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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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호

1 내외부의 구분 없이 유기적인 공간으로 이뤄진 인천아트플랫폼의 외부 전경 / 2 낡은 건축물에 유리를 덧대어 현대적 미와 조화시킨 건물 / 3 창고의 뼈대를 그대로 살려 거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전시장 내부
우리 모두를 위한 예술
인천아트플랫폼


현대화란 이름으로 쇠퇴한 옛 도시를 콘크리트로 덮어버리는 오늘날,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살려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 있다. 낡은 부두 창고는 어느새 젊은 예술가의 보금자리이자 지역 주민이 모여드는 사랑방으로 변신했다. 바로 지금,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에디터 홍혜원 사진 이문규


도시도 인간의 삶과 다를 바 없이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제아무리 화려한 영광을 자랑하며 위세를 떨쳤다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이 바래기 마련인 것이다. 그동안 슬럼화된 구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재건축을 통해 과거의 흔적을 모두 없애버리거나, 영영 방치해버리거나. 구도심의 재생과 복원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가치를 주목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과거의 유산을 간직한 채 오늘날의 필요와 접목시키는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유럽에서 먼저 시도되었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던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변신시킨 영국의 ‘테이트 모던’, 폐광산을 활용한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등이 그 사례다. 스페인의 광산 도시 빌바오는 뉴욕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해 쇠락했던 도시 전체가 부활하기도 했다. 낡은 부두 창고를 개조해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인천아트플랫폼이 이제 그 뒤를 이을 차례다.

쇠락한 도시의 예술적 변신
인천아트플랫폼이 자리 잡은 인천 중구 해안동 일대는 우리에게는 차이나타운으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1883년 개항 이후 건립된 건축 문화재 및 1930~4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근대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이곳은 한때 다양한 외국 문물이 들어오는 개항장으로 번영했던 중심지였으나, 이후 쇠락의 길을 걸으며 최근까지만 해도 감추고 싶은 불행한 과거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구도심을 재생하자는 움직임에 따라 근대건축 기술과 역사를 그대로 기록한 이 지역의 가치는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천아트플랫폼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해안동 1가 옛 창고 지대를 리모델링한 이곳은 복합 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국내 현존하는 근대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구 일본우선주식회사를 비롯해 대한통운 창고 건물과 삼우인쇄소, 대진상사, 양문교회, 영광슈퍼 등이 인천아트플랫폼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인 것. 각각의 건물은 작가들이 직접 거주하는 창작 스튜디오와 공방, 전시장과 공연장, 아카이브와 교육장 등으로 변신했다. 마치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을 연상시키는 이곳에서, 그동안 시립미술관 하나 없던 척박한 인천에 문화 예술의 첫 싹을 틔우게 될 것이다.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태생적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예술 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인천아트플랫폼의 프로그램은 난해하고 어렵다기보다는 누구나 접근하기 쉽도록 구성돼 있다. 개관 무렵 진행된 시민 참여형 사진전이 좋은 예다. 121년 만에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인천아트플랫폼의 역사를 기념하며 일회용 카메라 121개를 작가, 시민, 환경미화원, 아트플랫폼 관장과 직원 등에게 나눠준 것. 그들이 각자 담아 온 인천의 모습은 그대로 작품이 되어 전시장에 걸렸다. 이렇듯 이곳에서는 시민 참여형 전시와 공연, 교육 프로그램 등 예술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작가와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인 레지던시 건물만 제외하면, 어디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개방된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종종 보인다. 예술 순혈주의자에게는 다소 불편한 장면일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그조차도 유쾌한 그림이 된다. 방문한 사람 누구나 스스로 예술의 창작자이자 그 결과물이 되는 곳. 이처럼 외면하고 싶던 어둡고 낡은 거리는 예술의 옷을 입고 도시에 발랄한 생기를 불어넣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쇠락한 도시가 얼마만큼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실험은 현재진행 중이다.

