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마저 멈춰선 고혹의 바다 남해
그 어디를 둘러봐도 숨 막힐 듯 푸른 산과 바다. 가도가도 끝없는 눈부신 바다 풍경에 어느새 지도는 의미를 잃어버리고 걸음은 느려진다. 시간이 멈춘 섬, 남해의 풍경에는 도시의 번잡함을 떠올릴 만한 그 어떤 단서도 없다. 이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온전한 휴식 뿐이다.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럭셔리 리조트에서 망중한을 보내거나 혹은 요트를 타거나.
푸른 바다를 달리다. 물미해안으로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 리 물미해안 /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 고’두현,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中
이곳을 고향으로 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남해의 바닷길은 결코 거칠지 않다. 특히 청명한 날씨의 가을이 되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만큼 아득한 쪽빛을 띤다. 마치 엄마처럼 부드럽게 바다를 끌어안은 지형으로, 어디를 가나 사방이 푸른빛으로 가득하다.
햇살을 받아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다와 점점이 박혀 있는 섬, 단순히 아름답다고만 하기에는 모자란 남해의 매력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드라이브가 제격이다. 107킬로미터의 긴 해안선을 따라 절경이 줄지어선 남해 바다길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곳곳마다 내리고 싶은 충동을 제어하기 힘든,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달리고 싶은 욕망보다는 멈춰 서서 바라보고 싶은 느긋한 드라이브 코스에 딱 어울린다.
섬을 둘러싼 남해 바다길 어디를 달려도 나름의 멋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삼동면에서 물건리를 지나 미조항까지 이어지는 물미해안도로를 제일로 친다. 남해의 오른쪽 날개 부분에 위치한 이곳은 남해 대표 12경 중 하나이자 국토해양부에서 선정한 ‘해안누리길’이다. 전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길로 다소 구불구불한 남해의 다른 도로들에 비해 급커브가 적어 안전하며, 비경이 끊이질 않아 심심할 틈이 없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낀 해안 지형이라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듯 생생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물미해안도로에서도 가장 전망 좋은 곳은 바로 지난 6월에 완공된 물미해안도로 전망데크다. 수평선을 따라 저 먼 곳의 섬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도로 주위에는 남해의 숨은 관광지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는데, 특히 이국적인 정취를 뽐내는 독일마을은 이미 유명세를 탄 곳으로 한번 쯤 둘러볼 만하다. 하지만 남해의 어딜 가도 관광지 특유의 지나친 상업성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순수함 그대로, 수줍은 매력을 드러낼 뿐이다.
슬로우 라이프를 제대로 즐기는 곳,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
남해의 이국적 풍경을 완성하는 또 다른 주역은 바로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 세계적인 호텔과 리조트 체인 그룹 힐튼이 건설한 이곳은 일반 호텔 브랜드가 아닌, 힐튼 중에서도 전 세계 24개국 59곳에만 들어선 힐튼 월드 와이드 리조트 계열로 건설됐다. 객실은 물론 프라이빗 풀빌라와 골프 코스, 스파까지 갖춰진 완벽한 휴양지로,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양 평온한 분위기기 일품이다. 처음 이곳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지금처럼 고급스러운 시설이 들어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남해가 최적의 휴양지가 될 것을 확신한 힐튼 측의 결단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리조트가 완성됐다. 그 결과 힐튼 남해는 개관 1년 만에 전 세계 관광, 여행 업계 관계자들이 주는 월드 트래블 어워드에서 ‘한국 최고 리조트’와 ‘한국 최고 골프 리조트’ 등 2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힐튼 남해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 가능하다. 모던하고 간결한 외관이 남해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세련된 조화를 이룬다. 건축가 케네스Kenneth 민이 설계한 이곳은 남해 바다의 물결치는 파도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자연과 사람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각각의 건물들은 지형의 흐름에 따라 배치돼 넓은 시야를 확보할 뿐 아니라 어느 위치에서도 바다를 바라보는 게 가능하다. 객실은 150개의 스위트 룸과 20개의 그랜드 빌라로 구성됐다. 특히 개인 수영장과 야외 자쿠지Jacuzzi, 정원이 딸린 2층 독채 구조의 그랜드 빌라는 완벽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골프와 스파로 맞이하는 힐링의 시간
힐튼 남해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골프와 스파. 골프 코스의 경우, 바다를 조망하는 11개의 코스와 바다와 접하고 있는 7개 코스가 있는데, 이 중에서도 4개의 코스는 바다를 가로질러 샷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총 7만 2,000야드 규모의 필드에서 자연에 흠뻑 빠져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온화한 해양성 기후 덕분에 사계절 내내 이용이 가능하며, 특유의 이국적인 느낌 때문에 겨울에도 인기가 많다.
스파 또한 힐튼 남해를 차별화하는 요소다. 야외 온천탕이 마련된 것은 물론, 실내에서도 통유리를 통해 목욕을 하면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한국식 찜질방을 모던하고 럭셔리한 감각으로 풀어낸 스파 공간 또한 마련돼 있다.
이곳 스파에서 사용 중인 프로그램은 더 스파 오아시스The Spa Oasis로, 힐튼 남해만의 전문 스파 브랜드다. 한국 최고라 자부하는 이곳의 테라피는 일상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 대표적인 힐링 프로그램 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은 이국적인 아로마와 함께 오아시사지Oasissage라는 힐링 마사지를 체험하는 것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로 회복을 도와준다.
국내에서 즐기는 가장 이국적인 스포츠, 요트 & 카약 체험
남해의 맑은 바다는 해양 레저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더없이 환상적인 장소. 특히 호사스러운 취미로 알려진 요트를 쉽게 체험할 수 있는 남해요트학교의 요트 정박지에서는 바다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요트들의 이국적 풍경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남해군 물건리에 위치한 요트학교는 영국왕립요트협회 RYA의 과정을 한국 실정에 맞게 조정해 교육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생 이상이면 누구나 요트를 배울 수 있으며 과정을 이수하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료증도 발급해준다. 약 두 시간 정도 조작을 배우면 근거리의 바다까지는 나가볼 수 있다. 물론 단순 체험만도 가능하다. 선박 내부에는 테이블과 침대, 화장실 등 쉴 곳 또한 마련돼 있다. 1시간 내외의 근거리를 비롯해 인근 통영까지도 요트로 가는 것이 가능하다. 하늘과 바다, 섬이 어우러져 분간조차 하기 힘든 환상적인 풍광이 눈 앞에 바로 펼쳐진다.
좀 더 활동적인 체험을 하고 싶다면 시카약이 제격이다. 상주면에 위치한 두모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시카약은 요트보다 비교적 배우기 쉬워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면 바로 바다로 나갈 수 있다.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노를 젓다 보면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로 이른다. 파도를 넘어가며 몸으로 직접 바다를 느끼는 기분 또한 그만이다.
예술의 도시라는 또 다른 이름 마산
100년의 역사를 품은 도시, 마산. 수많은 질곡의 이야기를 품었던 이곳은 2010년 3개시 행정구역 통합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에 묻힌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사라진 건 ‘시’라는 공식 명칭일 뿐. 오늘날 마산은 예술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오랜 세월 쌓아온 문화적 자산이 남아 있는 도시의 구석구석에는 새 것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인생과 낭만이 살아 있다.
어느 조각가의 열정적인 고향 사랑에 대해, 문신미술관
마산의 문화예술을 만나기 위해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추산동에 위치한 ‘문신미술관’. 마산에 적을 둔 누구나 이곳이 마산의 큰 자랑거리라고 입을 모은다. 마산이 예술의 도시로서 가치를 지닌 것은, 걸출한 조각가 문신에 기댐이 크다.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文信이 1994년 자신의 고향 마산에 설립한 이곳에는 그의 작품과 예술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2개의 전시관과 야외 전시장 안에 약 3,9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15년에 걸쳐 작가 스스로 직접 디자인한 공간이다. 안타깝게도 미술관 개관 1년 후 타계한 그가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유언을 남김에 따라 2003년 시에 기증, 현재는 시립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랜 세월 이국의 땅에서 이름난 예술가로 살면서도 한시도 조국과 고향을 잊은 적 없다는 그의 애정이 듬뿍 담겨서일까. 유난히 채광이 좋은 이곳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어느덧 마음에 고요한 평화가 찾아온다.
