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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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은 당신을 위하여
연말연시를 숨 가쁘게 보내고, 이제 다시 출발선 앞에 섰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혼자만의 시간으로 봄을 여는 것은 어떨까? 고요한 바람 소리만 벗처럼 감도는 감각적인 숙소를 소개한다. 이곳에 머무는 시간은 지친 당신에게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된다.
EDITOR KIM SEUNG HEE
Uirim 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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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의림여관'
일상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 외부와 단절한 채 혼자이고 싶을 때 잠시 모든 걸 멈추고 떠나보자. 강원도 춘천 드름산 자락에 있는 의림여관은 도시의 치열함에 지친 이들이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과 고립으로 휴식을 얻을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아름다운 숲속 나그네의 집’이란 뜻처럼 산과 바로 맞닿은 너른 대지 위에 홀로 자리한다. 입구 쪽으로 창을 내지 않아 건물 외관에서 바라보면 마치 산에 박힌 거대한 바위처럼 보인다. 객실도 단 2개. 어느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건물과 공간을 분리했다. 비밀스러운 입구를 지나면 비대면으로 조식과 물품 등이 전달되는 작은 공간이 나오고, 이곳을 통과해야 비로소 객실에 다다를 수 있다. 내부 전체를 나무로 감싼 객실은 자연을 바라보고 통창을 내어 마치 숲속에 고립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객실에 들어서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하도록 프라이빗 정원과 근사한 주방도 갖췄다.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마음껏 누려보길.
주소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의암1길 134
문의 0507-1324-5197
Jipyung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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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속으로 스며든 공간 '지평집'
아름다운 거제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지평집은 공간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특별한 숙소다. 작은 어촌 마을 어귀에 자리한 이곳은 주변에 편의 시설이나 유명 관광지는 없지만, 고요하고 여유로운 쉼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얻기엔 그야말로 안성맞춤. 조병수 건축가가 지은 이곳은 등고를 거스르지 않고,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땅속으로 공간을 내어 완성했다. 그렇기에 높은 곳에서 경치를 내려다보는 여느 숙소와 달리, 땅의 시선에서 바다와 하늘을 내다볼 수 있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을 낮추고, 그들을 경이롭게 바라보겠다는 건축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평집은 2인 객실 6개와 4인 객실 2개 등 총 8개 객실로만 구성되어 있다. 객실 내에는 그 흔한 텔레비전도 없지만, 객실마다 다락 공간이나 히노키 탕, 개별 마당 등이 조성되어 있어 숙소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된다. 특히 해 질 무렵, 건물 뒷마당에 올라서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면 형언할 수 없는 경외감이 밀려온다.
주소 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가조로 917
문의 010-5352-2030
홈페이지 jipyungzip.com
Soyoso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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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치유의 기운 '소요소림'
지저귀는 새소리, 바람에 살랑이는 잎새 소리, 햇빛에 나뭇잎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모습. 제주 중산간에 자리한 소요소림에 들어서면 이 꿈같은 장면이 일상이 된다. ‘작은 숲에서 한가로이 거닐다’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소요소림은 자연에 그대로 몸을 맡긴 채 휴식을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단 한 팀만 머물 수 있는 숙소로, 가장 기본이자 이상적인 집을 제공하기 위해 건물을 8개 공간으로 구성했다. 용도에 따라 현관과 거실, 주방, 침실, 욕실 등으로 나누고, 일상에 꼭 필요한 것들로만 담백하게 채웠다. 공간을 분리한 덕에 집의 본질적 의미와 각각의 공간이 지닌 가치를 담뿍 느낄 수 있다. 단층을 낮게 조성한 거실에선 조용히 독서와 명상을, 동그란 테이블이 놓인 주방에선 맛있는 식사와 즐거운 대화를 즐겨보자. 그리고 침대 하나 놓인 자그마한 침실에선 오롯이 쉼만이 허락된다. 소요소림의 백미인 야외 정원을 거니는 것도 잊지 말자. 제주의 나무들로 둘러싸인 야외 정원에선 자연이 주는 풍요로운 치유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193
문의 0504-0904-2432
홈페이지 soyosorim.com
Mu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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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을 통한 진정한 쉼 '무이림'
충남 태안 대소산 끝자락, 해안 절벽에 고고히 자리한 무이림(無以林)은 공간의 미학을 오롯이 보여준다. 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의 정신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는 것은 없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도 없다’는 의미로, 비움을 통해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말한다. 이 비움의 교훈은 무이림의 철학이 되어 모든 공간에서 발휘된다. 예부터 선비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별서를 지어 수양공간으로 활용했듯이, 무이림은 삼면이 절벽과 바다로 둘러싸여 외부로부터 독립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객실은 단 열 채. 태안의 산수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외원이 객실 주변을 둘러싸고, 실내에서도 녹음을 즐길 수 있도록 객실마다 내원을 조성했다. 텔레비전도 없는 이곳에선 오직 자연과 휴식만이 즐길 거리다. 창호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바람, 누정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노을, 그리고 밤이면 은은한 조명이 드리우는 외원의 정취까지. 무이림의 비움 속엔 행복만 가득하다.
