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 Autumn Days with Books
한 권의 휴식, 북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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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책 한 권 읽을 여유와
공간만 있으면 그곳이 곧 휴식처가 된다.
책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줄 북 스테이 공간.
EDITOR YOON SE EUN
Sojeonseo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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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기르는 책의 숲 '소전서림'
청담동 주택가에 있는 도서관이 눈길을 끈다. ‘흰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이란 뜻의 소전서림. 회원제 도서관으로 연회비나 반일권(3만 원) 또는 종일권(5만 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일반 도서관처럼 열린 공간은 아니지만, 유료의 가치는 차고 넘친다. 소전서림은 지하에 자리한다. 분명 도심 한복판인데, 계단을 내려가면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낯선 여행지에 들어선 기분이다. 문학·철학·인문학·역사·예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벽면에 가득하고, 때때로 전시나 강연, 콘서트, 낭독회 등 책을 매개로 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열린다. 그러니까 소전서림은 도서관인 동시에 문화 살롱이기도 하다. 북 도슨트가 취향에 맞게 추천하는 책을 읽고, 1인용 서가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며, 소전서림을 찾은 이들과 문학과 예술을 공유한다. 갤러리를 닮은 소전서림만의 공간 디테일도 놓칠 수 없다. 프랜시스 베이컨이나 팀 아이텔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이 곳곳에 걸려 있고, 핀율, 아르텍, 프리츠 한센 등 디자인 체어부터 소전서림만을 위해 제작한 리딩 체어까지 구비해 읽는 재미만큼 가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영업시간 화~토요일 11:00~21:00, 일요일 11:00~18:00
(월요일 휴무, 시간은 방역 수칙에 따라 변경 가능)
문의 02-542-0804, 인스타그램 @sojeonseolim
Arca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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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아르카북스'
평택호가 펼쳐지는 한적한 시골길. 느릿느릿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풍경 속에 아르카북스가 있다. 교직 생활을 하던 부부가 아르카북스를 연 이유 역시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였다. 우연히 만난 그림책에서 아르카북스를 떠올렸고, 자신들 처럼 일상에 쫓기는 모든 이에게 책으로 휴식을 선사하고 싶었다. 서점과 독채 스테이, 두 공간으로 나뉘는 아르카북스는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책과 ‘함께’ 쉬는 안식처다. 서점에는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로하는 그림책이 유난히 많고, 주변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통창과 높은 층고 덕분에 따사로운 가을 햇볕을 한껏 즐길 수 있다. 내 방처럼 아늑하게 머물 수 있는 다락방도 있다. 2층짜리 독채 스테이에는 책이 있는 거실과 침실, 작은 수영장이 있다. 게다가 오후 6시 이후 손님들이 빠져나간 서점은 투숙객만이 이용할 수 있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완벽하게 일상과 멀어지는 시간. 여기에 근처 생태 공원과 자전거도로까지 둘러보면 꽤 알찬 여행이 완성된다. 아르카북스는 서점과 독채 스테이 모두 예약제로 운영하며, 매일 이용객이 한정되어 있으니 서둘러야한다.
주소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덕목5길 122-11
영업시간 아르카북스 책방 수~토요일 12:00~18:00(일~화요일 휴무)
문의 0507-1332-8695, 인스타그램 @arca_books
Fl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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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에서 즐기는 북 스테이 '플리커책방'
철거 위기에 놓인 130여 년 된 고택 세 채가 완주군으로 옮겨왔고, 문화재 장인들의 손을 거쳐 복원됐다. 완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양고택의 시작이다. 전주에서 자동차로 고작 30분 거리지만, 고즈넉한 자연에 둘러싸인 고택에 들어서는 순간 일상은 쉼이 된다. 느리게 흐르는 고택에서의 하루. 취향에 맞는 책을 곁에 둔다면 쉼은 더욱 완벽해진다. 책은 소양고택이 운영하는 플리커책방에서 고를 수 있다. 투숙객에게 책을 빌려주는 플리커책방은 베스트셀러부터 독립 출판물까지 다양한 책을 구비한 서점이자 북 카페다. 북 토크나 클래스 등을 진행해 여행객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문화 공간이지만, 코로나19 이후 현재는 투숙객과 예약 고객에게만 개방한다. 플리커책방을 이전처럼 즐길 수 없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대청마루, 창 너머 단아한 지붕선과 앞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보이는 방 안. 고택 어디에서든 책 읽는 즐거움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으니까. 책방지기들이 직접 고르고 포장한 시크릿 북도 플리커책방의 소소한 재미다. 포장지에 적힌 글이 마음에 든다면 나에게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해보자.