조각가 문신은 우리에게는 서울올림픽공원에 세워진 ‘올림픽 1988’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45년 도쿄 일본미술학교에서 양화과를 수료한 후 1961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조각가로 변신하게 된다. 이후 추상조각의 거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그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대변하는 것은 바로 좌우대칭을 뜻하는 시메트리Symmetry. 무한한 생명감과 신비함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어 파리는 물론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헝가리와 유고 등지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지난 1991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학기사 훈장을 받기도 했다.
미술관은 마산의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지대에 자리해 있는데, 지금은 고층 건물들로 가려진 것이 다소 아쉽다. 생전의 문신 역시 유년 시절과 너무도 달라진 풍경에 노여움을 표하기도 했단다. 그가 살던 집이 미술관 옆에 아직도 남아 있으며, 산책로를 따라 야외 조각 공원이 위치해 작품의 숲으로 들어가 걷기도 그만이다.
빈곤의 시대가 피워낸 문학의 꽃, 창원시립마산문학관
문신미술관이 위치한 마산합포구는 마산 문학 기행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마산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의 고향으로, 통일 신라 최고의 문장가 최치원이 월영대 앞바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후학을 길러내며 오래도록 머무른 곳이다. 이후 고려, 조선 시대의 수많은 문장가들의 순례지가 되었으며, 그를 기리는 시비가 세워져 있기도 하다.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은 근대 문학의 산실로서 마산을 보여준다. ‘가고파’의 시인 이은상이 즐겨 찾던 노비산 언덕에 자리한 이곳은 결핵 문학, 민주 문학, 바다 문학 등 독특하게 발전한 마산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 마산합포구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수많은 문인들이 피난 내려와 머문 곳이자 결핵 문학의 산실이라는 독특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지역은 바다를 옆에 낀 온화한 기후와 습도를 지녀 결핵 치료에는 최적의 요양지였다. 따라서 지금은 국립 마산병원으로 이름을 바꾼 국립마산결핵요양소에는 가난한 폐병쟁이 문인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나도향, 임화, 이영도, 구상, 김상옥, 김춘수, 김남조 등의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문인들이 이곳을 거쳤다. 문인들 중에는 생활고로 인해 유독 결핵 환자가 많았는데, 덕분에 요양소가 문학의 산실 역할을 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 그 결과 이곳에서는 결핵 계몽지 <요우>를 비롯해 지금도 발행되는 <보건세계>, 문학 동인지 <청포도>와 <무화과> 등이 발간되었다. 죽음을 앞에 둔 절박함은 그들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들었으리라. 빈곤의 시대가 만들어낸 아이러니다.
<귀천>으로 잘 알려진 마산 출신 천상병 시인의 문학비도 만나볼 수 있다. 월영동 만날공원 들머리에 세워진 그의 대표작 ‘새’의 시비에는 마치 그의 인생을 말하는 듯한 구절이 마음을 흔든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의 거리’가 있는 이 지역에는 천상병을 비롯해 고향의 봄으로 알려진 이원수, 가고파의 이은상 등 고장을 대표하는 11명의 시가 빗돌 위에 아로새겨 있다.
쇠락한 도시를 예술로 회복시키다, 창동예술촌
마산 예술기행은 창동에서 그 방점을 찍는다. 창동은 과거 수천, 수만의 인파가 골목을 가득 메운 서울 명동과도 같은 대규모의 번화가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산업의 중심이 창원으로 이동하면서 도심의 생명력은 쇠퇴하고 말았다. 슬럼화 되어가던 이곳은 지금 한창 도시재생사업 중.마산 르네상스를 꿈꾸며 다시 한번 옛 영화를 되찾고자 시도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제안된 아이디어는 바로 ‘예술’. 이름하여 ‘창동예술촌’이다. 비어 있던 골목의 점포들은 시의 무상지원으로 예술가들을 위한 작업실로 변신하고, 난잡하던 전선과 간판은 산뜻한 모습으로 재정비됐다. 골목의 곳곳마다 센스 넘치는 벽화를 그려 넣었다. 이렇듯 예술을 이용해 구도심을 정비하는 사업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 도심공동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 지역의 지자체들 또한 이러한 창동의 예술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이곳은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작가와 시민이 소통하는 ‘에꼴드 창동 거리’와 마산의 추억을 담고 있는 ‘마산예술흔적 거리’, 조각가 문신을 테마로 한 ‘문신예술 거리’ 등이다. 골목마다의 풍경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묘한 매력을 풍긴다. 작가들이 평화롭게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아뜰리에는 물론, 개성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상점과 카페, 갤러리, 수 십년 째 골목을 지키고 있는 음악 살롱과 막걸리 주점이 나란히 공존하고 있는 곳. 시에서는 일괄적으로 재건축 공사를 진행하는 쉬운 방법 대신, 점포 주인 하나하나를 만나가며 설득하는 어려움을 선택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심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은 바로 사람의 힘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오래된 역사가 깃든 가게는 다소 지저분한 구석이 있더라도 손대지 않고 최대한 원형을 유지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다시 창동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설계나 화려한 인테리어 하나 없는 소박한 골목 풍경에 오히려 더 마음이 끌렸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예술과 삶,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는 이곳은, 그래서 더욱 사람답게 아름답다.
한방으로 만나는 거대한 힐링타운 氣의 고장, 산청
한방韓方의 고장, 약초의 고장, 힐링의 고장. 산청을 수식하는 말들은 다 옳다. 우리 전통의학의 모든 것들이 한자리에 모인 동의보감촌이 산청에 자리잡고 있으며, 발길 닿는 곳마다 토종 약초들의 기운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촌에서는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린다. 규모나 내용 모두 크고 알차다. 준비는 한창이고 열기도 뜨겁다. 우리 전통의학의 세계가 새롭게 열리는 그곳, 산청은 거대한 힐링타운이다.
나라 안에서 가장 맑은 기가 흐르는 땅
산청은 기氣의 고장이다. 백두대간이 끝나는 곳, 산청에 그 기운이 한데로 모였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1,915미터)은 산청 땅이며, 그 지리산 줄기가 뻗어 내린 산청엔 거울처럼 맑은 경호강이 흘러내린다. 유구한 세월 깊고 맑은 산과 강이 어울려 감싸는 땅, 산청이 천하명당 기의 고장이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산청 사람들이 자신 있게 나라 안에서 가장 맑은 기가 흐르는 곳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청군 금서면 특리 일원의 동의보감촌은 산청 땅에서도 그 기운을 온전히 몰아 받은 곳이라고 산청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이곳에서 기를 받아 간 사람들 중에 특별한 효험을 본 이들이 적지 않단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들도 많다. 때문에 산청에서 동의보감촌은 건강 순례지 1순위다. 건강 마을 산청과 만나는 첫 번째 관문인 동의보감촌은 수려한 왕산과 필봉산 자락이 감싸안은 너른 터에 자리잡았다. 한방을 테마로 한 한의학박물관과 테마공원, 힐링타운과 건강 산책로까지 모두 갖춘 거대한 전통한방 체험공간이다. 내년에 이곳에서는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린다. 때문에 지금 동의보감촌은 세계적인 행사에 대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동의보감촌은 이곳 산청 땅이 배출한 걸출한 명의들의 전통을 잇고자 한다. 의학 서적으로는 유일하게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을 저술한 조선의 명의 허준과 그의 스승 류의태를 배출한 곳이 바로 산청이며, 조선 후기 어의를 지낸 유이태와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초삼, 초객 형제도 모두 이곳 출신이다.
동의보감촌의 가장 위쪽에 자리잡은 산청한의학박물관은 우리 전통의학과 관련한 풍부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제1 전시실은 전통의학실로 우리 땅의 자연과 사람과 한의학의 관계를 전통의학이라는 주제로 풀어놓았다. 제2 전시실은 약재전시실, 다양한 약초의 종류와 효능을 만날 수 있다. 한의학을 통해 한국인의 삶의 양식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오감으로 체험하는 힐링타운
동의보감촌 안에는 특별한 기 체험장소도 있다. 백두대간의 기운이 고스란히 모였다는 두 개의 기氣 바위, ‘귀감석’과 ‘석경’으로 각각 거북의 등껍질과 커다란 거울 모양을 하고 있다. 귀감석은 그 무게만도 130톤, 거대한 돌에 온몸을 기대어 기를 받는다. 더 위쪽의 석경 역시 하늘의 운을 받고 마음을 성찰하는 곳이다. 기의 실체를 직접 체험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동의보감촌 안에서 가장 기가 세다는 장소다.
