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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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호

TheBC_2023_5_여행리조트
The Full Sensibility of The Terrace
테라스에 앉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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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적기가 있는 법. 추위도 더위도 잠시 물러나 있는 봄철의 테라스를 누리기에는
지금이 가장 알맞은 시기다. 특히 긴 시간 들이지 않고도 유럽 소도시의 낭만을 느끼게 하는
테라스라면 앉는 그 순간부터 여행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EDITOR JE MIN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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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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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고 이국적인 나의 동네

파주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올로크’는 지난 2021년 5월 문을 연 이후 한결같은 콘셉트로 ‘유럽 어느 공원 앞 카페’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다. 올로크는 실제로도 공원 가까이에 있는데, 신도시의 상징처럼 우뚝 솟아 있는 아파트와 빌라 단지 사이로 초록의 기운을 내뿜는 북두레공원과 남두레공원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다. 올로크는 일상 속에서 여행을 떠난 듯한 설렘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 조성에 세밀한 정성을 쏟았다. 늘 걷는 익숙한 거리여도 카페로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유럽 여행이 시작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은 올로크의 입구 옆에 마련한 테라스 존. 휴양지의 노천카페 분위기를 연상하게 하는 라탄 체어를 넉넉히 배치해 테라스의 감성을 극대화했다. 유럽 특유의 따뜻한 질감을 느끼게 하는 소품들은 카페 인테리어 구상 단계부터 마지막 조명에 불을 밝힐 때까지 모두 대표의 경험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 나라를 여행하며 한적한 골목 사이, 주인의 취향이 깃든 아담한 카페의 매력에 반해 그때의 공간과 분위기를 최대한 재현했다고. 잠시의 쉼이 여행으로 확장되는 것, 이것이 올로크가 말하는 ‘일상 여행’이다.

주소 : 경기도 파주시 가재울로 100-17
운영 시간 : 10:30~18:00(매월 4·5번째 목요일 정기 휴무)
문의 : 0507-1481-2131, 인스타그램 @olo_c_
아스티에 드 빌라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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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제품을 직접 마시고 먹는 그 모든 순간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잠깐의 브런치나 티타임이 파리 현지 감성으로 채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분위기를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남동 아스티에 드 빌라트 플래그십 스토어는 프랑스 파리 매장을 제외하고 해외에 문을 연 첫 플래그십 스토어로, 대한민국 서울이 그 첫 오픈 매장이어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5층 규모의 스토어 건물 중 루프톱을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은 파리의 다양한 모습을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한 층 한 층 둘러보며 카페로 올라갈 수 있고, 별도의 계단을 통해 카페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프랑스 장인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작품을 공들여 만들어내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아한 우유 빛깔의 에나멜 도료 일종인 ‘에마유(emaille)’를 사용해 특유의 질감이 돋보이는 아이템을 선보이며, 오브제로도 손색없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각 층마다 세라믹, 센티드 컬렉션, 스테이셔너리, 조명 등을 컬렉션으로 만날 수 있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3 아스티에 드 빌라트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5층
운영 시간 : 11:00~22:00(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문의 : 02-793-7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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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코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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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머물고 싶은 그 광장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에서는 붉은색 벽돌 건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유럽이라고 하면 이 붉은색 벽돌 건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유럽을 상징하는 매력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일산에도 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적벽돌의 공간이 있다. 유럽 광장을 모티브로 한 아치형 구조의 테라스를 가진 카페 ‘파르코니도’ 다. 이탈리아어로 공원을 뜻하는 파르코(parco)와 둥지를 의미하는 니도(nido)를 합성해 이름 붙인 이곳은 곤히 단잠에 빠져 있는 새를 심벌로 만들어 누구에게나 아늑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실내 공간은 천연석 타일, 라운딩 처리한 목공 내벽, 직접 디자인한 가구와 조명 등으로 세심하게 신경 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파르코니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테라스다. 매일 달라지는 하늘을 따라 테라스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이 공간은 바닥부터 벽면까지 모두 적벽돌을 배치해 실내와는 완벽하게 다른 느낌을 구현했다. 선셰이드로는 초록색과 흰색만을 사용해 감각적인 심플함도 연출한다. 햇살이 오래 머무는 봄의 한낮이면 특히 궁극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고. 직접 로스팅한 원두만을 고수하고 있어 커피 맛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좋다.

