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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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TheBC_2023_9_여행리조트
Enjoy Your Taste
오디너리 취미 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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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즐겁고 싶다. 바쁜 업무와 일상을 벗어나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취미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그런 이유일 터. 혼자도 즐겁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은 또 다른 힐링과 여유를 선사한다. 올가을 취미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켜줄 공간을 찾았다.

EDITOR KIM KAI PHOTOGRAPHER CHANG HAN 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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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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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추얼 제주에서 즐기는 프라이빗 영화관

지인과 함께 쾌적한 공간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프라이빗 영화관은 휴식의 퀄리티를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이제 그 나른한 휴식이 제주에서도 가능하다. 8월, 제주신화월드에 프리미엄 상영관 ‘씨네라운지’가 개관했기 때문.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리조트 단지에 들어선 상영관은 2개, 36석으로 소규모다. 하지만 전 좌석을 리클라이너 체어로 배치해 아늑하고 편안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고,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하만’의 사운드 시스템으로 공간을 꽉 채워 관객이 오롯이 영상과 오디오에 집중하도록 배려했다. 리조트 내 상영관이어서 가능한 메리트는 그저 스낵 말고 영화관과 다이닝이 결합한 다이닝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어두운 공간에서 영화에 집중하면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한 파니니 패키지와 스시 패키지 모두 호텔 셰프가 직접 조리해낸다. 갑작스러운 비로 취소된 외부 일정을 영화 관람이나 쇼핑, 실내 스포츠 등으로 유연하고 빠르게 변경할 수 있으니 변화무쌍한 제주의 날씨가 미리 계획한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위험이 덜하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최신 개봉한 영화들을 상영하며, 대형 화면과 AV 시스템이 필요한 소규모 모임이나 이벤트를 위한 대관 서비스도 운영할 예정이라니 한층 버라이어티한 제주 여행을 기획해봐도 좋겠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304번길 38
운영 시간 : 매주 월~화요일 휴무
문의 : 064-908-1247, jejushinhwaworld.modoo.at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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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술, 음악이 흐르는

한동안 잠잠했던 경리단길 뒤, 장진우 골목이 다시 들썩인다. ‘그래픽’이 오픈한 이후부터다. 그래픽은 만화와 아트 북, 그래픽 노블 전문 서점으로 책을 읽으며 편하게 술도 마실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를 표방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면 그래픽 노블과 마블 코믹스를 비롯해 건축과 미술 서적, 패션과 음악 서적, 영화·애니메이션·무협·힐링 등 장르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책을 제한 없이 읽을 수 있고, 자연 채광이 가득하도록 설계한 공간 어디에든 편하게 앉거나 누워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에 포함되는 커피나 밀크티 등 음료 말고도 3층 바에서 위스키와 맥주, 와인 등 주류를 별도 판매한다. 좋아하는 술 한 잔 들고 좋아하는 책을 읽는 장면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래서인지 방문자 중에는 40~50대의 비율도 높은 편.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슬램덩크> 문고본을 책상 아래에 숨겨놓고 읽은 경험이 있을 세대가 어쩌면 이런 공간을 가장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호기심이 일지만 선뜻 문 열기가 주저된다면 그래픽의 SNS를 먼저 살펴보자. 협업 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타깃 독자를 겨냥한 외국 애니메이션, 디스토피아, 판타지 등 작품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넘친다. 무심코 읽다 보면 시간이 뭉텅 삭제되는 경험을 하기 십상이니 주의할 것.

주소 :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39길 33(이태원동)
운영 시간 : 13:00~23:00(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 070-4070-0204, 홈페이지 graphic.fan, 인스타그램 @graphic.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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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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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모든 것을 모은 특별한 공간

후지필름코리아에서 운영하는 ‘파티클’은 사진과 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복합 공간이다. 2016년에 개관한 스튜디오를 리뉴얼한 공간에서 순수 촬영 사진뿐 아니라 일러스트와 디지털 콜라주, 페이퍼 아트로 제작한 사진 작품 등 다양한 콘셉트의 전시를 선보인다. 19세기에 사용하던 인화 방식으로 회화적 사진을 표현하는 김수강 작가가 2023년을 열었고, 봄에는 이나영 작가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담아낸 연작 시리즈를, 유독 뜨거웠던 이번 여름에는 3D 아티스트이자 비주얼 디렉터로 활동하는 소희 작가의 개인전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선보였다. 전시에 따라 매번 다른 색감과 장르로 변신하는 공간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수많은 사진집. 2000년 이후 출판된 인쇄물을 중심으로 큐레이션한 1500여 권의 도서 모두 방문자에게 열려 있다.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와 렌즈 라인업을 직접 보고 구매하거나 2박 3일간 무료 체험 신청이 가능한 1층은 늘 복작인다. 2층에서는 테크니컬 서포트 팀이 방문자의 카메라 점검이나 상담을 통해 사진의 세계로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담당한다. 네이버 사전 예약 시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후지필름코리아는 관람객 1명당 1000원씩 적립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의미 있는 활동도 펼친다.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838 페코빌딩 지하 1층
운영 시간 : 11:00~20:00(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 : 02-517-4750, 홈페이지 fujifilm-korea.co.kr/particle/about, 인스타그램 @fujifilm_k

