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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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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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화의 시작 : 국내 산장 스타일 숙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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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벽난로와 창밖으로 펼쳐진 설경, 겨울이 선사하는 가장 낭만적인 순간이 아닐까.
멀리 알프스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유럽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리조트부터 숲속 통나무집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마음을 녹여줄 ‘불멍’과 ‘눈멍’이 기다리는 그곳에서 겨울 동화가 시작된다.

EDITOR I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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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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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를 품은 통나무집

겨울의 제주는 묘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푸른 바다는 여전히 말없이 아름답고, 설렘을 품은 여행자들을 부른다. 그 길 끝에서 만난 시류객잔은 마치 헤밍웨이나 톨스토이의 책 속 은신처같다. 통나무로 지은 숙소는 으레 산속에 있을 법하지만, 문을 열면 눈앞에 바로 겨울 바다가 펼쳐진다. 숙소에 들어서면 목재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나무 향이 코끝을 스치고, 벽난로 속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마음을 녹인다. 바닥에 깔린 보헤미안 러그와 고풍스러운 소품들은 오래된 산장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의 특별함은 1년 내내 변하지 않는 요금 정책도 한 몫한다. 여행 작가인 주인은 그간 세계를 누비며 시기에 따라 널뛰는 숙소 요금에 의문을 품었기에 이곳에선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 없이 ‘공평한 휴식’이 가능하다. 커플 룸, 가족 룸, 남녀 도미토리까지 객실 타입도 다양해 가족과 함께, 혹은 혼자서 느긋함을 즐기기에도 좋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공간, 카페 로빙화. 숙소에서 도보로 1~2분 거리에 위치한 이 카페는 야외 해먹과 여행자들의 드로잉으로 꾸며놓은 공간 덕분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통나무집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수제 버거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은 겨울 제주를 기억할 최고의 장면이 된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태해안로 11-11
문의 : 010-3138-8844
홈페이지 : http://siryu.co.kr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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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에서 만나는 리틀 스위스

겨울의 설악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 같다. 그런 설악의 비경을 마치 알프스에 온 듯 감상할 수 있는 곳, 바로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다. 설악산과 금강산 그리고 에메랄드빛 동해까지 한눈에 담기는 이곳은 진짜 스위스를 모티프로 설계한 리조트. 도착하는 순간부터 알프스 산장에 온 듯한 분위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독립형 풀 빌라 형태의 객실은 스위스 감성이 가득묻어나는 소품들로 꾸며놓았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설악산 풍경이 그 매력을 배가한다.
하지만 풍경만 즐기기에는 아쉬운 법. 낮에는 폭포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물멍’을 때리고, 밤에는 해먹 숲에 누워 하늘 가득 쏟아지는 별을 보며 ‘별멍’에 빠질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사슴과 양에게 먹이를 주는 디어폰드 체험도 놓치지 말자. 청정 자연에서 태어난 꽃사슴들이 가까이 다가오며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여행의 마지막은 몽트뢰 카페에서 장식해보자. 창밖으로 펼쳐지는 설악산의 파노라마 뷰를 배경으로 따끈한 뱅쇼나 퐁뒤를 즐기다 보면 한겨울의 낭만이 가슴 깊이 스며들 것이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신평골길 8-25
문의 : 033-633-0100
홈페이지 : kensingt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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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파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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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에서 찾은 느린 행복

겨울 숲으로 떠나는 캠핑이 멀고 번거롭게만 느껴졌다면? 원주의 캄파슬로우는 그 생각을 단번에 바꿔놓을 듯. 이름처럼 천천히, 제대로 즐기기 위해 조성한 이곳은 ‘겨울 캠핑’의 정석을 보여준다. 직접 텐트를 쳐야 하는 사이트도 있지만, 더 매력적인 공간은 산장을 닮은 통나무 글램핑 하우스다. 총 6개로 구성된 글램핑 사이트에는 밤나무 아래 산장을 연상시키는 밤나무롯지, 계곡을 품은 워터하우스와 트리하우스, 숲의 품을 그대로 옮겨놓은 방갈로하우스, 동그란 돔 형태로 동화 같은 호빗하우스, 그리고 작지만 아늑한 톰의 오두막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설계한 만큼, 어디를 선택해도 숲과 겨울 계곡은 오롯이 당신의 차지가 된다. 다만 밤나무롯지를 제외하고 주방과 화장실은 공용이라는 점, 침구류는 직접 챙겨야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 것. 캄파슬로우는 ‘쉼’ 그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는 곳이다.
요가 수업에 참여해 겨울 공기를 들이마시고, 우드 카빙 클래스에서 나만의 작품을 완성하거나 크리스마스 장식 워크숍으로 감성을 채울 수도 있다. 한껏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핀란드식 편백 사우나도 마련돼 있다.

