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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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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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paces in White Jeju
제주 겨울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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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면 떠오르는 예술 공간이 있다.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일상을 채우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는, 겨울 제주를 한층 감성적으로 만드는 따뜻한 공간을 모았다.

EDITOR YOON SE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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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o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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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예술 공간 포도뮤지엄

제주의 아늑한 자연에 둘러싸인 포도뮤지엄은 지구환경을 고민하고, 소외된 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다목적 문화 공간을 꿈꾼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전시를 선보이는데, 현재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를 주제로 하는 기획전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진행하고 있다. 최형준 작가의 동명 산문집 제목을 차용한 이번 전시는 여러 이유로 살던 터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존재 ‘디아스포라’에 주목한다. 이배경, 정연두, 오노 요코 등 7명의 작가가 참여해 미디어 아트, 설치, 회화, 영상, 조각 등 다양한 장르로 풀어낸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우고 론디노네의 ‘고독한 단어들’과 리나 칼라트의 ‘짜여진 연대기’는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포도뮤지엄이 준비한 오디오 가이드 역시 다양성과 배려가 돋보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버전은 물론, 한국어와 영어 버전은 어린이용을 따로 마련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인근에는 건축가 이타미 준이 제주 오름과 초가집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포도호텔이 있으니 건축과 예술, 자연을 음미하며 하루 머물 것을 권한다.

주소 :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88 포도뮤지엄
영업시간 : 10:00~18:00, 화요일 휴관
관람료 : 성인 1만 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만 12세 이하) 4000원
문의 : 064-794-5115, www.podomuseum.com
Kim Tschang-Yeul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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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화가의 모든 것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창열이 물방울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1972년부터다. 그로부터 50여 년간 그의 캔버스에는 늘 물방울이 있었다. 캔버스 위로 똑 떨어진 투명한 물방울, 막 맺힌 듯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 금방이라도 밑으로 흘러내리거나 표면에 스며들 것 같은 물방울 등 수많은 물방울의 찰나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전 세계에 ‘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김창열 화백의 작품을 아카이빙하고 전시하는 공간이 제주에 있다. 저지 문화예술인 마을에 자리한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이곳에선 김창열 화백의 초기 추상화와 그의 대표작 ‘물방울’ 그리고 ‘해체’, ‘회귀’ 같은 대표 연작까지 그가 평생에 걸쳐 그려온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건축가 홍재승이 설계한 미술관 역시 물방울 작품을 모티브로 지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3개의 전시실과 수장고 등 검은 건물들이 빛의 중정을 둘러싼 모양새다. 분수가 자리한 중정에도 햇빛에 반짝이는 물방울 작품이 놓여 있다. 1월에는 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김창열 화백의 삶과 물방울 작품 그리고 ‘회귀’ 연작까지 볼 수 있는 2개의 전시가 열리니 방문해보자.

주소 :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영업시간 : 09:00~18:00, 월요일·1월 1일·설날 휴관
관람료 :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7~12세) 500원
문의 : 064-710-4150, kimtschang-yeul.je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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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min Art Nouveau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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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유리공예 하우스 유민미술관

제주 동쪽 끝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에 위치한 유민미술관은 국내 최초 아르누보(art nouveau) 유리공예 미술관이다.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는 1890~1910년대 유행했던 공예·디자인 운동으로, 유민미술관은 유리공예가 에밀 갈레(E´mile Galle´), 돔 형제(Antonin Daum & Auguste Daum) 등 낭시(Nancy) 지역에서 활동한 아르누보 예술가의 대표작 50여 점을 전시한다. 관람객은 4개의 전시실을 투어하며 낭시파 작가들의 작품과 마주한다. 유민미술관을 비롯해 전 세계에 5점 남아 있는 에밀 갈레의 ‘버섯램프’를 통해 그의 예술 철학과 공예 기술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의자에 앉아 사색을 즐기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유민미술관이 준비한 아름다움은 전시실 밖에서도 계속된다. 미술관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섭지코지의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제주 자연을 콘셉트로 조성한 야외 정원을 걷다 돌담 사이로 펼쳐지는 성산일출봉의 풍경을 잠시 바라보고, 미술관 앞 광활한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섭지코지 산책로도 걸어보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예술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주소 :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1
영업시간 : 09:00~18:00, 화요일 휴관
관람료 : 성인 1만2000원, 청소년·어린이 9000원
문의 : 064-731-7791, www.yuminart.org



Bonte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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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형태가 지닌 아름다움 본태박물관

