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아래 그림 한 점
under a Hanok Encountering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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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색채가 짙게 밴 한옥이라는 공간 안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
‘한옥 갤러리’로 통칭되는 곳들이 묵직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미술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와와 서까래 아래에서 피어난 예술 세계. 그곳으로 떠나는 미술 기행
EDITOR JE MIN JU
일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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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백 가지 좋은 일이 모이는 곳
2019년에 개관한 갤러리 일백헌(一百軒)은 우리나라 서화 작품을 위주로 전시하는 공간으로, 김경수 대표와 서예 전문가 석태진 관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일백헌에는 ‘일백 가지 좋은 일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가 서려 있다. 이곳은 매년 ‘일백헌 창작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는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미술계를 이끌어나갈 작가 육성에 목적을 두고 있는 이 갤러리에서는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으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꾸준히 전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오는 5월 31일부터 6월 20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일백헌은 경상남도 지역 서예의 매력을 전하는 장소로 변모한다.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에서도 갤러리를 운영하며 한국 미술을 유럽에 알리고 있는 일백헌이 해외 문화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와 서울을 연계한 대표 작가전을 기획한 것. 지난달 이탈리아에 위치한 갤러리 일백헌에서 경남서예단체총연합회 작가 104명의 작품 전시를 마쳤으며, 5월 말일부터 총 3부로 나눠 서울 전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81
운영 시간 : 매일 11:00~18:00
문의 : 010-8598-1340
홈페이지 : ilbaekheon.modoo.at
사진제공 : 글씨21
호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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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판동의 모던 한옥
체어스온더힐의 대표이자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한정현 작가가 팔판동 내 조용한 골목 사이에 새로운 아지트를 마련했다. 마치 웃음소리를 담은 공간처럼 부드러운 어감의 이름을 붙인 갤러리 ‘호호재’가 바로 그곳. 호호재가 자리한 터는 한정현 작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물려준 공간이다. 이곳은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건축가의 손끝을 거쳐 모던함을 갖춘 컨템퍼러리 한옥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12월, 호호재 개관에 맞춰 진행한 <관계로그> 전시에서는 회화·조각·가구·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7인의 작가가 함께했다. 한정현 대표를 포함해 김영옥·김재용·박선기·이혜미·정영도·잭슨홍 작가는 개관전을 통해 호호재가 앞으로 보여줄 경계 없는 예술 세계의 무대를 미리 선보이는 작품 30여 점을 소개했다.
아담한 2층 한옥 구조의 공간은 전시 외에도 다양한 쓰임 속에 두루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적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 갤러리뿐 아니라 상업 브랜드와 작가들의 협업전 개최, 스튜디오 운영 등 다각적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복합 플랫폼이 되는 것이 호호재가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기도 하다. 이곳 2층에서는 여러 기와지붕 위로 고즈넉하게 펼쳐진 팔판동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구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호호재에서 만끽해볼 것.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1-7
운영 시간 : 매일 10:00~19:00(유동적으로 운영)
문의 : 010-5535-8586
인스타그램 : @hohojae_seoul
사진제공 : 호호재
이음 더 플레이스
프라이빗 한옥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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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골목을 걷다 보면 걸음을 멈추게 만들 만큼 시선을 끄는 공간이 곳곳에 자리한다. 그중에서도 ‘이음 더 플레이스’는 바깥에서는 도통 안의 세계를 가늠하기 힘든 미지의 장소처럼 여겨져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곳. 그러다 안으로 발을 디디면 프라이빗한 세상에서 나만의 예술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갤러리가 펼쳐진다. 예약자만 방문 가능한 이곳은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사람들이 작품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280평(793m2) 부지 내에 본관과 별관 두 곳의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한 갤러리는 각 공간 사이에 정원을 만들고, 여기서 누리는 풍경마저 예술의 일부처럼 흡수하도록 유도한다. 공간의 이름에 들어간 ‘이음’에는 전통의 품격과 현재의 아름다움, 그리고 미래의 가치를 잇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미술부터 공예, 조형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전시로 한국 예술계의 오늘을 짚어오고 있는 이음 더 플레이스는 4월부터 다음 전시를 위한 준비 기간을 보낸 뒤, 오는 6월 중순부터 강준영·최철용·음하영 작가의 3인 전시회를 진행한다. 전시 기간 중에는 관람객을 위한 차와 다과도 마련될 예정이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나길 30
