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Autumn, Yangpyeong
가을이 무르익은 양평
――――――――――――――――――――――――――――――――――――――――――――――――――――――――――
자연이 주는 여유와 예술적 영감에 집중하는 시간. 가을 색으로 물든 양평의 감성 가득한 공간.
EDITOR YOON SE EUN
E-ham Campus
――――――――――――――――――――――――――――――――――――――――――――――――――――――――――
예술과 교감하는 시간 이함 캠퍼스
지난여름 남한강 줄기를 따라 복합 문화 공간이 문을 열었다. ‘빈 상자로서’라는 뜻을 지닌 이함 캠퍼스. 상자를 비워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듯, 이함은 시대적 변화와 전환의 계기가 될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끊임없이 담아내고 비우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문화적 성장을 경험하는 배움의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함에 캠퍼스를 더했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 안에는 미술관과 아티스트 레지던시,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인문, 예술, 과학, 경제 등 문화 강좌도 진행할 예정이다.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야외 정원은 둘레길을 따라 다양한 수종의 나무와 석조 유물이 가득하고, 메타세쿼이아가 병풍처럼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이렇듯 자연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함 캠퍼스는 현재 개관전으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사일로랩(SILO Lab)의 ’를 진행 중이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공간 몰입형 전시로, 디지털 미디어에 빛·소리·움직임·향 등 감각적 요소를 더해 관람자의 오감과 감성을 자극한다.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마음을 치유하는 교감의 순간에 나를 맡겨볼 것.
주소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370-10
영업시간 : 10:00~19:00(월요일 휴관)
문의 : 031-773-7888, 인스타그램 @ehamcampus
Sanon
――――――――――――――――――――――――――――――――――――――――――――――――――――――――――
산 아래 평온한 하루 산온
안온한 하룻밤을 선사하는 산 아래 스테이 공간, 산온. 이름에 따뜻할 ‘온’이 아닌 편안할 ‘온’을 쓰는 이유는 머무는 이들이 자연의 품에서 쉬어 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오래된 한옥을 처음 마주하면 집을 둘러싼 숲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리모델링 역시 손님들이 이 풍경을 온전히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통유리창 너머 마당에 심은 나무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모과와 자두, 감, 석류가 열린다.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과 산을 바라만 봐도 좋고, 음악을 감상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것도 좋다. 한옥이지만 요리 공간도 넉넉하고, 자두나무가 있는 옆 마당에서는 바비큐도 가능하다. 대나무 담장으로 가려진 프라이빗한 노천탕이나 돌담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다도실 등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잔잔한 여유도 누릴 수 있다. 관광지와는 거리가 조금 떨어진 데다 TV도 없지만, 오직 한 팀을 위해 준비한 산온의 소소한 즐거움은 머무는 내내 마음을 다독이는 듯하다. 최대한 생분해 가능한 용품을 사용하고, 어메니티는 비건 제품을 쓰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넉넉하다.
주소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동오리
문의 : 0504-0904-2533, 인스타그램 @sanon_stay
Koo House
――――――――――――――――――――――――――――――――――――――――――――――――――――――――――
집처럼 편안한 미술관 구하우스
구하우스는 말 그대로 ‘집’을 콘셉트로 한 미술관으로,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 작품과 디자인 오브제 등 500여 점의 소장품을 전시한다. 상설 전시로 진행하는 소장품전은 컨템퍼러리 아트와 디자인을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제임스 터렐,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미언 허스트, 우고 론디노네, 에르빈 올라프, 서도호, 최정화 등 국제적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을 채우고 있다. 또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샹탈 조페의 국내 두 번째 개인전 <샹탈 조페: 가족의 언어>도 진행 중이다. 자신과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을 색다른 통찰력으로 그리는 그녀의 따뜻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6명 이하 소규모 관람객을 위한 ‘블루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줄리언 오피·키스 해링·김태균·전병구 작가의 작품과 아르네 야콥센·폴 키에르홀름·한스 베그네르 등 디자이너 가구로 채운 별관 블루 룸을 사전 예약 후 2시간 동안 단독으로 사용하며, 도슨트 해설과 함께 전시도 관람한다. 미술관이 아닌 집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프라이빗한 시간. 양평군이 ‘양평 정원’으로 지정할 만큼 자연미가 돋보이는 정원 역시 힐링을 선사한다.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영업시간 : 13:00~17:00(수~금요일), 10:30~18:00(토·일요일, 공휴일), 월·화요일 휴관
