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s Art World in the Spotlight of Gallerist
화랑, 서울 상륙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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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의 첫 번째 역할은 발굴에 있다. 그다음이 전시다. 세계적 거장이 된 수많은 예술가의첫 전시는 그들의 가능성을 알아본 갤러리스트들의 공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세계 미술 시장을 선도하는 이 유수의 화랑들이 분점을 내는 곳으로 서울을 선택하고 있다.
EDITOR JE MIN JU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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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 삼청동
독일 페레스프로젝트(Peres Projects) 갤러리가 아시아 최초 분점 개관 도시로 서울을 선택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2002년 하비에르 페레스가 설립한 페레스프로젝트는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하는 현대미술 갤러리다. 20주년을 맞은 2022년, 대한민국 서울과 이탈리아 밀라노에 분점을 개관했으며, 국내 첫 개관 당시 장충동 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자리 잡았던 이 갤러리는 지난 4월 삼청동으로 확장 이전하며 재개관했다.
페레스프로젝트는 창립 이래 뉴욕, 로스앤젤레스, 아테네, 스톡홀름 등 세계 각지에서 공간을 운영한 경험을 녹여내며 독보적 현대미술 컬렉션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안목이 탁월한 갤러리로도 알려져 있다. 삼청동으로 이전한 후 곧바로 선보인 씨씨 필립스의 아시아 첫 전시에서는 유색인종 여성을 주제로 한 회화들이 소개되었으며, 현재는 기하학적 추상회화 등을 선보이는 애드 미놀리티의 국내 최초 개인전을 진행 중이다. 애드 미놀리티의 <Geometries of the Forest: 숲의 기하학>은 8월 20일까지 열린다. 국내 신진 작가 발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페레스프로젝트의 다음 선택지 또한 큰 기대를 모은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1길 37
운영 시간 : 10:00~18:00(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 02-2233-2335, www.peresprojects.com
타데우스 로팍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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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 한남동
유럽의 런던과 파리, 잘츠부르크에 이어 아시아의 서울까지.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전 세계 4개 도시에서 갤러리 6곳을 운영하며 각기 다른 역사적 배경이 깃든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1983년 잘츠부르크에 첫 갤러리를 연 설립자 타데우스 로팍은 뉴욕에 거주할 당시 맺은 인연을 계기로 장 미셸 바스키아, 요셉 보이스, 로버트 메이플소프, 앤디 워홀 등 세계적 작가들의 첫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이후 파리에 다음 갤러리를 오픈하며 더욱 국제적인 갤러리의 위상을 갖게 됐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2021년 10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개인전을 열며 서울 분점의 시작을 알렸다. 갤러리는 사이건축 박주환 건축가가 설계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은 포트힐 건물 내에 자리한다. 갤러리 내부는 양태오 디자이너가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절제된 우아함을 담아낸 공간으로 재해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국내외 주요 현대미술가의 개인전을 연간 약 8회 가까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가장 최근 전시로는 기술 기반 예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코리 아크앤젤의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22-1 1-2층
운영 시간 : 10:00~18:00(매주 일·월요일 휴무)
문의 : 02-6949-1760, ropac.net
리만머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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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 한남동
라쉘 리만과 데이비드 머핀, 이 2명의 공동 창업자가 1996년 뉴욕에 개관한 갤러리 리만머핀. 두 사람의 이름을 딴 이곳은 뉴욕에 이어 홍콩, 서울, 그리고 런던까지 거점을 확장하며 국제적인 작가들을 새로운 지역으로 소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리만머핀이 서울에 처음 문을 연 건 2017년으로, 안국동의 소규모 전시장이었다. 그리고 5년 후인 2022년, 리만머핀은 외국계 갤러리가 모여들고 있는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한다. 갤러리 내부는 관람객이 전시 중인 작품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조성했는데, 이는 작품과 관람객을 대하는 리만머핀의 진중함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리만머핀은 한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 매개체는 설치미술가 서도호 작가. 라쉘 리만 대표는 예일 대학교 졸업 전시에서 서도호 작가의 작품을 본 후 그의 가능성을 감지하고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영입했다. 수묵 추상의 거장 서세옥, 설치미술가 이불 작가도 함께하고 있다. 현재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스위스 출신의 예술가 하이디 부허의 개인전<란사로테>를 진행 중이다. 작가의 유작에 속하는 문 스키닝(skinning) 작업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이달 19일까지 진행한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13
운영 시간 : 11:00~19:00(매주 일요일, 월요일 휴무)
문의 : : 02-725-0094, www.lehmannmaupin.com
페로탕 도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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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 신사동
페로탕(Perrotin)은 1990년 갤러리스트 엠마누엘 페로탕에 의해 설립된 곳으로, 본점은 프랑스 파리에 있다. 이후 뉴욕·홍콩에 이어 2016년 서울에 갤러리를 개관했으며, 그 이후로도 도쿄·상하이·두바이 등 예술 거점으로 꼽히는 각국 주요 도시에 갤러리를 확장하고 있다. 페로탕은 무라카미 다카시, 장 미셸 오토니엘,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작가와 작품 전반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22년 제1회 프리즈 서울과 제21회 키아프의 공동 개최 일정에 맞춰 개관한 페로탕 도산파크에서는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엠마 웹스터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제1회 프리즈 서울에서는 뉴욕 기반의 작가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솔로 부스를 선보였다.