산청한방테마공원은 삼라만상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 나무木, 불火, 흙土, 광물金, 물水을 주제로 꾸몄다. 목조 데크, 자연로, 약초 동산을 비롯해 인체의 내부를 표현한 조형물 등 한방을 주제로 일관되게 구성된 테마공원이다.
동의본가 힐링타운은 동의보감촌 안에서도 가장 안쪽 숲에 들어앉았다. 한옥으로 단장한 이곳에서는 1박 2일 동안 한의사 김효진 원장이 손님에게 맞춤 처방한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맨 처음은 해독 프로그램으로 각자에게 맞춘 약초약수탕에서 스파를 통해 몸 안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정이며, 해독이 끝나면 약이 되는 건강식도 섭취한다. 침이나 뜸 치료는 물론이며 족욕 등의 수치료, 황토방과 찜질방에서의 햇빛 치료와 온욕 치료도 받는다. 이곳이 힐링 타운인 이유는 터에도 있다. 이곳 문영권 사무국장은 동의본가 힐링타운은 누구나 편안히 잠자고 쉴 수 있는 기운이 가득한 곳이라고 전한다. 또, 산약초가 심어진 주변 탐방로에서 약초삼림욕을 즐기거나 허준순례길 등을 돌아볼 수 있어 몸과 마음이 온전히 휴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의보감촌은 거대한 약초 재배지도 갖췄다. 너른 산등성이에는 곤드레, 당귀, 도라지를 비롯해 곰취, 산부추, 엉겅퀴, 장뇌삼, 산마늘까지 다년생 약초들이 빽빽하다. 일체의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 약초 밭이다. 간단하게 맛도 보고 채취할 수도 있어 약초 체험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산약초 향기에 취하는 곳
왕산에 자리잡은 류의태 약수는 허준의 스승 류의태 선생이 탕약 제조를 위해 사용한 물이다. 선생은 왕산에서 자생한 약초를 이 약수로 다려 탕액을 만들었다. 지금은 아예 ‘류의태 약수터’로 명명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강 명소가 되었다. 이곳의 물은 여름에 차고 겨울에 따뜻한 한천수寒泉水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고 장복하면 반위를 다스린다고 전한다. 눈 내리는 겨울날에도 김이 나는 단맛의 약수라 하니 신비하고 맛난 물임에 분명하다.
약초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지리산의 맥을 잇는 왕산의 청정 약초는 산청의 자랑이다. 산청읍 옥산리의 정광뜰은 단일 면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약초 재배 단지다. 이곳 역시도 제초제나 농약을 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김매고 정성스럽게 가꾸어 거두는 그야말로 유기농 토종 약초다. 때문에 매일매일 전쟁 치르듯 풀과 씨름한다는 이곳 농민들의 말에 산청 약초의 귀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당귀와 작약, 지황과 천궁 외에도 삼백초, 이의인 등 20여 종의 약초들이 드넓은 들판을 채우고 있어 훌륭한 약초탐방로이자 건강삼림욕장이다. 계절마다 다른 약초의 향기와 빛깔에 취할 수 있어 관심 있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정광뜰은 요즘 같은 10월이면 당귀 냄새로 온 벌판이 들썩인다.
지리산 청정 기운을 그대로 품은 건강 약초들과 오랜 한의학의 전통을 간직한 곳, 산청. 나라 안에서 가장 맑고 영험한 기가 흐르는 땅, 산청과의 만남으로 모처럼 몸과 마음이 행복해졌다면 그건 분명 산청에 흐르는 특별한 기 덕분일 것이다.
동의보감촌
한방을 테마로 조성된 거대한 한방 휴양지로 내년 산청에서 열리는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내부에는 산청한의학박물관을 비롯해 한방체험센터인 동의본가 힐링타운과 산청한방테마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외 한방 약수를 이용해 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지리산 동의보감 약초탕’, 지리산에서 자라난 약초와 채소로 요리한 음식을 판매하는 ‘약초와 버섯골 식당’도 운영되고 있다문. 의 산청군 문화관광과 055-970-6431~4 경남 산청군 금서면 특리
* 산청한의학박물관 :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월요일 및 1월 1일, 설날, 추석
관람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문의 055-970-6461~2
museum.sancheong.ne.kr
* 동의본가 힐링타운 : 체험료 1인 기준 1박 2일 70만원 문의 055-973-9566
* 지리산 동의보감 약초탕 : 체험료 2시간 기준 1만 5000원 문의 055-972-2828
* 약초와 버섯골식당 : 메뉴 약초와 버섯 샤브샤브 1만 5000원 외 문의 055-973-4479
소설 <토지>가 시작되는 곳 하동 최참판댁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부연 설명 없이도 토지를 읽은 이라면 참 익숙한 지명. 무려 26년 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집필된 대하소설 <토지>가 열리는 곳이다. 1900년대 초반에서부터 해방되기까지 50여 년의 세월을 세밀히 기록하면서도 직접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없이 많은 등장인물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토대로, 어디까지나 관조적으로 시대를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은 담담하다. 그리고 그 소설 속 장면들을 문학 속 그 지점에 고스란히 재현해낸 곳이 바로 하동 최참판댁이다.
우리나라 대표작가 박경리 씨의 대표작이자, 우리나라 소설의 대표작이기도 한 <토지>. 총 21편으로 구성된 토지는 1962년부터 1994년까지 집필에 무려 26년이 걸렸고, 원고지 분량만 4만 장에 이른다. 5부로 나뉘는 토지 1부에서는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1부가 끝난 2~3년 뒤 간도에 정착해서의 10여년의 생활이 펼쳐진다. 3·4부에서는 잃었던 토지를 되찾은 최참판댁 아가씨, 하지만 이제는 결혼해서 일가를 거느린 최서희가 아들들과 함께 다시 고향 하동을 찾은 후 아들 세대의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5부 말미에서 비로소 해방을 맞으며 소설의 긴 흐름은 끝을 맺는다.
혹시 토지를 읽으셨는지.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리스트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작품 중 하나지만, 사실 전체를 완독하기란 쉽지 않다. 1부 1권을 손에 들기 전에 필히 깊은 숨을 몇 번 들이쉬었다 내뱉은 후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21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문학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도 혼신의 힘을 다했겠지만, 긴 책을 완독하려는 독자에게도 여간한 인내심과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문학작품을 읽은 게 아니라, 마치 여러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듯한 피로감도 동반한다.
필자도 매권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는 충분히 쉰 후 다음 책을 집어들었다, 50년 세월을 풀어낸 글들을 훑다시피 읽었는데도 종종 헷갈리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짚어내기 위해 ‘토지 인명사전’을 늘 옆에 펼쳐두었다. 끝도 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생을 세심하게 짚어내는 박경리 씨의 섬세함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다. 그 많은 인물들의 인생을 하나하나 옅본다는 일, 씨실과 날실을 엮어 피륙을 짜내듯 그들의 관계를 촘촘히 엮고 그에 역사적인 사건들을 보태 방대한 분량의 그들의 긴 역사를 함께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책 한 권 읽은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옆에 붙어 그들의 희노애락과 긴 삶을 함께 숨쉬고 또 멈춘 기분이 들기도 한다.
4대에 걸쳐 소설 속 중심축이 되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최참판댁의 터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경남 하동군에서는 토지를 기념하기 위해 평사리 들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대지주 최참판댁, 그리고 녹을 먹고 살아가던 소작인들의 집을 재현해 놓았다.
<토지>의 주인공, 최참판 일가가 거주하던 최참판댁
평사리로 접어들면 최참판댁으로 향하는 언덕 입구에서부터 토지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제는 ‘최참판댁’이 고유 명사가 되어 인터넷 웹사이트, 자동차 네비게이션에서도 명칭 그대로 검색이 된다. 아직은 들판의 푸른 기운이 가시지 않은 평사리 들판 한가운데에는 ‘서희와 길상이 나무’라고도 불리는 소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고, 그 일대가 훤히 보이는 최참판댁 대문은 활짝 열려 있다.
