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을 그린 화가 그리고 그 이후
폴 고갱의 삶과 예술
작품은 물론 파란만장한 삶 덕분에 신화가 되어버린 예술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반 고흐가 그렇고, 한때 그와 절친했던 폴 고갱이 그렇다. 우여곡절 많은 그의 삶은 영국의 작가 서머싯 몸에 의해 <달과 6펜스>라는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불운한 프랑스 화가에 대한 소문을 들은 작가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결국 그의 흔적을 따라 타히티 섬으로 찾아가기에 이른다. 고갱은 타히티의 이국적인 매력 속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지만, 내내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렸다. 먹을 것과 바꾸기 위해서 그림을 그렸고 그런 그림들은 식품 포장지로 쓰였다. 서머싯 몸이 머물렀던 오두막 문짝에도 고갱의 그림이 있었는데, 단돈 400프랑에 사들인 이 그림은 반세기 뒤인 1962년 1만 7천 달러에 팔렸다. 프랑스 후기인상파의 대표 작가 고갱은 35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전에는 주식 중개인이자 주말에만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로, 자녀를 다섯 명이나 둔 가장이었다. 전업 화가를 선언한 이후 헤어진 아내와 아이들은 그 후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가 타히티로 떠난 것은 마흔세 살. 원주민을 애인 겸 모델로 삼고 오두막에서 살기 시작했지만 곧 돈이 떨어졌고, 1893년6월 채 2년이 되지 않아 프랑스로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남긴 60여 점의 회화와 조각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걸작으로 남아 있다. 끝없는 방랑의 기질은 1895년 그를 다시 타히티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몸은 이미 매독과 우울증 등 각종 병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5남매 중 가장 아끼던 딸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서 그의 고통은 절정에 이른다. 결국 절필과 자살 시도를 거쳐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그려낸 기념비적인 걸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5년 뒤,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지막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타국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파리에서는 이제 막 고갱의 작품들이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시기였다. 국내 최초의 고갱 회고전인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29일까지 열릴 이번 전시에는 고갱의 폴리네시아 시기를 상징하는 대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비롯해 <설교 후의 환상>, <황색 그리스도> 등 고갱 3대 걸작을 비롯한 6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고갱 전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번 전시의 보험 평가액만 총 1조 5천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했던 그는 19세기 마지막 인상주의자인 동시에 인상주의 시대를 마감한 최초의 근대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피카소는 고갱의 대규모 살롱전에서 감동을 받아 최초의 큐비즘 작품인 <아비뇽의 처녀들>을 완성하기도 했다. 평생을 불운하게 살았지만 늘 에덴동산을 찾아 헤맸던 고갱의 기록이 지금 서울에 와 있다. 평생을 화가로서 제대로 인정받길 원하며 살았지만, 죽음 이후에야 그토록 원하던 소원이 이뤄진 존재의 비의와 아이러니로 점철된 인생. 그 속에서도 오롯이 예술을 추구하던 한 인간의 숭고함이 그곳에 있다.
