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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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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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United with Nature
원래의 것과 지어진 것의 어우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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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자연을 공부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가까이에 머물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한 노력이 건축가에게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첨언과 함께. 이미 주어져 있는 것 위에 뒤이어 지어지는 공간, 건축물. 천편일률적인 장소 대신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유일무이한 건축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한다.

EDITOR JE MIN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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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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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적 공간의 재탄생

대구시 서변동에 위치한 300평 규모의 단독주택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은 지난해 7월. mrnw이라는 4개의 알파벳 조합으로 이루어진 공간 명칭은 회사명 ‘미래농원’에서 따왔다. 이 공간을 기획한 mrnw의 대표는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한 미래농원을 세련되게 해석하고 싶어 회사명의 초성을 알파벳으로 표기해 이름 붙였다고 한다. mrnw은 A와 B, 2개의 메인 동으로 나뉘고, 각 동은 카페와 전시 공간 등을 비롯해 다양한 영감을 전하는 문화적 장소로서의 역할을 한다. A동의 경우 2층 건물과 쌍둥이 정원, 2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외부 옥상으로 구성되며, B동은 타원형 중정을 품은 3층 건물로, 양 끝에는 정사각형 구조의 실내 공간을 마련했다. 특별한 인테리어를 하기보다 유니크한 건축 그 자체로 누구에게나 주목받는 곳이 되었는데, 이러한 관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외부 정원은 현재 전시 공간으로 사용 중. 이스라지, 꽃댕강, 물싸리, 미스김라일락 등 독특한 이름을 지닌 야생화 수종을 비롯해 오랜 시간 가꾼 소나무 등도 만날 수 있다. 언어가 될 수 있는 수많은 방식 중에 공간을 택하고, 그 공간을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mrnw. 이곳은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고 기획자의 의도를 온전히 실현한 장소다.

주소 : 대구시 북구 호국로 300-22
운영 시간 : 10:30~21:00(카페), 11:00~22:00(다이닝)(월요일 휴무)
문의 : 0507-1318-3893, 인스타그램 @miraenongwon
유동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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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리티를 발견하는 곳

건축가 유동룡의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결과물을 건축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에 자리한 유동룡미술관이다. 여기까지만 읽었을 때 유동룡이라는 이름이 아직 낯설 이에게 그의 또 다른 이름을 전한다. 이타미 준. 일본에서 태어나 건축가로 활동하면서도 끝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미술관 등 제주를 중심으로 한 작업물을 많이 선보여왔다. 제주의 풍토를 담담하게 반영한 그의 건축물은 제주 밖에서도 찾는 이가 많을 만큼 건축적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동룡미술관은 본질을 중시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작가의 중심 테마라고 할 수 있는 ‘바람’을 의식한 건축 구조와 곶자왈이 지닌 고요하고 수평적인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마음도 새겨져 있다. 미술관 외벽은 나무 결을 느낄 수 있는 옹이 문양의 노출 콘크리트로 조성했고, 낮은 스테인리스 담장으로 미술관을 둘러쌈으로써 자연 속에서 만나는 현대적 소재의 특징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실내의 매스와 지붕 사이에 틈창을 만들어 자연 채광이 공간 안에 흘러 들어오도록 설계한 것도 돋보인다. 세상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해온 작가의 가치관이 건물 전체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906-10
운영 시간 : 10:00~18:00 (17:00 입장 마감,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휴관)
문의 : 064-745-2678, itamijun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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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숲속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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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의 휴식처

인왕산 정상에서 윤동주문학관 방면으로 내려가는 구간에 시선을 사로잡는 공간이 있다. 역사적 기록을 위해 보존해오던 장소를 시민에게 의미 있는 용도로 개방한 곳, ‘인왕산 숲속 쉼터’다. 인왕산과 북악산에 들어선 군 초소 가운데 한 곳이던 옛 인왕 3분초는 이제 오며 가며 산을 찾는 이에게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품을 내어주는 공간이 됐다. ‘쉼터’라는 이름 그대로 공간은 숲을 전망 삼아 일명 ‘숲멍’을 즐기거나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으로 조성됐다. 인왕산 숲속 쉼터는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와 에스엔건축사사무소가 설계했다. 솔토지빈의 수장인 조남호 건축가는 “도시에서는 건축이 자연의 일부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한 인터뷰에서 전하기도 했다. 그의 말마따나 이곳은 자연 속 이질적 공간이 아닌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에 스며들어 마치 본래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만든 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건물 입구의 알루미늄 재질로 된 연결 통로. 시간이 지난 후 토양 속 식물이 높이 자라 올라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소재 덕분에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의 의미를 완벽하게 완성해낸 공간이 됐다. 자연친화적 건축의 좋은 예를 확인하고 싶다면 숲속의 이 작은 쉼터로 향해보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산4-36
운영 시간 : 10:00~17:00 (월요일, 설날·추석 연휴 휴관)