주인댁에 충정을 다하던 정직한 마름 김서방 식구가 기거하던 문간채를 지나 활짝 열린 최참판댁 대문으로 들어서면 곧장 행랑채로 이어진다. 별당아씨를 들쳐 업고 지리산으로 훌쩍 떠나버린 구천이와 머슴들이 기거하던 곳이다. 대문에서 오른쪽으로 몸을 틀면 사랑채. 최서희의 아버지이자, 최참판댁 2대를 잇는 인물로 냉엄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 신경질적이고 냉소적인 최치수의 공간이다, 사랑채 뒤로는 최씨 가문의 대찬 안주인 윤씨 부인이 기거하던 안채, 그리고 안채 왼쪽으로 난 문으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나무가 수면에 드리워진 작은 연못이 있는 별당이다. 서희의 어머니인 별당 아씨가 기거하던 곳이지만 그녀가 떠난 후, 엄마를 그리며 울고 보채던 서희가 지내던 곳. 그녀를 충실히 따르던 어린 몸종 봉순이가 쪼그리고 앉아 서희를 위로하며 함께 놀던 바로 그 연못이다.
“어머니 데려와아. 어머니 어디 갔어?”
“서울 가싯지요.”
“그럼 나는 왜 안 데리고 가는 거야?”
“질(길)이 멀어서 애기씨는 걸을 수가 없인께요. 산을 넘고 내를 건니고 또 산을 넘고 하자믄.”
“길상이가 업고 가믄 되잖아.”
“산에는 호랭이가 있십니다. 생이틀(상여) 같은 호랭이가 두 눈에 화덕 같은 불을 키고 얼라(아기)만 보믄 잡아묵을라 안 캅니까.”
우리 전통 주택구조에 맞게, 소설 속 묘사에 충실하게 재현된 최참판댁 마당에 서면 소설 속 구절들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연못 앞에 쪼그리고 앉은 서희와 봉순이, 사랑채에 앉아 오로지 책에만 차가운 눈길을 고정시키는 최치수, 대청마루에 서서 집안을 살피는 윤씨부인에 대한 소설 속 글귀들이 최참판댁 돌담을, 기와 지붕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다. 그러하니, 최참판댁을 방문하기 전에는 가급적 토지 1부 정도는 읽어
두기를 권한다.
쌉싸래한 지리산, 달달한 평사리
최참판댁 아래로는 최참판댁 소작농들이 주를 이루는 평사리 사람들의 공간이 들어섰다. 용이와 강청댁네, 칠성이와 임이네, 두만네 등 조연이지만 최참판댁 인물들과 함께 소설의 큰 줄기를 이루며 함께 스토리를 이어가는 서민들이 웃고 울고 밥먹고 춤추고 싸우고 화해하던 곳이다. 그들이 살던 집, 타작마당, 물레방아 등이 마을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다.
한동안 타작마당에서는 굿놀이가 멎은 것 같더니 별안간 경풍들린 것처럼 꽹과리가 악을 쓴다. 빠르게 드높게, 꽹과리를 따라 징소리도 빨라진다. 웃지 않아도 초승달 같은 눈의 서금돌이 앞장서서 놀고 있을 것이다. 오십 고개를 바라보는 주름살을 잊고 이팔청춘으로 돌아간듯이, 몸은 늙었지만 가락에 겨워 굽이굽이 넘어가는 그 구성진 목청만은 늙지 않았으니까.
“쯔쯔... 저 좋은 목청도 흙 속에서 썩을랑가?”
“서 서방이 죽으믄 자지러지는 상두가(상엿소리) 못 들어서 서분을(서운할) 기요.”
“할망구 들을라? 들으믄 지랄할 기다.”
“세상에 저리 신이 많으믄서 자게 마누라밖에 없는 줄 아니 그것이 보통 드문 일가?”
너희들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두만 아비는 느릿느릿 징을 칠 것이다. 봉기는 헤죽헤죽 웃으며, 구경하는 아낙들보고 부끄러워하며 고깔을 흔들 것이다. 이들은 한창 일할 나이, 살림의 기틀을 잡고 있는 삼십대 중간쯤의 장정들이었고 나이 좀 처지는 축으로는 장구 멘, 하얀 베수건 어깨에 걸고 싱긋이 웃으며 큰 키를 점잖게 가누어 맴을 도는 이용이다. 그는 누구니 누구니 해도 마을에선 제일 풍신 좋고 인물 잘난 사나이, 마음의 응어리를 웃음으로 풀며 장단을 치고, 칠성이 북을 더덩덩! 뚜드리면 무같이 미쭉한 영팔이는 욱욱 헛힘을 주어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작가는 추수를 마친 평사리 농민들의 놀이마당을 묘사하며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압축적이고도 친절하게 풀어놓았다. 섬진강을 경계로 강 건너 저편은 전라도지만, 지역색이 물씬 묻어나는 질펀한 경상도 사투리 묘사는 맛깔나는 양념이다. 작가 스스로 경상남도 통영 출신인 터라, 경상도 사투리와 사람들, 그들을 배경처럼 감싸는 이 지역에 대한 묘사는 그 누구보다 빼어났을테다. 조정래 작가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소설 <태백산맥>에 감칠맛을 더했듯.
2001년 2월 최참판댁이 문을 열었을 때, 행사에 참가했던 박경리 선생의 코멘트를 전한다. “악양 평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넘볼 수 없는 호수의 수면 같이 아름답고 광활하며 비옥한 땅이다. 그땅 서편에 들어온 골격이 굵은 지리산 한자락이 한과 눈물과 핏빛 수난의 역사적 현장이라면, 악양은 풍요를 약속한 이상향이다. 두 곳이 맞물린 형상은 고난의 역정을 밟고 가는 수없는 무리, 이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라면 이상향을 꿈꾸고 지향하며 가는 것 또한 우리네 삶의 갈망이다. 그리고 진실이다.”
거친 지리산에서 삐져나온 평화로운 악양면을 배경으로 달고도 쌉싸래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소설 <토지>의 풍미도 그와 다르지 않다. 소설 속 어느 누구에게도 오로지 달거나, 오로지 쌉싸래한 인생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달고도 쌉싸래한, 누구에게도 공평한 삶의 전개는 필자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음이 사실이다. 잊지 말자. 박경리 작가의 위안 한 자락 얻기 전, 깊은 심호흡은 필수다.
선인을 따라 가는 폭포수와도 같은 소리의 길 - 해인사 소리길
경남의 길들은 자락 자락 거대한 태백산맥의 기운이 청정하고, 유장한 낙동강 물길과 짙푸른 남해바다를 닮아 그윽하고 수려하다. 해서 산과 계곡, 들과 마을로 난 무수한 길들마다 깊디 깊은 숲길과 너르고 순한 들길, 푸른 바닷길을 고루 갖췄다. 합천 가야산의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해인사 소리길은 가야산의 19경 중 16곳이 오롯이 자리잡고 있는 천하절경의 길이다. 이 길은 또한 법보사찰法寶寺刹 해인사로 향하는 천 년의 길이며, 고운 최치원이 우화등선羽化登仙한 선禪의 길이기도 하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더해 세월 가는 소리까지 들려온다는 소리의 길은 온 계곡이 붉게 물든 가을날, 가야산 골짜기 따라 붉은 꽃으로 흐른다.
논길 따라 들길 너머 가야산의 품
해인사 소리길은 지난해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맞아 가야산 홍류동 계곡의 옛길을 복원했다. 대장경천년관에서 시작해 해인사 입구의 영산교에 이르는 6킬로 미터여 구간으로 가야산의 진경들을 제대로 만난다. 예로부터 이름난 가야산 19경 중에서 16경이 이 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인사 소리길은 홍류동 계곡의 웅장한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뿐만 아니라 세월 가는 소리까지도 들려오는 길이다. 우주만물이 소통하고 자연이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까지도 모두 담아내는 길이다. 길의 끝은 천 년 도량 해인사다. 중생의 번뇌와 망상이 비로소 멈추어 우주의 참된 모습이 그대로 물(海해) 속에 비치는(印인) 깨달음의 경지, 즉 해인삼매海印三昧를 열망하는 불도량 해인사가 길의 끝이며 새로운 길의 시작인 셈이다. 자연과 우주만물의 소리를 넘어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리의 길, 그 마침표는 깨달음을 구하는 천 년 성지다.
