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지금가장힙한 공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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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지붕 아래에서 마시는 커피, 대청마루를 거닐다 만나는 조선백자, 한옥 창 너머로 스며드는 은은한 조명. 전통이 세련된 감각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한옥의 고아한선이 현대의감각을 만나감도높은 취향을 완성하는 그곳. 한국적인 멋과 힙한 감각이 공존하는 네 곳의 공간을 소개한다.
EDITOR IENA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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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건축상이 선택한 한옥
강원도 영월. 한때 단종의 한이 서린 이곳은 이제 한국 건축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2024 베르사유 건축상’ 호텔 부문 1위를 차지한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 덕분이다. 유네스코와 국제건축가협회가 주관하는 이 상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대 건축물에 수여하는 영예로, 한옥으로서는 최초의 수상이다. 3300㎡(1000평) 부지 위에 자리한 독채형 한옥 호텔은 A동(598㎡, 181평)과 B동(674㎡, 203평) 두 채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채와 안채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대청마루와 층층각(복도), 사랑채, 지하 미디어 룸까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공존한다. 문을 열면 공기부터 다르다. 나무가 내뿜는 은은한 향, 기와 위로 부서지는 햇살, 창호 너머 스미는 영월의 바람. 여기에 한옥 미학의 정점인 ‘차경(借景)’, 즉 풍경을 빌리는 개념이 더해진다. 창 하나를 열면 영월의 산과 강이 액자가 되는 이곳에서는 계절이 공간이 되고, 바람이 머무름이 된다. 조정일 대표는 이곳을 단순한 전통 건축물이 아닌, 시간을 품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유럽의 유서 깊은 건축물처럼, 한옥 또한 현대 삶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 그렇게 8년의 연구 끝에 나무 건조 방식부터 기와 한 장까지도 치밀하게 고민한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남면 문개실길 37-150
문의 : 033-823-9500
홈페이지 : thehanokheritage.com
한옥스테이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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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즐기는 가장 아름다운 휴식
전주의 한옥 사이 골목을 거닐다 보면, 마치 오래된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기와지붕이 만들어내는 낮고 고요한 선율, 나무 창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그리고 공간 자체가 품은 정제된 미감. 그 안에 예상치 못한 우아한 감성이 더해진다면? ‘한옥스테이 쉼’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미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이곳의 본채는 한옥 특유의 단아한 골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유럽 감성을 가미한 인테리어로 세련된 분위기를 완성했다. 거실과 침실, 다도실로 이어지는 공간은 유려한 동선을 그리며 자연과 하나가 된다. 툇마루 앞에는 넓은 수공간이 자리해 바람에 이는 잔잔한 물결에 하염없이 빠져들게 된다. 별채는 한층 더 프라이빗한 쉼을 위한 공간이다. 특히 커다란 창을 통해 마당을 내다볼 수 있는 대형 저쿠지는 이곳의 하이라이트.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은은한 조명에 물든 밤의 한옥을 바라보는 순간,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일상의 소음은 사라진다. 뒷마당에서의 마지막 파티도 잊지 말자. 작은 숲을 지나 불멍 존으로 향하면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작은 화로가 나타난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전주의 일상이 펼쳐진다. 한옥마을을 거닐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꿈처럼 흘러간 밤의 여운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문화2길 17
문의 : 0507-1431-5092
인스타그램 : @shim_stay

북촌 설화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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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가 지은 한옥