바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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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터들의 성지

급변하는 트렌드를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아마도 SNS 타임라인. 올여름 ‘취미’ 카테고리에 유독 자주 등장했던 장면은 언밸런스하게도 2층 높이의 벽면에 색조와 채도를 맞춰 뜨개실을 전시한 ‘바늘이야기’ 매장의 포토 월이었다. PC통신이 트렌드였던 시절, 하이텔에서 손뜨개 강사로 활약했던 어머니의 업을 물려받은 딸은 새 플랫폼에서 바늘이야기를 구현하며 새 타깃을 끌어들였다. 화려하고 장식 많은 뜨개 의류의 전형을 벗어나 심플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목에서부터 아래로 뜨개질하는 톱다운 방식을 소개하며 제작 방법을 간소화한 것. 3층으로 구성된 매장 1층에서 실과 부자재 등을 판매하는데, 특이하게도 완제품은 없다. 고객이 직접 제작하는 데 필요한 DIY 패키지 상품을 기획해두었고, 뜨개 초보라면 3층 아카데미에서 바늘을 쥐고 도안을 보는 법 등 아주 기초적인 방법부터 습득하는 수업을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 역시 또 다른 방법으로 친절하다. 기본 뜨개용품을 패키지로 구성해 목도리나 셔츠, 가방 등 뜨개 작품 하나를 오롯이 완성할 수 있도록 제작 방법을 보여주는 안내 동영상을 첨부했다. 세심하게 제작한 영상을 보다 보면 뜨개질과는 평생 인연이 없을 거라 여기던 사람이라도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길지 모르겠다.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100
운영 시간 : 09:00~22:00
문의 : 064-801-5555, www.parnashotelje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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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mantic Road
로맨틱 가도를 읽는 다섯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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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코끝에 이른 가을이 왔다. 독일 마인강 유역의 아름다운 중세 도시 뷔르츠부르크부터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퓌센까지 29개의 크고 작은 도시를 연결하는 로맨틱 가도가 비로소 더 아름다워지는 시기다.
EDITOR KIM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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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마인들의 로만 로드

바이에른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걸쳐 독일 중부와 남부를 잇는 로맨틱 가도는 독일의 대표적 테마 로드다. 화려한 바로크양식의 주교 궁전이 있는 뷔르츠부르크(Wu¨rzburg)에서 출발하는 가도는 460km 구간에 걸쳐 동화의 배경인 듯 알록달록한 중세풍 도시와 남부의 광활한 자연, 그 속에 자리한 고성들까지 이름처럼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풍경을 품고 있다. 하지만 ‘로맨틱’ 이전에 이 길의 이름은 고대 로마 시대에 ‘로마인들이 만든 길’이라는 의미였다. 전성기에는 로마가 지중해와 흑해 주위 모든 땅을 차지했었으니 유럽에서 로마의 영역을 피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200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길에는 로마의 흔적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이름을 차용한 도시에는 지역과 로마를 잇던 길이 여전히 ‘막시밀리안 거리’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가도 중간에 있는 도시 딩켈스뷜(Dinkelsbu¨hl)에는 로마의 위용을 보여주던 국경이 보존되어 있다. 이후 신성로마제국 때 원형 성곽으로 증축했고, 현대에까지 이어진 수차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요새와 망루·성벽 등이 온전히 남아 있는 덕분에 딩켈스뷜은 로텐부르크, 뇌르틀링겐과 함께 로맨틱 가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3대 중세 도시로 꼽힌다.
2 로마로 가는 길

중세로 접어들며 로맨틱 가도는 독일에서 로마로 향하던 무역 교역로로 활약했다. 말 그대로 ‘로마로 가는 로만(Roman) 가도’인 셈. 이 가도 주변으로 자연스레 물자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화려한 르네상스 문화가 스며들었다. 톤 다운된 색감에 장식을 최소화해 심플한 라인이 독일의 대표적 건축양식으로 이미징된 데 반해 로맨틱 가도에 위치한 도시들이 유독 색색으로 빛나는 이유다. 딩켈스뷜과 함께 로맨틱 가도 3대 중세 도시 중 한 곳인 로텐부르크오프데어타우버(Rothenburg ob der Tauber, 이하 로텐부르크)는 중세만 해도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였다.
타우버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원에 위치해 ‘타우버 위의 붉은 요새’로 불렸는데, 지금은 이곳으로 로맨틱 가도와 고성 가도가 교차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접근성이 좋다. 게다가 당시의 성곽과 성문, 성당, 시청사 등이 옛 형태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늘 도시를 찾는 사람이 많다. 좀 더 남쪽에 있는 도시 뇌르틀링겐(No¨rdlingen)에서는 아예 성벽 투어가 가능하다. 특이점은 우주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 1500만 년 전 운석이 떨어져 옴폭 팬 곳에 도시가 들어서고, 그 테두리에 성벽을 올렸다.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속 요새의 모티프가 이곳이라고 하면 도시 윤곽이 그려질까.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과 구조물에는 운석 충돌 당시 쪼개진 다이아몬드 파편이 섞여 지금도 반짝인다. 팽창하는 우주의 한 장면과 중세의 순간이 가도의 작은 도시에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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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월을 버틴 교회와 수도원

