특별한 수식 없이도 가을과 어울리는 도시다. 올가을 다시 찾은 청주는 또 다른 이슈로 가득했다. 고고하고 꼿꼿한 이미지의 도시에서 오감으로 맞이한 청주의 가을.
EDITOR KIM KAI
Hotel Musé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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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첫 부티크 호텔 뮤제오
부티크 호텔의 매력을 ‘작은 공간에서 즐기는 개성 있는 숙소’ 정도로 정의한다면 청주에 처음 문을 연 부티크 호텔 뮤제오는 그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1960년대 청도에서 제작한 40만 장의 고벽돌을 수입·시공한 빈티지한 건물 외관이 클래식하면서 모던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국내외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협업해 완성한 객실은 뮤제오의 정체성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예술가의 방’을 콘셉트로 한 프리미엄B 객실의 경우 예술가가 영감을 얻고 휴식하는 살롱을 지향하며, 패션 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벽지를 시공했다. 데커레이션을 최소화한 대신 타일과 조명, 쿠션 등 오브제로 포인트를 주었다. ‘숲속 오두막’ 콘셉트의 스위트D 객실에는 침실과 욕실이 나뉘는 경계에 히노키 패널을 설치해 실내에 은은한 나무 향이 퍼지도록 하고, 차분한 그린 톤 벽지를 배경으로 자수를 놓은 화이트 침구를 들여 자연 속에서 하룻밤 보내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외에도 60여 개 객실을 모두 다르게 디자인하고, 보테가 레스토랑과 루프톱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갖춘 호텔 뮤제오. 고고한 청주의 정취를 즐기며 부러 묵어가기 좋은 곳이다.
주소 :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로수로1164번길 41-20
문의 : 043-267-3200, hotelmuseo.co.kr, 인스타그램 @hotelmuseo
Treeb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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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 카페 인 포레스트 트리브링
현대건축의 미래는 결국 자연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걸까. 그래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역시 보다 에코프렌들리해질까. 공간에 식물을 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식물원을 방불케 할 만큼 식물 밀집도를 높인 공간이 많아진 요즘. 대표적 공간은 카페다. 청주 외곽에 자리해 청주는 물론 충북, 대전 일대의 핫 플레이스로 등극한 트리브링 역시 그런 곳이다. 건물 외관과 내부를 파벽돌로 통일감 있게 구성한 트리브링은 매일 매장에서 직접 베이킹하는 크로플을 비롯해 40여 종의 베이커리류와 커피, 티, 에이드 등 음료 리스트를 갖춘 베이커리 카페지만 ‘식물원 카페’로 통용된다. 넓은 공간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물길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물을 들여 초록이 공간 전체를 압도하는 것.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 있는 곳이지만, 계단으로 연결되는 카페 2층 그리고 2층에서 연결되는 외부 테라스 영역은 노키즈 존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사람이 가꾼 식물로 푸른 공간감을 유지하되 자연의 시간이 흐르는 건물 외부를 함께 조망하도록 인테리어한 트리브링에는 두 계절이 공존한다.
주소 :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청남로 1388-36
영업시간 : 일~금요일 10:00~22:00(토요일 12:00 오픈)
문의 : 0507-1444-7566, 인스타그램 @cafe_treebring
Cisne Tea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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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첫 홍차 티룸 씨스네티룸
청주의 핫 스폿으로 알려진 운리단길.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자리한 운천동 일대에 예쁘고 이색적인 카페와 청년들이 운영하는 공방 등이 들어서며 고즈넉한 청주의 낭만과 모던한 감성이 공존하는 이곳에 씨스네티룸이 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차를 마시며 자란 오너가 전국 홍차 티룸을 돌아보며 맛보고 공부해 오픈한 청주 1호 홍차 전문점이다. 흰 벽돌 건물이 늘어선 거리 한쪽에 톤 다운된 네이비와 우드 외벽의 차분한 컬러로 연출한 공간은 티룸을 방문한 사람들이 여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테이블 간격이 널찍하고, 다양한 홍차 브랜드와 차종, 패키지에서 단일 품목까지 풍성한 홍차 셀렉션이 마련되어 있다. 매장에서 홍차를 주문하면 손님이 직접 바에 진열된 티포트 중 원하는 디자인을 고를 수 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차향과 색감, 풍미와 함께 예쁜 차구까지 즐길 수 있도록 고객의 취향을 배려한 것이다. 다양한 홍차 리스트와 구움 과자류 모두 주문을 받은 뒤 찻잎을 우리고, 오븐에 굽는다. 쌉싸래한 홍차의 풍미를 배가하고 싶다면 애프터눈 티 세트와 달콤한 클로티드 크림을 곁들여도 좋다.
