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밤, 유유히 흐르다
2013 서울 등축제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빛은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마력이 있다. 지난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 불꽃축제에는 100만여 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모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금세 사라져버린 불꽃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11월 1일부터 청계천에서 열리는 2013 서울 등축제를 기다려보자.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서울 등축제는 늦가을 밤 청계천 일대를 환하게 밝히는 등을 주제로 펼쳐지는 축제다. 화려함의 절정을 뽐내는 불꽃과 달리 유등의 아름다움은 보다 낭만적이고 은은하다. 청계광장과 삼일교를 잇는 900미터의 물길을 따라 각종 모양의 등이 떠내려오는 풍경은 마치 선녀가 내려온다던 전래 동화의 한 장면 같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한성백제 천년의 꿈’. 서울은 678년이라는 백제 전체 역사에서 493년간 수도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백제의 역사를 우리나라 전통 등 제작 기법으로 재현해 서울 시민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2000년이라는 서울의 오랜 역사와 가치를 알릴 계획. 기원전 18년, 건국의 문을 연 온조대왕부터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한 용맹한 면모의 백제인, 치열했던 황산벌 전투에 이은 최후의 결사 항전까지 백제의 역사가 아름다운 빛 그림으로 그려진다. 부대 행사도 다양하다. 한국의 전통 등은 물론 해외 각국에서 온 등 3만여점이 함께 전시돼 청계천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밝히고, 시민들이 직접 희망등과 소망리본을 만들어보는 등 각종 참여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우리나라의 등축제의 기원은 통일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경문왕 6년 정월 보름 황룡사에서 개최한 연등회에 왕이 참석했다’는 대목이 남아있다. 이후 고려 시대에 불교가 널리 퍼지며 연등회를 주관하는 기관이 생겼고, 유교가 국시였던 조선 시대에는 민간의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서울 종로에서 열리는 ‘종가관등’이라는 등축제가 ‘한도십영(서울의 아름다운 풍경 중 10가지)’에 꼽히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는 현재까지 내려와 전국 각지에서 유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서울 등축제 역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늦가을 밤, 물 위를 유유히 흐르는 등불만큼 설레게 하는 풍경이 또 있을까. 옛사람들이 그랬듯 청계천 산책로에 나가 거대한 불빛의 행렬을 바라보자. 어느새 당신의 마음속을 밝혀줄 불 하나가 켜질지도 모를 일이다.
에디터 홍혜원 문의 02-6925-0777 seoullantern.visitseoul.net
1, 2 ‘서울의 뿌리, 선조의 생활상’을 주제로 개최된 2012년 서울 등축제의 풍경
서울에서 만나는 열린 예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2013년 11월 12일, 그토록 기다리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드디어 공식 개관한다.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이곳에서 예술의 씨앗이 싹트고 꽃이 만발할 것이다.
에디터 홍혜원 자료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OECD 가입국 수도 중 유일하게 서울에만 없는 시설은 무엇일까. 답은 도심에 위치한 국립미술관이다. 물론 경기도 과천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산자락 깊숙이 자리한 그곳을 찾기란 마음처럼 쉽지 않다. 혹자는 유럽 어느 나라를 여행한 후 가장 부러웠던 것은 마치 제 집인 양 미술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의 척박한 문화적 환경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아도 좋겠다. 마침내 11월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이 개관하니 말이다.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경복궁 앞, 그동안 커다란 장막에 가려져 궁금증을 자아내던 건물이 그 모습을 살짝 드러냈다. 2010년 7월 첫 삽을 뜬 이래로 3년 만이다. 지난해 일어난 화재 사건으로 애초보다 완공은 늦어졌지만 올 7월경 준공이 마무리된 상태로, 별도의 준공식 없이 바로 11월에 개관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서울관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문을 열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이 뜨겁다. 수도 서울의 예술적 거점이 될 그곳을 한 걸음 먼저 찾아가 보았다.