주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월드고양로 102-65 2~3층
운영 시간 : 10:00~22:00
문의 : 031-994-0039, 인스타그램 @parconido

테라스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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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반기는 테라스의 변신

‘테라스룸 서울’을 얕게 만나면 레스토랑, 바, 카페와 같은 리테일 공간으로만 기억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곳이 여행지 그 자체와 그곳의 문화까지 모두 경험하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테라스룸 서울에서는 유럽의 식전주 문화인 아페리티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낮에도 주류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바 공간을 운영하는데, 순간의 분위기도 값진 여행 경험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취향을 매장 내에 가득 채우고 있다.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듯 테라스룸 서울은 매 시즌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봄 시즌 콘셉트는 파리의 봄을 구현한 ‘카페 드 플라워(cafe de flower)’로, 홈 스타일링 플랫폼 모자키홈과 함께 공간을 조성했다. 각 공간에는 오스틴 장미·튤립·수국·목련·붓꽃·등나무꽃·양귀비꽃 등 2000송이가 넘는 형형색색의 꽃들로 파리의 봄을 표현했는데, 화사한 컬러의 패브릭 가구와 화병, 오브제와 어우러지며 만개한 봄의 절정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테라스룸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애프터눈 티 세트는 물론, 공간에 변화를 준 만큼 봄과 어울리는 향긋한 식재료로 새로운 S/S 다이닝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37 2층
운영 시간 : : 11:30~02:00(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문의 : 02-516-1015, 인스타그램 @terraceroom.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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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rt of Sabah, Kota Kinabalu
코타키나발루 드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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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두 지역으로 나뉜다. 아시아 대륙에서 뻗어 내린 좁은 반도에 본토가 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옹기종기 모인 남중국해의 보르네오섬에 사라왁과 사바주가 있다. 여느 도시 못지않게 정돈되고 번화한 사바주의 주도 코타키나발루는 종교 규율에도 비교적 자유로워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사바에서의 삶을 꿈꾼다. 물빛 반짝이는 바다가 도시를 에워싸고, 내륙에는 동남아시아 정글의 원형을 보전하고 있는 산이 기다리는 곳. 코타키나발루를 즐기는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EDITOR KIM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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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중국해 해양 액티비티의 메카, 만타나니섬

동남아시아의 휴양지로 떠나는 이유 중 바닷속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물에서 즐기는 액티비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코타키나발루는 최적의 장소다. 보르네오섬 북서부 해안 일대에 면해 있는 덕분에 도시와 해안선이 나란히 흐른다. 말레이시아 본토보다 보르네오섬의 말레이시아 영역이 더 크고, 도시는 번화하지만 환경이 잘 정비되어 있어 도시 바로 앞 연안은 바닷속이 훤히 비칠 만큼 물이 맑고 푸르다. 도시에서 보트로 10여 분 거리의 섬들은 일찌감치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의 이름을 따서 ‘툰쿠 압둘 라만 해양 공원’ 으로 지정되며 코타키나발루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생략할 수 없는 바다 액티비티 장소로 자리 잡았다.만타나니섬은 자연의 영역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간다. 코타키나발루 도심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2시간쯤 자동차로 달린 후 그곳 선착장에서 다시 쾌속 보트로 40여 분간 물 위를 날 듯이 달려야 남중국해에 오도카니 솟은 작은 섬, 만타나니에 닿는다. 필리핀의 팔라완, 베트남의 나트랑과 다낭, 홍콩과 마카오 모두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있는 연안 도시들이다. 헤엄치는 돌고래 모양 같기도 한 만타나니섬은 ‘말레이시아의 몰디브’로 불리는 곳으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자랑한다. 원래 무인도였던 곳에 숙소로 사용할 공간과 식당 등 기본적인 건물을 지었을 뿐 사람의 손길을 가능한 한 배제했다. 하얗고 고운 모래가 흩뿌려진 넓은 백사장에는 이미 백화된 산호 조각들이 밀려와 있고, 코코넛 열매를 가득 매단 키 높은야자수 사이로 덩굴식물들이 해안을 향해 길게 줄기를 뻗는다. 작년 겨울 즈음에는 바다 어디쯤에선가 고래의 사체가 떠밀려왔다. 인적이 드문 해안 외딴곳까지 떠밀려온 고래의 사체 역시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 그저 자연의 일부로 두어 섬의 한 부분인 것처럼 천천히 풍화되어가는 중이다. 가끔 동풍이 불면 바람결에 비릿한 냄새가 섞여오지만, 그래도 물은 여전히 푸르다. 육지와 섬을 잇는 보트를 매어둔 선착장에도,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연안에도 물고기 떼가 오간다.
섬에 사람의 손길을 배제하려고 인공적 구조물을 지양한 대신, 오롯이 물에서 즐기는 액티비티는 언제든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스노클링·스쿠버다이빙·카이트플라잉·카누잉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마련되어 있고, 섬에서 머무는 여행자라면 무동력 액티비티에 필요한 장비들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만타나니섬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보통 1박 2일 일정으로 움직인다. 물론 그 이상 머물러도 되지만, 최소 1박은 기본이다. 섬을 들고나는 배 시간에 따라 자동 세팅된 일정이긴 하지만, 객실 전체가 바다를 향해 난 방갈로에서 조용한 휴식을 즐기다 세계 3대 선셋 명소로 꼽히는 바다에서 센셋 크루즈를 즐기고, 다음 날 아침 해변에서 일출을 맞이하다 보면 하루는 짧을지 모른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 해변을 걷다 보면 모래 깊숙한 곳에서 게가 올라와 빠른 걸음으로 모래사장을 달린다. 3월에서 7월 사이 섬을 방문한다면 밤바다에서 푸르게 반짝이는 플랑크톤을 운 좋게 감상할 수도 있으니 미리 스케줄을 체크해보자.
2 오디너리 사바 라이프, 필리피노 마켓