주소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대소산길 350-87
문의 041-673-3587
홈페이지 www.muirim.com
Alive, Patagonia
파타고니아가 허락한 살아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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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이 자주 내렸다.
눈이 흩날리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내 켜켜이 쌓여 땅이 빙판으로 변하자,
역시 낭만보다는 현실이 먼저였다. 얼어붙은 눈이
녹기만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 하지만 적어도
여행지에서만큼은 이런 부조화가 예외다.
특히 빙하가 여행지의 정체성이라면 더더욱.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에 맞닿은 파타고니아는 얼음으로
둘러싸인 대자연의 보고다. 이 거대한 존재는 쉼 없이 움직이며
매일을 새롭게 맞이한다.
살아 숨 쉬는 빙하의 세상에 당도하는 순간, 우리도 느끼게 된다.
살아 있기에 이곳에 닿을 수 있다고.
EDITOR JE MIN JOO
지구 최남단, 바람의 땅에 닿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자리한 파타고니아는 남극과 가까워 거센 바람이 끊이지 않는 일명 ‘바람의 땅’으로 통한다. ‘딩보체’라는 이름의 등반대를 이끌던 영국 탐험가 에릭 시프턴은 파타고니아의 바람을 경험한 후 “이곳은 폭풍우의 대지와도 같다”라고 표현했다. 최대 풍속이 초속 60m를 넘는 경우가 잦다고 하니, 그의 표현이 퍽 와닿는다. 이곳은 기후 영향으로 황량한 지대가 대부분인데, 망망한 파타고니아의 자연 앞에 서면 태초의 세상이 이를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은 ‘파타곤(patagon)’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거인족을 뜻하는 단어. 파타고니아를 발견한 원정대가 자신들보다 훨씬 키가 큰 이곳 원주민을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미국의 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파타고니아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입을 수 있는 의류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서 출발해 파타고니아를 브랜드명으로 차용하고, 이곳의 명소 중 한곳인 피츠로이(Fitz Roy)산의 지형을 로고 모양으로 삼기도 했다.
경이로운 일출, 피츠로이의 아침
평소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파타고니아에서 엘찰텐(El Chalte′n) 방문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은 마을에는 파타고니아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피츠로이산이 있는데, 이곳 특유의 기후 덕분에 시시각각 변하는 산의 광경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세계 5대 미봉으로도 선정된 피츠로이의 봉우리가 절정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시간은 일출 무렵. 이 풍경을 마주하기 위해 추위와 맞선 백패킹도 마다하지 않는 여행자를 여기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고. 눈으로 뒤덮인 피츠로이의 봉우리는 햇빛에 반사되면서 붉은빛으로 물든다. 아니, 혹자는 “타오른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피츠로이의 별명 중에는 ‘불타는 고구마’라는 재치 있는 이름이 전해지기도 한다. 피츠로이는 돌로 이뤄진 석산으로, 등산보다는 등반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험준한 코스가 대부분이다. 전망대로 오르는 코스의 경우 왕복 7~9시간이 소요되는데, 거리상으로는 왕복 20km가량 된다. 여담이지만, 등반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명 중에는 피츠로이 이름을 딴 라인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트레킹, 백패킹, 클라이밍 등의 성지로 꼽히는 피츠로이를 제품명으로까지 녹여낸 것. 이는 혹한의 장소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는 여행 고수들의 환심은 물론, 물심까지 사로잡는 방법이 됐다.
