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내어주는 깊은 숨결 숲속 스테이 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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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끈적한 열기와 가을의 서늘한 공기 사이,
가장 완벽한 온도의 숲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햇살은 따뜻하되
그늘은 시원하고, 상쾌한 피톤치드의 축복 아래 깊은 잠에 빠져드는
이 황금 같은 시간. 지금, 진짜 쉼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떠나자.
EDITOR IENA
의림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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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단절된 나만의 시간이 흐르는 곳
춘천 드름산 기슭, 500평(약 1650m2)의 너른 부지 위에 단 두 채의 건물만이 조용히 서 있다. 숲속을 거니는 나그네의 집이라는 이름처럼, 의림여관은 마치 비밀스러운 아지트를 발견한 기분을 선사한다. 외벽은 창 하나 없이 견고하게 막혀 있는데, 이는 바깥 세계의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의도적 설계다. 문을 여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숲을 향해 시원하게 열린 대형 창문들. 초록의 생명력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침실 바닥에 설치된 평상에서는 나무들과 눈높이를 맞춘 채 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전문가 수준의 주방 시설은 요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무대가 되어준다. 넓은 주방에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만드는 저녁 식사는 그 어떤 레스토랑의 다이닝보다 특별한 추억이 된다. 밤이 되면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쏟아지는 별빛 아래, 진짜 디지털 디톡스가 시작된다.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자연의 향기와 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자연이 주는 진정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주소 :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의암1길 132
문의 : 010-9498-5197
웹사이트 : https://uirim-inn.com
월악산 유스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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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들이 열광하는 레트로 캠프의 원조
한 달에 한 번, 매월 1일 오전 9시. 콘서트 티케팅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예약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충주호와 월악산 사이에 자리한 월악산 유스호스텔이다. 독특한 산장 구조로 힙한 캠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이곳은 1999년부터 25년 넘게 이어온 헤리티지를 자랑하는 외관을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내부 객실은 리노베이션을 거쳐 더욱 쾌적하고 세련된 공간으로 단장했다. 특히 빈티지 감성의 목재 캐빈부터 모던한 호텔형 객실까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매력적. 숲을 테마로 한 작가의 벽화가 그려진 객실은 마치 자연 속 갤러리에 머무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커피 한잔과 함께 창밖으로 펼쳐지는 월악산의 장대한 풍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힙한 감성 가득한 사진들로 채워진다. 요가 매트를 깔고 아침 명상을 하거나, 라운지에서 책을 읽으며 오후를 흘려보내고, 뒤편 바비큐장에서 캠프파이어를 즐기는 것까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하루를 보내보자. 특히 노을이 충주호 수면에 번지는 골든 아워에는 그 어떤 필터도 필요 없는 완벽한 한 컷이 완성된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특별한 객실까지 있으니 펫팸족도 환영이다. 세미나실과 독서 공간, 스낵 바까지 갖춘 이곳에서는 혼자 여행하든 그룹 여행을 하든 지루할 틈이 없다.
주소 : 충북 제천시 한수면 월악로 1372
문의 : 043-651-7001~2
웹사이트 : https://woraksan.co.kr

키에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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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흐르는 수묵화 속에서
경북 청도의 깊은 산골, 관하리 서담골에 숨어 있는 키에튀드. 프랑스어로 고요함과 평온함을 뜻하는 이름처럼, 이곳은 그야말로 세상의 소음과 번잡함이 스며들지 못하는 조용한 안식처다. 귀농한 부부가 직접 설계하고 3년간 거주했던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개방한 이곳은 진짜 집 같은 편안함이 묻어난다. 거실 창 너머로 보이는 천주산 필봉의 우아한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관하동에 마련된 선룸은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사면이 모두 유리로 이루어진 이 공간에서는 낮에는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책을 읽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서담동의 넓은 대청마루에서는 전통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아침이면 제공되는 신선한 식재료로 직접 만드는 브런치는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시작하게 해준다. 호스트 부부가 3년간 직접 살며 터득한 집의 특성 덕분에 게스트들은 더욱 세심한 배려를 받을 수 있으며, 계절마다 변화하는 정원의 모습은 언제 방문해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주소 : 관하 경북 청도군 매전면 관하실길 54-124, 서담 경북 청도군 매전면 상방천길 26-132
문의 : 0507-1328-2506
웹사이트 : https://quietude.co.kr
디자인 호텔 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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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 감성의 프라이빗 리조트
강화도 깊은 숲, 그곳에 자리한 디자인 호텔 무무에서 마주하는 첫인상은 놀라움 그 자체다. 마치 유럽 어딘가의 작은 별장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각 객실은 완전히 독립된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다른 투숙객과 마주칠 일 없이 오롯이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 대형 유리창 너머로는 사계절 변화무쌍한 숲의 드라마가 상영된다. 개별 정원이 딸린 객실들은 자신만의 작은 왕국을 소유한 기분을 선사한다. 프라이빗 저쿠지가 설치된 객실에서는 숲을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욕이라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벽난로가 있는 공간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따뜻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숙소 내 카페에서 제공하는 웰컴 드링크와 정성스러운 브런치는 하루 종일 숙소에만 머물러도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여는 순간 새소리와 함께 스며드는 상쾌한 공기. 도시 생활에 찌든 폐가 깨끗하게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다. 넓은 덱에서는 아이들과 뛰어놀거나 가족사진을 촬영하며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고, 주변의 마니산 등산로나 정족산성 같은 역사 유적지들을 함께 둘러보면 강화도만의 독특한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주소 :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066번길 12
문의 : 0502-903-0502
인스타그램 : @stylingmumu
Northern Germany’s Autumn Breeze
독일인의 휴양 방식, 로컬이 선택한 가을의 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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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아름다운 성과 베를린처럼 힙한 도시 말고도 독일에는 즐길 거리가 많다.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시기. 먼 북극해의 서늘한 바람이 따뜻한 햇살에 뒤섞여 불어올 때쯤이면, 독일 사람들은 늦은 휴양 겸 발트해에 인접한 지역으로 떠난다. 폴란드와 덴마크, 네덜란드 등과 국경을 맞대는 독일 북부에는 뤼겐의 드라마틱한 절벽과 우제돔의 황제 스파, 질트의 고급스러운 해변, 푀어의 와이너리와 럭셔리 다이닝까지. 자연에서 얻는 진짜 럭셔리의 순간이 기다린다.
