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으로서, 여자로서, 차지연
뮤지컬 ‘카르멘’이 공연 일정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무대에서 무엇보다 가장 빛나는 존재는 이국의 태양처럼 강렬하고 자유로운 여인, 카르멘이다. 차지연은 특유의 뛰어난 가창력과 존재감으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글 장인지 사진 이수현
오페라 ‘카르멘’은 1875년 파리 초연 이후 오페라의 영역을 뛰어넘어 소설과 영화, 무용 등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되어왔다. 치명적인 매력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여인 카르멘의 굴곡진 삶은 무려 한 세기가 넘는 동안 많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열정’ 그 자체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카르멘의 자유로움과 당당함을 동경하게 마련. 특히 여배우라면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배우 차지연은 지난 12월에 막을 올린 뮤지컬 ‘카르멘’을 통해 배우로서 또 한 번 발전하는 계기를 찾았다. “버림 받고 한 많은 캐릭터만 연기하다가 카르멘처럼 여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역에 처음 도전해봤어요. 여배우라면 한 번쯤 이렇게 사랑받는 역할을 해보는 것이 필모그래피를 넓혀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닮은 듯 닮지 않은 카르멘과 차지연
그녀는 카르멘에 가장 가까울 법한 인상을 풍긴다. 시원시원한 외모와 긴 다리, 허스키한 보이스, 탄탄한 노래 실력과 안정적인 연기, 깊은 호소력은 어떤 여자 배우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존재감과 개성이 묻어난다. ‘몬테크리스토’ ‘서편제’ ‘아이다’ ‘잃어버린 얼굴 1895’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출현하며 쌓은 단단한 내공 덕이다. 전작인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명성황후에서 카르멘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은 동시에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배역에 변화를 많이 주는 게 반복되어왔어요. 순차적 흐름보다 변화가 큰 것이 제 목표이자 가치관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바로 다음 작품은 ‘서편제’네요.” 의도적인 변신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를 움직이는 것은 배우의 본능에 가까운 듯하다. 시종일관 털털한 웃음과 솔직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인터뷰 모습을 보고 있자면 농염한 자태로 남자를 단숨에 사랑의 포로가 되게 만드는 카르멘의 모습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여성의 내면에는 섹슈얼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면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편이라 스스로 몰아붙이다 보니 무대에서 그런 면을 선보인다는 게 두려웠어요. 연습 당시 상대 남자 배우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질 못하기도 했고요. 첫 프리뷰 무대가 끝난 뒤 들려오는 질타의 반응 때문에 무대에 올라가고 싶지 않은 적도 있어요. 이젠 나 자신을 편하게 놓아버렸죠.(웃음)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가자고 생각한 후부터 무대에 오르는 일이 편해졌어요.” 밝고 쾌활한 모습 뒤에 홀로 견뎌왔을 시간이 가늠되는 대목이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무대에 고스란히, 맡은 배역으로 승화할 때 가장 값지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가슴 아픈 시간이 많았어요. 과거의 힘겨운 시간이 무대에서 빛을 발할 때 가장 기뻐요. 타인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온전히 저만의 것이니까요.” 지난 시간과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연기의 밑거름이 되는 것처럼 그녀는 카르멘과 함께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변화하는 중이다.
사랑에 빠진 카르멘의 모습 그대로
뮤지컬 ‘카르멘’은 호세와 뜨겁게 사랑했으나 구속이 아닌 자유롭기를 원하는 카르멘이 죽음을 맞이하는 원작의 비극적인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 “사랑에 빠진 카르멘을 그리고 싶었다”는 연출가의 발언처럼 이번 공연의 카르멘은 호세에게서 마음이 떠나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호세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던지는 인물이다. 원작과는 다른 카르멘을 만나며 그녀는 카르멘에 대해 한 개인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카르멘의 삶이 짠하다고 느꼈어요. 어떻게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삶의 방식이 맞는 양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예를 들어 섹시해 보일 거라는 생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거친 삶 때문에 자연스레 몸에 밴 거죠. 카르멘은 많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화려하고 왁자지껄하고 활발하고 신이 난 모습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외로운 존재가 돼요. 서커스의 쇼걸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에 개인의 고독이 숨어 있죠. 카르멘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친숙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직업과 환경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홀로 외로움을 느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번 공연은 스페인 기타 연주와 플라멩코 등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노래가 극의 긴장감과 완성도를 더한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홀로 추는 춤’이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이 노래를 부를 때 일부러 객석 쪽을 자주 바라보곤 해요. 카르멘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노래이기 하지만, 그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 쳐다보는 마음이 더 커요. “그대와 우리는 다 똑같은 존재다. 키스를 하든 포옹을 했든 어차피 돌아서면 우리는 혼자고 다 똑같은 존재라는 내용을 담은 이 노래가 제 마음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베스트 곡인 것 같아요.”
