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Gyeongju Vibe
다시 찾은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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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 바람이 불면서 시작된 경주의 변화.
아직도 경주를 유적지로만 생각한다면 이 도시의 매력을 반만 아는 셈이다.
여행자를 사로잡는 색다른 풍경.
새로운 경주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모았다.
EDITOR YOON SE EUN
사진제공 유온
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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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서의 나른한 시간 '엘로우'
드라이브나 산책 코스로 잘 알려진 보문호수에 경주의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한옥 카페 ‘엘로우’가 자리한다. 한옥이 즐비한 경주지만, 엘로우의 반전은 지하에 숨어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갤러리를 닮은 트인 공간이 나오고, 통창 너머 그림처럼 잔잔한 보문호수가 펼쳐진다. 1층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공간에 재미를 더한 엘로우는 머무는 내내 호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어디에서나 호수를 조망할 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하고, 곳곳에 둔 라운지체어와 빈백은 나른하게 쉬어 가기 좋다. 호수를 더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야외 테라스도 있다. 멋진 뷰만큼 메뉴도 남다르다. 에스프레소에 초콜릿을 녹인 슬로우 커피가 시그너처 메뉴로, 초콜릿 사이사이 소금 알갱이가 씹히는 단짠의 조화로움이 맛의 비밀이다. 곶감 라떼, 더블베리 라떼 등 엘로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와 곶감말이, 바나나 푸딩 등 달콤한 디저트를 선보인다. 최대한 국내산 재료로, 특히 현지 농장에서 공수한 재료로 만든 메뉴가 많은편. 여름에는 직접 삶은 국산 팥을 올린 빙수와 슬러시도 맛볼 수 있다. 이토록 세심하게 준비한 엘로우의 여름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경감로 375-16
영업시간 10:00~22:00
문의 054-774-1103, 인스타그램 @llow_official
Market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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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와인 피크닉 '마켓15도'
여행자로 시끌벅적한 황리단길. 그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골목길에 와인&그로서리 숍 ‘마켓15도’가 있다. 60년 넘은 구옥 형태를 최대한 살려 개조해 경주 특유의 멋을 지닌 이곳은 가성비 좋은 내추럴 와인을 비롯해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와인 라인업을 갖췄다. 와인과 어울리는 식료품도 판매한다. 백패커의 작은 휴식처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당엔 테이블도 놓았다. 그러니까 도보 여행으로 지칠 때쯤 조용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차갑게 칠링한 와인을 마시며 쉬어 갈 수 있다는 얘기. 구매한 와인을 들고 긴 시간 여행하는 이들을 위해 리넨 와인 에코 백도 준비했다. 좀 더 특별한 시간을 원한다면, 와인 구매 시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피크닉 세트를 추천한다. 매장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천마총공원 등 피크닉이 가능한 곳은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으니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볼 것. 반려동물과 함께라도 좋다. 펫 프렌들리 공간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유기농 간식도 준비되어 있다. 드 필 앙 에귀유, 솔라라 로제, 토소 피오코 디 비테 모스카토 다스티 등 마켓15도가 추천하는 여름 와인과 함께 경주 여행을 시작해보자.
주소 경북 경주시 첨성로 61-6
영업시간 11:30~20:00
문의 0507-1374-6702, 인스타그램 @market15_gyeongju
U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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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고 고요한 하루 '유온'
호수와 너른 보리밭, 그리고 숲으로 둘러싸인 힐링 숙소 ‘유온’.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녹아 있다. 두 사람이 머물기 적당한 객실은 숲 뷰와 호수 뷰로 나뉜다. 침대에서 바로 보이는 풍경은 평화롭고 고즈넉하다. 경주 관광지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유온에서만 머물러도 좋을 만큼 누릴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 체크인 시 대여 가능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여행을 기록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프라이빗 스파도 갖췄다. 창 너머 초록빛 숲을 바라보며 따뜻한 물속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 바람이 부는 보리밭에서 사색의 시간도 가져보자. 석식과 조식도 제공하니 맛집을 찾아 나설 필요도 없다. 문어숙회부터 한우불고기덮밥, 디저트까지 코스 요리로 나오는 풍성한 저녁을 즐긴 후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와인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 다음 날 문 앞에 선물처럼 두고 가는 조식 박스에는 갓 구운 빵과 수제 요구르트 등 건강한한 끼가 담겨 있으니 유온의 넉넉한 마음을 차분히 음미해볼 것.