EDITOR KIM KAI
IMAGES COURTESY OF GERMAN NATIONAL & REGIONAL TOURIST BOARDS

독일인의 노스탤지어가 깃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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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와 덴마크가 만나는 지점에서 바다로 솟아나온 뤼겐은 독일에서 가장 큰 섬이다. 발트해가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한 데다 짙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뤼겐섬의 하얀 석회암 절벽이 저 멀리에서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해발 150m 높이로 우뚝 선 야스문트 국립공원의 백악 절벽은 일찌감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파란 바다와 흰 절벽, 그 위로 드넓은 고대 너도밤나무 숲이 어우러지며 연출하는 장관은 매년 여름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그렇기에 느긋하게 섬을 만끽하고 싶다면 인파가 줄어드는 9월이 적기다. 절벽 아래로 이어지는 해변을 산책하거나, 100년이 넘는 세월을 품고 여전히 해변의 리조트를 오가며 달리는 증기기관차 라젠더 롤란트를 타고 섬을 누비는 것도 로맨틱한 경험이다. 60km에 달하는 뤼겐의 모래사장 곳곳에 들어선 작은 어촌 마을, 가끔 보이는 웅장한 영주의 대저택까지, 독일인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상징적 풍경을 배경으로 자리한 빈츠의 고급 리조트에 머문다면 늦여름과 초가을이 교차하는 무렵, 북해와 발트해의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한 휴식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우제돔은 예로부터 발트해 인근에서 휴양지로 이름 높은 섬이다. 일조시간이 길고, 40km가 넘도록 길게 이어지는 고운 모래 해변이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며, 초가을에도 수온이 20℃ 정도 유지되어 수영이 가능하다. 이 섬은 염도가 낮은 발트해의 특성상 피부에 자극이 적다 보니 인근 국가의 황제들이 끊임없이 욕심을 내는 지역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까지 우제돔 소유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다가, 지금은 독일과 폴란드에서 영토를 반반씩 차지하고 있다. 섬 중간으로 양국의 국경선이 흐르는 셈. 물론 이동은 충분히 자유롭다. 섬의 내륙지역은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에 이상적이고, 섬의 동쪽인 폴란드 영역 스비노 우이시치에로 데이 트립을 간다면 넓은 해변에서 또 다른 풍경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자전거로 국경을 넘는 재미도 쏠쏠하고, 9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열리는 우제돔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클래식 콘서트와 문학 공연은 물론, 럭셔리 호텔과 바지선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숙소까지 준비되어 있다.
바람, 와인 그리고 북해의 느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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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트는 독일과 덴마크가 마주보는 북프리지아 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이곳에서는 맨발로 미쉐린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색다른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다. 차 대신 자전거가 주된 교통수단이고 섬의 절반이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자연 애호가들의 천국으로, 정장 대신 편안한 니트와 방수 재킷이 섬의 드레스 코드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도 격식보다는 지역에서 채취한 신선한 해산물과 식재료로 만든 요리의 맛을 중요시하는 북해 특유의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바덴해 국립공원의 일부인 이 섬에서는 샴페인 한잔 들고 호텔이나 바의 창가 테이블에 앉으면 물개와 바다새를 가까이서 관찰하거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간석지의 신비로운 풍경이 기다린다. 푀어는 질트와 가깝지만 또 조금 다르다. 북해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질트가 막아주는 덕분에 푀어에는 다양한 식물이 번식한다. 양들이 뛰노는 들판을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드넓은 포도밭이 펼쳐진다. 독일과 유럽 본토의 최북단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빚은 푀어의 크리스피 화이트 와인은 짠 바닷바람을 머금은 미네랄 향이 혀끝에서 번지는 풍미가 매력적이다. 9월의 푀어에는 수확기를 맞은 포도로 만든 햇 화이트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기회가 잦을 수밖에 없다.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푀어에서 한 템포 느리게 여행하며 북해 특유의 미식을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지금, 이 특별한 시기를 놓치지 말 것.
발트해에서 만나는 진짜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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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여행지로 널리 알려진 장소가 아닌, 로컬이 즐기는 독일을 탐험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노르데르나이의 200년 전통 탈라소테라피 센터에서 해조류 마스크를 받으며 바라보는 지평선 풍경은 힐링 그 자체며, 불볕더위와 인파가 사라진 해변에서 자연은 더 선명하게 빛난다. 고요한 해변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다 보면 차가운 바닷바람과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모래,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바다의 짠맛과 와인의 단맛. 바덴해의 간석지를 맨발로 걸으며 수천 년간 이어져온 자연의 리듬을 체감하고, 백악 절벽 위에서 바라본 일몰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물들이는 특별한 순간들은 왜 독일 사람들이 이 섬들을 로컬의 휴양지라 부르는지 알려준다. 9월의 독일 섬들에서는 자연이 선물하는 진짜 럭셔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