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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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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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Taste in Paju
파주에서 찾은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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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도시 파주에는 생각보다 많은 취향이 존재한다. 건축, 아트, 오디오, 빈티지 가구,
그리고 식물까지 다채로운 취향의 세계로 이끄는 매력적인 도시 파주로 떠나보자.


EDITOR YOON SE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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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ino Concr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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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나만의 아지트 ‘콩치노 콩크리트’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우뚝 선 회색빛 건물. 민현준 건축가가 설계한 이곳은 음악 감상실 콩치노 콩크리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중앙 홀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거대한 스피커들이 보인다. 1930년대 미국의 대형 극장에서 쓰던 웨스턴 일렉트릭을 중앙에 두고, 양옆으로 독일에서 공수한 클랑필름 유러노어 주니어를 배치했다. 전설이나 다름없는 20세기 초 빈티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3층 발코니석을 거쳐 4층까지 울려 퍼지고, 자유롭게 자리를 잡은 관객은 클래식·재즈·팝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시원하게 트인 공간 덕분에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 음질이 생생하다. 2층 벽면 가득 꽂힌 LP판부터 턴테이블, 앰프 등 디자인과 연식 모두 다양한 오디오 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다고 음악 애호가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거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열려 있다. 특히 해 질 녘엔 임진강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엔 멀리 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이는, 그야말로 전망마저 완벽한 공간이다.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161번길 17 2층
영업시간 : 14:00~19:00(월·화·금요일), 12:00~19:00(토·일요일), 수·목요일 휴관
문의 : 0507-1374-5800, 인스타그램 @concino_concrete
GU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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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컬렉터를 위한 공간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GUVS는 지난 100여 년의 가구 디자인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의 빈티지 가구와 중고 디자이너 가구를 전시·판매한다. 1층은 합리적 가격대의 빈티지 가구가 가득하고, 커피 바에선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디자인·아트·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서적 및 소품도 판매해 꼭 빈티지 가구 쇼핑이 아니더라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2층은 갤러리 공간이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거나 희소가치가 높은 빈티지 가구를 볼 수 있고, 가구나 아트를 테마로 하는 전시도 열린다. 빈티지 가구 마니아라면 오픈 마켓을 놓쳐선 안 된다.1년에 네번, 미국에 있는 GUVS 웨어하우스에서 파주로 보내오는 따끈따끈한 빈티지 가구를 착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라이프를 실천하는 GUVS는 가구의 선순환을 위해 더 이상 사
용하지 않는 가구나 소품을 위탁판매하는 ‘We Talk(위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12월에는 셀러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모든 이벤트는 누구보다 빨라야 ‘득템’할 수 있다. GUVS 홈페이지 내 이메일 구독과 인스타그램 팔로를 미리 신청해둘 것.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140
영업시간 : 수요일 사전 예약 후 방문, 목~일요일 11:00~18:00
문의 : 031-945-7645, 인스타그램 @guvintageshop @guvs_heyri,
www.guvintage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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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jiri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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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를 닮은 식물 카페 문지리 535

사방이 초록빛으로 물든 문지리 535는 식물원의 거대한 온실을 방불케 하는 대형 카페다.제주에서 많이 보이는 워싱턴야자를 비롯해 카나리아 야자·대왕야자 등 여러 종의 야자나무와 바나나나무·소철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사이로 산책길도 조성해놓았다. 바쁜 일상에서 쉼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이길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다. 여기에 공기 정화 시스템까지 갖춰 마치 청정한 휴양지에 머무는 듯 쾌적한 분위기다. 총 3개 층을 각각 다른 콘셉트로 꾸며 각 층마다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커다란 통창 너머 너른 논이 펼쳐지는 창가 자리는 SNS에서도 자주 보이는 포토 스폿이다. 브런치 카페로도 유명한 문지리 535에선 흑임자 크림 커피, 연어 아보카도 샐러드, 쪽파 스콘, 소금빵 등이 인기 메뉴이며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시즌 메뉴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9월에는 오픈 1주년을 맞아 스페이스 문지리(Space Munjiri)를 론칭했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며, 12월부터는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도 마련한다.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자유로 3902-10
영업시간 : 10:00~20:00
문의 : 0507-1470-1408, 인스타그램 @cafe_munjiri535

Mimesis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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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아트의 만남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 일컫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A′ lvaro Siza).그가 지은 건축물이 파주출판도시에 있다. 초록빛 잔디 위 유려한 곡선 외관이 인상적인 건물.그 자체로 예술품이나 다름없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다.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건축의 미학은 내부로도 이어진다. 다양한 크기의 전시장은 인공 구조물 하나 없이 순백의 벽면으로 완성 했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자연광이 공간을 채운다. 건축디자인보다 전시 작품과 작가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건축가의 배려가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항상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1층에는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출간하는 책과 디자인 문구를 구입할 수 있는 북&아트 숍과 카페가 있어 전시 관람 후 쉬어가기 좋다. 12월에는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개성적 예술 세계를 조명해온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기획전 <틈의 풍경 between, behind, beyond>를 볼 수 있다. 4명의 시각 예술가가 선보이는, 복잡하게 얽히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갈라진 틈새로 소외된 인간과 공간의 풍경을 만나는 전시다.