사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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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든 자연의 정수

사유원, 이름 그대로 ‘생각하는 정원’이다. 철강 회사를 운영하던 대표가 설립한 곳으로, 모과나무를 구입해 공장 정원에 심은 것이 사유원의 초석, 아니 초목이 됐다. 대표는 모과나무를 시작으로 이후 소사나무·소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사들이게 됐는데, 그렇게 모은 나무들을 군위의 산자락에 심기 시작했다. 이 나무들이 모여 70만 m2에 이르는 웅장한 수목원이 되었다. 하지만 사유원이 지향하는 공간의 가치는 단순한 수목원에 머물지 않는다. 누구나의 정원이 되도록, 그래서 정원을 찾는 사람이 그 속에서 사유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유원 내에는 의미를 담은 여러 건축물이 자리한다. 각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참여한 건축가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인물들. 승효상 건축가는 장대한 자연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현암’과 물이 깃든 공간이자 레스토랑을 겸하는 ‘사담(몽몽미방)’ 등 사유원 내 다채로운 공간을 완성했다. 세계적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건축한 ‘소요헌’에는 그의 작품과 함께 곳곳에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팔공산 아래 108그루의 모과나무가 군락을 이룬 ‘풍설기천년’과 배롱나무로 둘러싸인 ‘별유동천’ 등도 사유원 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공간이니 기억해둘 것.

주소 :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50
운영 시간 : 09:00~17:00 (월요일 휴무)
문의 : 054-383-1278, www.sayu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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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ian Maple Road
메이플 로드를 누비는 다섯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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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무렵이면 자연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을 따라 흐르는 나이아가라폭포 일대를 울긋불긋 물들이고, 북태평양 물결이 합류하는 캐나다 동북부 퀘벡에 이르기까지. 산과 강, 호수와 협곡을 순식간에 붉게 물들이는 단풍 시즌이다.
EDITOR KIM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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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나디안의 가을 휴양지 로렌션 고원

해발고도 800m의 광활한 지대에 끝없이 펼쳐지는 단풍나무 숲 사이로 크고 작은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는 로렌션 고원. 퀘벡 북쪽에 있는 이 고원 일대는 북미 대륙에서 가을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국기와 동전, 모든 특산물에 단풍 문양을 새겨 넣은 캐나다 사람들에게 단풍잎은 그들의 정체성과 닿아 있다. 원주민이던 인디언들은 단풍나무 수액으로 생존에 필요한 당을 충족했고, 캐나다가 들어서고도 궁핍하던 시기에 사람들은 단풍잎으로 배를 채웠다. 유럽과 전쟁을 벌이던시기에는 물자가 부족해 붕대 대용으로도 썼다. 1830년대 몬트리올과 퀘벡을 두루 관장하던 초대 시장이 단풍잎을 캐나다 국민의 상징으로 천명하면서 단풍잎은 캐나다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두루 부각된다. 시민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단풍에 폭 파묻혀 쉴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 바로 로렌션 고원 일대다. 울창한 숲과 푸른 언덕 사이로 강이 흐르는 곳에서 자연을 향유하고, 로컬에서 생산한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쉬어 갈 수 있도록 아예 리조트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곤돌라를 타고 편하게 산 정상에 올라 황금색과 주황색, 붉은색으로 빛나는 단풍나무 숲을 감상하고 내려오면 실외 저쿠지 스파까지 다양한 옵션이 기다린다. 끝없이 이어지는 단풍길을 따라 먼 거리를 달렸다면 좀 더 편안하게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장소다.
2 메이플 로드에서 만나는 고메 찬스 이스턴 타운십

붉게 번지는 가을빛을 따라 몬트리올로, 퀘벡으로 동쪽을 향해 달리다 보면 단풍은 점점 화려한 색을 입는다. 험준한 로키산맥이 우뚝 솟은 서부에 비해 바다에 가까운 연안 지역인 동부로 들어갈수록 지형과 식생이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몬트리올과 퀘벡 중간쯤에 있는 이스턴 타운십 지역은 울긋불긋한 단풍나무에 포플러와 자작나무의 노란빛이 어우러져 또 다른 절경을 연출한다. 높은 산지 대신 낮은 구릉과 언덕으로 이어지는 지형에서 포도를 비롯해 다양한 과실류와 작물이 자라는 덕에 퀘벡주에서 가장 비옥한 지역인 이곳에서는 뜻밖에 북태평양 언저리의 미식을 맛볼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은 기본이고 지역 특산물인 아이스 와인과 애플 사이더, 메이플 허니와 치즈 등 지역 제철 음식이 기다린다. 와인 러버라면 특히 반가울 수밖에 없는 뉴스는 퀘벡 와이너리 루트가 이곳에 있다는 점. 저마다 독특한 테루아를 살려낸 22개의 와이너리를 순례하는 코스로 구성되는데, 권역 내 레스토랑에서 지역 음식과 와인을 페어링해주는 호사는 덤이다. 유럽을 탈출해 북미를 찾은 사람들이 척박한 땅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인간에게나 작물에게 모두 넉넉하고 풍족하게 내어주는 온화하고 다정한 자연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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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단풍 숲 캠핑 알곤킨 주립공원

