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달콤한 시간을 감각하다, Sicilia.
이탈리아 남단 지중해 한복판에 자리한 섬, 시칠리아.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톱 10’에 선정될 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을 불러 모은다. 눈부신 태양과 코발트빛 바다, 독특한 풍광의
석회암 지형이 어우러져 찬란한 풍경을 빚어내는 시칠리아의 느린 하루.
글과 사진
최갑수(여행 칼럼니스트)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서 시칠리아(Sicilia)로 가기 위해서는 밤 기차를 타야
했다. 로마역을 출발한 기차는 약 12시간 가까이 달렸다. 덜컹거리는 2등 침대칸은
그럭저럭 참을 만했다. 어느새 창밖으로 희뿌옇게 동이 터오고 있었고, 기차는 페리
에 실려 지중해를 건너고 있었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칠리아까지는 페리로 가야
하는데 기차 역시 페리에 실려 바다를 건넌다. 1시간 후 드디어 메시나(Messina)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가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남쪽에 떠 있는 삼각형 모양의 섬으로 지중해에 위치한 섬 중
가장 크며, 제주도의 13배 정도 되는 크기다. ‘시칠리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마피아다. 이는 아마 영화 <대부> 때문이리라.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모진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한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Don Corleone)의 이야기다.
하지만 요즘의 시칠리아에선 마피아를 찾아보기 힘들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여행객
을 ‘건드리지’ 않는다. 여행객을 괴롭히는 마피아나 좀도둑은 오히려 로마나 밀라노
같은 대도시에 훨씬 많다.
괴테를 사로잡은 도시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이들이 첫 관문으로 삼는 도시는 팔레르모(Palermo)다. 페니키
아인들이 건설했으며, 로마와 노르만 등의 지배를 받으며 성장했다. 아랍의 지배
받기도 한 까닭에 도시 곳곳에 이슬람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
는 이탈리아를 두루 여행하다 팔레르모의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칭송하기도 했다.
팔레르모의 볼거리는 대부분 중앙역 근처에 몰려 있는데, 한나절쯤 돌아보고 나면
괴테가 왜 렇게 말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도시 곳곳에 가득한 유럽과 아랍 양
식이 어우러진 건축물,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가득한 골
목 등 팔레르모의 모든 것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언제나 프레토리아 광장(Piazza Pretoria)이다. 광장 주위
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져 있다. 광장 서쪽에 자리한 노르만 왕궁도 꼭
찾아볼 것.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광장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골목길이 이어지는데, 골목을 산책하는 다정해
보이는 부부와 수레 가득 꽃을 담아 팔고 있는 멋진 반백의 할아버지가 이곳이
시칠리아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 구경이다.
부치리아 시장(La Vucciria)은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게 없으며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 시장 바닥이 마른다면’ 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
하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
팔레르모에서 반드시 둘러봐야 하는 단 하나의 건축물이 있다면 팔레르모 대성당
(Duomo di Palermo)이다.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되었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진 까닭에
여러 시대의 다양한 건축 양식이 결합돼 있다. 성당 내부에는 팔레르모를 다스렸던
시칠리아 왕과 왕족들의 무덤이 있다. 이 밖 에도 왕궁, 산 카탈도 성당(Duomo di
San Cataldo), 마르토라나 성당(Duomo di Martorana) 등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많다.
<론리플래닛>에는 팔레르모가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재래시장, 북적대는 비좁은
골목 어귀에서 박동하는 사람들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름다운 골목과
시장이 있는 곳, 그리고 친절한 시칠리아인들의 미소와 삶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 팔레르모는 꼭 한번 가볼 만한 도시다.