간결하면서도 어쿠스틱 멜로디의 짧은 노래는 그녀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잘 녹아드는 곡으로 카르멘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화려한 카르멘의 숨겨온 뒷모습이 일순간 드러나는 무대는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져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서커스와 마술이라는 독특한 요소를 더해 화려한 볼거리를 더한 것도 눈길을 끈다. 몇몇의 배우들은 장대다리 묘기, 실크 액트 같은 곡예를 직접 배우기도 했다.
시간과 변화에 순응하고픈 배우
공연 일정은 어느새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무대에 익숙해진 만큼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처음 힘들었던 때와 달리 지금은 너무나 즐겁고 자유로워요. 어제 공연만 해도 흥에 겨워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많이 했어요.(웃음) 부채나 칼을 떨어뜨리고 치마를 밟는 실수를 애드리브로 모면했죠. 이 모든 것이 무척 신이 나요. 스스로 즐기게 되니까 관객들도 그 모습을 보고 더 재미있어 하고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서투르지만 즐거운 순간들은 더욱 매력적인 카르멘이 완성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선보이는 카르멘은 어떤 모습일까. 더블 캐스팅된 바다와는 외적 이미지는 물론 추구하는 연기 방향과 음색이 많이 다르다. 바다의 카르멘이 발랄하면서도 상큼한 매력이 있다면 그녀가 선보이는 카르멘은 질펀하고 끈적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모습으로 호세를 유혹한다. “각기 다른 카르멘의 모습을 같은 무대에서 비교해보는 것도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아요.” 그녀가 뮤지컬 무대에 노래와 춤, 연기를 선보인 지 8년 되었다. 어느새 주연 자리가 익숙해진 만큼 목표도 달라졌을 터. “관객이 공연을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두 번째는 나이를 먹은 후에도 젊고 아름다운 신인 주 조연을 잘 받쳐줄 수 있는 배우이자 시간과 변화를 겸손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그녀는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속도로 달려나갈 것이다. 자기 자신을 보는 방법을 알고, 또 그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같은 듯 다른 느낌, ‘카르멘’의 재해석
1845년에 발표한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 메림이 쓴 소설이 원작인 ‘카르멘’은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들며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개성을 지닌 카르멘을 탄생케 했다. 다양한 시선을 통해 풀어낸 카르멘을 비교해보는 것도 뮤지컬 ‘카르멘’을 즐기는 또 하나 재미일 듯하다.
‘카르멘 존스(1954)’ 감독: 오토 프레밍거, 출연: 도로시 댄드리지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원작 <카르멘>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미국 흑인의 삶으로 재해석했다. 군부대에서 일하는 카르멘은 약혼자가 있는 흑인 장교를 유혹해 파탄에 빠뜨린다. 그러나 카르멘은 흑인 복서를 만나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질투에 눈 먼 흑인 장교는 광기에 사로잡힌다. 흑인 고유의 다이내믹한 춤과 음악이 볼거리를 더한다. 미국 영화 중에서 흑인만 나오는 세 번째 영화로 기록되어 있다.
‘카르멘(1983)’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 출연: 로라 델 솔
‘카르멘’이라는 플라멩코 뮤지컬을 위해 주인공이 카르멘 역할을 찾아 나서며 영화는 시작된다. 거기에 딱 어울리는 여자 무용수를 발견하는데, 그녀는 실제로도 카르멘 같은 여자다. 저명한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안토니오 가데스와 함께 만든 이 영화는 감독의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스페인어를 잘 모르더라도 플라멩코만으로 두 주인공의 감정선에 푹 빠질 수 있다.
‘카르멘(2003)’ 감독: 비센테 아란다, 출연: 파즈 베가
카르멘을 사랑하던 남자의 내레이션으로 카르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03년 스페인에서 개봉 당시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장기 상영을 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스페인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에 버금가는 최고 여배우로 꼽히던 파즈 베가가 카르멘을 연기해 화제에 올랐다. 그녀의 고혹적인 매력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뮤지컬 ‘카르멘’
일시 2013년 12월 6일~ 2014년 2월 23일
시간 화,수,목, 금요일 20:00 / 토요일 15:00, 19:30 / 일요일 공휴일 14:00, 18:30(월요일 쉼)
장소 LG아트센터
입장료 VIP석 13만 원, R석 11만 원, S석 8만 원, A석 6만 원
특전 BC VIP 카드 회원(e-플래티늄 제외) 최대 15% 할인
예약 및 문의 BC VIP 카드 회원 공연 예매 전용 상담 센터 1577-4338 cultureloung.bccard.com
뮤지컬 위키드,
감동의 초록 물결이 밀려온다
브로드웨이의 초록 기적이 드디어 한국에서도 일어난다. 모든 것이 오지지널 그대로, 뮤지컬 ‘위키드’가 한국어로 초연되는 것. 54회의 무대 체인징, 350벌의 의상, 12.4m 크기 거대 ‘타임 드래곤’의 화려한 메커니즘,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위키드’ 전용관처럼 객석까지 연장된 무대 등 모든 것이 그대로다. 이처럼 남다른 스케일과 인기로 시작 전부터 거대한 초록 돌풍을 몰고 다니던 ‘위키드’. 그중에서도 한국어로 된 첫 무대를 장식할 주인공이 과연 누구일까가 가장 큰 이슈였다. 7개월 간의 오디션 끝에 초록 마녀로 옥주현과 박혜나가, 하얀 마녀로 정성아와 김보경이 각각 캐스팅되었다.