페로탕은 2014년 파리에서 박서보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한국의 대가들을 유럽에 소개한 최초의 글로벌 갤러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 작가들을 국제 미술계에, 그리고 해외 작가들을 국내 미술계에 소개하는 교차점 역할을 지향하며, 지역 사회와 예술적 교류를 이어가는 공간으로 활약 중이다. 페로탕 도산파크에서는 8월 19일까지 시야오 왕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 <알롱제>를 진행한다.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
운영 시간 : 10:00~18:00(매주 일요일 휴무)
문의 : 02-545-7978, www.perrotin.com
Emily in Paris on the French Riviera
에밀리를 따라가는 남프랑스 버킷 리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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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당장 파리로 날아가고 싶게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2에 세계인의 꿈의 휴양지 남프랑스가 등장했다. 아기자기한 항구 마을 빌프랑슈쉬르메르부터 니스와 모나코 사이에 자리한 작은 마을 생장캅페라에 이르기까지, 누구라도 금방 사랑에 빠지게 하는 프렌치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스폿을 소개한다.
EDITOR KIM KAI
1 빌프랑슈쉬르메르
프랑스의 아름다운 항구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히는 빌프랑슈쉬르메르는 인구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곳이다. 전형적인 지중해풍 라이프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는 오래된 숍과 바, 역사적 건축물이 가득한 이곳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중 하나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2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에피소드 제목은 ‘생트로페 가는 길’이었지만, 에밀리가 남프랑스에 내리는 장면을 촬영한 곳은 빌프랑슈쉬르메르 기차역이다. 생트로페를 포함한 코트다쥐르 인근을 지나는 기차역이 없기 때문. 반면 니스에서 모나코를 지나 이탈리아 국경 인근의 망통까지 이어지는 3개 주요 도로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데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뷰가 펼쳐진 빌프랑슈쉬르메르는 촬영지로 최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따뜻한 파스텔컬러로 칠한 해안가 집들이 바다의 짙푸른 빛과 대비되어 더욱 아름다운 빌프랑슈쉬르메르는 200편이 넘는 영화와 TV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세트장으로 영화 제작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며. 로컬들이 프렌치 리비에라를 즐기던 히든 스폿이다.
2 생피에르 성당
빌프랑슈쉬르메르 마을 입구에 있는 생피에르 성당 역시 ‘에밀리’ 시리즈에 등장했다. 극 중에서 프랑스 훈남 가브리엘을 사이에 두고, 어색한 삼각관계를 이루던 에밀리와 카미유가 새벽에 만나 얘기를 나누던 장면을 기억하는지. 새벽의 고요한 공기와 투명한 빛이 로마네스크풍 성당의 독특한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드라마 속 상황을 잘 표현한 장면이 방송된 이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성당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어부들이 그물과 관련 장비를 보관하던 창고로 사용했다. 그러다 코트다쥐르 지역이 세계적 휴양지로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 지역에 머물던 프랑스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 그리고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던 장 콕토가 인근 장인들과 협업해 베드로 성인의 삶을 오리지널 프레스코화로 그려 내부를 장식하고, 로마네스크풍 파사드 건물로 복원했다. 2000년대 초반, ‘20세기 유산’으로 인증받으며 마을을 대표하는 성당이자 예술품이 되었지만, 레몬빛 외벽에 살굿빛 파사드 건물이 마을의 알록달록한 건물들에 묻혀 언뜻 놓칠 수 있으니 미리 좌표를 챙겨두자.