1.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1897년
2. <세 명의 타히티인>, 1899 년
에디터 홍혜원
문의 1588-2618 www.gauguin.kr
예술가와 오타쿠 사이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展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루이비통 가방을 장식했던 웃는 얼굴 캐릭터를 기억할 것이다. 만화같이 장난스러운 작품으로 패션계는 물론 예술계를 발칵 뒤집었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한국을 찾는다. 12월 4일까지 서울 삼성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아시아 첫 회고전으로, 그의 주요 캐릭터인 미스터 돕을 비롯해 미스 코코, 카이카이와 키키 등 총 3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의 제목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는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차용했으며 회화와 조각, 풍선, 영상, 벽지, 커튼 등 다양하게 변주된 작품 속에서 관객들은 마치 원더랜드를 탐사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들은 소위 ‘오타쿠’라 불리는 일본 하위문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닮은 캐릭터는 물론 앳된 얼굴과 늘씬한 몸매의 유니폼을 입은 여성 등 흔히 저급하다고 여겨지는 일본 대중문화를 작품에 도입한 것. 그는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장 일본다운 특성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답을 찾았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고급과 저급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으로 아시아 팝아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고유의 독특한 평면성과 양식성에 주목한다. 평면성은 17~19세기 매너리즘 회화와 일본 전통 판화인 우키요에의 주요 특징이고, 이러한 전통문화와 오늘날의 하위문화를 과감하게 접목하는 시도를 한 것. ‘수퍼플랫’이란 표제는 초평면, 즉 모든 것을 평편하게 만들어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얄팍하고 깊이가 없는 현대문화의 경박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비싼 작가로 작품당 가격이 무려 100억 원에 이른다. 2008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 나온 작품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는 약 1500만 달러(약 170억원)에 팔렸고, 세계 최고의 아트 컬렉터와 중동 석유 부국의 왕족들은 물론 미국의 컬렉터와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위문화라 여겼던 오타쿠 문화가 미술 시장의 최고가품으로 떠오른 것. 작가는 스스로를 오타쿠라 칭하지만 정작 ‘진짜’ 오타쿠들에게는 일본 문화의 표피만 겉핥기식으로 차용했을 뿐이라며 배척받고 있다는 건 다소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그의 작품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넘어 피겨와 영상, 만화 등을 통해 대중 속으로 파고들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무라카미가 신작을 선보이면 다음 해에는 대중들이 누구나 살 수 있는 미니어처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식이다. 작품 가치가 떨어질까 우려할 법도 하지만, 누구나 사랑하는 피겨의 원작을 소장하고 싶다는 열망을 더욱 부채질해 가격은 더욱 치솟는다. 이 영리한 작가는 한편으로는 팩토리 시대의 앤디 워홀을 떠올리게 한다. 예술가이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스타를 꿈꿨고, 결국 시대의 아이콘으로 남은 남자. 이렇게 아시아의 앤디 워홀이 보여줄 팝아트의 미래는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1. 작품의 주요 캐릭터인 카이카이와 키키
2. 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한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에디터 홍혜원
문의 1577-7959 www.plateau.or.kr
세 배우의 특별한 귀환
이병헌, 하정우, 그리고 송강호의 신작 영화들
시원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확실한 피서법 일 것이다. 더욱이 올여름은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유난히분주해질 것 같다. 말 그대로 흥행 보증수표인 세 명의 배우들이 속속 스크린으로 복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여름, 이병헌, 하정우, 송강호가 저마다의 특색 있는 신작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가장 먼저 우리나라 관객들을 만나는 배우는 이병헌이다. 그의 신작은 세번째 할리우드 작품인 딘 패리소트 감독의 <레드 : 더 레전드>다. 최강의 살상 무기인 ‘밤 그림자’를 제거하기 위해 은퇴 후 10년 만에 뿔뿔이 흩어졌던 CIA 요원들이 다시 뭉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 앤서니 홉킨스, 캐서린 제타존스 등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이병헌은 매끈한 슈트 차림으로 최고급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며 타깃을 쫓는 냉철한 눈빛의 킬러 ‘한’ 역을 맡았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면도 있어 인간미마저 느껴지는 조금은 독특한 캐릭터다. 예전보다 한층 높아진 그의 위상 때문인지 7월 18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봉한다. <지.아이.조> 시리즈에 이은 이병헌의 할리우드 스타일 액션 영화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통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베를린>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하정우의 컴백 작품은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다.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90분간 일어나는 연쇄 폭탄 테러를 우연히 독점 생중계하게 된 TV 뉴스 앵커 윤영화 역을 맡았다. 이 역할은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테러의 생생한 현장을 진행하는 동시에 이를 기회로 삼아 다시 메인 뉴스 앵커로 재도약하려는 이중 심리를 그려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다.