주소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수만로 500
문의 063-246-6222, 인스타그램 @flicker_dubhe
Art Library of Uijeong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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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북과 함께하는 하루 '의정부미술도서관'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우리가 익히 아는 일반 도서관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책이 빽빽하게 꽂혀있는 서가 대신 잘 꾸민 서점에 들어온 듯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고,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을 중심으로 모든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높은 층고에 낮은 서가, 천장까지 시원하게 트인 통창 덕분에 온종일 머물러도 답답하지 않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훌쩍 다녀오기 좋은 이곳은 무엇보다 국내 최초 미술 전문 도서관이기에 한 번쯤 들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회화·건축·디자인·사진·패션 등 국내외 예술 서적과 아트 북, 잡지, 도록, 기증 자료 등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미술 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공공 도서관 역할도 충실히 해 예술 서적 외에 문학, 철학, 역사, 과학 등 일반 서적과 어린이 서적도 갖추고 있다. 특히 어린이 열람실과 일반 열람실을 분리하지 않아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 미술을 몰라도 상관없다. 사서들이 선정한 추천 도서 ‘사서 컬렉션’을 따라 책 읽는 재미에 빠져들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로 248
영업시간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공휴일 휴관, 시간은 방역 수칙에 따라 변경 가능)
문의 031-828-8870, www.uilib.go.kr
Where Love Springs, Cancún
카리브해의 여유와 낭만, 사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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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친구가 무려 한 달짜리 허니문 일정을 알려왔을 때 도대체 어디를 가길래 그만한 시간을 들이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멕시코 유카탄반도 끝 칸쿤이 목적지라는 걸 듣고 의문은 금세 응원으로 바뀌었다. 칸쿤은 허니문의 성지 같은 곳으로 통한다. 한국과는 꽤 먼 거리, 그래서 어쩌면 생애 단 한 번일 수 있는 칸쿤행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겠다는 친구의 호기는 응원받아 마땅한 용기였다. 혹자는 이 도시를 얼마나 둘러보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멕시코만의 좁은 문턱 하나만 넘어서면 카리브해의 웅장미까지 마주할 수 있는 칸쿤은 머물면 머물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곳임을 우리는 믿고 있었다. 지구의 청춘들이 꿈꾸는 여유, 낭만 그리고 사랑을 품은 도시 칸쿤으로 향했다.
EDITOR JE MIN JOO
1 칸쿤 최대의 자연 테마파크 스칼렛에서는 다양한 멕시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2 세계인의 휴양지로 사랑받는 칸쿤의 아름다운 해변.
격세지감 속 천국, 칸쿤
칸쿤, 이곳은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저 일반 해양도시, 아주 평범한 어촌 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고기잡이배가 드나드는 때 외에는 하루 중 대부분 한적하기만 한 조용한 곳이었다. 어촌 마을 인구가 100명 남짓했다고 하니 조용한 풍경이 쉬이 그려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현재의 칸쿤 모습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라는 단어가 퍽 와닿는다. 이제는 이곳에서 전 세계 유수의 호텔 체인을 대부분 만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칸쿤에는 길쭉한 ‘L’ 자 모양의 섬이 존재하는데, 이는 숫자 ‘7’처럼 보이기도 해 이곳을 따라 들어선 호텔들을 일컫는 호텔 존을 일명 ‘세븐존’이라고도 부른다. 르 블랑 스파 리조트(Le Blanc Spa Resort), JW 메리어트 칸쿤 리조트 앤 스파(JW Marriott Cancun Resort & Spa)등 5성급 이상의 호텔이 이 세븐존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칸쿤이 격세지감의 아이콘이 된 데는 멕시코 정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어촌 마을을 세계적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목표 아래 섬 양 끝을 육지와 연결해 칸쿤 내에서는 모두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멕시코 자국 관광객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칸쿤 국제공항 또한 이 시기에 건설했다. 새롭게 조성한 거대한 휴양도시에서 근무할 호텔 체인 종사자를 위해 고속도로를 개통하는 등 칸쿤은 정부의 대대적 개발 아래 휴양지로서 성공적으로 변모했다. 2007년에는 UN 산하 기구인 세계관광기구가 선정한 관광특화도시에도 이름을 올렸다. 칸쿤은 멕시코의 선택과 집중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은 줄곧 세계인의 휴양지로, 사랑을 싹틔우는 연인들의 여행지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이다.