위치 : 4 Quai de l’Amiral Courbet, 06230 Villefranche-sur-Mer
3 그랑오텔 뒤 캅페라
남프랑스로 떠난 에밀리와 절친 민디, 그리고 프랑스 친구 카미유는 빌프랑슈쉬르메르 인근 작은 마을 생장 캅페라에 있는 럭셔리 호텔 ‘그랑오텔 뒤 캅페라’에서 화려한 주말을 보낸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빌프랑슈쉬르메르에 속한 작은 마을이던 생장 캅페라는 현재 모나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비싼 주거 지역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환상적인 지중해 뷰를 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한 그랑오텔 뒤 캅페라는 세계적인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종종 등장하는가 하면, 호텔 옥상에 있는 레스토랑 ‘클럽 도핀’에서 브리지트 바르도가 수영 강습을 받았다는 얘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민디와 카미유가 에밀리를 찾던 장면에 등장한 클럽 도핀은 특이하게도 올림픽 경기장급 수영 시설을 갖추고, 오랜 세월 프랑스 리비에라 핫 스폿으로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그랑오텔 뒤 캅페라는 프랑스 관광청이 프랑스 5성급 호텔 중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에 수여하는 ‘팔라스(Palaces)’ 등급을 2011년에 코트다쥐르 지역 호텔 중 최초로 획득했다.
위치 : 71 Bd du Général de Gaulle, 06230 Saint-Jean-Cap-Ferrat
4 팔로마 비치
코트다쥐르 지역에서 지중해를 향해 뻗어나온 생장 캅페라 반도는 세계 각국 부유층과 유명 인사가 즐겨 찾는 해변들이 유명하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팔로마 해변. ‘에밀리’ 시리즈에서는 해변가에 위치한 나이트클럽 ‘로랑 지(Laurent G)’를 방문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팔로마 해변 앞, 동명의 레스토랑 ‘팔로마 비치’에서 촬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각국 예술가와 정치인, 왕족들이 생장 캅페라로 몰려들며 앞에는 짙푸른 바다가, 뒤로는 소나무가 가득한 언덕 사이에 폭 안기듯 안정감을 주는 팔로마 비치가 덩달아 유명해지면서 이곳에 호화 요트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지역을 방문한 셀럽들이 경쟁하듯 요지에 별장을 지었다. 세월이 흘러 벨기에 레오폴트 2세의 저택은 일부 식물원으로, 로스차일드 가문 영지는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반면 팔로마 해변의 팔로마 비치 레스토랑은 1948년 이후 줄곧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휴양지 특성상 4월에 개장해 가을까지만 운영한다.
5 생트로페
에밀리, 카미유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민디는 아버지와 함께 생트로페를 방문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정점에 달한 장소는 카페 세네키에(Cafe´ Se´ne´quier). 1887년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카페는 생트로페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라 할 만하다. 어부들의 소소한 터전이던 작은 항구도시 생트로페가 프렌치 리비에라의 상징적 도시로 자리 잡은 데는 아마도 프랑스 화가 폴 시냐크의 영향이 컸을 테다. 1892년 이곳에 처음 방문한 그는 아틀리에를 열어 마티스·마르케 등 동료 화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화풍을 발전시켜나갔고, 이후 많은 예술가와 작가가 생트로페를 찾으며 20세기 프랑스 문화예술계의 본거지가 되었다. 한국에서 프랑스를 알리는 프랑스관광청 한국 지사장 역시 ‘꼭 가봐야 할 프랑스 도시’로 생트로페를 꼽았다. 특히 매일 저녁 열리는 에르브 광장 시장(Place aux Herbes)과 다양한 프랑스 치즈를 판매하는 치즈 시장(fromagerie du marche´), 전통 시장이자 프랑스 전통 스포츠 페탕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리스 광장(Place des Lices), 프랑스 유명 헤어 디자이너 알렉상드르 드 파리의 예전 별장에 위치한 샤넬 부티크 등을 필수 방문지로 추천했으니, 언젠가 프렌치 리비에라로 떠나는 날을 위해 기억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