도심 곳곳에 마켓과 식당가, 쇼핑센터가 분포된 코타키나발루에서는 로컬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복작이는 곳은 어시장에 인접한 필리피노 마켓. 코타키나발루가 속한 사바주 자체가 필리핀과 가까워 지역 간 왕래가 많았던 데다가 일상에 필요한 소소한 물건과 액세서리, 가방 등을 파는 작은 매장과 노상 수선소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게다가 어시장에서 거래되는 싱싱한 생선을 곧바로 구워 팔기 때문에 관광객까지 몰리는 필리피노 마켓 일대는 늘 북새통을 이룬다. 우리나라 어시장에서는 보지 못한 이국적인 생선을 구경하다 직접 골라 한 끼 식사를 즐긴 후 각종 건어물과 열대 과일 등을 맛보고 쇼핑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시장의 상인도 하나같이 상상 이상으로 한국어에 능통하고 친절해서 마음 편히 즐거운 로컬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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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코타에서 즐기는 고메 리스트

코타키나발루는 미식가들에게도 한 끼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곳이다. 여행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도심 리조트나 호텔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다수 입점해 있기 때문. 대표적인 곳이 수트라 하버 마젤란 리조트 2층에 들어선 하이엔드 이탤리언 레스토랑 ‘페르디난드’. 코타키나발루 지역을 넘어 말레이시아 최고의 레스토랑에 종종 이름을 올리는 곳으로, 폭넓은 와인 셀렉션을 자랑한다. 같은 리조트 1층의 ‘알프레스코’ 는 지중해식 레스토랑을 지향한다. 사바 로컬 퀴진부터 한식, 지중해식까지 폭넓은 음식을 다루는 퓨전 레스토랑으로, 캐주얼한 분위기에 비해 맛은 가볍지 않아 다양한 여행자의 입맛과 기호를 충족하는 곳이다. 말레이시아 최고의 중식 레스토랑도 코타키나발루에 있다. 더 퍼시픽 수트라 호텔의 ‘실크 가든’은 말레이시아 유명 럭셔리 매거진 <태틀러> 에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수차례 선정되었는데, 특히 가끔 런치에 프로모션하는 무제한 딤섬 메뉴가 인기다. 호텔 투숙객들에게 수준 높은 뷔페를 제공하는 ‘카페 볼레’도 저명한 셰프가 직접 지휘하며, 투숙객뿐 아니라 외부 방문자도 많은 곳이다. 특히 김치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도 선보이니 코타키나발루 여행 중 한식이 그립다면 가장 먼저 체크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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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 번에 즐기는 럭셔리 리조트