웅장한 바로크 시대를 걷다
시칠리아에는 ‘발 디 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Late Baroque towns of The Val
di Noto)’이라 불리는 지역이 있다. 모디카(Modica), 칼타지로네(Caltagirone), 밀리텔
로 발 디 카타니아(Militello Val di Catania), 노토(Noto), 팔라촐로(Palazzolo), 라구사
(Ragusa), 시클리(Scicli) 등 이블라에안산(Monte Hyblaean) 기슭에 위치한 8개 도시
들이다. 이 도시들은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모든 도시를 다 가볼 수 없다면 모디카를 추천한다. 기원전 400년 무렵 시클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에 발생
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되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삼면이 절벽으로 막혀 있어 천혜의 요새 같은 느낌을 준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가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자그마한 광장이
나온다. 도시는 이 광장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물은 산 피에트로 성당(Duomo di San Pietro)과 산 조르조 성당(Duomo di
San Giorgio)이다. 산 피에트로 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으며, 아직도 18세기 중세 때의
웅장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 조르조 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 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
놓은 듯한 도시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모디카는 초콜릿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초콜릿은 고대 아즈텍 제조법으로 만든다고
한다. 1959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시인 살바토레 콰시모도(Salvatore Quasimodo)가
모디카 출신이다. 산 조르조 성당으로 가는 길에 그의 생가가 있다. 이 밖에도 기원전
4000년 무렵의 요새와 기원전 14세기 이전부터 무덤으로 사용된 석굴 수천 개도 볼
수 있다.
장엄한 신전의 도시
시칠리아는 섬에 발을 들이는 순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만큼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아그리젠토(Agrigento)가 대표적인 도시
인데, 시칠리아에서 장 중요한 볼거리라 할 수 있는 콘코르디아 신전(Tempio della
Concordia)을 비롯해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상당수 남아 있다. 그래서 아그리젠토를
‘신전의 계곡’ 혹은 ‘신전의 도시’라 부른다.
아그리젠토는 카타니아(Catania)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버스를 타고
카타니아에서 아그리젠토로 가다 보면 시칠리아가 보여주는 광활한 풍경에 놀라게
된다. 황량한 동부의 풍광과는 전혀 다른 풍요로운 광경이 차창 너머로 펼쳐진다.
멀리 눈을 이고 선 에트나 화산(Monte Etna)이 보이고, 도로 양편으로는 드넓은 목초지
와 농장, 올리브 나무 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한가로이 거니는 소떼와 양떼는 바라보기
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기후도 화창해 동부보다는 섭씨 4~5도 정도 높다.
이마에 내리쬐는 햇살이 풍성하고, 언덕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따스하다.
아그리젠토가 가까워지면 거대한 돌무더기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신전 등 여행자들은 지금까지 봐왔던 시칠리아와는 전혀
다른 풍경에 넋을 잃고만다. ‘신전의 계곡’은 시내에서 버스로 20분이면 가 닿는다.
이곳에 모인 여러 신전 중 단연 압권은 콘코르디아 신전이다. 기원전 450∼400년경에
세워진 도리아식 신전으로 우아하면서도 장엄한 멋이 그대로 살아 있다. 기단과 기둥,
정면의 지붕까지도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데,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다음으로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콘코르디아 신전이 이처럼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이 신전이 6세기경 기독교 교회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콘코르디아 신전을 지나 20여 분 정도 가면 헤라 신전(Tempio di Giunone)이 나타
난다. 기원전 460~440년경에 세워졌는데, 34개의 기둥 중 25개가 거의 완전한 형태
로 남아있다. 전형적인 후기 도리아식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헤라 신전에선 드넓게
펼쳐진 지중해와 시칠리아의 아득한 들판, 고풍스러운 아그리젠토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 다보인다. 제우스 신전은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한 후 신께 감사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지금은 돌을 쌓았던 터만 남아 있으며, 7.5미터 인간의 모습을 한 기둥
하나가 쓰러져 누워 있다. 신전의 계곡을 보면 ‘시칠리아는 섬이 아니라 문화의 대륙’
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아그리젠토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결국 시칠리아 도시들 간의
치열한 관광객 유치 경쟁은 압도적인 한 장의 이미지를 가진 아그리젠토의 승리로
귀결된다.” 그 한 장의 이미지가 바로 콘코르디아 신전이다.