두 마녀와 함께 이지훈, 남경주, 이상준, 김영주, 조정근 등 환상적인 캐스팅이 완성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캐스팅된 배우들의 공통점이 바로 ‘위키드’에 있다는 사실. 이들은 ‘위키드’로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배우 인생에서 꼭 해보고 싶은 운명 같은 뮤지컬로 ‘위키드’를 꼽는다. 한국어로 첫선을 보이는 뮤지컬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위키드>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으로,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던 오즈의 마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에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워온 두 마녀가 바로 뮤지컬 ‘위키드’의 주인공이다. 뼛속까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진실한 우정을 나누고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는지 매혹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두 마녀뿐 아니라 양철나무꾼,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등 친숙한 캐릭터들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면 지금 ‘위키드’를 관람할 것.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BC VIP 카드 회원 2월 15% 할인 이벤트 뮤지컬 ‘위키드’
특전 BC VIP 카드 회원(e-플래티늄 제외) 최대 15% 할인
일시 2013년 11월 22일~2014년 3월 30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출연 옥주현, 박혜나, 정성아, 김보경, 이지훈, 조상웅, 남경주 등
공연시간 화~금요일 20:00, 주말 • 공휴일 14:00, 19:00(월요일 쉼)
문의 BC VIP 카드 회원 공연 예매 전용 상담 센터 1577-4388 cultureloung.bccard.com
뮤지컬 해를 품은 달
다시 돌아온 운명 같은 사랑
2년 전 42%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뮤지컬로 돌아왔다. 드라마의 인기를 그대로 이은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공연 전부터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연과 방송계를 오가며 실력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 받은 김다현을 비롯해, 한국 뮤지컬 대상 신인상의 전동석, 그리고 K-Pop의 선두 주자 슈퍼주니어 규현이 ‘이훤’ 역으로 캐스팅되었다. 훤과 사랑에 빠지지만 음모로 인해 무녀로 살아야 했던 ‘연우’ 역에 린아, 정재은, 그리고 소녀시대 서현이 캐스팅되었다. 환상적인 캐스팅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작품성.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한국의 전통적인 조각보와 움직이는 수묵화를 보는 듯한 영상의 사용으로 엉켜 있는 훤과 연우의 사랑을 아름답고 극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사극’이라는 틀에 묶이지 않고 국악, 팝, 재즈, 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활용해 뮤지컬을 보는 내내 눈과 귀가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안무 역시 현대와 전통 무용을 조화시켜 극 전체를 역동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동시에 한국 고유의 정서를 현대적 감성으로 표현했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2013년 6월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 예술의전당 초연, 한국뮤지컬 대상 9개 부분 최다 노미네이트, 작곡상 및 나무신인상 수상, 일본 공연이라는 짧지만 강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이는 ‘해를 품은 달’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대표 창작뮤지컬의 힘을 보여주는 결과다. 2014년 다시 시작하는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이 그 열풍을 이어간다. 훤, 연우 그리고 양명 세 사람의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를 어떤 다른 모습으로 그려낼지 기대된다.
BC VIP 카드 회원 2월 50% 할인 이벤트 뮤지컬 ‘해를 품은 달’
특전 BC VIP 카드 회원(e-플래티늄 제외) 최대 50% 할인
※기획사의 사정에 따라 할인율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일시 2014년 1월 18일~2014년 2월 23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출연 김다현, 전동석, 규현, 린아, 정재은, 서현, 강필석, 조휘 등
공연시간 월 • 화 • 금요일 20:00, 수요일 15:00, 20:00, 토요일 15:00, 19:00, 일요일 14:00, 18:00(목요일 쉼)
문의 BC VIP 카드 회원 공연 예매 전용 상담 센터 1577-4388 cultureloung.bccar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