중세가 저물자 바다를 정복한 나라들이 세계 패권을 차지하며 내륙의 교역로는 자연히 쇠퇴했다. 설상가상 30년이나 이어진 종교전쟁의 여파로 피폐해진 사람들은 알프스에 인접한 남부의 자연에 교회와 수도원을 지으며 삶을 의탁했다. 대표적인 곳이 바이에른 남서부 파펜빙켈(Pfaffenwinkel) 지역. 7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는 란츠베르크암레히(Landsberg am Lech)에서부터 숀가우(Schongau), 슈타인가덴(Steingaden), 퓌센까지 이르는 파펜빙켈은 이름 자체가 ‘성직자’라는 의미다. 이 도시들은 자연스레 독일 역사와 종교의 상징이 되었는데, 가장 아이코닉한 곳은 슈타인가덴 인근 초원에 들어선 비스키르헤(Wieskirche) 순례 교회. 1700년대 중반에 10년에 걸쳐 지어진 교회는 훌륭한 로코코양식 건축으로 평가받다가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600년대에 독일 알프스 기슭에 지어진 바로크양식의 베네딕트보이에른 수도원 역시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1073년에 설립되어 10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틴 로텐부흐 수도원은 로마네스크·고딕·로코코양식이 혼재된 건축물 그 자체로 독일의 굴곡 있는 역사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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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로맨틱해지려는 노력

오랜 침체에 이어 제2차세계대전으로 건축물도, 문화도 붕괴된 독일은 히틀러의 패악과 전쟁의 잔해를 덮을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했다. 이때 정부는 운 좋게 포화를 피한 중부의 소도시들과 반목조 주택, 구불구불한 언덕과 포도원이 이어지는 남부의 목가적 풍경에 주목했다. 로맨틱한 풍경들을 엮어 ‘로맨틱 로드’라 명명한 길은 이전 독일의 이미지를 가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정말 동화 속 장면을 현실에 그려낸 듯 화려한 고성들이 로맨틱 로드의 정점을 찍었다. 1800년대 후반에 20여 년에 걸쳐 축성된 이후 ‘백조의 성’이라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성이 대표적이다. 오베라메르가우 알프스 자연보호구역을 배경으로 4개 호수로 둘러싸인 이곳은 월트 디즈니사 로고에 실루엣으로 등장하는 성의 모티프가 된 곳으로, 사람들이 상상하는 성의 원형에 가깝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주변 알프스 풍광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노이슈반슈타인성은 로맨틱 가도를 넘어 독일의 대표적 명소로 꼽힌다. 하르부르크(Harburg) 마을에 있는 하르부르크성은 11세기에 건축된 진짜 고성이다. 해발 480m 언덕 위에 지어진 성에 오르면 도나우강을 따라 펼쳐지는 주변 수 킬로미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드라마틱한 전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5 로맨틱 가도를 따라 이어지는 와인의 향연

남쪽으로 알프스를 사이에 두고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독일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북쪽이 낮은 평야 지대다. 그 광활한 지역에 드넓은 포도밭이 펼쳐진다. 로맨틱 로드가 더 로맨틱해질 수 있었던 데는 길을 따라 펼쳐진 넓은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로 해마다 풍부한 와인을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포도밭은 로맨틱 로드가 시작되는 뷔르츠부르크에서 베르트하임으로 이어지고, 타우버강을 따라 로텐부르크까지 연결된다. 전체 가도의 3분의 2가 포도 생산 지역인 셈이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독일답게 뮐러 투르가우와 질바너 품종이 가장 많이 생산되고, 그 외에도 리슬링·케르너 등 수십 종의 포도를 재배하는데 화이트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 품종이 전체 65%를 차지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석회 토양이 있는 타우버 계곡 지역에서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혼합할 때 사용하는 바이스헤르프스트, 실러바인, 로틀링 같은 포도 품종의 재배도 늘고 있다 하니 미뢰가 섬세한 와인 러버라면 품종에 집중해 와인을 주문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