해인사 방면 가야산로에 자리잡은 대장경테마파크는 소리길이 시작하는 곳이며, 그 중심은 대장경천년관이다. 미디어아트를 적극 활용한 색다른 전시 구성과 다양한 체험 공간이 눈길을 끄는 대장경천년관에서는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 앞에 선 진화된 대장경의 모습과 만난다. 흔히 말하는 소리길의 1구간은 홍류동 계곡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무릉교에서부터 시작된다. 무릉교까지는 아담한 계단식 논과 들길을 벗삼아 40여 분, 2킬로미터쯤 걸어가야 한다. 길은 풀 냄새 짙고, 가을 벌레 소리 요란하다. 자연이 뿜어내는 향기와 소리와 누렇게 익어가는 논두렁을 벗삼으며 소리길의 1경 멱도원과 2경 축화천을 지나면 유서 깊은 마을 무릉동의 안길로 접어든다. 집집마다 낡은 담벼락에 내려 앉은 굵은 세월의 더께 너머, 자기 공장으로 들썩였던 한창 때의 흔적들이 마을 곳곳에 고스란하다.
마을 안 쉼터에서의 짧은 휴식 후에 소리길 3경인 무릉교로 향한다. 한때는 해인사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지만 지금은 소실되고 없는 무릉교다. 일찍이 <택리지>에 “합천의 가야산만이 뾰족한 돌이 줄을 잇달아서 불꽃 같으며, 공중에 따로 솟아서 극히 높고 빼어나다. 골 입구에 홍류동과 무릉교가 있다. 나는 듯한 샘물과 반석이 수십 리에 뻗쳐 있다”라고 기록된 곳이다. 이곳 무릉교에서부터 4교량까지 이어지는 1.4킬로미터의 길이 소리길 1구간이다. 무릉도원으로 이르는 승경을 기대하며 비탈진 산길과 나무 데크를 번갈아 계곡을 오르면, 북두칠성에 제를 지내던 소리길의 4경 칠성대다.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 갈수록 요란하고 풀벌레 소리 더해가는 맑고 깊은 계곡 길, 산 깊고 골이 깊은 홍류동 계곡이다.
선인이 남긴 천 년의 길
잠시 계곡 길을 빠져 나와 숨을 고르면, 쭉 뻗은 도로 위로 곧 해인사 홍류문이다. 이곳 홍류문에서 길상암까지 1.5킬로미터에 이르는 길, 소리길 2구간이다. 홍류문을 지나 오른쪽 비탈 위로는 작은 마을 홍류동, 언덕 위로 소리길 쉼터도 보인다. 일곱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정감 있는 풍경을 이뤘다. 쭉 뻗은 도로에서 비켜나 다시 왼편의 계곡 길로 접어든다. 굳이 빠른 길을 두고 느리고 거친 산길로 들어서는 이들, 이내 우거진 숲과 계곡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 옛날 이곳에 귀의했던 선인의 이상과 발자취를 좇고, 저마다 내면의 소리로 향하는 시간이다.
소리길 5경인 홍류동천은 합천 8경 중 한 곳. 신라의 명문장가이자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과 그를 좇던 후학들이 두고두고 머물러 유람하던 곳이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오래도록 발길을 붙잡는 홍류동천은 가을이면 계곡의 단풍이 너무도 붉어 흐르는 물조차도 붉게 보인다는 단풍 명소이며 때로는 금강산의 옥구슬 같은 물이 흐른다 하여 옥류동천으로도 불린다. 오랜 세월 꿋꿋한 기상을 품은 소나무 길은 붉고 고운 흙의 감촉으로 폭신하다. 세상과의 연을 끊고 가야산에 귀의했던 최치원이 자연과 벗하며 시문을 남긴 곳, 홍류동천 제일의 경관 농산정과 만난다. 신던 신발과 지팡이만 남긴 채 어느 날 가야산 깊숙이 몸을 감춘 그의 행적은 오늘날까지도 경상도 땅 곳곳에 수많은 이야기로 남았다.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 지척의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 늘 시비是非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다네’ 이곳에 남은 그의 시 <제가야산독서당>의 시정詩情은 여전히 깊고 크며, 우레와도 같이 웅장하고 세찬 물소리는 그 옛날처럼 쩌렁쩌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곳 홍류동천의 요란한 물소리는 싱그러운 숲길과 함께한다. 우거진 숲은 흙의 기운 따뜻하며 낮고 완만해 깊고 시원한 길을 낸다. 길은 취적봉, 자필암, 음풍뢰, 광풍뢰, 완재암, 분옥폭, 제월담으로 이어지며 소리길 7경부터 13경의 진경을 드러내 보여준다. 모두 자연의 소리와 풍경이 머무는 소리길의 천하절경이다.
우레 같은 소리 너머 해인삼매 도량
길상암에서 6교량에 이르는 0.6킬로미터의 길은 홍류동 계곡의 숨은 비경과 만나는 소리길 3구간. 낮은 숲길을 빠져나오면 길상암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과 만난다. 길상암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자리잡고 있다.
숲길을 빠져 나와 모처럼 하늘을 본다. 비로소 눈 앞의 매화산과 가야산에 눈길이 닿는다. 예로부터 해동의 10승지, 조선의 팔경으로 웅장한
산세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가야산, 깊고 수려하다. 가야의 시조 신화가 전하는 영산靈山이기도 한 가야산은 너른 품으로 인간과 자연과 천 년 도량을 감싸 안았다. 명진교를 건너면 계곡 너머로 이제껏 기대 걸어온 산등성이와 마주하게 된다. 거기 산등성이의 바위 모습이 거북과 닮았다고, 이곳 가야 땅에서 나고 자란 이가 말한다. 수많은 자연지형물들에 그처럼 아름다운 서정을 담아냈던 옛사람들처럼, 홍류동 계곡에는 여전히 새 이야기가 더해지고 곳곳마다 또다시 새로운 이름들이 생겨날 것이다.
바위 위에서 떨어진 꽃잎이 모이는 소(沼), 낙화담은 소리길 13경이다. 굽이쳐 휘도는 소의 한가운데로 단풍이 쏟아져 내리는 10월이면 낙화담은 붉게 흐르는 홍류동천 제일의 꽃길이 된다. 첩첩이 쌓인 암석이 절경을 이룬 첩석대와 신선이 모여 놀던 바위 회선대는 각각 소리길 15경과 16경, 두 곳의 절경을 끝으로 6킬로미터를 내달려온 가야산 소리길도 끝이 난다. 소리길이 끝난 곳에서 해인사까지는 1.3킬로미터의 거리다. 이제 길은 다시 천 년 도량으로 열려 있다. 주저할 필요가 없다. 각각 세계기록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봉안하고 있는 거찰 해인사로 향하는 길은 또 다른 가야산의 이야기들이 기다릴 터이기 때문이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총 6킬로미터의 거리, 쉬엄쉬엄 걸어 3시간 여. 소리길과 만나는 물리적인 수치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온갖 소리와 냄새와 빛깔이 어우러진 해인사 소리길은 저마다에게 다른 공감각의 길이며, 또한 각기 다른 깨달음의 길이다. 해서 거리나 소요 시간 따위를 가늠하거나 제안하는 일은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해인사 소리길에서라면 자연과 하나되는 일,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 어쩌면 내 안의 소리와 세상의 참모습까지도 투명하게 맞대면할 수 있는 해인삼매의 행운까지도 얻을 지 모를 일이다. 한나절 길 위에서 말이다.
대장경테마파크 & 대장경천년관
팔만대장경의 역사적 문명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조성된 곳, 대장경천년관이 중심 공간이다. 대장경 조판 이전부터 경전의 전래와 발전, 천 년을 이어온 장경판전의 과학까지 시공간을 아울러 대장경의 모든 것을 전시하고 있다. 대장경 전시실, 대장경 로드실, 대장경 신비실, 대장경 보존과학실, 대장경 이해실, 기획전시실, 대장경 수장실, 포토존 & 체험존의 8개 공간으로 구성. 관람시간10:00~18:00(동절기 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관람요금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군인 만 65세 이상 500원
문의 055-930-4801~2 경남 합천군 가야면 가야산로 1160(야천리 943 )
CNN GO가 선정한 경남에서 꼭 가봐야 할 곳 BEST9
미국 뉴스전문체널 CNN이 운영하는 CNN GO에서는 ‘한국에서 가봐야 할 가장 아름다운 50곳’을 선정했으며, 그 중 경남의 명소9곳이 선정됐다. ‘만약 당신이 한국에서 좁은 서울지역에만 있게 된다면 중요한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그들의 말처럼, 놓쳐서는 안 될 풍경이 여기 있다.
