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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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호

올디스 벗 구디스 한국 브랜드의 복합 문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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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문화 공간 현대자동차, 국순당, 광주요, 명필름… 한때 우리 일상의 일부였던 익숙한 이름들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진화했다. 전통이라는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재 세대가 원하는 경험과 감각을 정확히 짚어낸 이 ‘뉴 올드’ 브랜드들의 새로운 공간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EDITOR IENA
박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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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부터 아재까지 모두 홀린 전통주의 재탄생

1986년부터 2004년까지 18년간 백세주와 국순당 생막걸리를 빚어낸 국순당 화성양조장. 2004년 본사가 강원도 횡성으로 이전하면서 20년간 잠들어 있던 이곳이 복합 문화 공간 ‘박봉담’으로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국민 전통주 백세주가 처음 태어난 바로 그 자리에서 말이다.
‘공원(Park)’이라는 콘셉트로 재탄생한 박봉담은 말 그대로 모든 경계를 허물었다. 디자인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이 기존 건물을 허물지 않고 리노베이션한 덕분에 양조장의 긴 복도는 중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로 변모했다. 리프트가 있던 자리는 과감하게 오픈 천장으로 설계해 자연의 빛이 쏟아지도록 했고, 노출 콘크리트 외관과 나무 소재 내부의 절묘한 대비는 과거와 현재의 완벽한 만남을 보여준다. 압권은 개방형 ‘박봉담양조장’. 유리창 너머로 전통주와 맥주를 빚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구경할 수 있는데, 소규모 탱크를 활용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연간 100여 개의 다양한 술을 선보인다는 야심 찬 계획이 현실이 되고 있는 현장이다. ‘박봉담보틀숍’에서는 국순당 전통주는 물론 세계 명주까지 만날 수 있어 글로벌한 주류 문화를 한 번에 경험하기에도 좋다. 앞으로 전통주 테이스팅, 양조장 투어, 와인 클래스까지 더해진다니, ‘술 덕후’라면 이 새로운 성지를 놓치지 말 것.

주소 :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매송고색로 452
문의 : 031-302-6123
웹사이트 : www.parkbongdam.co.kr
아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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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장인이 차린 북촌의 은밀한 찻상

기와지붕이 겹겹이 이어진 북촌 골목 깊숙한 곳, 고즈넉한 한옥 마당에서 60여 년 도자 명가 광주요가 펼치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된다. 그동안 아름다운 그릇만 빚어오던 이들이 이제는 그 안에 담을 콘텐츠까지 직접 만들어낸 것이다. 한식 디저트 브랜드 ‘아라리’의 탄생 배경이다.
‘수경재’라 불리는 이 한옥 공간에는 광주요 북촌점과 아라리가 하나의 공간에 어우러져 있다. 한쪽에서는 광주요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도자 작품들을 감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도자기 위에 올려지는 정교한 한식 디저트를 맛보는 식이다.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는 마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아라리는 7년간 미쉐린 3스타를 유지하다 지난해 문을 닫은 ‘가온’ 의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대표 메뉴 홍시 수정과는 생강과 계피를 달인 음료에 곶감을 담가 즐기던 선조들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홍시의 속살을 부드럽게 다듬어 동그랗게 빚은 ‘란(卵)’을 톡 터뜨려 먹는 즐거움이 특별하다. 광주요의 명품 도자기 위에 올려 내는 아라리의 디저트, 그리고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화요’까지. 이 세 가지가 만나는 수경재에서 진짜 한국적 럭셔리가 무엇인지 오감으로 경험해보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길 60-3
문의 : 070-4114-5851
웹사이트 : @arari_bukchon
제네시스 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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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매개로 한 모든 아름다움