3,4 칸쿤의 많은 럭셔리 리조트에서는 투숙객을 위한 프라이빗 비치를 마련하고 있다.
5 칸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전 세계 유수의 호텔 체인.
깊고 푸른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일
여행지로서 칸쿤이 지닌 성격은 휴양에 가깝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카리브해를 코앞에 두고 어느 누가 일상에 남겨두고 온 숙제들을 떠올리겠는가. 카리브해 너머 어딘가부터는 대서양이 시작된다는데, 얼마나 거대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망망대해가 지척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칸쿤에서의 시간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 온화한 휴양지에 의외의 여행 코스가 하나 숨어 있다. 바로 해저 박물관 무사(MUSA)다.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유리 바닥 보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바닷속을 둘러볼 수 있는 무사는 세계 최대 해저 박물관으로 불린다. 7명의 작가가 제작한 500여 개의 조각상은 친환경 콘크리트로 제작해 해양 환경에도 무해하다. 조각상들은 작품으로서 가치 외에도 바닷속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조각상 사이사이에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생겨난 산호초가 이곳을 터전 삼아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칸쿤 지역의 산호초가 급격히 사라져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출발한 해저 박물관 무사는 그 목적을 달성함은 물론 액티비티한 체험과 접목한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며 칸쿤 속 특별한 여행지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칸쿤은 멕시코의 선택과 집중이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은 줄곧 세계인의 휴양지로,
사랑을 싹 틔우는 연인들의 여행지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이다."
1,2,3 해저 박물관 무사는 해양 생물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는 구조물로 가득하다.
1, 2의 작품명은 각각 ‘The Gardener of Hope’와 ‘The Bomb(Bombs)’.
캐리비안 바이브
칸쿤에서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꺼낸 첫마디는 “졸리 로저는 환상적이었다” 라는 소감이었다. 마치 영화 대사 같던 이 말은 칸쿤의 시그너처로 불리는 ‘졸리 로저(Jolly Roger) 해적 쇼’를 말한다. 졸리 로저는 18세기에 활동한 웨일스 출신 해적 바살러뮤 로버츠의 별명으로, 그가 창안한 해적 깃발을 뜻하기도 한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연상시키는 선상에서 펼쳐지는 해적 쇼는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는 물론, 대포 소리 같은 청각적 생생함까지 더해 카리브해 특유의 감성을 제대로 만끽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칸쿤 여행에서 또하나 놓칠 수 없는 볼거리를 꼽으라면 30분가량 페리를 타고 이동하면 닿는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섬이다. 열대지방 특유의 활기가 곳곳에 그득 채워진 이 섬은 특히 일몰로 유명한 플라야 노르테(Playa Norte) 해변이 압권인데, 해 질 무렵부터 바다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하루의 끝을 이 섬과 함께 마무리 짓는다. 여행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행자의 태도에 있다. 칸쿤에서 만난 여행자는 하나같이 느긋했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으며, 매 순간 신비로워했다. 좋은 마음을 안고 떠나는 여행, 그러기에 좋은 것만 보게 되는 여행자의 태도가 인상적인 시간을 낳는다는 사실을 칸쿤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4,5 칸쿤 여행의 시그너처이자 하이라이트로 통하는 졸리 로저 해적 쇼가 펼쳐지는 장소.
6 칸쿤에서 만나는 다양한 종의 앵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