극전체를 끌고 가야 하는 부담감이 큰 역할을 하정우는 오히려 즐기면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최고조로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하정우의 기대작은 개봉 예정일이 송강호의 신작과 같은 8월 1일이다.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송강호는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드디어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함께 돌아온다. 송강호와 <살인의 추억>, <괴물>로 오랜 인연을 맺은 봉준호 감독과의 재회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주목받을 이유는 충분한데, 거기에 크리스 에번스, 에드 해리스, 틸다 스원튼, 제이미 벨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들과 함께했고 430억이라는 한국 영화 역대 최고의 제작비가 들었다는 사실들이 더해져 관객들의 기대감은 점점 더 증폭됐다. 프랑스 작가 장 마르크 로세트의 동명 만화를 뼈대로 삼은 이 작품은 새로운 빙하기가 도래한 지구를 배경으로 인류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생존 공간인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 칸 사람들이 열차를 달리게 하는 엔진을 차지하기 위해 반란을 도모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송강호는 <설국열차> 이후로도 연이어 관객들을 찾는다.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가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는 내용의 한재림 감독의 영화 <관상>이 8월 하반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천재관상가 내경 역의 송강호 외에도 수양 역의 이정재, 조선 최고의 기생 연홍 역의 김혜수가 함께 등장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 세 명의 배우는 그간의 필모그래피와 앞으로 예정된 행보까지 서로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단 하나의 교집합은 있다. 바로 그들의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이 믿고 볼 수 있을 만큼의 신뢰를 지녔다는 것. 유난히 뜨겁다는 올 8월의 극장가가 기대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에디터 정윤주
전 세계에서 가장 발칙한 인형들이 온다_뮤지컬 <애비뉴 Q>
유년 시절 <세서미 스트리트>의 인형 캐릭터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뮤지컬 <애비뉴Q>가 무척 반가울 것이다. 엘모와 쿠키몬스터, 빅버드를 닮은 동그란 눈의 인형들이 주인공으로 대거 출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형들이 나온다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는 낭패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작품은 철저히 어른들을 위한 19금 공연으로, 순진한 얼굴의 인형들이 “엿 같은 내 인생!”을 외치며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속물적인 대사를 내뱉을 뿐 아니라 강도 높은 베드신 또한 등장한다.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19금 뮤지컬 세계적인 제작자 캐머론 매킨토시가 ‘가장 신선하고 독창적인 뮤지컬’이라고 극찬한 <애비뉴 Q>는 배우들과 퍼핏(Puppet, 인형)이 동시에 무대에 오르는 전혀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이다. 배우들은 퍼핏을 손에 끼고 조종하면서 인형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움직인다. 말 그대로 배우와 퍼핏이 혼연일체가 되는 것. 배우와 퍼핏이 같이 무대에 오르지만 주인공은 철저히 퍼핏이며 배우는 조연이다. 이 독특한 아이디어는 인기 어린이 TV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들이 어른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에서 착안되었다. 성인이 된 퍼핏들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성과 누구나 갖고 있는 은밀한 19금의 고민들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 극 중에서는 동성애와 포르노 중독, 인종차별 등 함부로 입에 담기 힘든 사회적 이슈에서부터 청년 실업과 직장 생활의 비애, 섹스와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고민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은 퍼핏의 입을 통해 해학적이고 발랄하게 펼쳐진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겪게되는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어느 뮤지컬보다 짜릿하며, 어떤 코미디보다 유쾌한 뒷맛을 남긴다.
<위키드>를 제친 최고의 화제작
<애비뉴 Q>는 2003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 이후 72회만에 브로드웨이로 입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작품 경쟁이 치열한 브로드웨이에서 유일무이한 사례다. 게다가 바로 다음 해인 2004년에는 당시 우승 후보였던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를 제치고 토니상 극본상, 음악상, 작품상을 휩쓸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당황한 주최 측이 자막에 다른 작품의 이름을 내보내는 웃지 못할 사고가 벌어졌을 정도. 이처럼 뮤지컬계를 발칵 뒤집은 <애비뉴 Q>의 제작비는 겨우 <위키드>의 의상 한 벌 값에 불과해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7년간 박스 오피스 TOP 10을 기록했고,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지에 많은 마니아를 양산해내며 몬스터급 흥행을 이어갔다. 이번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0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영국 투어 팀의 내한 공연 형식으로 오는 8월 23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소시민들의 인생에 건네는 사랑스러운 위로
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뉴욕. 애비뉴 Q는 번화가와 고급스러운 유행의 중심지와는 거리가 먼 집값 싼 가상의 지역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 프린스턴과 소울메이트를 찾는 만년 싱글 유치원 보조교사 케이트 몬스터, 남자와 섹스에만 관심 있는 금발 글래머 클럽 가수 루시, 게이임을 감추고 사는 직장인 로드, 그에게 빈대 붙어 사는 룸메이트 니키, 코미디언 지망생 브라이언과 약혼녀 크리스마스 이브, 야동에 빠진 트레키 몬스터까지 가지각색의 별난 이웃들이 다양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퍼핏들은 자기 인생이 더 한심하다고 마치 다투듯 노래하고, 인터넷이 유용한 것은 야동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야동 예찬론을 펴기도 한다.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농담하듯 펼쳐내는 대사들은 격식과 품위에 얽매인 현대인들의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키며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퍼핏 보면 한심한 인생을 노래하는듯하지만, 실은 ‘내 인생이 왜 이렇지’ 하며 한 번쯤 한숨 내뱉는 우리의 모습이며, 열심히 일해도 늘 통장 잔고는 바닥인 소시민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그러고는 늘 실수투성이 연애를 해도, 대학 졸업장을 쥐고도 직장을 구할 수 없는 우울한 현실도 모두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이라며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애비뉴 Q> 속의 퍼핏들은 미래를 희망으로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어려움을 유머로 승화시키며 삶을 이어나간다. 그 유쾌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어른의 사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고야 만다.