돌담을 스치는 바람도, 기와지붕 위로 스미는 햇살도 유난히 정제된 분위기의 북촌. 그 길 끝에서 만난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북촌 설화수의 집’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에 자리해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이곳은 1930년대 한옥과 1960년대 양옥을 연결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방문객은 우선 한옥의 응접실에서 인삼 달고나와 함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여정을 시작한다. 이어지는 공작실에서는 설화수의 대표 제품인 윤조에센스와 조선백자의 미학이 결합된 ‘윤조백자’를 만날 수 있으며 전통의 아름다움을 소품에 담아낸 미전실, 장인 정신이 깃든 메이크업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단장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한옥을 벗어나면 이제 양옥 차례. 아름다운 중정(中庭)을 지나 양옥으로 들어서면 설화수의 모든 제품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부티크 원과 추천 상품을 제안하는 부티크 윤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조용한 사색의 공간 설화살롱이 기다린다. 설화수가 큐레이션한 글과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창밖으로 펼쳐진 설화정원이 60년 된 향나무와 함께 조용히 숨 쉰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47
문의 : 02-762-5743
인스타그램 : www.sulwhasoo.com
아리랑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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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미감이 트렌드가 되는 순간
최근 SNS 피드를 장악하며 ‘성지 순례’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고풍스러운 한옥의 정취에 현대적 감각을 녹여낸 ‘아리랑도원’으로, 지금 용인에서 가장 뜨거운 카페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높이 12m에 달하는 압도적 개방감과 함께 궁중 병풍에서나 보던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벽면을 따라 흐르는 물길이 공간을 감싸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고, 맞은편의 대형 수묵화는 조명에 따라 매 순간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아리랑도원의 매력은 공간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들기름 오일 파스타, 송로버섯 옹심이 뇨키, 항정살 구이 반상 같은 브런치 메뉴는 한국적 재료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했고, 베이커리는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여기에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커피까지 진짜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련된 것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곳에는 진정한 쉼과 풍류의 시간이 흐른다.
주소 : 용인특례시 처인구 남사읍 통삼로 495
문의 : 033-633-0100
인스타그램 : www.arirangdowon.co.kr
The Kingdom of Ice and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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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겨울 서사
북극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아이슬란드. 이곳에서 맞는 모든 계절이 특별하지만, 광활한 빙하와 뜨거운 화산, 춤추는 오로라가 하늘을 밝히는 2월에는 겨울이 절정에 달한다. 초현실적인 자연 풍경 속에서 만끽하는 아이슬란드의 차갑고도 따뜻한 매력.
EDITORKIM KAI
자료 제공 : www.visiticeland.com
세상 끝의 도시, 레이캬비크
얼음과 불이 공존하는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그 자체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지구의 증거다. 비밀을 품은 듯한 신비로운 얼음 동굴이 푸른빛을 발하고, 살아 있는 화산이 가끔 존재감을 발하며 붉은 용암을 토해낸다. 인간에게 허락된 영역이 극히 드문 아이슬란드에서는 자연을 탐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떤 곳을 여행하든 그 출발점은 거의, 반드시 레이캬비크(Reykjavik)다.
아이슬란드 수도이자 남서부 해안에 자리 잡은 레이캬비크는 도시의 매력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특히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에는 북극의 역사와 문화가 풍부하게 집약된 이 도시가 더욱 빛을 발한다. 화려한 파사드와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인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는 아이슬란드의 상징적인 건축물이자 랜드마크로, 교회 전망대에 오르면 레이캬비크 시내와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길고 추운 겨울을 피해 갈 수 없는 이곳에서 오히려 겨울을 즐길 수 있도록 판을 벌이는 겨울 축제 기간이면 화려한 조명이 거리를 환하게 밝힌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열리는 하르파 콘서트홀과 아이슬란드 현대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국립미술관을 비롯해 도시 전역에서 특별 전시와 콘서트, 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따뜻한 실내 공간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도시가 작은 만큼 웬만한 곳은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하다. 축제 기간에는 야간에도 레이캬비크의 주요 온천과 공공 수영장을 개장하고, 아이슬란드 전통 음식을 먹는 오랜 축제도 이 기간에 진행된다. 숫양 고환, 삶은 양머리, 발효한 상어 등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힘든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가 하면 유명 셰프들의 퓨전 요리 시연과 워크숍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레이캬비크의 2월은 특별하다.