주소 경북 경주시 천북면 천강로 173
문의 054-777-1155, 인스타그램 @uon_stay
SG Villa&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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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찾은 휴양지 'SG빌라앤호텔'
동해 바다에서 멀지 않은 숲속, 단지 곳곳에 야자수가 서 있는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SG빌라앤호텔’. 경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단번에 날려주는 이곳은 발코니가 딸린 딜럭스룸과 풀 빌라형 펜트하우스를 갖춘 휴양지다. SG가 스페셜 가든(Special Garden)의 약자인 만큼 객실마다 프라이빗 정원이 있고, 단지 내 어디서든 멋진 조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다와 숲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 또 전 객실에서 800m 심층수인 온천수를 경험할 수 있는데, 100평 규모의 복층 구조인 펜트하우스는 온천수가 가득한 히노키탕과 인피니티 온천풀이 있어 하루 종일 객실에 머물며 물놀이하기도 좋다. 발리 등 동남아시아 휴양지에 온 듯 물 위에서 요리와 음료, 디저트를 즐기는 플로팅 트레이 서비스도 인기다. 하루 다섯 팀 한정으로 운영하니, 사전 예약은 필수. 6~8월에만 운영하는 야외 수영장(화·수요일 미운영)도 여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SG빌라앤호텔은 조식 또한 특별하다. 매일 아침 신선한 국내산 재료로 만드는 정성 가득한 조식은 룸으로 딜리버리하므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감포읍 동해안로 1819-23
문의 054-624-1007, www.sgpoolvilla.com, 인스타그램 @sgvillahotel
Midsummer in Stockholm
해가 지지 않는 스톡홀름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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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해가 가장 긴 날을 기념하는
스웨덴 최대 축제 ‘미솜마르(Midsommar)’가 끝나면
스톡홀름의 여름도 무르익는다.
밤 10시가 돼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날들.
기나긴 겨울이 오기 전,
적당한 더위와 선선한 밤공기가 공존하는
스톡홀름으로 여름 여행을 떠날 때다.
EDITOR YOON SE EUN
스톡홀름의 역사, 감라스탄
14개 섬으로 이루어진 스톡홀름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닮은 운하의 도시로, 여행자들은 취향에 따라 머물고 싶은 섬을 고른다. 그만큼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섬들, 그중 감라스탄(Gamlastan)은 도시의 역사가 시작된 섬이다. 13세기부터 지금까지 시대별로 변화한 도시의 풍경이 뒤섞여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올드 타운이 완성됐고, 고딕·바로크·로코코 등 옛 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이 가득하다. 섬을 가로지르는 작은 골목길은 하나하나 운치가 있으며, 모두 스토르토리에트(Stortorget) 광장으로 통한다. 감라스탄 지구가 처음 형성될 때부터 존재한 이 유서 깊은 광장에는 색색의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도시 역사만큼 오래된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여행자를 반긴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와 그들의 발명품을 볼 수 있는 노벨 박물관과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스웨덴 아카데미 본부도 이곳에 자리한다. 광장에서 한 블록 거리에 있는 스웨덴 왕궁(Royal Palace) 역시 역사적 랜드마크다. 바로크 양식과 로코코 양식이 결합한 건물로, 한때 왕실의 공식 거주지였으나 지금은 국빈을 맞는 영빈관이자 왕실의 집무실로 사용한다. 600개가 넘는 방 중 공개된 일부 공간에선 역대 왕가의 왕관과 보석, 왕실이 소유한 미술품, 가구, 그릇, 태피스트리 등을 전시한다. 하루 한 번 왕궁 앞에서 열리는 근위병 교대식의 근엄한 분위기도 색다르다. 여기에 쿵스홀멘(Kungsholmen)섬에 자리한 스톡홀름 시청을 둘러보면 스톡홀름 역사 투어는 좀 더 완벽해진다. 1923년에 지은 시청사는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 북유럽 최대 규모의 파이프오르간과 1800만 개 이상의 금박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한 골든 홀 등 고풍스러운 유물들을 가이드와 함께 만날 수 있다. 스톡홀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시청사 탑도 인기 코스다.
1 올드 타운과 운하가 어우러진 도시 스톡홀름에는 수영이나 선탠을 즐기는 스폿이 많다.
2 스웨덴 왕궁을 지키는 근위병.
3 13세기부터 이어져온 감라스탄의 골목길.
4 로코코 양식의 화려한 실내장식을 볼 수 있는 스웨덴 왕궁의 예배당.
5 감라스탄의 중심, 스토르토리에트 광장.