뮤지컬 <애비뉴 Q>
일 시 2013년 8월 23일(금) ~ 2013년 10월 6일(일)
평일 오후 8시 / 토 3시, 7시 30분 / 일, 공휴일 2시, 6시 30분(월 쉼)
장 소 샤롯데씨어터
입장료 VIP석 13만원
비씨 VIP카드 회원(e-플래티늄 제외) 최대 15% 할인
예매 및 문의 라 운.G 컬처 1577- 4388 / cultureloung.bccard.com
해방과 열정의 로큰롤_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세계적인 펑크록 밴드 그린데이의 동명 앨범을 뮤지컬로 옮긴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이 국내 첫선을 보인다. 2009년 초연한 최신작으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이 내한 공연을 펼쳐 더욱 뜨거운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메리칸 이디엇>은 그린데이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 형태이다. 보통 주크박스 뮤지컬은 한 가수의 노래이거나 특정 시대의 노래로 구성되는데 이 작품은 그린데이가 2004년 발표해 1천만장 이상을 판매했던 동명의 메가 히트 앨범 <아메리칸 이디엇>의 수록곡과 2009년에 발표한 앨범 <21st Century Breakdown>에서 네 곡을 선정해 제작한 록 오페라 형식이다. ‘미국의 바보들’이란 뜻의 <아메리칸 이디엇>. 암울한 교외에 살던 세 청년의 성장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9•11 사태 이후 미국 젊은이들이 느낀 불안한 현실과 정체성의 혼란을 시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희망이 없는 미국의 세 청년 조니와 터니 그리고 윌. 이들은 변하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 불만을 안고 교외를 벗어나 도시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윌은 여자 친구가 임신하는 통에 머물게 된다. 도시로 떠난 이들은 꿈꿔온 것과 달리 새로운 삶은 찾지 못하고 약물중독에 빠져 진정한 사랑을 잃거나 군대에 참전하여 다리를 잃는다. 아이에게 무책임하고 약물에만 의존하던 윌도 아내와 자식에게 버림받고 절망적인 삶을 산다.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이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이지만 어떠한 희망도 발견할 수 없다.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미국 젊 은이들의 삶을 조명했다. 분노와 실망, 후회를 뒤로하고 그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기 시작한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무대와 환상적인 조명, 에너지 넘치는 안무는 <아메리칸 이디엇>을 즐기는 또 다른 묘미다. 쉴 새 없이 바뀌는 무대에서 드라마가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펑크록 클럽과 창고에서 영감을 받은 무대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2010년 ‘토니 어워즈’에서 무대 디자인과 조명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그해 ‘베스트 뮤지컬’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OST는 같은 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 쇼’ 앨범으로 선정돼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한다.