아이슬란드를 관통하는 링로드와 골든서클
들끓는 용암에서, 수만 년 된 얼음 동굴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찰박이는 해안에서도 아이슬란드의 살아 있는 자연을 만난다. 가장 유명한 지열 온천 중 한 곳인 블루라군 역시 특별하다. 레이캬비크에서 50km가량 떨어진 블루라군에서는 차가운 겨울 대기를 데우는 따뜻한 온천이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지하 2000m에서부터 올라오는 광물질이 풍부한 온천수에는 피부에 좋은 실리카와 황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피부 치료를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도 많다.
주변으로 다양한 스파 서비스와 레스토랑, 그리고 숙박 시설 등이 포진해 따뜻한 온천에서 눈 덮인 겨울 풍경을 감상하며 아이슬란드 탐험 스케줄을 정리해보기에 좋다.
사실 아이슬란드에서는 특별한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고도 섬을 한 바퀴 빙 돌아보며 섬의 모든 곳을 스쳐 갈 수 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 1번 국도가 내륙과 해안을 넘나들며 섬을 한 바퀴 도는 ‘링’ 형태로 구성되어 이름도 ‘링로드’로 불린다. 한여름 트레킹도, 겨울의 드라이브도 대개 이 길을 따라가는데 용암이 흘러내리는 북부의 화산 지대, 얼어붙은 빙하 지대가 펼쳐지는 남부를 두루 통과한다. 얼어붙은 대지에 가끔 등장하는 순록과 양 무리를 잘 피해 가면서 말이다.
도시에서 먼 자연의 영역으로 접근하기 힘들 만큼 날씨가 매섭거나 긴 드라이브를 할 자신이 없다면 레이캬비크 시내에서 35km 떨어진 곳에 있는 ‘골든 서클’에서도 충분히 북극의 대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싱그베들리르 국립공원에서는 북미 대륙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벌어지며 끊임없이 화산과 지진을 유발하는 협곡의 현장을 만날 수 있는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자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엄청난 소리로 주위를 압도하며 시린 물줄기를 쏟아붓는 굴포스 폭포, 몇 분마다 한 번씩 100℃에 육박하는 뜨거운 물줄기를 지표 위로 쏘아 올리는 간헐천, 게이시르 역시 골든 서클에 포함된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게이시르 곳곳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아이슬란드스러운 겨울 풍경을 연출한다.
빙하의 땅에서 조우하는 자연
사실 겨울에는 어딘가로 이동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도 아이슬란드의 겨울을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아이슬란드 전역에서 하늘을 신비한 색으로 물들이며 춤추는 오로라가 등장하기 때문. 태양에서 방출된 입자가 지구 대기권의 자기장과 마찰할 때 생성되는 오로라를 만나기 가장 적합한 시기와 장소가 2월의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 전역에서 오로라를 관측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레이캬비크 인근에서는 얼음으로 뒤덮인 예퀼사우르들론 빙하 라군, 남동부 바트나예퀴들 국립공원에 속한 스카프타페들 자연보호구역 일대가 가장 인기 있는 오로라 관측 장소다. 겨울에는 특히 긴 밤과 맑은 하늘 조건이 맞물려 더욱 선명한 광경이 연출되는데, 아이슬란드에 머무는 동안 전문 가이드가 인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관측 성공률이 높아진다.
레이캬비크 혹은 링로드를 여행하다가 주변 도시에서 머무른다면 인근 온천 스파를 찾아보길 권한다. 아이슬란드는 874년 최초의 바이킹 정착민이 즐긴 온천으로 알려진 곳도 전해질 만큼 온천 역사가 깊다. 온천수의 성분과 온도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세계 곳곳에 유명한 온천 지역이 있지만, 북극의 차가운 대기로 피어오르는 지열의 기운을 느끼면서 바이킹들이 즐긴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다 보면 피부에 생생하게 닿는 지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