1 세계 5대 미봉 중 한 곳인 피츠로이. 멀리서도 피츠로이 특유의 우뚝 솟은 봉우리가 눈에 띈다. 눈으로 뒤덮인 피츠로이의 봉우리는 햇빛에 반사되면서 붉은빛으로 물드는데, 이 모습이 장관이다.
2,3 엘찰텐은 피츠로이 트레킹을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 마을이다. 전 세계의 산악인과 트레커들로 늘 북적인다.
"긴 세월 눈이 쌓이고, 얼고, 다시 쌓이기를 반복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 결정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황홀한 빛깔로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사라지고 있는 지구의 푸른 조각
파타고니아의 진가는 단연 빙하에서 드러난다. 사방이 얼음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는 ‘얼마나 가까이에서’ 빙하를 즐기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페리토 모레노(Perito Moreno)로 향하자. 이 빙하 투어의 베이스캠프로는 대부분 엘칼라파테(El Calafate) 마을을 이용하는데, 마트와 숙소를 비롯해 여행자에게 필요한 공간이 작은 마을 안에 모두 갖춰져 있다.
긴 세월 눈이 쌓이고, 얼고, 다시 쌓이기를 반복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 결정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황홀한 빛깔로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빙하는 한없이 투명한 듯하다가도 또 한없이 짙푸르다. 길이 30km, 폭 5km, 높이 60m로 거대한 이 빙하는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조금씩 녹고있다. 눈이 새로 쌓이면 팽창하기도 하지만, 해빙 역시 가속화되는 중이라고. 쩍쩍 갈라지는 빙하의 결, 끝내 우렁찬 굉음을 내며 무너지는 빙벽까지. 자연이 보여주는 절경이라 하기엔 왠지 모를 씁쓸함도 느껴진다. 다시는 볼 수 없을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소멸을 목도했기 때문이리라.
1 긴 세월 눈이 쌓이고, 얼고, 다시 쌓이기를 반복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 결정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황홀한 빛깔로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팽창과 해빙을 반복하고 있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점점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오감으로 만나는 파타고니아의 빙하
빙하는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누릴 수도 있다. 오감을 충족시킬 빙하 트레킹을 통해서.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한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에는 약 12개의 빙하가 있는데, 다양한 코스의 트레킹 루트를 통해 빙하를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의 빙하 트레킹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 중 한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빙하 트레킹을 경험한 이들은 한결같이 ‘빙하 위스키’ 예찬을 빠뜨리지 않는다. 파타고니아의 진수가 빙하 트레킹이라면, 빙하 트레킹의 진수는 빙하 위스키를 맛보는 것이라고 할 정도. 얼음에 위스키를 부어 마시는 일반 음용 방식에서 얼음을 빙하 조각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막 떼어낸 빙하 한 조각에 부어낸 위스키는 진정한 온더록(on the rock)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파타고니아에는 세계 최고의 호텔 10위(2018년 선정) 안에 든 티에라 파타고니아 호텔 앤 스파가 자리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빙하와 만년설이 펼쳐지는 이곳의 룸 뷰는 곧 환상적인 자연을 실내에서 만날 수 있는 특권이다.
2 파타고니아 여행을 완성하는 빙하트레킹. 아이젠에서 전해지는 얼음의 질감이 색다른 추억을 안겨준다.
3 진정한 온더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빙하 위스키.
4 티에라 파타고니아 호텔 앤 스파는 모든 룸에서 파타고니아의 환상적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