8월 특별 할인 비씨 VIP카드 40% 할인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일 시 2013년 9월 5일~9월 22일
장 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출 연 오리지널 팀 내한 공연
관람등급 중학생 이상
관람시간 100분(인터미션 없음)
비씨 VIP카드 회원 공연 예매
전용 상담 센터 1577-4388
비씨 VIP카드 회원 8월 초대이벤트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응모 기간 2013년 8월 1일 ~ 8월 29일
■ 자세한 이벤트 내용은 비씨 VIP카드 홈페이지 참조
(vip.bccard.com → service 문화예술 특별우대→ 초대 이벤트 )
By 모모미 서점 ‘유어 마인드’ 대표 겸 포토그래퍼
1 <인 더 하우스> 작업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영상미 넘치는 조용한 영화보다 빠른 전개로 조금은 긴장하며 보는 영화를 찾게 된다. 최근에 개봉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인 더 하우스> 역시 우리 안의 숨겨진 욕망을 깨운다. 한때 작가를 꿈꾸던 고등학교 문학 교사 역의 파브리스 루치니와 비범한 작문 실력을 가진 제자 클로드 역의 어니스트 움하우어의 연기를 보면 저절로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게 된다.
2 <플립> 롭라이너 감독의 <플립>은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다. 얼핏 식상할 수 있는 줄거리지만 무척 감동적이다. 이웃집에 이사 온 브라이스를 본 순간 사랑에 빠져 6년 동안이나 자신의 마음을 어필하는 줄리와 처음에는 그녀를 피했지만 점차 진심을 받아들이는 브라이스. 아름다운 영상과 더불어 두 주인공이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갈때 영화를 보고 있는 이의 마음 또한 한 뼘씩 자라는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3 라디오포닉스의
라디오포닉스는 가수 겸 작곡가인 박승순의 원맨 프로젝트다. 그의 음악 중 추천하고 싶은 것은 ‘17분간의 우주여행’이라는 주제의 일렉트로니카 앨범인 다. 더위에 지친 여름에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몽상적인 음악을 들으면 잘 어울린다. 17분이 끝난 후에도 나도 모르는 사이 계속 듣게 된다.
4 에프터크랑의 덴마크 출신 밴드 에프터크랑의 를 들으면 크고 울창한 숲이 떠오르는 동시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북극에서 1,000km 떨어져 있는 피라미다에서 수집한 소리를 바탕으로 작곡한 노래들이다. 기회가 된다면 위트 넘치는 영상 또한 함께 감상하길 권한다.
By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뮤지션
1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사고만 치고 다니던 ‘비행 청년’ 로비는 난생처음 몰트 위스키를 맛본 후 자신이 위스키 감별에 선천적 재능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사회봉사를 함께하는 친구들과 위스키를 통해 또 다른 인생 역전을 꿈꾼다. 아주 보통의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영화 <앤젤스 셰어>. 영화 속에서는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마저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영화 제목인 앤젤스 셰어, 즉 천사의 몫이란 오크통에 보관된 위스키가 해마다 2% 정도 증발해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민홍).
2 <빌리 엘리어트> 오로지 자신을 믿고 가기 위해 단 하나 필요한 게 있다면 자신을 알아봐주는 단 한 사람일 것이다. 때로는 그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어서 몹시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런 외로움에 따뜻함을 불어넣어주는 기적 같은 영화다. 성인 빌리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는 마지막 장면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은지).
3 브라이언 이노의 ‘By The River’ 시간과 존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가사가 마음을 다독인다. 가사와 잘 어우러지는 멜로디 또한 아름다워 듣다 보면 금세 마음이 따뜻해진다. 비 오는 날에 들으면 금상첨화다(민홍).
4 한희정 <날마다 타인> 어떤 몸, 어떤 시간, 어떤 집, 어떤 관계 속에서 홀로 있는 사람이 스스로를 위해서 만든 따뜻한 위로의 힘이 가득 담긴 한희정의 신보. 이 음반을 들으면 정말로 마음이 춤을 추는 것 같다. 때로는 슬프고 우아한 무희의 춤을, 때로는 내 맘대로 막춤을(은지).
By 고현경 피처 에디터
1 <사랑니> 자신이 가르치는 학원의 고등학생이 첫사랑과 똑같다며 사춘기 소녀처럼 설레는 인영(김정은 분)의 감정 변화를 세심하고 촘촘하게 따라가는 영화 <사랑니>.
어찌 보면 30대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에 빠지고기뻐하고 아파하고, 때로는 유치해지기도 하는 순수함이 묻어나서 좋다. 특히 이 작품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배우 정유미의 풋풋한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2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내게 이 영화는 드라마틱한 사건의 변화 없이 잔잔하게 흘러서 그저 틀어놓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작품이다. 러닝타임 내내 질릴 만큼 빗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비 오는 날 보면 더욱 좋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영화를 보면 현빈이 맛있게 파스타를 만드는 장면 때문에 반드시 파스타가 먹고 싶어질 거다. 결국 비 오는 날, 간단히 파스타를 만들어서 한 그릇 비우면서 이 영화를 보면 가장 좋을 거란 소리다.