‘본래의 형태’란 뜻이 담긴 본태박물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건축물로, 그의 시그너처인 간결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과 주변 경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박물관을 채우는 예술품은 크게 전통과 현대로 나뉜다. 소반, 조각보, 자수, 목가구 등 한국 전통 공예품부터 백남준,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등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그중 제3전시관에는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비롯한 설치미술 2점을 상설 전시 중인데, 전 세계에 2점뿐인 ‘무한거울방-영혼의 광채’는 우주에 와 있는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 포토 스폿으로 인기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시실은 단아한 한옥 담장과 잔잔한 물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박물관 곳곳에서 산방산 뷰도 즐길 수 있으니 느리게 걷고, 오래 머물수록 좋다. 1월에는 본태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특별전 <삶을 아름답게, 생활을 풍요롭게>를 진행한다. 한국 전통 민화를 소재로 ‘본래의 형태, 본래의 아름다움’이라는 박물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전시다. 이 외에 다양한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뮤지엄 숍, 쉬어 가기 좋은 카페도 운영한다.

주소 :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69
영업시간 : 10:00~18:00
관람료 : 성인 2만 원, 학생 1만2000원, 어린이(만 3~7세) 1만 원
문의 : 064-792-8108, www.bonte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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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in Budapest
새해를 즐기는 부다페스트식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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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주인공 셀린과 제시는 빈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난다. 중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부다페스트역을 출발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겨울이 배경이었다면 영화 속 풍경은 달라졌을까.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며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히는 부다페스트 거리는 매해 1월 1일 밤 12시, 새해를 축하하는 폭죽이 터지면 더욱 화려한 빛으로 반짝인다.
EDITOR KIM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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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미 부다

알프스에서 발원한 다뉴브강이 도시 중심을 흐르는 헝가리의 오랜 수도 부다페스트는 중부 유럽의 대표적인 고도시다. 19세기 말, 다뉴브강을 기점으로 서편의 구릉지대 부다(Buda)와 동편의 평야 지대 페스트(Pest)가 합쳐지며 지금의 부다페스트가 되었다. 도시 풍경은 다뉴브강을 기점으로 나뉜다. 특히 긴 세월 풍파를 견뎌온 헝가리 왕궁과 부속 건물들이 자리해 있고, 강변으로 이어지는 기슭에 호젓한 주택가가 이어지며 고전적인 풍경을 이루는 부다 일대는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여행자들이 부다페스트 탐험을 시작하는 곳이 자연스레 이 일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헝가리 국왕들이 살았던 부다성(Budai Va´r)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3세기 후반, 도시 방어 목적으로 건설된 바로크양식의 화려한 성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되었다가 복구되어 지금은 부다페스트 역사박물관과 국립박물관, 국립도서관으로 쓰인다. 로마에서부터 중세 오스만튀르크와 합스부르크 침략기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사용했던 무기류를 비롯해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 등 부다페스트라는 도시의 유구한 역사를 보여주는 많은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역대 국왕의 결혼식과 대관식이 진행된 마차시 성당(Ma´tya´s templom)도 부다페스트 랜드마크 중 하나다. 15세기 후반 헝가리 왕국의 전성기에는 당시 국왕이던 마차시 1세가 80m 높이의 첨탑을 세우는 등 대대적으로 재건축하며 풍요로운 부다의 상징물이었다. 성당 뒤편으로 연결되는 어부의 요새(Hala´szba´stya)는 부다페스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뷰 포인트다. 동화 속 유럽을 현실에 재현한 듯 뾰족한 고깔 모양 탑이 서 있는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수려하지만, 스토리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시장이 있던 자리라는 설과 오스트리아에 대항해 독립을 요구했던 헝가리 혁명 당시 어부들이 주축이 된 시민군이 방어 목적으로 축조한 곳이라는 설이 함께 전해지는데, 언덕 중턱이라는 위치를 감안하면 후자에 무게가 실리는 편이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부다 일대 탐험을 끝내면 걸어서 페스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다뉴브강은 8개의 다리로 연결되는데, 대표적인 곳이 세체니 다리(Sze´chenyi La´nchl´d)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서 주인공들이 대화하며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배경이 되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팁을 더하자면 템스강의 런던 브리지를 건설한 영국 건축가들이 다리를 완공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며 헝가리의 자존심이 되었던 세체니 다리는 지금도 부다페스트의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카메라를 향하지 않을 수 없는 인스타그래머블한 풍경으로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포토 스폿이기도 하다.
1. 겨울이 깊어가는 부다페스트 구도심.
2. 헝가리 왕국 왕들의 결혼식과 대관식이 열리던 마차시 성당.
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풍스러운 부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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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앤드 모던 페스트