주소 : 충북 청주시 흥덕구 흥덕로137번길 4
영업시간 : 수~토요일 13:00~19:00(매주 일~화요일 정기 휴무)
문의 : 043-294-8774, 인스타그램 @cisnetearoom
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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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수장고형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품수장센터.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에 들어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공식 명칭이다. 개관 당시 ‘보통 전시장이 백화점이라면, 이곳은 코스트코’라는 표현 그대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미술 은행 소장품 절반가량을 보관하는 창고형 미술관이다. 개관 4년 만에 청주 아트 신의 구심으로 자리 잡은 청주관에서는 옛 청주의 모습을 소환하는 전시가 한창이다. ‘MMCA×ARound’ 앱을 다운받아 미술관 건물을 비추면 거대한 공장 단면이 화면에 가득 찬다. 옛 연초제조창을 활용한 미술관의 옛 모습을 증강 현실로 구현한 것. 해방 직후 문을 열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던 담배 공장은 2003년 가동을 중단할 때까지 치열했던 청주 근현대사의 한 장면을 담당했다. 버려졌던 공간의 벽과 기둥, 굴뚝 등 특징적 외관만 추려 미술관으로 되살렸는데, 그 공간 자체로 현대미술과 지역사의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됐다. ‘도시’와 ‘일상’ 을 주제로 선보인 ‘MMCA 청주 프로젝트’에 올해는 특별히 소리를 기반한 <도시 공명>전이 진행 중이다. 구시대 유물과 가장 모던한 테크 그리고 아트 신이 조우하는 장면을 놓치지 말자.
주소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내덕2동 201-1)
영업시간 : 화~일요일 10: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 043-261-1400, mmca.go.kr/visitingInfo/cheongjuInfo.do, 인스타그램 @mmcakorea
On the Healing Road, Croa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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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자연이 빚어낸 길, 크로아티아
지난 7월, 크로아티아 본토와 남부 펠레샤츠(Peljeˇsac)반도를 잇는 대교가
개통하면서 달마티아(Dalmatia) 지역 최남단 도시 두브로브니크(Dubrovnik)로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졌다. 웅장한 고대 로마 유적지부터 아드리아해의 맑은
물빛까지,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해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달마티아 해안가 도시들.
가는 길이 가벼워졌으니,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DITOR YOON SE EUN
자연 속 느긋한 쉼, 시베니크
크로아티아는 침략으로 인한 부침이 심했던 나라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문화가 뒤섞였고, 특히 자다르(Zadar)부터 두브로브니크까지 남쪽 달마티아 해안 지역에는 로마제국이나 베네치아공화국 등 한때 이곳을 지배하던 나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심지어 로마인 등 다른 민족이 세운 도시가 대부분인데, 자다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해안가 소도시 시베니크(Sibenik)는 크로아티아인이 건설한 유일한 곳이자 1066년 이후 오랜 시간 수도 역할을 해온 역사적 도시다.
시베니크에 들어서면 크로아티아 특유의 붉은 지붕이 여행자를 반기고, 다른 도시에 비해 한적한 편이라 올드 타운이나 해안가도 유유자적 산책하기 좋다. 올드 타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성당이 있다. 건축가 3명이 무려 100년에 걸쳐 완공한 성 야코바 대성당(Katedrala Sv. Jakova)은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을 혼합한 건축물로, 당시 시베니크 사람들의 얼굴을 담은 74개의 세밀한 조각상이 인상적이다. 성당을 빠져나오면 올드 타운의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펼쳐지는데, 성 미호빌라 요새(Tvrotava Sv. Mihovila)에 오르면 이 그림 같은 도심 풍경과 멀리 아드리아해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작은 섬처럼 떠 있는 성 니콜레 요새(Tvrotava Sv. Nikole) 역시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내부는 볼 수 없지만 한산한 해변과 숲길, 바다 위 덱까지 다채로운 길이 요새까지 이어져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숨은 명소다. 시베니크를 떠나기 전, 인근에 자리한 크르카 국립공원(Krka National Park)도 들러볼 것. 석회암 지대로 짙은 에메랄드빛 물길이 흐르는 이곳은 강물이 17개 계단을 거치며 수직으로 떨어지는 스크라딘스키 부크 폭포(Skradinski Buk Waterfalls) 등 거대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맑은 계곡물과 폭포를 바라보는 ‘물멍’부터 가벼운 트레킹, 호숫가 수영 등 자연이 선사하는 선물 같은 시간을 즐겨보자.