문의 : 031-774-7460, 인스타그램 @koohouse_museum
Cafore
――――――――――――――――――――――――――――――――――――――――――――――――――――――――――
노을이 아름다운 갤러리 카페 카포레
해가 지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포레는 카페, 갤러리, 야외 공연장, 정원으로 이루어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여러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할 만큼 모던한 건물은 산과 강에 둘러싸여 있고, 테이블이 놓인 정원에서는 공연이나 스몰 웨딩,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카페에는 매일 굽는 베이커리와 커피, 에이드, 티 등 다양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 갤러리에서는 양평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1월에는 갤러리와 야외 정원 등에서 양평 로컬 작가들이 참여하는 강상·강하 아트 페어가 펼쳐진다. 이 외에 신민채 작가 개인전, 루샤오팡 특별 기획전도 열릴 예정이다. 카포레의 매력은 다른 갤러리와 달리 아늑한 소파나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남한강 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조망은 덤이다. 특히 갤러리 4층과 루프톱이 인기인데, 해 질 무렵 강 위로 노을 지는 일몰 뷰가 아름다운 만큼 하루의 끝을 카포레에 맡겨도 좋을 듯하다. 음료 한 잔이 포함된 입장료를 구입하면 카포레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주소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458
영업시간 : 10:00~20:00
문의 : 031-775-5342, 인스타그램 @ca_fore
Venice Simplon‐Orient‐Express: Artisan of Travel
――――――――――――――――――――――――――――――――――――――――――――――――――――――――――
유럽의 겨울을 달리는 럭셔리
유럽을 가로지르는 최고급 럭셔리 열차가 운행을 재개한다. 유럽 왕실과 사교계 인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계보를 잇는 동시에 호화 열차의 대명사로 전통을 이어가는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환상적인 유럽의 겨울 풍경을 선사할 기차가 다시 출발한다.
EDITOR KIM KAI
럭셔리 열차 여행의 대명사
언젠가 한 번쯤 꿈꾸었던 럭셔리 기차 여행에 대한 로망은 시간이 흘러도 유효하다. 마이클 잭슨부터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전 세계 저명인사들이 탑승하며 명성을 인정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블루 트레인, 델리를 출발해 자이푸르·우다이푸르 등 인도 주요 관광지를 거치며 최고급 호텔에서 숙박하는 인도 황실 열차, 1883년 파리-이스탄불 구간 첫 운행을 시작으로 여행의 전설이 된 유럽 대표 럭셔리 열차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세계 3대 럭셔리 기차 여행으로 꼽힌다. 특히 유럽 각지를 연결하며 ‘달리는 귀부인’이라는 명성을 얻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영화 <007>의 두 번째 시리즈 <007 위기일발>에 등장했고, 세계적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아예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라는 동명의 추리소설을 발표해 럭셔리 열차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그 계보를 잇는 진화형 럭셔리 열차가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Venice Simplon-Orient-Express, 이하 VSOE)다. 현재 24개국에서 45개의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관광 열차, 유람선 등을 운영하는 벨몬트 그룹이 관리하는 특급 열차 서비스로 런던에서 출발해 도버해협을 거쳐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1500km 구간을 달린다. 1920~1930년대에 제작한 객차를 현대적 안전 기준에 맞게 개조한 개성 있는 히스토릭 캐빈과 6개의 그랜드 스위트룸을 갖추었는데, 부드러운 벨벳과 화려한 가구로 장식한 객실은 19세기 유럽의 대저택 내부를 연상시킬 만큼 고급스럽다. 1982년 첫 운행한 이후 오래 사랑받아오다가 팬데믹 기간에 잠시 운행을 멈췄던 열차는 파리-베네치아, 파리-비엔나 구간을 시작으로 12월부터 다시 운행을 재개한다.
1. 럭셔리 열차 여행의 대명사,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2.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지나는 베네치아 풍경.