휴양지에는 보통 해안을 따라 브랜드 호텔이 들어선다. 코타키나발루 역시 마찬가지지만, 훌륭한 뷰를 품은 숙소에서 다양한 액티비티와 미식 투어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형 리조트 옵션은 이곳이 코타키나발루여서 가능하다. 5성급 수트라하버 마젤란 리조트와 2개의 18홀 챔피언십 골프 코스를 품은 더 퍼시픽 호텔을 운영하는 수트라 하버 리조트 그룹은 일찌감치 사바 주정부와 합작해 다양한 시설을 마련해놓았다. 코타키나발루의 유일한 요트 정박장도 리조트 단지 내에 있어 투숙객들은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이전에도 한국인 투숙객이 많던 곳이라 한국인 투숙객을 대상으로 리조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축한 올인클루시브 서비스인 ‘골드카드’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적정 금액을 내고 카드를 발급받으면 단지 내 마리나 센터에서 영화 관람·테니스·스쿼시·볼링 등을 즐길 수 있고, 단지 내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시간대별로 골드카드용 뷔페 또는 세트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골프와 수상스키, 보트 투어 등은 할인도 가능하다. 한국인에게 특히 유용한 특별한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 한국과 코타키나발루를 오가는 세 편의 저가 항공이 주로 밤과 새벽 시간대를 연결하는 만큼 체크아웃 시간을 저녁까지 연장해주는 레이트 체크아웃, 가족 단위 투숙객을 배려한 엑스트라 베드 무료 추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외국계 여행 앱으로는 이용이 불가하고, 리조트 한국 지점에 문의하거나 우리나라 여행사를 통해야만 이용할 수 있으니 유의하자.
5 동남아시아 최고봉을 품은 키나발루산

2015년, 코타키나발루에 6.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도로가 손상되고 인명 피해도 있었지만, 현지인들은 지진 여파로 키나발루산에서 바위가 떨어져 내렸다는 뉴스에 더 긴장했다.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은 키나발루산을 신성한 장소로 여긴다. 여러 민족이 모인 사바주에서 가장 큰 토착 부족인 카다잔-두순 사람들에게 키나발루산은 조상 대대로 영혼의 안식처였다. 그런 곳에서 지진 발생 수일 전, 유럽계 등산객 몇몇이 옷을 벗으며 소동을 피웠다. 소변까지 보는 ‘불경’을 저지르는 그들을 현지인 가이드가 만류했지만, 오히려 가이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조롱한 사실이 알려져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은 분노와 우려를 동시에 품고 있던 때였다. 지진 발생 후 키나발루산에 대한 현지인들의 경외감과 믿음은 더욱 크고, 공고해졌다.코타키나발루 도심에서 100km 거리에 자리한 키나발루산은 해발 4095m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있다. 동남아시아 정글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산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꽃으로 보고된 라플레시아, 식충식물인 네펜데스를 비롯해 희귀한 식물과 곤충들이 살고 있다. 지역 고유종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신성한 곳으로 알려진 키나발루산에도 물론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절차가 다소 까다롭다. 미리 예약해야 하고, 높고 험한 산이니만큼 반드시 현지인 산악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그 외에도 입산 허가세, 국립공원 자연보호세, 여행자보험과 별개로 산 보험, 수속하는 곳에서 산 입구까지 이용하는 밴 비용 등 지불해야 할 이런저런 비용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비용에는 산 중턱에서 머무르게 될 산장 숙박비와 중식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세 끼 식사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해발고도가 4000m가 넘는 키나발루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은 보통 1박 2일 일정으로 입산한다. 첫날에는 입구인 팀포혼 게이트에서 산 중턱 3600m 지점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 6km 거리를 오른다. 코스의 8할은 계단이고, 2할은 돌과 바위를 지난다. 적당한 간격으로 놓은 계단이 아니라 미끄러운 경사면을 지탱하도록 나무와 철로 디딤판을 다져놓은 정도여서 단마다 높이도, 폭도 제각각이다. 단 구간이 높아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가동하는 보폭이 커져 체력 소모도 빨라진다. 게다가 짧은 구간 내 고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터라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거리는 6km에 불과하지만 완료하는 데까지 소요 시간은 4~10시간을 넘기는 등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산 중턱 산장에서 저녁을 먹고 몸을 쉰 사람들은 다음 날 새벽 2~3시경 다시 산을 오른다.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한 다음 다시 산장으로 내려와 아침을 먹고 하산하는 일정인데, 이 구간은 더 만만치 않다. 해발고도가 높아져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에는 급경사 계단이 2할, 로프를 타고 오르는 암벽 구간이 7~8할이다. 힘겹게 정상에 오르면 동남아시아 최고봉이라는 4095m의 로스 피크(Low’s Peak)와 2015년 지진에 무너져내려 한쪽만 남은 ‘당나귀 귀’ 봉우리를 눈높이에서 조우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는 산악 가이드가 함께하며 방향을 잡거나 때로는 등산 요령을 알려주고, 마지막에는 가이드의 이름으로 등산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선뜻 도전하기에 결코 쉬운 곳은 아니지만, 그래서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키나발루산은 코타키나발루의 정점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