3 이소라의 <슬픔과 분노에 관한> 록이나 헤비메탈을 즐겨 듣지 않지만 이 음반은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소라 특유의 음색이 돋보이는 ‘믿음’이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는 여전히 명곡이지만 분노란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피해의식’ ‘나의 일’ ‘너의 일’을 연이어서 들으면 아주 우아하고 고고하게 상대를 비웃어주는 기분을 대리 만족 할 수 있다. 가사도 어찌나 문학적이면서 지독한지.
4 용재 오닐의 <솔로> 이 앨범을 들으면서 미처 몰랐던 비올라의 매력을 알게 됐다. 전곡이 무반주 비올라 독주로만 이루어져서 비올라의 음색 자체에 푹 빠질 수 있다. 너무 밝거나 경쾌한 연주는 아니지만,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거나 잘 듣지 않았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만큼 편안하고 잔잔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By 박세라 주얼리 디자이너
1 <카모메 식당> 생활 속의 작은 ‘의식’들이 일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삶을 특별한 것으로 만든다. 그것을 내게 알려준 것은 <심플하게 산다>의 도미니크 로로가 아니라 영화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였다. 조국을 떠나 헬싱키 어느 골목에 갈매기란 이름의 작은 식당을 차린 그녀. 그릇의 물기를 닦는 손길 한 자락, 생선을 구울 때의 무심한 ‘태’조차 정갈한 사치에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건강하고 예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식당과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북유럽의 아름다운 풍경 또한 마음을 정갈하게 가라앉힌다.
2 <오만과 편견> 절벽 끝에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선 키라 나이틀리의 모습 너머로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선율이 흘러들 때면 요동치는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화면 가득히 대자연의 공간감을 살린 장면 장면과 그에 응수하는 다리오 마리오넬리의 음악은 아름답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3 김광민의 <지구에서 온 편지> ‘뉴에이지 음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김광민의 피아노곡은 잔잔하고 예쁘장하기만 하지 않다. 청아하지만 때론 비극적이고 간결하지만 풍부하고 담담하지만 유장하다. 우리 마음속의 희로애락이 그렇듯이.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으며 많이 웃고, 많이 위로받고, 또 많이 울었다.
4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스물을 갓 넘겼을 때에도 그녀의 음색에선 ‘내가 인생 좀 알아’ 하는 인상이 풍겼다. 그래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뭐 하나 허투루 들리는 멜로디가 없었고, 한 번을 들어도 깊은 잔상을 남기곤 했다. 사람들이 괴로울 때면 진한 술을 찾는 이유가 뭔지 알려준 음악이 바로 이 앨범에 있다.
By 이주희 <이기적 식탁> 저자
1 <록키 호러 픽처쇼> 습한 장마와 사람 잡는 더위에 지친 여름밤, 친구들을 모아 맥주와 스파클링 와인을 잔뜩 쌓아놓고 <록키 호러 픽처쇼>를 함께 본다. 맥주병을 휘두르고 한껏 소리를 질러가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조금은 속이 후련해진다. 이걸 본 후에도 시간이 남는다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추천한다. 모두 나의 여름 파티 단골 영화다.
2 <애니 기븐 선데이> 올리버 스톤 감독의 이 영화는 미식축구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이 화면 밖으로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영화다. 승리보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인간미 넘치는 코치로 분한 알 파치노의 열연이 돋보이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없던 용기도 생겨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3 파블로 카잘스의 <바흐 : 무반주 첼로 조곡> 기분이 바닥을 칠 때면 스페인 출신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LP를 걸어놓고 가만히 앉아 있곤 한다. 요동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으면 어느새 묵직한 첼로 소리에 위로받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파블로 카잘스가 소년 시절, 헌책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를 우연히 발견하고 10년에 걸쳐 연구에 몰두한 끝에 전곡 연주라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만큼이나 멋진 해석이 담긴 곡이다.