운영 시간 : 수~일요일 11:00~18:00(매주 월·화요일 정기 휴무)
문의 : 02-736-8118
홈페이지 : www.eumtheplace.com
사진제공 : 이음 더 플레이스
국제갤러리 한옥
몰입을 위한 최고의 뷰잉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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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국내외 동시대 미술 작가의 주요 작품과 그들의 흐름을 소개하며 명실상부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화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조명한 작가만 해도 칸디다 회퍼, 우고 론디노네, 줄리언 오피 등 세계 현대미술사에 선명한 족적을 남긴 해외 작가들을 비롯해 최욱경, 구본창, 안규철, 양혜규 등 내로라하는 국내 작가들.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에도 꾸준히 참가하며 한국 미술계의 잠재력을 알려나가고 있다. 그런 국제갤러리가 꾸준히 외연을 확장한 끝에 마련한 또 하나의 공간은 한옥 갤러리를 표방한 곳으로, 그 이름도 직관적인 국제갤러리 한옥이다. 인접한 국제갤러리 본관과 물리적으로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으나 자연스레 서로의 건물로 스며들 수 있는 구성으로 새롭게 설계한 장소이기도 하다. 국제갤러리 한옥에서는 지난해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을, 가장 최근에는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작가인 최욱경의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현재는 서양화가 김용익의 개인전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가 이곳을 비롯한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운영 시간 :월~토요일 10:00~18:00, 일요일 및 공휴일 10:00~17:00
문의 : 02-735-8449
홈페이지 : www.kukjegallery.com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자연과 미식을 즐기는 섬, 태즈메이니아 ――――――――――――――――――――――――――――――――――――――――――――――――――――――――――
A Haven of Nature and Gastronomy
호주 최남단에 자리한 태즈메이니아는 청정 자연에서 즐기는 액티비티부터 예술과 미식을 즐기는 시티 라이프까지 다양한 여행 취향을 충족시키는 섬 속의 섬이다. 그리고 이 다채로운 매력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호바트는 어른의 탐험을 떠나기에 더없이 완벽한 도시다. 8월의 겨울이 찾아오기 전, 지금이 여행하기 딱 좋은 때다.
EDITORYOON SE EUN
1 하이킹의 천국
원래 태즈메이니아는 하이킹 마니아에게는 성지 같은 여행지다. 북서부의 크레이들 마운틴 레이크 세인트 클레어 국립공원, 동부의 프레이시넷 국립공원 등이 대표적인데, 섬 남부에 위치한 호바트 근교에도 훌쩍 다녀오기 좋은 하이킹 코스가 있다. 호바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태즈메이니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스웨스트 국립공원이 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야생 지대를 일부 포함하는데, 굽이굽이 펼쳐지는 산등성이 아래 사람 흔적 하나 보이지 않는 원시림과 고요한 호숫가를 지나다 보면 오지 탐험가가 되는 기분이 절로 든다. 옛 주석 광산이 있던 멜라루카까지는 걸어서 꼬박 일주일 이상 걸릴 정도로 길이 험준하고 면적도 거대하지만, 초보 하이커가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덕홀 호수에 이르는 숲 산책로는 왕복 90분 정도이고, 어드벤처 영화에서나 볼법한 열대우림 속을 걷는 30분 산책로 코스도 가볍게 걷기 좋다. 코클 크리크에서 남쪽 해안까지 평원을 가로지르는 코스는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해안 절벽에서 호주 최남단을 내려다보는 전망 포인트를 갖추고 있어 도전해볼 만하다.
2 미술관에서의 1박2일
트강과 맞닿은 베리데일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아트 컬렉터 데이비드 월시가 ‘어른을 위한 디즈니랜드’를 꿈꾸며 설립한 태즈메이니아 현대미술관(Museum of Old and New Art, MONA)이다. 설립자의 바람대로 MONA는 우리가 아는 미술관과는 조금 다르다. 입구까지 페리나 버스를 타야 하고, 정해진 동선 없이 지하 터널부터 독특한 구조로 이어지는 미술관 내부는 오감을 자극하며, 미술 애호가가 아니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실험적이고 방대한 컬렉션을 전시한다. 무엇보다 1박 2일을 꽉 채우는 코스가 준비되어 있는데, 공연장, 레스토랑, 바 외에 와이너리와 호텔 모나 파빌리온이 함께 있어 거대한 복합 문화 공간을 이루고 있다. 예술, 음악, 음식, 와인 등 어른들을 위한 즐거움에 취해 하룻밤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곳은 다시 말하지만 미술관이다.
3 오로라가 피어오르는 밤
호바트에도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고, 주민들에게는 일상이나 다름없을 만큼 친근한 웰링턴산이다. 걸어서 혹은 산악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는 하이킹 코스가 정비되어 있고, 도심과 정상 사이를 오가는 투어 버스를 타면 좀 더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올라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해발 1271m의 정상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산과 도심, 멀리 바다까지 태즈메이니아가 품은 모든 풍경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암벽등반 코스로도 유명한 오르간 파이프 역시 웰링턴산에서 볼 수 있는 절경 중 하나다. 산을 둘러싼 길쭉한 현무암 바위들이 마치 오르간 파이프를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청정 지역인 태즈메이니아는 별 보기 좋은 섬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웰링턴산은 별뿐 아니라 남반구에서 발생하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스폿으로 인기다.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짙어질 오로라. 자연이 선사하는 황홀한 빛을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