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영업시간 : 10:00~18:00(월·화요일·크리스마스 휴관)
문의 : 031-955-4100, 인스타그램 @mimesis_art_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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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Wonderland, Nagano
겨울 왕국으로 떠나는 여행, 나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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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현을 비롯해 3개 현을 잇는 3개의 산맥. 19세기 일본을 찾은 영국인 선교사는 이 산맥을 ‘알프스’라 불렀다. 유럽의 알프스를 닮은 높은 고도의 산악 지대. 덕분에 나가노는 사계절 내내 야외 스포츠 마니아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가노를 제대로 즐기려면 지금, 겨울에 찾아야 한다. 영화 속 장면 같은 눈부신 설경, 자연이 만들어낸 천연 온천 등 겨울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EDITOR YOON SE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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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어들이 사랑하는 순백의 자연

일본 열도 한가운데에 자리한 나가노현은 ‘일본의 지붕’이라 부를 만큼 장엄한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고지대로, 199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이던 나가노를 비롯해 크고 작은 도시가 저마다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소도시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이다. 일본에서도 대표적 겨울 여행지로 꼽힐 만큼 겨울 시즌에 특화된 즐거움이 다양한데, 특히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기에 가장 이상적 설질인 파우더 스노와 세계적 수준의 설비를 갖춘 스키장이 80여 개에 달할 정도로 겨울 스포츠의 메카다.그중에서도 나가노에 인접한 북알프스 기슭의 하쿠바 밸리에만 10개 스키장이 있는데, 모두 일본 내 최고의 설질과 최적의 적설량을 자랑한다. 하쿠바 밸리 티켓 한 장이면 리프트와 곤돌라 등 모든 스키장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파인다이닝부터 작은 라멘집까지 하쿠바 로컬 맛집은 물론 늦은 밤까지 에너지가 넘치는 클럽과 펍도 리조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인 시가 고원에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키장이 있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곳에 위치해 19개 리조트와 80km가 넘는 코스를 보유한 시가 고원 스키장은 광활한 고원 풍경을 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도 인기가 높다. 좀 더 짜릿한 체험을 원하는 숙련된 스키어라면 마다라오 고원 스키장을 추천한다. 이곳은 인공 슬로프가 아닌, 울창한 숲속에서 나무 사이로 자유롭게 활강하는 트리런 코스가 있어 나가노의 생생한 겨울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1. 오랜 시간 잘 보존해온 광활한 풍경이 매력인 시가 고원 스키장
2. 하쿠바 밸리가 있는 북알프스의 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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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파라다이스, 온천

나가노현 북쪽에 자리한 노자와온센무라는 인구 3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로, 이곳 역시 전 세계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마을의 시작은 온천으로, 지금도 유황 냄새가 가득한 마을 곳곳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료칸이나 호텔에서 운영하는 온천부터 주민이 관리하며 무료 혹은 소정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13개 대중 온천탕까지 취향대로 고를수 있다. 무엇보다 노자와온센에서 즐기는 최고의 호사는 스키나 보드를 탄 후 노곤한 몸을 탕에 담그는 것. 100°C 가 까운 자연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삶은 달걀과 따뜻한 사케 까지 준비하면 여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근교 투어로는 시가 고원 아래에 자리한 지고쿠다니 공원이 인기다. 노자와온센무라에서 자동차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이 공원은 야생 원숭이가 무리를 짓고 사는 서식지 중 하나로, 겨울 시즌에는 노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원숭이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지고쿠다니 공원과 근처 간바야시 온천을 잇는 약 2km의 눈길을 걷는 고요한 시간도 겨울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묘미다. 북알프스로 진입하는 관문인 마쓰모토도 온천을 즐기기 좋은 도시다. 16개 온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1300년 역사를 지닌 아사마 온천으로, 한때 성주와 유명 문인 등 상류층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었다. 지금은 편안한 분위기의 대중탕부터 고급 료칸까지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이며, 수 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 오랜 역사가 묻어나는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1. 거리 곳곳에서 온천을 볼 수 있는 노자와온센무라
2. 나가노 겨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온천 투어
3. 겨울 시즌에는 노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야생 원숭이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지고쿠다니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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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역사, 자연의 도시 마쓰모토

마쓰모토를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 있다. 거대한 노란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Yayoi Kusama)다. 마쓰모토는 구사마 야요이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녀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반복적인 도트 패턴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덕분에 마쓰모토에는 그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마쓰모토 시립미술관(Matsumoto City Museum of Art)에선 구사마 야요이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시리즈까지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방대한 컬렉션을 만날 수 있으며, 주요 관광지를 동서남북으로 도는 타운 스니커 버스(Town Sneaker Bus)조차 빨간 도트 패턴을 입고 있다. 현대미술의 거장을 배출한 도시답게 예술 공간도 다양한데, 특히 가쓰시카 호쿠사이(Hokusai Katsushika)나 안도 히로시게 (Hiroshige Ando) 같은 목판화 대가들의 작품 10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일본 우키요에 박물관(Japan Ukiyoe Museum)에선 일본의 전통 판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알려진 마쓰모토성과 19세기 후반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옛 가이치 학교 등 풍부한 문화유산, 도시를 둘러싼 북알프스의 눈부신 설경까지 마쓰모토의 숨은 매력들을 놓치지 말 것.
겨울이라 더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나가노현의 도시들. 소바의 탄생지로 알려진 나가노현으로 떠나는 여행에선 미식 기행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소바부터 밀가루 반죽에 채소 등 소를 넣어 굽거나 쪄내는 오야키, 지역 특산물인 노자와나로 만든 절임, 100여 개 지역 양조장에서 빚어내는 사케 등 여행의 맛을 끌어올릴 먹거리만으로도 올겨울 나가노현을 찾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1. 역사가 긴 마쓰모토의 문화유산, 마쓰모토성
2. 마쓰모토 시립미술관 입구에 자리한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The Visionaly Flow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