무형의 미술관
베일을 걷은 서울관의 풍경은 오묘했다. 현대미술관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인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이나 영국 테이트 모던과는 전혀 다르다. 근대식 벽돌 건물과 조선 시대의 기와집, 네모반듯한 모던한 건물이 한데 뒤섞여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서울관이 이런 모습을 띠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우연이기도, 그리고 필연이기도 하다.서울관이 들어선 곳은 종로구 소격동 165번지 옛 기무사 터. 예전에는 국군보안사령부라 불리던 이곳은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적 장소다. 1920년 세워진 기무사 본관 건물을 중심으로 맞은편에는 경복궁이 마주했다. 공교롭게도 공사 도중 부지 내에서 조선 시대 왕실가의 사무를 보던 건물인 종친부가 발견되기도 했다. 서울관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기로 결정한다. 기무사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종친부 건물은 복원했으며 예스런 주위 건축물에 맞춰 3층 건물로 높이를 낮췄다.
서울관의 설계를 맡은 홍익대 민현준 교수는 이곳의 콘셉트를 ‘무형의 미술관(Shapeless Museum)’으로 잡았다. 튀는 형태로 자신을 주장하는 건축물이 아니라, 주변 역사적 유물들의 배경이 되는 미술관,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듯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간을 지향한 것. 그래서일까. 서울관은 위용을 뽐내는 고고한 미술관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의 편안함이 자리했다.
군도의 미술관
“키워드는 마당이다. 여러 개의 마당을 중심으로 건축물을 배치했다. 삼청동이나 인사동, 북촌의 골목길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발길이 이어지도록 출입구를 여러 곳에 배치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미술관 주변의 골목길은 설치 작품 등을 선보이는 전시 공간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무사가 지닌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공원 같은 미술관이 될 것이다.”
건축가의 말처럼, 서울관의 입구와 출구를 찾기란 꽤 어렵다. 딱히 미술관의 구획이나 담장이 없으며, 널찍한 마당에 드문드문 건물이 들어서 있기에 어디에서든 들고 날 수 있게 개방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미술관인지 조차도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실제로 이곳은 2만 7264㎡의 대지 위에 7개의 건축물이 여섯 개의 마당에 각각 나뉘어 위치하고 있다. 건축물은 전시장뿐 아니라 영화관과 도서관, 레스토랑, 강의실 등 다목적으로 사용된다. 미술관이라기보다는 복합 문화 공간에 가깝다. 이른바 ‘군도형 미술관’으로 불리는 이곳은 마치 흩어진 섬처럼 자리한 각 공간들을 관람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찾아갈 수 있다. 정해진 동선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다 보면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일까. 군도의 섬에서는 육지보다 바다가 더 잘 보이는 것처럼, 서울관에서 돋보이는 것은 건축물보다 마당이다. 종친부 건물 앞의 널찍한 마당부터 삼청동 길로 열린 마당, 북촌으로 통하는 도서관 마당을 걸으면 도심 속에서 느끼기 힘든 여유가 느껴진다. 어느 방향에서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는 서울관이 ‘열린 미술관’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작품에 관심이 없더라도 시민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곳, 영화를 보거나 커피 한 잔을 마시러 와도 좋은 곳이 되길 꿈꾸는 공간이다.
1 11월 12일 개관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경
2 실험적인 공연과 퍼포먼스 등의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멀티프로젝트홀
3 종친부 건물은 미술관 가운데 그대로 복원했다
그리고 모두를 위한 미술관
서울관의 개관에 따라 기존의 과천관과 덕수궁관 등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3곳의 미술관은 각각 뚜렷한 개성을 띠게 되었다. 서울관은 오늘날의 현대미술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인근 북촌 일대에 모인 미술관을 하나로 묶는 예술의 거점으로서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과천관은 한국의 현대미술을 위한 장소로 원로 작가회고전과 청년 작가 지원전 등 국내 작가들을 위한 전시를 담당하고 주요 작품을 보관, 관리하는 수장고의 역할을 겸한다. 덕수궁관은 궁이라는 특성에 맞춰 국내외 근대미술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서울관 개관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춤으로써 국립현대미술관의 거대한 그림은 드디어 완성되었다.
서울관은 한국의 대표적인 전시 장소이자 시민들이 자유롭게 예술의 혜택을 누리는 장소가 되길 꿈꾼다. 미술관의 순수한 기능을 유지하되,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일상 속 친근한 공간. 이곳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11월 12일, 결과는 시민들의 몫으로 넘어왔다.