전통과 자연에 장인의 손길을 더한 캐빈
팬데믹으로 멈췄던 사이, VSOE는 객실을 레노베이션하고 새 스위트룸을 준비했다. 좀 더 특별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내년 6월부터 추가되는 8개의 새로운 스위트 객실에는 VSOE의 원래 미학과 세련미를 유지하는 한편, 현대적 편안함을 추구하는 프랑스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이 이루어졌다. 이탈리아 북부의 목초지와 포도원, 독일 남서부의 검은 숲,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비롯해 오스트리아·프랑스·스위스에 걸쳐 있는 장엄한 알프스산맥과 빙하 호수 등 유럽 각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모티브로 객실 인테리어 콘셉트를 잡았다. 그리고 루이 마조렐과 르네·라리크 등 근대 아르데코 거장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호화로운 패브릭과 고급 가구의 벨에포크 장식으로 여행의 품격과 우아함을 더한 공간을 재창조했다.
열차에서 가장 화려한 객실이 될 스위트룸은 전용 대리석 욕실과 낮에는 휴식 공간으로 이용하다가 밤에는 침실과 거실로 활용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을 갖추었다. 럭셔리 열차 객실의 전형인 그랜드 스위트룸에도 전용 욕실을 마련했으며, 더블에서 트윈으로 변환할 수 있는 침대를 갖춘 거실이 포함되어 있다. 고전적인 히스토릭 캐빈은 예전 기차 여행의 낭만을 간직한 곳으로, 역시 거실과 침실을 겸하는 라운지를 갖추었다. 모든 이용자는 웰컴 샴페인과 함께 편안한 기차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1. 유럽의 겨울 풍경을 관통할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2. 운행이 멈춘 동안 열차는 레노베이션을 마쳤다.
3. 객실 창밖으로 유럽의 그림 같은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4.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레노베이션에는 프랑스 최고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5. 객차 내부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승객.
달리는 열차에서 음미하는 파인다이닝
럭셔리 열차 여행의 묘미는 달리는 객실에 앉아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을 배경으로 파인다이닝을 즐길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VSOE에 탑승하면 탑승일 저녁 4코스에 걸친 디너를 시작으로 다음 날 아침에는 심플한 콘티넨털 조식과 3코스의 런치 그리고 애프터눈 티를 제공하는데, 열차 재운행에 맞춰 총괄 셰프까지 새로 임명했다. ‘2019년 올해의 셰프’, <배니티 페어>의 ‘가장 영향력 있는 프랑스인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던 젊은 셰프 장 앵베르(Jean Imbert)가 이제 열차의 주방을 책임진다. 특히 앵베르 셰프는 유명 인테리어 전문가들과 협업해 1920년대에 제작된 레스토랑용 객차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와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설정하는 등 레노베이션에도 직접 참여했다. 조명과 식탁보. 테이블웨어 등 기본 아이템은 물론이고 프랑스 도자기를 소재로 한 식기를 마련했으며 각 캐빈의 색상 콘셉트에 맞춰 디자인한 독특한 메뉴 등 주방 전체의 톤 앤드 매너를 정비했다. 지역 농부 및 생산자와 협력해 늘 신선한 식재료로 계절에 맞는 최고의 요리를 선보일 레시피를 준비 중이며, 매일 저녁 열차 내 칵테일 바에서 파티를 열 예정이다. 드레스 코드가 맞지 않으면 입장이 제한되니 여행의 낭만을 배가할 특별한 파티 룩은 필수.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들을 연결하는 특별한 열차,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12월에 파리-베네치아, 파리-비엔나 왕복 구간을 운행하며, 3월부터 11월까지는 프랑스·피렌체·로마·부다페스트·부쿠레슈티·제네바·브뤼셀·암스테르담 등 유럽 전역을 달릴 예정이다. 1박 2일간 약 6500유로의 스위트룸 요금에는 기본 어메니티를 비롯해 24시간 개인 스튜어드의 맞춤형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올겨울 특별한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유럽을 가로지르며 만년설로 덮인 알프스와 지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포도밭, 유럽의 작은 마을 풍경 등을 끝없이 선사하는 이 특별한 열차에 몸을 실어도 좋겠다.
1. 유럽의 숲과 바다, 초원과 빙하 호수 등 자연을 모티브로 레노베이션한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2. 럭셔리 열차 여행의 묘미로 꼽는 파인다이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