4 안토니 앤 더 존슨스의 ‘You are my sister’ 안토니 앤 더 존슨스의 음악들은 대체로 서정적이고 때때로 드라마틱하다. 특히 이 곡의 ‘you are my sister, and I love you. May all of Your dream come true’라고 반복되는 후렴구를 들으면 마음이 짠해진다. 불을 끄고 조용히 되풀이해 듣곤 하는 곡이다.
By 권혜진 파스텔 뮤직 마케팅
1 <와이키키 브라더스> 어릴 적 꿈이 현실이 된 사람과 보통의 삶에 순응하며 이루지 못한 꿈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늘 서로의 평행선에 놓여 있다는 걸 이 영화를 보며 새삼 느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 잡지 못했던, 혹은 놓지 못했던 꿈이 그리움의 대상인 동시에 애증과 희망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자꾸만 곱씹게 된다. 한마디로 어른들의 무채색 동화 같은 영화.
2 <언터처블- 1%의 우정> 전신 불구의 몸인 상위 1%의 백만장자 필립, 그리고 우연히 그의 손발이 되어 24시간 간호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무일푼 백수 드리스. 인종도, 성격도, 처한 상황도 다른 이 두 사람이 과연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될까? 친구와 우정, 그리고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에너지를 가진 영화다. 우울할 때면 가끔 이 영화를 꺼내 보는데 끝날 때쯤이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3 토이의 ‘널 잊게 된 날부터’ 토이가 유명해지기 전에 냈던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인간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든 대중가요에서 항상 다루지만 그때마다 새롭고 슬프고 애절하고 또 추억하게 되는 주제인 사랑을 이 곡은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소위 ‘요즘 음악’들처럼 어떤 기교가 있거나 소리를 가공한 느낌이 없이 깨끗해서 들을 때마다 참 좋다는 생각을 반복한다. 그건 아마도 무엇보다 장필순의 목소리가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4 메르세데스 소사의 ‘Aquellas Pequenas Cosas’ 아르헨티나의 민중 가수인 메르세데스 소사는 나이가 많이 든 후에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왕성한 음악 작업을 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더불어 세상을 관조하는 분위기가 스며 있다. 말 그대로 영혼을 위로하는 느낌이어서 일상이 지칠 때마다 이 곡을 찾게 된다.
By 헤르쯔 아날로그 뮤지션
1 <그로운 업스> 초등학교 시절 농구 팀이었던 5명의 친구들이 예전 코치가 세상을 떠나자 수십 년 만에 재회하는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 조금은 뻔한 스토리여도 평화로운 가족 영화나 동물이 주를 이루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그런 영화가 잘 나오지 않아 서운해하던 차에 기내 영화에서 발견한 작품이다. 아담 샌들러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보는 내내 훈훈하고 유쾌한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영화다.
2 <마린> 프랑스 여배우 멜라니 로랑이 감독하고 주연한 영화 <마린>. 떠나야 하는 사랑, 떠나 보내야 하는 사랑, 남겨진 사랑 등을 지켜보고 겪어내며 세상을 향해 닫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간다는 줄거리인데, 보는 내내 정말 엉엉 울었다. 감정선을 무척 섬세하게 표현한 영화라 보다 보면 점점 주인공에 동화되고 그들의 심정이 이해되면서 자기 자신까지 치유되는 그런 영화다.
3 제임스 테일러 ‘You’ve got a friend’ 음악을 만들 때면 대부분 장시간을 혼자 보내 외로움과 우울함에 빠져 지낼 때가 많다. 그러다 한계에 다다랐다 싶을 땐 집 안의 창문을 전부 열고 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는다. 이 곡은 1971년에 발표되자마자 1위를 기록하고 그래미 어워드도 받았다. 한때는 그 사실이 나뿐만이 아닌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필요로 할 만큼 외로워하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 같아 도리어 위안을 받기도 했다.
4 퀸시 존스 ‘The First Letter’ 연주곡들은 가사가 없어서 그런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이든 위로가 필요할 때면 가사 있는 곡보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마음을 관통하곤 하는데, ‘The first letter’는 내게 그런 역할을 한다. 영화 <컬러 퍼플>의 OST에 수록된 곡인데 너무 좋은 영화라고 주변에서 많이 추천을 받았지만 이 곡에 대한 환상을 깨버릴까 봐 아직 보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내겐 소중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