1 내외부의 구분 없이 유기적인 공간으로 이뤄진 인천아트플랫폼의 외부 전경
2 낡은 건축물에 유리를 덧대어 현대적 미와 조화시킨 건물
3 창고의 뼈대를 그대로 살려 거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전시장 내부

주소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
문의 032-760-1000 www.inartplatform.kr
뮤지컬 스팸어랏
6월은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특히 기쁜 한 달이 될 듯하다. 작품성 흥행성, 모두를 인정받은 다양한 뮤지컬이 관객을 기다린다. 강력한 웃음으로 무장한 코미디부터 더위를 잊게 할 스릴러와 휴먼 스토리까지. 다시 보기 힘든 특급 무대의 향연이 이어진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코믹 뮤지컬
뮤지컬 <스팸어랏>


“인생 별거 없죠, 웃어봐요! 너무 고민 말아요, 어차피 다 죽죠. 마지막 인사는 웃음과 함께! 실패한 건 잊고 툭툭 털고 일어나 즐겨요, 즐길 수 있을 때.” –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 뮤지컬 <스팸어랏> 中 노래가사처럼 낙천적이고 긍정의 에너지를 듬뿍 담은 뮤지컬이 온다. 바‘웃기기 위해 태어난 뮤지컬’을 표방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단번에 풀어줄 <스팸어랏>이다. 5월 16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더욱 강력해진 코미디와 새로운 캐스팅으로 관객들에게 웃음 폭탄을 선사할 예정이다.
성배를 찾아 나선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스팸어랏>은 영국 유명 코미디 그룹인 몬티 파이톤의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톤과 성배>를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스팸어랏’이라는 제목부터 코믹하고 풍자적인 극의 성격이 느껴진다. 스팸메일의 ‘스팸’과 아서왕이 사는 ‘캐멀럿’ 성을 합친 ‘스패멀럿’의 발음이 ‘스팸으로 가득 찼다(spam a lot)’는 문장과 비슷한 것에서 이름을 따온 것.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총 1,575회 공연된 이 작품은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이미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를 검증받았다. 객석 점유율 101% 이상, 사전 판매율 1위를 달리며 ‘가장 잘 팔리는 티켓’으로 기록되었으며, 초연 당시 토니상 14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최우수 뮤지컬상을 비롯해 총 3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뮤지컬 <스팸어랏>은 아서왕의 전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의 어두운 면을 유쾌한 시선으로 짚어내는 파이톤풍(Pythonesque)의 풍자와 패러디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공연 역시 추가된 패러디와 국내 실정에 맞춰 대폭 강화된 웃음 코드로 한층 새로워진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뮤지컬에 대한 패러디가 곳곳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이 작품들의 한국 공연에 참여했던 윤영석(<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과 서영주(<맨 오브 라만차>), 이훈진(<맨 오브 라만차>), 고은성(<지킬 앤 하이드>)이 합류, 태연한 모습으로 코믹함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코미디언 정준하가 새롭게 아서왕 역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전의 공연을 관람했던 마니아들이라면 곳곳에 숨겨진 웃음 포인트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음은 물론 처음 관람하는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유머가 가득 포진해 있다.
때로는 웅장하고 심각한 스토리보다 실컷 웃을 수 있는 농담 하나가 더 위로가 되는 법.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이번 공연과 함께 유쾌한 힐링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뮤지컬 <스팸어랏>
일시 2013년 5월 16일(목) ~ 2013년 9월 1일(일) / 화~금 오후 8시 / 토 3시, 7시 / 일, 공휴일 2시, 6시(월 쉼)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입장료 R석 8만 8천원 플래티늄 카드 회원(e-플래티늄 제외) 최대 25% 할인
예매 및 문의 라운.G 컬처 1577- 4388 cultureloung.bccard.com
뮤지컬 잭 더 리퍼 / 뮤지컬 헤드윅 2013
세기를 초월한 핏빛 로맨스
뮤지컬 <잭 더 리퍼>