주소 :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백운산길 67-105
문의 : 033-763-0380
홈페이지 : campaslow2014.modoo.at

스위스 그랜드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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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럽구 스위스동

서울 한복판에서 ‘유럽 감성’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서대문구 홍은동에 자리한 스위스 그랜드 호텔로 향할 차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이곳은 ‘서울시 유럽구 스위스동’이라 불리며 레트로 감성 가득한 호캉스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1988년에 개관한 호텔은 오래된 만큼 레트로 향수를 불러일으킬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야자수와 빈티지한 원목 가구, 푸릇한 화단의 조화가 해외 산장 호텔에 도착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대신 ‘고전미’를 살린 인테리어 덕에 영화 <나 홀로 집에> 속 클래식한 감성도 은근히 묻어난다. 백련산과 홍제천이 가까이 있어 자연 친화적이라는 점도 매력. 호텔은 총 396개의 객실과 100여 개의 레지던스를 갖추고 있어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취향을 아우른다. 고풍스러운 원목 가구와 아늑한 조명, 창 너머 펼쳐지는 숲 뷰는 이곳만의 ‘유럽 산장’ 느낌을 더욱 배가하는 일등 공신. 다만 다소 연식이 있는 만큼 각기 다른 룸 컨디션을 꼼꼼히 살펴 예약해야 한다. 야자수와 감각적인 라운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알파인 카페에서 인증샷도 잊지 말 것.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353
문의 : 02-3216-5656
홈페이지 : www.swissgra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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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NNATIC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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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우아한 겨울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들의 감성이 가득한 이 도시에서 보내는 겨울은 다소 특별하다.
알프스 기슭의 날카로운 슬로프를 질주하는 스키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빈 특유의 우아한 이미지에 일조하는 신년 무도회와 음악회가 같은 시기에 열린다. 특히 요한 슈트라우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빈에서 시작하는 2025년은 조금 더 화려할지도 모르겠다.
EDITORKIM KAI
자료 제공 오스트리아 관광청, 빈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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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해를 여는 전통 무도회

매년 겨울이면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무도회가 빈 곳곳에서 열린다. 왈츠부터 현대적 사운드까지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으로 가득한 무도회 시즌이 오면 해마다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빈을 찾아와 2000시간 넘도록 춤을 춘다는 무도회의 역사는 어느덧 200년을 훌쩍 넘어섰다. 1814~1815년에 열린 빈 의회에서 인기를 얻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유럽 전역의 왕족과 정치인들이 유럽 대륙의 국경을 재편성하기 위해 빈으로 몰려들었고, 이후 황제 요제프 2세가 호프부르크 왕궁의 무도회장에서 누구나 입장할 수 있는 무도회를 열면서 오늘날 빈 전통의 한 축이 된 무도회 문화가 자리 잡았다. 빈 무도회, 즉 빈 볼 시즌은 카니발 시즌과 맞물려 11월 11일에 시작해 다음 해 2월 말~3월 초까지 이어진다. 무도회장에서 여성은 긴 드레스나 전통 오스트리아 의상을, 남성은 테일 코트나 턱시도를 착용하는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적용된다. 특히 무도회에 처음 참석하는 젊은 여성은 흰 드레스에 흰 장갑을 착용한 다음 머리에 작은 왕관 같은 코네를 쓰고 꽃다발을 들어야 한다. 다소 까다롭지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특별한 행사라는 점, 그리고 200년 이상 이어지는 전통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이 까다로운 복장 규정은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매년 450회 이상의 무도회를 개최하는 빈에서 모든 무도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즌의 하이라이트인 빈 오페라 볼(Wiener Operaball)은 오스트리아는 물론 해외 주요 문화·예술계 인사, 고위 정재계 인사들이 모이며 레드 카펫과 개막식, 인터뷰 등 모든 장면이 TV는 물론 라이브 앱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이번 시즌 오페라 볼은 오는 2월 27일로 예정되어 있으니 잊지 말고 챙겨 보자. 물론 유튜브에서도 세계적인 무도회가 열리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다.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프닝을 연주하며 빈 무도회 시즌의 절정으로 여겨지는 빈 필하모닉 볼(Vienna Philharmonic Ball)은 1월 23일 밤 10시부터 개최한다. 무도회 시즌에는 행사장뿐 아니라 도시 자체가 큰 무도회장이 된다. 사람들은 구시가지의 번화가인 그라벤(Graben) 거리로 모여 함께 왈츠를 추며 무도회의 시작을 알린다. ‘춤의 왕’으로 불리는 왈츠는 빈 파티 문화의 아이콘이자 모든 무도회에 꼭 필요한 춤이다. 무도회의 상징이랄 수 있는 왈츠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한 사람은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2025년은 슈트라우스 탄생 200주년을 맞는 해로, 도시 전체에 슈트라우스를 기리는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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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왈츠의 왕 슈트라우스, 음악의 여왕 빈