“이게 정말 자동차 전시장이라고?” 지난 4월, 청주에 등장한 ‘제네시스 청주’는 첫눈에 봐도 심상치 않다. 지상 2층, 지하 6층 규모로 제네시스 전시장 중 최대를 자랑하는 이곳은 자동차 전시장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60m 길이의 거대한 나무 캐노피가 드리운 1층 로비는 마치 프리미엄 호텔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투명한 유리 외벽을 통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 탄화목과 한지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만드는 분위기는 기존 딜러 숍과는 차원이 다르다. 차량 시승을 신청하고 인도 세리머니를 받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랄까. 위층으로 올라가면 더욱 흥미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2층에서는 골프용품부터 프리미엄 문구류까지, 제네시스가 제안하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3~4층에서는 차량을 단순히 구경하는 것을 넘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자동차 이외에도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게 해주는 공간 또한 마련돼 있다. 시즌에 맞춰 새로운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5층 전시 공간은 물론, 최상층인 6층에서는 한지 워크숍, 레진 아트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자동차를 사러 왔다가 완전히 다른 라이프스타일에 빠져버릴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가자.

주소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257
문의 : 043-906-3099
웹사이트 : www.genesis.com

명필름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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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 영화가 시작되는 곳

파주출판도시라고 하면 으레 ‘책’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이곳은 영화 도시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 출판인들이 시작한 1단계 사업에 이어, 2007년부터 진행한 2단계 사업은 영상과 미디어 산업을 집적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명필름을 필두로 수많은 영화사와 관련 업체들이 둥지를 틀면서 출판 도시는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났다. 그리고 2023년 12월, 파주 영화 도시의 완성을 알리는 결정타가 등장했다. 바로 29년간 50편의 영화를 제작한 명필름의 모든 것이 담긴 5층짜리 복합 문화 공간 ‘명필름아트센터 MFAC(엠팩)’이다.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은 한 편의 영화처럼 촘촘하게 짜여 있다. 특히 지하 1층에 자리한 영화관은 4K 영사 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46개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3D 사운드를 갖춰 봉준호의 <기생충>이 기술시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1층은 카페와 펍으로 운영되며, 2층과 3층에서는 예술 작품과 영화 관련 아카이브를 만날 수 있다. 4층 스크리닝 룸이야말로 씨네필들을 위한 완벽한 마무리다. 빈백에 몸을 맡기고 가장 편한 자세로 명필름의 대표작은 물론 선별된 기획영화에 온전히 빠져드는 순간! 파주로 이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530-20
문의 : 031-930-6600
웹사이트 : http://mf-art.kr
TheBC_2025_7_여행리조트
Summer Above the Clouds
로키에서 맞이하는 이토록 청량한 여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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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에서 맞이하는 이토록 청량한 여름의 순간
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길게 가로지르는 로키산에서 맞는 여름은 조금 특별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높은 산봉우리와 빙하, 그리고 에메랄드빛 호수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도시의 열기를 피해 온 사람들이 해발 1500m 고원에서 맞는 여름은 공기의 질감부터 다르다.
EDITOR KIM KAI IMAGES DESTINATION CANADA
TheBC_2025_7_여행리조트
청량한 고원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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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로키를 만난 순간을 기억한다. 밴쿠버 공항을 출발해 캐나다 중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무심코 내다본 창 너머로 예상치 못한 거대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도 가깝게 보일 만큼 높이 솟은 산들이 시선 닿는 저 끝부터 비행기 아래로까지 끝없이 이어졌고, 아직 가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풍경에 압도되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날 저녁, 낯선 도시의 호텔 방에서 지도를 들여다보고서야 로키산맥을 가로지르며 버드아이 뷰로 산을 관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로키산맥은 밴프와 재스퍼 국립공원 등이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인근 8개의 국립공원이 포함될 만큼 광활한 지역에 펼쳐져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와 앨버타의 캐나다 2개 주에 걸친 산줄기의 끝은 국경을 너머 미국까지 이어진다. 