1. 시베니크 올드 타운 전경을 볼 수 있는 성 미호빌라 요새.
2. 거대한 폭포로 유명한 크르카 국립공원.
3.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시베니크 올드 타운.
로마 황제의 휴양지, 스플리트
막강한 권력을 누리던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가 305년 항구도시 스플리트(Split)에 별궁을 지었고, 황제 자리에서 물러난 후 여생을 이곳에서 보냈다. 로마 황제도 인정한 휴양지 스플리트는 지금도 여유롭고 아름답다. 특히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Dioklecijanova Palacˇa)과 항구 사이에 조성된 리바(Riva) 거리에는 긴 대로를 따라 야자수와 노천카페, 레스토랑이 늘어서 유럽의 어느 한가로운 해변을 연상시킨다. 노천카페나 벤치에 별일 없이 앉아 시간만 보내도 좋은 완벽한 휴양도시의 바이브는 리바 거리 끝자락,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지하로 들어서는 순간 사라진다. 로마 시대에 창고로 활용하던 지하 궁전은 미로처럼 작은 방이 얽혀 있고,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마치 거대한 박물관에 들어선 듯하다. 아치형 기둥 사이로 기념품을 파는 노점이 있어 쇼핑하는 재미도 있다. 지하 궁전을 빠져나오면 스플리트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보이는 열주 광장(Peristil)은 생각보다 규모는 작지만,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이집트에서 공수한 스핑크스와 화강암 계단 등 화려하던 로마 시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달라진 점은 한때 황제가 앉던 계단에 방석이 놓여 있다는 것. 사람들은 이곳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마시고, 종종 열리는 버스킹 공연도 즐기며, 황제가 그러했듯 여유로운 한때를 보낸다. 수 세기가 지났지만 변함이 없는 풍경은 궁 안으로 이어진다. 황제가 머물던 공간과 알현실,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Katedrala Sv. Duje)까지 둘러보면 스플리트 역사 투어가 마무리된다.
1. 화려하던 로마 시대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열주 광장과 여전히 광장을 지키는 스핑크스.
2. 여유로운 휴양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리바 거리.
역사와 자연이 빚어낸 천국, 두브로브니크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두브로브니크를 ‘지상의 진정한 천국’이라 불렀고, 사람들은 아드리아해의 진주,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도시 등 다양한 수식어로 이곳을 찬양한다. 크로아티아 여행자들이 필수로 들르는 만큼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활기찬 도시다. 원래 자동차로 두브로브니크를 가려면 이웃 나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거쳐야 했지만, 펠리샤츠 대교가 개통하면서 국경을 두 번이나 넘어야 하던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두브로브니크의 첫인상은 구시가를 에워싼 성벽이다. 중세 시대에 도시 방어를 위해 세웠고, 지금은 구시가를 조망하려는 여행자들이 성벽에 오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멋스러운 구시가와 아드리아해의 투명한 물빛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보기 위한 코스로, 1940m 길이의 성벽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넉넉히 2시간 정도다.
도보 여행은 구시가지 중심인 스트라둔(Stradun) 거리로 이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번화가인 이 거리엔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 상점이 즐비하고, 도시가 가장 번성하던 중세 시대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과거와 오늘이 혼재된 듯 묘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중세 시대 복장을 한 근위병과 군악대 행진도 볼 수 있다. 이 외에 도시 최초의 식수원인 돔 형태의 석조 건축물 오노프리오 분수(Onophrian Fountain),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으로 알려진 프란시스코 수도원(Franjevacˇki Samostan), 중세 시대 대가들의 작품
이 있는 종교 미술관 도미니크 수도원(Dominikanski Samostan), 당대 최고 통치자가 머물던 렉터 궁전(Knezˇev Dvor), 성모 승천 그림으로 유명한 두브로브니크 대성당(Katedrala Dubrovnik) 등 구시가의 명소를 따라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해 질 녘엔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Srđ Gora)에 올라 일몰로 반짝이는 아드리아해를 감상하고, 여유가 있다면, 구시가 양쪽에 자리한 한적한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겨도 좋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마니아라면, 드라마 배경지를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두브로브니크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으니, 남은 건 이 도시를 즐기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1. 도시를 에워싼 성벽과 항구, 해변, 구시가까지 다양한 풍경을 가진 두브로브니크.
2. 로마 건축가 오노프리오 디 조르다노 델라 카바(Onofrio di Giordano della Cava)가 만든 도시 최초의 식수원 오노프리오 분수.
3. 중세 시대 예술품으로 가득한 종교 미술관 도미니크 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