지중해가 선사하는 행복한 요리들
시칠리아 여행이 행복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음식이다. 겨울에도 섭씨 15도 이하로
내려 가지않는 온화한 기후와 고산지대에 펼쳐진 비옥한 토지, 그리고 시칠리아를
둘러싼 지중해가 풍부하고도 다양한 식재료를 공급해준다. 여기에 그들만의 혼성
문화가 어우러져 토속적이면서 독특한 음식 문화가 탄생했다.
특히 팔레르모는 오늘날 우리가 흔히 즐기는 스파게티 같은 건조 파스타 생산의 최초
기록이 남아 있는 도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파스타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시칠리아인들은 스파게티 같은 가는 면 요리는 물론 독특한 모양의
짧은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가지와 리코타 치즈로 만든 서민적인 파스타인 노르마
파스타(Pasta alla Norma)는 시칠리아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지만 그 맛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중해로 둘러싸인 섬답게 해산물 요리도 풍부하다. 시칠리아산 오렌지를 곁들인
카르파치오와 토마토를 넣은 홍합탕은 이탈리아에서 최고로 꼽힌다. 셀러리와 올리브
를 곁들인 지중해식 문어 샐러드는 전채 요리로 유명하다. 갓 잡은 성게로 맛을 낸
링귀니 파스타는 오직 시칠리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연간 약 10억 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다 특히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 중 하나인
마르살라(Marsala)는 전 세계 와인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음식에 관심이 있다면 트라파니(Trapani)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북서쪽에 자리한 이
곳은 끝없이 이어진 광활한 염전과 그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로 유명
한 곳으로, 다른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이 가득하다.
트라파니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좋은 소금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골목 저 골목을 느긋하게 걸어 다니는 것
이다.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날 만한 오래된 골목을 천천히 걷노라면 햇빛에 기분 좋게
말라가는 빨래와 발밑을 스치고 지나가는 고양이, 한가롭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다정한 시칠리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햇볕이 잘 드는
테라스에 앉아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며 파스타를 즐기는 이탈리아인들을 보고 있노
라면 느리게 사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TIP*
1. 대한항공에서 인천↔로마 구간을 운항한다. 로마에서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갈 때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 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alitalia.com)에서 확인 할 수 있다.
2. 로마에서 열차로 갈 때는 이탈리아 국영 철도(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것.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3.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 도착,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돌아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돌아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4. 시칠리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미슐랭 가이드>에 실린 레스토랑들도
많다. 도시 관광 안내소에서 소개를 받아 즐겨볼 것을 권한다.
주요 식당들은 도시 관광 안내소에서 정보를 얻고예약할 수 있다.
① 지중해의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한 시칠리아. 이탈리에서도 가장 눈부신 풍광을
간직한 곳이다.
② 온난한 기후를 자랑하는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사람들도 여름 휴양지로 손꼽는
곳이다.
③ 오직 시칠리아에서만 감각할 수 있는 눈부시고 선명한 햇살.
④ 600년에 걸쳐 건축된 팔레르모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
⑤ 바로크 도시로 불리는 모디카 전경.
⑥ 모디카를 상징하는 건물 산 피에트로 성당.
⑦ 1970년대에 나온 자동차가 아직도 굴러다니는 시칠리아.
⑧ 옛 낭만과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아그리젠토의 골목.
⑨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콘코르디아 신전.
⑩ 붉은 지붕의 풍차와 소금밭이 어우러진 트라파니.
⑪ 유럽과 아랍 문화가 어우러진 트라파니.
⑫ 한가로운 풍경의 트라파니.
⑬ 선 이방인을 향해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시칠리아 사람들.
⑭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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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리젠토(1)-체팔루-팔레르모(1)기내(1)-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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