빙하가 깎아낸 호수와 설산, 끝없이 이어지는 침엽수림이 맞이하는 로키의 비현실적 풍경은 여름에 더 아름답다. 해발 1500m를 넘나드는 고원의 맑고 서늘한 공기는 일찍이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미국과 캐나다에 막 철도가 놓이기 시작하던 무렵, 특별한 여행지가 없던 그 시절 셀럽들은 로키에서 계절을 보냈다. 여름에는 시원한 피서지로, 겨울에는 최고의 스키 리조트가 자리 잡으며 로키 일대는 캐나다의 대표적 휴양지로 자리매김했다. 캐나다 곳곳에 랜드마크를 빚어놓는 페어몬트 호텔 그룹은 밴프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일찌감치 자리를 선점했다. 로키의 풍경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레이크 루이스는 호수를 중심으로 하늘과 설산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뷰가 압권이다. 이 레이크 루이스 앞에 자리 잡은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은 그 자체로 산의 일부가 된 듯 세기가 지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늘과 땅에서 로키를 조망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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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의 매력은 자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장치가 많다는 점이다. 가볍게 트레킹을 하거나 여름밤 모닥불을 피우고 캠핑을 하기에도, 또 강렬한 액티비티를 즐기기에도 좋은 로키 일대는 모험을 사랑하는 이에게 적합한 놀이터다. 협곡의 양쪽을 연결하는 로프에 몸을 매달고 허공을 나는 집라인은 기본, 로키의 장엄함을 가장 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헬리콥터 투어도 인기다.
밴프나 캔모어에서 출발하는 헬리콥터에 탑승하면 1만 년 전에 형성된 빙하와 깊은 협곡, 온통 눈으로 뒤덮인 설산 위를 날며 360도 파노라마 뷰를 조망할 수 있다. 발아래 펼쳐지는 광활한 자연은 문명이 빚어낸 예술품과는 차원이 다른 감흥과 경외감을 안겨준다.
눈높이에서 로키를 마주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로키 마운티니어(Rocky Mountaineer) 열차에 탑승하면 유리 돔 객실 안에서 야생의 풍경을 한껏 감상하는 여행이 기다린다. 밴프에서 캠루프스나 밴쿠버까지 운행하는 이 럭셔리 열차는 탑승자들이 창밖 풍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로키를 지나는 동안 속도를 줄여 이동한다. 안락한 좌석에 앉아 엘크가 들판을 가로지르거나 날카로운 산비탈에서 뛰어다니는 산양 무리를 가까이에서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는 기회인 셈. 열차가 터널을 지나고, 강을 따라 구불구불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다.
열차 안에서 제공되는 미식 경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역 재료로 만든 요리와 와인을 즐기며 로키의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은 럭셔리 여행의 정수를 보여준다. 밴쿠버를 출발해 동쪽 끝 퀘벡까지 달리는 캐나다 종단 열차도 로키를 통과한다. 재스퍼역에서 내려 로키를 탐험하고, 다시 기차에 탑승하면 언제든 캐나다 여행을 이어갈 수 있는 비아 트레일은 굳이 로키까지 찾아오지 않고도, 편하게 광활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여행법이다.
하이킹 애호가라면 존스턴 캐니언(Johnston Canyon) 트레일을 추천한다. 폭포와 에메랄드빛 웅덩이로 이어지는 길은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상쾌한 공기와 함께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 시간은 마음을 정화해준다. 여름의 로키는 이렇게 하늘과 땅, 모든 방향에서 여행자의 오감을 자극한다.
알프스를 품은 브레겐츠의 휴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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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의 특별한 여행법
광대한 로키 일대를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최고급 럭셔리 리조트 타운부터 작은 통나무 로지까지 선택지는 많지만, 하루 정도 원시 자연을 오롯이 느끼는 캠핑도 의미 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운이 좋으면 새카만 하늘을 가로지르는 오로라가 예고 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재스퍼 국립공원에 있는 멀린 호수(Maligne Lake)에서 즐기는 크루즈는 로키의 깊은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세계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섬인 스피릿 아일랜드(Spirit Island)는 옛 인디언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곳으로, 그 자체로 로키를 상징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다만 날것의 자연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도 있다. 여름이면 도로 옆에서 풀을 뜯는 엘크와 마주치거나, 도심 가까이까지 내려온 흑곰 가족을 만날 수도 있다. 멀린 호수 근방에서는 늦은 밤에 종종 늑대 무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자연을 즐기되 안전 수칙을 항상 유념해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국립공원을 드라이브할 때는 언제 불쑥 나타날지 모르는 야생동물에 대비해 시속 60km 이하로 달려야 한다는 규칙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