1 미술관 너머로 보이는 종친부 건물. 원형 그대로를 살렸다.
2 예술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영화관
3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미술관의 모습
4 ⓒMarcus Leith and Andrew Dunkly, 영국 테이트 미술관
서울관 개관을 기념하는 4가지 전시
※ <연결_전개>展
11월 12일부터 시작되는 개관 기념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인도 등 해외 유수 미술관의 큐레이터들과 함께 각 나라의 독창적 작가와 그 작품을 만나본다. 향후 서울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시간.
※ <미술관의 탄생 : 장기 건립 기록>展
서울관 건립 주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서울관의 변화 과정을 독특하고도 예술적으로 선보인다.
※ <알레프 프로젝트>展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소통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형식의 전시. 다양성과 다원주의, 복합적인 문화의 가치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보여준다. 서울관이 지향하는 콘셉트인 다양하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 <소장품 특별 주제>展
미술관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소장품. 새로운 미술관 개관을 맞이해 지난 50여 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컬렉션 한 주요 소장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한다.
문의 02-3701-9500 www.mmca.go.kr/seoul
코미디 뮤지컬의 고전을 만나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화려한 볼거리와 신나는 음악, 현란한 춤과 해피 엔딩의 스토리…. 다양한 뮤지컬 장르가 존재하는 오늘날에도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뮤지컬의 공식이다. 쇼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아가씨와 건달들>은 뮤지컬의 모든 흥겨운 요소를 갖춘 모범 답안과도 같은 작품.
지난 2011년 새로워진 캐릭터와 스토리로 5만 6천 관객에게 선택받은 브로드웨이 정통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이 11월, 2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아온다. 1929년 미국 화려한 뉴욕의 밤을 배경으로 네 명의 청춘 남녀가 사랑과 명예, 꿈을 걸고 벌이는 인생 승부를 화려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위트 있는 대사와 경쾌한 음악, 공감도 높은 스토리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의 고전이다. 고전이라는 이름답게 <아가씨와 건달들>은 주옥같은 기록들을 남겼다. 1950년 뉴욕 초연당시 무려 1200회의 장기 공연을 기록한 이래로 매번 그 기록을 깨며 신화를 써나갔고, 국내에서도 1983년 초연 이래로 최다, 최장기 공연 신기록을 수립하며 국내 뮤지컬을 활성화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번 공연에는 검증된 실력으로 주목받는 뮤지컬 배우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특히 뉴욕 최고의 승부사이자 예상치 못한 사랑에 빠진 풍운아 ‘스카이’ 역에는 류수영이 캐스팅됐다. 이번 <아가씨와 건달들>을 통해 뮤지컬에 데뷔하는 그는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스타 김다현과 배우 송원근 또한 스카이 역으로 함께 열연한다. 선교에 몰두하고 있지만 자유분방한 반전 매력의 여주인공 ‘사라’ 역은 드라마와 뮤지컬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지우와 이하늬가 맡았다. 또 도박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네이슨’ 역은 개성 강한 중년 스타 배우 박준규가 출연한다.
이처럼 2013년판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누구도 예상 못한 파격적인 캐스팅과 더욱 새로워진 캐릭터, 그리고 쇼 뮤지컬이 선사하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고전을 비튼 현대적인 유머로 다시 한 번 정통 뮤지컬의 흥행 돌풍을 일으킬 예정이다. 뉴욕의 극평가 에릭 벤트리는 ‘시선을 고정시키는 빠른 템포와 스펙터클한 무대장치, 현란한 춤과 음악으로 대중을 매혹시키는, 보통 사람들이 즐길 만한 오락물’로서 이 작품을 미국 뮤지컬의 고전으로 꼽았다. 그의 말처럼, 유쾌한 도박꾼과 화려한 쇼걸들이 안내하는 진짜 뮤지컬의 세계로 그저 몸을 맡겨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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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일 시 2013년 11월 1일~2014년 1월 5일
출 연 김다현, 류수영, 송원근, 이하늬, 김지우 외 다수
관람 등급 만 7세 이상
관람 시간 150분(인터미션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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