음악에도 미술에도 물론 시대를 관통하는 트렌드가 있다. 빈에 무도회가 시작되던 18세기 초, 당시 유럽에는 고풍스러운 클래식 틈새에서 가볍고 흥겨운 무드의 왈츠가 태동하고 있었다. 궁정음악가이자 당시 유럽에서 잘나가는 뮤지션이던 아버지를 뒤이어 작곡가의 길에 들어선 슈트라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 오스트리아의 비공식 애국가가 되다시피 한 명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An der Schönen Blauen Donau)’ 등을 비롯해 평생 152곡의 왈츠를 작곡하며 왈츠 대중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왈츠의 아버지’라 불렸다. 당시 유럽 사교계에서도 사랑받는 셀러브리티였던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는 2025년에는 ‘왈츠의 왕, 음악의 여왕(King of Waltz, Queen of Music)’이라는 주제로 한 해 내내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도시 전체에서 울려 퍼질 예정이다. 빈 곳곳의 무도회장과 콘서트홀에서 기념 연주회와 연극, 증강 현실 퍼포먼스 등 슈트라우스에게 헌정하는 다양하고 기발한 프로젝트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가장 주목받는 이벤트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전통적인 곡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젝트로 빈 필하모닉과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매주 새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중앙 묘지나 도나우섬 페스티벌 등 실내외를 막론하고, 빈 전역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벌어지는 데다 오페레타 ‘박쥐’ 초연일인 4월 5일과 슈트라우스 생일인 10월 25일을 특별 테마 데이로 지정하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슈트라우스를 조명한다. 특별히 슈트라우스를 기념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를 원한다면 슈트라우스의 황금 동상이 있는 슈타트파르크(Stadtpark), 박물관과 콘서트홀이 함께 있는 기념관인 하우스 오브 슈트라우스(House of Strauss), 프라터(Prater) 거리에 위치한 그의 아파트, 방문객이 가상 지휘자가 되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의집(House of Music), 몰입형 전시가 열리는 ‘요한 슈트라우스-새로운 차원(Johann Strauss-New Dimensions)’을 찾아보자.
3 빈에서 맞이하는 겨울 풍경

어느 계절이든 빈을 여행하기 좋지만, 겨울에 만나는 빈은 좀 더 화려하고 따뜻한 불빛으로 반짝인다. 구도심 중심가, 시청사 앞 라트하우스 광장과 쇤브룬 궁전에는 이미 11월 초부터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고, 저녁이면 따뜻한 글뤼바인을 홀짝이며 여유 있게 마켓을 돌아보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중 가장 일찍 열고, 가장 늦게까지 진행하는 빈 크리스마스 마켓의 올해 스케줄은 2025년 1월 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빈 중심가에 머무른다면 시티 투어는 한결 쉬워진다. 물론 세계 유명 호텔 체인의 새 호텔도 많지만, 좀 더 빈다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오페라하우스 맞은편에 있는 고풍스러운 호텔 자허 빈(Hotel Sacher Wien)이 좋다. 빈 대표 디저트랄 수 있는 자허 토르테를 내는 원조 카페가 이 호텔 시설의 일부이기도 할뿐더러 인근 슈테판 성당이며 미술관, 쇼핑 스트리트 등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거의 모든 시설이 가깝다. 트램으로 간편하게 이어지는 빈 동선을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이기도 하고. 트램을 타고 돌다 벨베데레 궁전과 레오폴트미술관 등 어느 곳에 내려도 19세기와 20세기를 관통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하다. 마침 서울에서도 레오폴트미술관과 협력해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1900년대를 살았던 빈의 예술가들과 작품을 조명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으니 조금 일찍 챙겨 보고 싶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