박물관의 섬, 유르고르덴
17세기 왕실 사냥터이던 유르고르덴(Djurg˚arden)섬. 여전히 숲이 무성한 초록빛 섬에 사냥터 대신 박물관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젠 크고 작은 100여 개 박물관이 섬을 채우고 있다. 17세기에 침몰한 군함을 인양한 후 복원해 당시 발굴한 1만여 점의 조각품과 함께 옛 모습 그대로를 전시하는 바사(Vasa) 박물관,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 밴드 아바(ABBA)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아바 박물관,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를 비롯한 스웨덴 주류 역사부터 시음까지 애주가를 위한 공간인 스피릿뮤지엄(Spritmuseum), 패션·가구 등 스웨덴 디자인과 생활 문화사를 시대별로 전시한 노르디스카(Nordiska) 박물관 등 흥미로운 공간들을 둘러보다 보면 섬에서의 하루가 짧게만 느껴진다. 세계 최초의 야외 박물관으로 알려진 스칸센(Skansen) 역시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우리나라 민속촌과 흡사한 이곳은 과거로 여행을 떠나온 듯 전통 가옥부터 음식, 의상 등 17~19세기 스웨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1,2 17~19세기 풍경을 재현한 야외 박물관 스칸센에서는 스웨덴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디자인과 피카의 도시
매년 디자인 위크와 가구 & 조명 박람회가 열리는 스톡홀름은 수식어가 필요 없는 디자인의 도시다. 거대한 쇼룸에 들어선 듯 실용적이며 미니멀한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담은 공간이 즐비한 이 도시에서 미술관 투어는 여행자의 필수 코스다. 감라스탄 동쪽에 자리한 작은 섬 셉스홀멘(Skeppsholmen)에는 스페인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의 설계로 옛 해군 훈련장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공간이 있다. 유럽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는 현대미술관(Moderna Museet). 입구 외벽에는 팝 아티스트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캘리그래피로 완성한 ‘Moderna Museet’가 그려져 있고, 정원에는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halle)의 아이코닉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피카소, 달리, 앤디 워홀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3 스웨덴의 유명 브랜드 매장이 몰려 있는 노르말름과 쇠데르말름 거리.
현지인들 틈에서 피카를 즐기다 보면 여행의 피곤도 어느새 사라진다.
셉스홀멘섬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보이는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 역시 스톡홀름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스웨덴 최대 규모로, 유럽 미술 사조의 흐름과 전 세계 산업디자인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쇠데르말름(So¨dermalm)섬에 있는 사진 전문 미술관 포토그라피스카(Fotografiska)에선 세계적 작가의 사진 전시가 상시 열리고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다. 디자인 도시에 왔으니 쇼핑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 것. 지금 스톡홀름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노르말름(Norrmalm)과 쇠데르말름섬을 찾아야 한다. 아크네 스튜디오, COS, H&M, 아르켓, 바이레도, 라부르켓 등 스웨덴 브랜드 매장과 대형 백화점, 그리고 로컬들도 사랑하는 레스토랑과 바, 카페, 마켓 모두 두 섬에 밀집해 있다. 일요일 오전마다 회토리에트(Ho¨torget) 광장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빈티지 소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다 이케아 하면 떠오르는 미트볼 맛집에서 여행의 허기를 채우고, 스톡홀메르(Stockholmer)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피카(fika)도 체험해보자. 바쁜 하루 중 커피나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가는 시간으로, 하루 두 번 정도 피카를 가진다는 현지인들 틈에서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커피를 즐기다 보면 여행의 피곤도 어느새 사라질 것이다.
4 중세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과 디자인의 방대한 역사를 볼 수 있는 국립박물관.
5 1900년대 이후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셉스홀멘섬의 현대미술관.
6 바다 전망과 감각적 공간으로 유명한 포토그라피스카의 카페.
베트남 대자연으로 떠나는 힐링 소도시 여행
사파 (Sa 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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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회색빛 도시를 떠나 초록빛 대자연의 품에 뛰어들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하노이 북서부에 숨은 비밀스러운 마을 사파라면 어떨까. 하늘 높은줄 모르고 우뚝 솟은 봉우리를 바라보며 자연을 만끽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소수민족의 전통을 경험해보자. 숲 이야기에 귀 기울이거나 비경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다.