1. 남해 다랭이마을 CN Selection 3
다랭이마을은 가천마을로도 불리는 주민 120여 명의 작은 마을로, 선조들의 생활 방식과 지혜가 숨어 있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450년 전부터 산비탈을 일궈 돌로 쌓아 만든 108층의 계단식 논이 해안 절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2. 진해 경화역 CN Selection 5
창원시 진해 경화역은 경화역과 경화동 세화여고 사이 약 800미터의 벚꽃터널로 유명해 군항제 기간에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않는 곳이다. 비처럼 떨어지는 벚꽃 잎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해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3. 창녕 우포늪 CN Selection 6
1억 4천만 년 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 늪인 우포늪은 광활한 늪지에 1,50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부들과 창포, 갈대, 벗풀, 연꽃 등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으며 늪에 반쯤 밑둥을 담고 있는 나무들이 원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4. 합천 해인사 CN Selection 13
가야산 남쪽에 자리한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한국불교의 성지로, 동양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국보보물 등 70여 점의 유물이 산재한 곳으로, 뒤로는 가야산과 앞으로는 매화산에 둘러싸인 웅장한 풍경은 신비감에 젖게 한다.
5. 지리산 천왕봉 CN Selection 14
지리산 천왕봉은 수많은 동식물과 아름다운 자연으로 일상을 벗어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색다른 여행지다. 수없이 많은 계곡과 불일폭포, 구룡폭포, 용추폭포 등으로 이루어진 자연경관은 명산으로서 손색이 없다. 또한 수 많은 문화재가 있는 한국 불교의 산실이기도 하다.
6. 여좌천 벚꽃길 CN Selection 17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국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여좌천 벚꽃길. 이곳은 대한민국의 세느강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고 멋진 풍경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7. 함양 다락논 CN Selection 29
다락논은 정확히 어느 시기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태고로부터 지금까지 조성되고 있는 곳. 경사가 급한 산악 지형 탓에 산비탈을 개간해 돌로 축대를 쌓아 논둑을 만든 것이 지금의 장관을 만들었다. 초가을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다락논의 경관은 직접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8. 황매산 철쭉축제 CN Selection 34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황매산은 봄이 되면 수십만 평에 선홍의 철쭉꽃들이 만발하는 장관을 이룬다. 고원에서 철쭉꽃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축제는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진주 촉석루 CN Selection 49
진주성 촉석루는 남강변 바위 벼랑 위에 장엄하게 솟은 대한민국 3대 누간 중 하나다. 논개의 충절이 깃들어 있는 이곳은 단아하고 기품있는 멋이 일품인 진주의 자산. 마치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이곳의 야경은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화산이 선사한 커피라는 이름의 축복 COSTA RICA
지구상에서 코스타리카가 차지하는 면적은 0.03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의 약 5퍼센트에 달하는 동물군이 서식할 정도로 생태계의 다양성이 돋보이는 나라다. 또, 코스타리카 전역에 산재하는 식물의 종류를 꼼꼼하게 합치면 아프리카 대륙 전체보다도 많다. 경이로운 생태계를 간직한 이 아름다운 땅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커피의 산지이기도 하다.
생태계를 차치하고라도 코스타리카는 여러 모로 남다르다. 중남미 유일의 중립국인 코스타리카에는 우선 군대가 없다. 1949년 헌법상으로 군대를 영구히 폐지시켰으며, 주권과 국가 방위를 국제법에 맡기는 중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쿠데타 염려가 없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다. 정변으로 얼룩진 중남미의 여타 국가들과는 상황이 판이하다.
기후와 풍경도 사뭇 다르다. 코스타리카에는 항상 푹푹찌는 듯한 염천 더위가 일 년 내내 계속될 것 같지만 이 나라 고지대에는 뜻밖에도 선뜻선뜻한 기운이 감돌고 목가적인 풍경이 유순하게 펼쳐진다. 코스타리카가 중미의 스위스 혹은 알프스라고 불리는 데는 정치와 풍경의 두 가지 함의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아레날과 포아스, 두 개의 영험한 풍경
코스타리카의 특징을 드러내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화산이다. 모두 합쳐 120여 개의 화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4개가 활화산이다. 지난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의 갑작스런 폭발로 이른바 항공 대란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발음도 어려운 아이슬란드의 그 화산은 189년 만에 마그마와 화산재를 격렬하게 뿜어냈다.
자연의 변덕 앞에 사람들은 하릴없이 발이 묶였고, 출국 혹은 귀국할 수 없는 사람들은 영화 <터미널>의 빅터 나보스키처럼 공항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코스타리카의 아레날Arenal 화산은 그 보다 더 긴 시간인 400여 년 동안 침묵을 지키다 1968년 돌연 대폭발을 일으켰다. 인근의 3개 마을이 용암으로 뒤덮여 가뭇없이 사라졌고, 87명의 주민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몇 해 전에는 관광객을 태운 헬리콥터가 아레날 화산 위에서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2003년 이후 화산은 휴지기에 들어갔지만 사람들은 이제 화산에 접근할 수 없고, 상공에 헬기를 띄울 수도 없다. 서리서리 올라가는 화산 연기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그저 경이로운 자연을 눈으로 어루더듬을 뿐이다.
아레날의 한 선착장에서 배를 띄워 화산을 향해 나아갔다. 물낯은 평온했고 오직 배가 지나간 자리에서만 파문이 일었다. 이름 모를 물새가 수면에 두 다리를 딛고 서서 허공을 응시했다. 광활한 호수에서 새가 선 자리는 한낱 점에 불과했고, 그 위에 새의 모든 하중이 실려 있었다. 멀리서 아레날 화산이 웅장한 자태를 선보였다.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데다 해를 정면에 두고 바라보아야 했기 때문에 화산의 디테일은 살필 수 없었다. 그래도 산등성이에 구름을 두른 화산은 대단한 위엄을 풍겼고, 잔잔한 호면은 화산의 위엄을 고스란히 튕겨냈다. 물 밖의 화산과 물 속의 화산, 그 어느 쪽도 움켜쥘 수 없었다.
수도인 산호세San Jose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아스Poas 화산은 아레날에 견줘 접근성이 훨씬 나은 편이다. 폭 1.5킬로미터, 깊이 300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큰 분화구를 가까이에서 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산 국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분화구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기묘한 모양새의 식물들이 길동무가 되어주었다.
해발 2,708미터. 드디어 포아스 화산의 분화구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고, 화산호에서는 연기가 간단없이 피어올랐다. 청명한 날씨 덕분에 화산 아가리의 생김새가 뚜렷하게 다가왔다. 화산의위세에 눌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순간, 쾌청했던 날씨가 급작스레 어두워지더니 삽시간에 운무의 바다가 펼쳐졌다. 불과 30초 만에 모든 풍경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간발의 차이로 화산의 진면목을 알현하지 못한 사람들의입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로부스타를 위한 최적의 환경
코스타리카의 화산은 커피라는 기대 밖의 소득을 안겨주었다. 바리스타들의 격찬을 이끌어낸 피베리 커피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코스타리카의 비옥한 토양이 아니라면 탄생할 수 없었다. 포아스 화산 역시 특유의 토양과 고산지대라는 최적의 커피 재배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커피 생산국 중에서도 면적당 커피 생산량이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품질 또한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커피콩은 크기는 좀 작지만 통통한 편이다. 조직이 치밀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산도가 높고 향이 풍성하며 바디감이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보통 8월 또는 9월에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수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타리카 커피의 풍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커피 씨앗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좋다. 커피 씨앗은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가르마를 탄다. 아라비카의 원활한 생장을 위해서는 해발 1,000~2,000미터의 산비탈, 15~24℃의 기온, 1,500~2,000밀리미터의 강우량, 따갑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햇볕이 필요하다. 이처럼 재배 조건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도 약하기 때문에 아라비카의 수확량은 로부스타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대신 높은 지대에서 천천히 여물기 때문에 복합적인 맛과 향을 지녔다. 따라서 고급 커피에는 아라비카가, 인스턴트커피 같은 대중적이고 저렴한 커피에는 로부스타나 교배종이 주로 사용된다.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아라비카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아예 아라비카만을 재배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커피는 또 습식법을 고수한다. 커피 열매를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껍질도 함께 벗겨내는 습식법은 발라낸 원두를 다시 씻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수차례의 선별 과정을 거치기 때문
에 품질이 고르고 우수한 원두를 얻을 수 있다.