1893년에 조성된 알곤킨 공원은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주립공원이다. 약 7,653km 부지에 호수가 2400개에 달하는 이 광대한 공원은 토론토와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 등 대도시에서 접근성이 좋아 로컬들에게도 인기 있는 캠핑 스폿이다. 가을로 접어들 무렵이면 캐나다의 화려한 단풍을 보러 찾아오는 방문자가 끊이지 않는다고. 단풍나무라고 다 같지 않다. 캐나다의 메이플 로드 지역에는 13종 이상의 단풍나무가 서식하는데, 특히 알곤킨 주립공원과 주변 일대에서 생장하는 단풍나무 이파리는 유독 채도가 높아 밝고 환한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정말 예쁜 단풍을 보고 싶다면 최적의 방문 시기는 10월부터 12월 사이. 노랑, 빨강이 알록달록 화려함을 뽐내는 울창한 단풍 숲과 강가를 따라 걷다가 잔잔한 호수에서 카누를 즐기다 보면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는 카나디안 스타일의 가을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공원 주위에는 오두막이나 로컬들의 별장 등 다양한 숙박 옵션을 비롯해 캠핑용품을 대여하는 숍이 많아 따로 캠핑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훌쩍 떠난 여행길이었다 해도 어렵지 않게 광활한 캐나다 대자연에 파묻혀 멋진 밤을 보내며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는 우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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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경을 넘나드는 메이플 투어 나이아가라폭포 & 천섬

캠핑을 마치고 온타리오 호수로 내려오면 길이 나뉜다. 호수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나이아가라폭포가, 동쪽으로 가면 캐나다인들의 아름다운 휴양 도시 킹스턴에서부터 세인트로런스강을 따라 1800여 개 이상의 섬이 모여 있는 천섬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캐나다 동북부 전체가 광활한 단풍 지대이긴 하지만, 특히 나이아가라폭포에서 천섬을 통과해 퀘벡 시티에 이르는 800km 구간이 대표적인 메이플 로드다. 지역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시기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9월 중순부터 절정에 달하는 10월 중순까지. 온타리오 호수와 세인트로런스 강변을 따라 달리기만 해도 깊어가는 캐나다의 가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드라이브길에 오르기 전, 온타리오 호수에서 잠시 머물기를 권한다. 나이아가라폭포 상류에서부터 쏟아져내리는 거센 물줄기를 가르며 또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1000개의 섬 사이를 유유자적 떠 가는 유람선 투어를 하거나 헬기를 타고 거대한 자연을 버드아이 뷰로 조망하는 묘미가 있다. 특히 이 일대에는 메이플 시럽 제조·시식 등 관련 문화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풍부하다. 공장이 아닌 농장에서 직접 만든 시럽을 맛보고 구입하기에 좋은 기회다.
5 인디언 비밀의 숲으로 달리는 협곡 열차 아가와 캐니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단풍의 나라 캐나다. 특히 나이아가라폭포 인근부터 몬트리올과 퀘벡을 지나 가스페 반도까지 이어지는 1900km 구간에서는 매년 가을 단풍의 바다가 넘실거린다. 이 방대한 지역을 통틀어 <론리플래닛>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 명소로 수생마리(Sault Ste.Marie)에서 출발해 아가와 협곡으로 달리는 기차 여행을 꼽았다. 북미 대륙의 원주민이던 인디언 언어로 ‘쉼터’라는 의미의 아가와(Agawa). 개척 시기에 목재나 광석을 캐내던 깊은 협곡은 기차나 숲 트레킹으로만 접근하다가 이제는 캐나다 원시림의 가을 단풍을 보려는 사람들의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벽과 지붕을 유리로 개조한 열차에 탑승하면 울창한 숲과 기묘한 화강암 협곡, 잔잔한 호수와 거친 물결이 이는 강을 통과하며 183km를 달려간다. 기차가 달리는 동안 온통 시야를 가득 채우는 노랗고 붉은 물결은 감동 그 자체다. 협곡에 닿으면 탑승객에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은 2시간 남짓. 숲속 작은 열차에서 즐기는 커피 타임도 좋지만, 협곡 옆으로 이어지는 80m 남짓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닿는 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다. 1년에 잠깐, 몇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고요한 인디언의 단풍 숲이 협곡 사이로 펼쳐지며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