다뉴브강 동쪽, 페스트 지역은 오랜 시간 행정 수도 역할을 해왔다. 서기 100년이 채 되기 전 로마제국이 진출했을 때도, 헝가리인의 조상인 마자르인이 유입된 900년 무렵에도, 이후 몽골과 오스만튀르크 그리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가 헝가리를 지나갈 때도 유럽사의 굵직한 장면이 페스트 일대에서 전개되었다. 런던, 이스탄불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통된 부다페스트 지하철 1호선 역시 페스트 지역을 달린다. 그래서인지 상업 지구, 현대적인 문화시설 등은 페스트에 밀집해 있다.
페스트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물은 거대한 돔이 시선을 끄는 고딕 양식의 국회의사당(Orsza´gha´z). 1883년 건축 당시 4000만 개의 벽돌, 50만 개의 보석, 40kg의 순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데 10만 명의 인부가 동원된 휘황찬란한 국회의사당에는 헝가리 국장(國章)에 그려진 이슈트반 1세의 왕관이 보관되어 있다. 이슈트반 1세는 헝가리 왕국 초대 국왕으로, 사후 성 이슈트반으로 시성되었는데, 그를 기리는 성 이슈트반 대성당(Szent Istva´n Bazilika)에 오른손이 미라로 보관되어 있다.

1. 19세기부터 존재한 부다페스트 중앙시장, 그레이트 마켓 홀.
2. 다뉴브강 위를 달리는 시티 트램.
3.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면 부다페스트의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
4. 화려한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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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한 도시 부다페스트에서 몸 담그는 핫 스프링

부다페스트는 체코의 카를로비바리와 더불어 유럽의 대표적 온천 도시로 유명하다. 400개 이상의 광천에서 하루에 7000만 리터 이상의 온천수가 공급된다. 지질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부다페스트의 온천은 지구의 핵에 근접해 있어 매우 뜨겁지만, 지표로 이동하는 동안 식어 약 38°C의 온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일찍이 이 풍부한 온천수를 발견한 로마인은 약용·식용으로 먹고 마시며 온천에 몸을 담갔고, 16세기경 오스만튀르크에 의해 튀르키예식 목욕 문화가 번성하며 온천은 부다페스트의 또 다른 정체성이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부다페스트 시티 파크에 자리 잡은 세체니 온천(Sze´chenyi Baths).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큰 온천 단지로 무려 1913년에 완공되었는데, 지금도 매년 17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영화 <블랙 위도우> 촬영지인 겔레르트 언덕 인근에 자리 잡은 겔레르트 온천(Gelle´rt Baths)은 모자이크 벽과 바닥,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로마식 기둥까지 클래식한 지역 역사를 인테리어에 압축했다. 1918년 문을 연 이 아르누보식 단지는 인근 겔레르트 언덕에서 공급되는 온천수를 사용하는 실내·외 욕탕을 갖추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 많은 부분이 파손되었다가 2013년에 복원하며 건식 및 스팀 사우나, 약용 마사지를 위한 트리트먼트 룸, 심혈관 질환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탄산 욕조를 갖추었다. 루더시 온천(Rudas Baths), 루카치 온천(Luka´cs Baths), 키라이 온천(Kira´ly Baths)처럼 튀르키예식 온천 스타일을 고수하는 곳도 있다. 특히 차사르 온천(Csa´sza´r Baths)은 16세기 튀르키예 점령 당시 가장 아름다운 온천욕장으로 전해지는데, 메인 온천탕인 대형 팔각 풀에는 지금도 옛 석조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들 온천은 파도 풀 등 수상 액티비티 시설을 갖췄고, 겨울이면 주말마다 새벽까지 디제잉·레이저 쇼·영화 상영 등으로 구성된 스파 파티가 열린다. 특이점은 온천이 대부분 다뉴브강 양쪽 기슭에 자리한다는 것. 부다페스트 전경을 감상하며 노곤한 온천욕을 즐기고, 대형 실외 온천 풀에 떠다니는 플로팅 보드에서 체스를 두는 중부 유럽식 온천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번 겨울, 부다페스트로 떠나도 좋을 것이다. 수영복과 수영모는 필수다.
1. 현지인과 관광객들에게 두루 사랑받는 세체니 온천.
2. 옛 로마식 목욕탕과 목욕 문화를 구현한 겔레르트 온천.
3. 대형 실외 온천 풀에 떠다니는 플로팅 보드에서 체스를 두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