코스타리카에 머무는 동안 호텔에서, 카페에서, 재래시장에서, 그리고 커피 농장에서 틈틈이 커피를 챙겨 마셨다. 커피는 깊숙하고 아늑하고 고요했다. “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길 원하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코스타리카로 가길 원한다”는 말은 결코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었다. 코스타리카에서 사온 커피가 다 떨어질 때까지 나는 다른 커피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지금도 코스타리카 커피의 부드러운 신맛과 은근한 향이 내 체세포에 각인돼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나비의 나라이기도 하다. 무려 2,000종 이상의 나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 차원에서 나비를 육성하고 보호하기 때문에 나비를 함부로 잡을 수도 없다. 그야말로 나비의 유토피아인 셈이다. 크고 작은 나비 농장과 정원들은 코스타리카의 주요 관광지로 기능한다. 산호세에서 약 7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라파스 폭포 공원에 들러 선명한 색깔을 지닌 나비들의 날개짓과 고치를 거쳐 어른벌레로 변하는 나비의 일대기를 들여다보았다. 모포나비는 햇빛에 푸른빛의 날개를 반사시키며 유영을 거듭했고, 내 시선도 그 날개 위에 얹혀 함께 허공을 떠돌았다. 애벌레는 고치 안에 웅크린 채 환골탈태의 순간을 하마하마 기다리고 있었다..
T r a v e l I n f o r m a tio n
가는 길 미국 LA를 경유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LA에서는 알래스카 항공과 타카 항공 등이 코스타리카 산호세의 후안 산타마리아 국제공항까지 직항편을 운영한다. 산호세에서 아레날까지는 차로3 시간 정도 걸린다.
레포츠 짚 라인은 정글과 정글 사이에 연결된 쇠줄에 롤러를 걸고 카라비너에 의지한 채 하늘을 가르는 레포츠다. 열대우림 지역의 원주민들이 독성이 있는 동식물을 피하기 위해 커다란 나무들 사이에 감아 놓은 로프를 타고 이동한 것에서 유래했다. 밀림이 무성한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포츠로 손꼽힌다.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은 계곡을 건너 지르는 출렁다리를 걸으며 밀림의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스카이 워크를 즐기면 된다.
숙소 12개의 자연 온천장과 최신식 리조트 설비를 갖춘 타바콘 그랜드 스파 더말 리조트(www.tabacon.com)가 가장 유명하다. 아레날 화산 기슭에 위치하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물을 데울 필요가 없는 말 그대로의 천연 온천장을 보유하고 있다. 리조트에는 총 114개의 객실이 있으며, 다양한 스파 및 트리트먼트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천국에서 즐기는 달콤한 휴식 호주
남반구의 따뜻한 나라 호주. 한국과 정반대의 기후를 지닌 이곳은 지금 한창 봄이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호주 대부분의 지역에서 봄을 느낄 수 있는 시기로, 관광은 물론 서핑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룬 호주는 어느 곳에서건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도 산과 바다, 강과 숲들이 곳곳에 펼쳐져 천국의 풍경을 연출한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TOP 10에 꼽힌 시드니를 비롯해 최고의 해변 휴양지 골드코스트 등 활기와 여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천국의 달콤함을 즐겨보자.
세계 3대 미항을 만나다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호주의 대표 도시 시드니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기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항구와 70개가 넘는 눈부신 비치는 이곳의 백미로, 1년 내내 느긋한 휴가 분위기를 풍기는 최적의 휴양지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목적의 관광이 가능한데, 본다이 비치에서 서핑을 배우거나 쿠지 해변에서 수영하기 등 레저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록스 거리의 골목길과 패딩턴 마켓, 세련된 부티크, 카페와 펍이 어우러진 거리를 거닐며 여유를 느끼기에도 좋다. 또한 도심에서의 다양한 공연 예술 행사로 활기 넘치는 문화를 만끽할 수도 있다.
시드니 하면 떠오르는 오페라 하우스는 1959년 착공을 시작, 총 14년에 걸쳐 완성된 호주의 상징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이곳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열린 디자인 콘테스트를 통해 당선된 덴마크의 건축가 요른 웃존(Jorn Utzon)이 설계했다. 하지만 무겁고 기울어진 지붕 고정 문제에 따른 비용 문제와 실내 디자인에 대한 논란으로 갈등을 빚어 디자이너가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의 기술로는 웃존이 애초에 계획했던 놀라운 외형을 모두 반영하기란 힘든 일이었고, 결국 이 건물은 비슷한 규모의 건축물에 비해 14배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을 뿐 아니라 건설 준비 기간만도 9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오페라 하우스는 오늘날 파리 에펠탑 못지않게 시드니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든 주요 공신으로, 호주인은 물론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푸른 빛의 세계자연유산, 블루마운틴
시드니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물은 바로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시내에서 약 100Km 거리에 있는 이곳은 푸른 안개가 피어나는 신비한 절경을 자랑한다. 블루마운틴이란 산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분비된 수액이 강한 태양빛에 반사되면서 주위의 대기가 푸르
게 보이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장관은 에코포인트에서 바라보는 세자매봉(Three Sisters). 바위의 융기현상으로 생겨난 세자매봉은 슬하에 미모의 세 딸을 둔 마법사가 마왕으로부터 딸들을 보호하기 위해 바위로 만들었으나, 마왕의 복수로 목숨을 잃어 마법을 풀지 못하고 바위로 남아있다는 애버리진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광산산업이 활발하던 시기에 석탄운송을 위해 설치했던 궤도열차를 타고 가파른 협곡을 달리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발 아래 펼쳐지는 웅장한 수풀림을 관람할 수도 있다.
낭만과 여유가 가득한 대표 휴양지, 퀸즈랜드
‘썬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고도 불리는 퀸즈랜드 주는 겨울에도 평균기온이 21도 안팎인 쾌청한 날씨로 1년 내내 여행하기 좋은 장소다. 주도인 브리즈번을 시작으로 황금빛 해변 골드코스트에 이르기까지 호주인들도 손에 꼽는 대표 휴양지. 브리즈번은 낮에는 한국의 가을처럼 화창하고 밤에는 산책하기 좋을 만큼 선선한 기후로, 세련된 매력을 뽐내는 도심의 풍경과 따사로운 햇빛 아래 유유히 흐르는 강, 강물 위를 미끄러지는 페리 등 낭만과 여유로운 모습으로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호주 하면 떠오르는 코알라 역시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브리즈번에서 남동쪽으로 70여 km거리에 위치한 골드코스트는 과연 지상낙원이란 말이 절로 나올만큼 최고의 해변이다. 눈부신 햇살과 어우러진 황금빛 해변뿐 아니라 서핑하기에 적당한 파도까지 지니고 있어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골드코스트 중심에 위치한 Q1 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날씨가 맑은 날엔 브리즈번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진다. 여행의 행복함에 마음이 한껏 벅차 오르는 순간이다.
호주 6일
상품가 2,150,000원부터
출발일 매주 목요일
항공 대한항공
일정 인천-기내(1)-시드니(2)-브리즈번-골드코스트(2)-브리즈번-인천
예약 및 문의 비씨카드 여행서비스 1566-7977(해외여행 2번, 한진관광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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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의 신비와 열정을 찾아 남미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라틴 아메리카는 지리상으로 한국에서 가장 먼 거리만큼이나 신비로운 곳이다.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은 물론 고대 문명과 뜨거운 정열이 살아 있는 이곳은 여행자들에게는 항상 마지막으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손꼽힌다. 남미 대륙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땅에 다양한 민족과 언어, 문명이 어우러져 있어 그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마치 세상 속 또 다른 세상과도 같은 이곳, 남미에서 라틴의 신비로움과 열정에 흠뻑 빠져보자.