하나투어 ‘하노이/사파 5일 소도시 여행’
ㆍ상품가 : 1,299,900원~
ㆍ출발일 : 7월 매일 출발
ㆍ상품 상담 & 문의 : BC예약센터 1566-7977_2번 해외여행_1번 하나투어로 연결
ㆍ홈페이지 : www.hanatour.com
베트남의 스위스, 사파
뾰족하게 솟은 산맥은 하늘에 닿을 듯하고, 그 사이로 뻗은 협곡은 물줄기를 품은 채 내달린다. 이 깊고도 험한 지형에 자리 잡은 소수민족은 오랫동안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베트남 북서부의 작은 고산지대 마을, 사파다. 사파는 베트남의 스위스라 불린다. 알프스 못지않은 산맥이 광활하게 뻗어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베트남에서는 유일하게 눈이 내리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비경을 품은 이곳이 스위스처럼 보이는 데는 이곳을 식민지로 삼은 프랑스의 영향도 있다. 프랑스가 이곳에 유럽 스타일의 건축물을 지어 휴양지로 조성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요소가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는 곳, 사파로 모험을 떠나보자. 사파로 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관광지이기는 하나, 베트남의 다른지역만큼 편의성을 갖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만큼 여행사가 운영하는 사파 여행 상품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자연을 조금 더 쉽게 만나는 방법이 될 터.
하늘을 날아 세상 꼭대기로
모험가를 자처하는 이에게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을 탐험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사파는 모험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호앙리엔선(Hoang Lien Son)산맥이 만들어낸 해발 1680m 고원지대에는 언제나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사파를 찾아온 모험가들의 주요 목적지는 해발 3147m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 최고봉 판시판(Fansipan)이다. 어떻게 정상에 오를 것인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자. 우리의 모험심을 채워줄 만한 시설을 운영하니까. 시작은 사파역(Sa pa Station)이다. 사파 마을의 굽이치는 언덕길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무옹 호아 푸니쿨라(Muong Hoa Funicular)가 출발하는 지점이다. 골짜기에 설치된 교각을 따라 아찔하게 달리는 기차는 판시판 모험의 화려한 서막이다. 푸니쿨라는 호앙리엔 케이블카역에 도착한다. 출발한 지 7분 만이다. 이곳부터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운행 거리만 총 6297m, 하부 승강장과 상부 승강장의 고도 차이는 1410m에 달하는 시설이다. 그 엄청난 규모를 실감하려면 직접 경험해보는 수밖에. 이동하는 내내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모험가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길이가 짧다고 느껴지는 것은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케이블카 종점의 전망도 아름답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또 하나의 푸니쿨라가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구름 위에 숨은 세상에 도전할 시간이다. 도꾸옌 푸니쿨라역(Do Quyen Funicular Station)에서 푸니쿨라에 탑승한 뒤, 45도쯤 되는 급경사를 올라가야 한다. 푸니쿨라는 구름 속을 가르고, 하늘 위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판시판 정상 3147m 지점에 도착하면 인간의 단어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저 이 모든 순간을 온전히 즐기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설령 구름뿐일지라도.
지켜야 누릴 수 있는 여행
이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 세대만 누려서야 될까. 함종산에서 플로깅(plogging)에 나서보자. 플로깅은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생겨난 개념이다. 이삭 줍기를 뜻하는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영어 단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운동과 환경보호 활동을 동시에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청소만 하는 것이 아닌, 운동을 접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에베레스트 탐방로 등 유명 산악 관광지에서도 플로깅이 자리를 잡았듯이, 사파에서도 환경을 중요시하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이제 여러분이 봉투 하나 들고 산책길에 오를 차례다. 목적지는 함종산, 사파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니 보상은 확실하다. 쓰레기를 주울 때는 런지와 스쿼트 자세를 잊지 말 것.
자연과 함께 쉬어 가는 공간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전통이 이어지는 사파에서는 환경친화적 숙박 시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토파스 에코로지(Topas Ecolodge)’가 대표적이다. 판시판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이 리조트는 주변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 환경친화적 운영 정책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선, 토파스 에코로지에서는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리조트 내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한다. 전력 공급은 태양광발전과 소규모 수력발전 시설 등으로 충당한다. 전자 제품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효율이 높은 제품을 활용하며 환경과 편의성을 모두 잡았다. 숙소 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점도 토파스 에코로지의 특징이다. 이들에겐 지역과의 상생도 중요한 요소다. 토파스 에코로지에서는 이를 위해 사파 주변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을 고용하고, 지역 내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토파스 에코로지에 묵는 시간은 곧 사파의 자연과 함께 쉬어 가는 시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