브라질을 대표하는 리오 그리고 이과수 폭포
과거 브라질 왕국의 수도였으며 전 수도이기도 한 리오데자네이루는 약칭으로 흔히 ‘리오’라고도 부른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정열의 축제 리오 쌈바 카니발을 개최하는 도시이자 이탈리아의 나폴리, 호주의 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힌다.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좁고 길게 뻗어 있는 시가지에는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해변 휴양지가 자리잡고 있다. 곳곳에 남미 특유의 열정이 흠뻑 느껴지는 이곳에는 세계 신 7대 불가사의로 알려진 거대 예수상이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마치 도시의 혼란함을 어루 만져주는 듯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계 최대의 폭포 이과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세나라의 접경지역에 걸친 이과수 폭포는 너비 4.5km, 평균 낙차가 70m에 이를 만큼 거대한 규모로, 사람의 눈으로는 한눈에 담을 수 조차 없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협곡으로 떨어지는 물은 여기저기 떠있는 섬과 튀어나온 바위 때문에 다시 275개의 작은 폭포들로 나눠지는데, 수직으로 떨어지거나 가파른 협곡 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모습이 과히 장관이다. 가장 높은 폭포는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유니언 폭포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양국이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매년 수 백만 명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관광 명소다.
남미의 파리,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만나다
아르헨티나의 정치, 경제, 교통, 문화의 중심지이자 세계적인 무역항이기도 한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유럽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탓에 예로부터 ‘남미의 파리’라고 알려진 도시다. 거리마다 탱고의 구슬픈 선율이 흘러나오는 탱고의 발상지로도 유명하다. 탱고를 빼놓고는 이 도시를 말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탱고 극장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이곳을 찾는 이라면 빠짐없이 방문하는 필수 코스다.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이곳은 이민자의 고독과 우수가 밴 거리와 방랑자들이 모인 카페, 춤과 음악이 뒤섞여 양면의 매력을 내뿜는다. 주요 관광지로는 오월의 광장, 콜론극장, 레콜레타 묘지, 보카지구 등이 있다.
고대 잉카문명이 살아 있는 그곳, 마추픽추
태양의 도시, 공중도시, 잃어버린 도시 등 많은 별명이 붙은 마추픽추는 오랜 세월 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땅이다. 세상과 격리된 채 고대의 신비함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페루의 수도 리마의 동쪽에 위치해 있다. 찾아가기 위해서는 비행기와 기차, 버스를 갈아 타고 험난한 길을 지나야 하지만, 이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광경이 기다리고 있다. 마추픽추는 원래 고대 잉카 문명의 중심지로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잉카문명 사람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페루의 대표 문화 유산인 잉카는 16세기 초까지 번성했다가 1532년 경 불현듯 없어진 제국이다. 이후 약 400년이 흐른 1911년 미국인 하이람 빙엄에 의해 발견됐는데, 그때까지 수풀에 갇힌 채 누구도 그 존재를 몰랐다. 산 아래에서는 도시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직 공중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해서 지구상의 문명이 아니라고도 한다. 잉카 제국 마지막 도시인 이곳의 수수께끼는 아무도 풀지 못했지만, 그 장엄한 광경에서 얻는 벅찬 감동만큼은 분명히 살아있다.
남미 12일
상품가 7,990,000원부터
출발일 격주 수요일
항공 대한항공
일정 인천 -미국(로스앤젤레스 경유) -브라질(상파울로/리오데자네이로/이과수) -파라과이(시우다드델에스테) -아르헨티나(이과수/부에노스아이레스) -페루(리마/코스코/마추픽추) -미국(뉴욕 경유) -인천
예약 및 문의 비씨카드 여행서비스 1566-7977(해외여행 2번, 한진관광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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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 해의 보석 칸쿤
멕시코 동부 유카탄반도에 위치한 카리브 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칸쿤.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자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아직 한국인에게는 낯설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꿈의 휴양지다. 최근 국내에서도 특별한 허니문을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곳은 톱스타 한가인이 선택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리브 해의 아름다운 풍경과 완벽한 시설의 호텔, 각종 액티비티와 편리한 쇼핑까지 갖춰 여행하기 모자람이 없는, 보석 같은 여행지. 또한 마야문명의 발원지로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비롯, 유적지가 산재해 인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흥미로움을 더해줄 것이다. 최근에는 다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당일 도착 비행 일정이 마련되었다. 더욱 편리하고, 더욱 가까워진 칸쿤을 만나보자.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해변을 걷다
2012년 세계 관광대국 10위 안에 자리매김한 멕시코의 유명세는 8할 이상이 칸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불리는 이곳은 에메랄드 빛 바다와 산호초는 물론, 긴 해변을 따라 즐비한 호텔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산호로 만들어진 한적한 어촌마을에 불과했으나, 오늘날 휴양도시로 개발되면서 섬 곳곳에 최고급 초호화 호텔과 리조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날 150여 개의호텔과 리조트들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외관으로 럭셔리함을 뽐내며 칸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특히 미국인들에게는 부의 상징으로 알려진 이곳 비치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깜짝 놀랄만한 부호를 마주치는 것은 너무도 흔한 일이다.
칸쿤의 호텔은 모든 것이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 시스템’으로 운영돼, 추가 지불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호텔은 개별 비치를 소유하고 있으며, 음료와 식사, 주류, 미니바는 물론 룸서비스가 무료로 무제한 제공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심심할 틈이 없는 곳
칸쿤은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은 물론 정글투어, 자연 워터파크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특히 셀하(Xelha)는 1,500년 전의 마야 왕족과 귀족들이 휴양을 즐기던 곳을 개발한 해상공원으로, 아름다운 열대어를 볼수 있는 스노우쿨링이 인기다. 이 외에도 민속 공연, 자전거 체험, 셀하 정글투어, 절벽 다이빙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익스트림 파크 스플로러(Xplor)에서는 600만 년 된 고대 석회동굴 속 스노클링과 카누잉을 즐길 수도 있다.
이곳은 휴양 리조트의 밤은 심심하고 단조롭다는 편견이 사라질 정도로 매일 밤 화려한 쇼와 축제로 들썩거린다. 칸쿤 밤 문화의 백미는 바로 코코봉고(Coco Bongo)로, 이곳 나이트 클럽 중 최고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명품 클럽이다. 시끄러운 음악 일색이 아닌, 아메리칸 스타일의 쇼를 즐길 수 있는 극장식 쇼 나이트 클럽으로 밤의 열기를 뜨겁게 느낄 수 있다.
고대 마야의 숨결이 살아있는 치첸이트사
치첸이트사(Chichen Itza)는 칸쿤의 화려함과는 정반대의 매력이 있다. 칸쿤에서 약 250여 km 떨어진 곳으로, 고대 종교와 문명이 살아 숨쉬는 성스러운 땅이다.
치첸이트사는 세련된 마야 문명의 유적지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지역 중 하나다. 이곳은 전성기 때 약 3만 5,000여 명의 인구가 거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야문명의 정치, 군사, 상업의 중심지로 현재는 천문학과 건축기술이 어우러진 유적들로 가득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신 7대 불가사의다.
이곳의 돌 건물들은 대부분 훌륭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데, ‘전사들의 신전’이라는 여러층으로 된 피라미드가 유명하다. 마야어로 ‘쿠쿨칸’이라 불리는 이 신전은 ‘깃털 달린 뱀’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신전 정면에서 박수를 치면 뱀이 우는 소리가 나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외에도 ‘대시장’이라 불린 넓은 사각형 광장, 고대의 공놀이에 쓰였던 돌로 된 문이 달린 ‘대경기장’, 계단이 나선형이라 달팽이라는 의미의 천문대 ‘카라콜’ 등이 있다. 유적 하나하나 마다 마야인의 총명함이 듬뿍 깃들어 있다.
라스베이거스 / 칸쿤 8일
상품가 3,190,000원부터
출발일 매주 일, 월요일
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일정 인천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휴스턴 -칸쿤 -휴스턴 -나리타 -인천
예약 및 문의 비씨카드 여행서비스 1566-7977 (해외여행 2번, 모두투어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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