2012년, 일본에 진출해 최고의 흥행 기록을 수립하며 뮤지컬의 한류 바람을 이끈 <잭 더 리퍼>가 이번에는 국내 관객을 찾는다. 5월 29일 성남아트센터 대극장을 시작으로 7월 16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공연까지 대장정이 펼쳐질 예정. 1888년 런던 화이트채플에서 실제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잭 더 리퍼>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극적 반전, 역동적인 무대와 격렬한 음악으로 제대로 된 스릴러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고품격 뮤지컬이다. <잭 더 리퍼>는 원래 체코에서 만든 소극장 작품이었으나, 국내 제작진에 의해 재창작을 거쳐 대극장용 블록버스터로 환골탈태 했다. 유례없이 입석 티켓까지 판매됐던 일본에서도 원작인 체코판이 아닌 한국어 버전으로 공연했다. 이번 공연에는 신성우, 성민(슈퍼주니어), 소냐 등 고정 멤버에 가수 정동하, 이창민(2AM) 등이 합세해 최강의 캐스팅을 선보인다. 원작을 뛰어넘는 세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명성을 직접 확인해볼 절호의 기회.

뮤지컬<잭 더 리퍼> - 성남
일시 2013년 5월 29일(수) ~ 2013년 6월 30일(일) / 화, 수, 목 오후 8시 / 금, 토 4시, 8시 / 일, 공휴일 3시 7시(월 쉼)
※ 세부 공연 일정 홈페이지 참조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입장료 VIP석 13만원 플래티늄 카드 회원(e-플래티늄 제외) 최대 45% 할인
예매 및 문의 라운.G 컬처 1577- 4388 cultureloung.bccard.com
스타 조승우의 화려한 귀환
뮤지컬 <헤드윅 2013>


출연 공연 전 회 매진이라는 신화를 남기며 그 자체로 <헤드윅>을 떠올리게 하는 배우 조승우, 그가 돌아온다. 6월 8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금세기 최고의 스타일리시 록 뮤지컬로 꼽히는 <헤드윅>이 시즌 8번째 문을 여는 것. 오는 9월 8일까지 계속될 이번 공연에서는 6년 만에 돌아온 조승우는 물론 또 한 명의 뮤지컬 스타 송창의가 헤드윅 역으로 더블 캐스팅되었다. 특히 조승우는 본인이 직접 <헤드윅> 출연을 자처하며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 복귀를 선언,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작품의 높은 매력을 증명했다.
지금까지 7번의 시즌을 거치며 통산 1,300여 회 전 석 기립, 수백 회의 전 석 매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헤드윅>은 트랜스젠더 록가수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특이한 전개 방식의 뮤지컬이다. 성소수자의 슬픔을 지닌 헤드윅의 기구한 인생행로를 쫓아가다 보면, 처음에 느꼈던 생소함이 이내 애절함으로 다가온다. 진정한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뮤지컬 <헤드윅 2013>
일시 2013년 6월 8일(토) ~ 2013년 7월 21일(일) / 화~목 오후 8시 / 금 7시, 9시 30분 / 토 3시, 6시, 9시 / 일 3시, 6시(월 쉼)
장소 삼성동 백암아트홀
입장료 R석 6만 6천원 플래티늄 카드 회원(e-플래티늄 제외) 최대 5% 할인
예매 및 문의 라운.G 컬처 1577- 4388 cultureloung.bccard.com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복수를 넘어선 사랑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관객들의 끊임없는 요청으로 2년 만에 앙코르 공연을 올리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2010년 국내 초연 당시 8주 연속 공연 예매 순위 정상을 차지했던 공연이다. 최근에 공개된 포스터 역시 거센 파도를 가르고 화려하게 귀환한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모습을 담아 앙코르 공연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자아낸다. 가슴 아픈 사랑, 음모와 배신, 처절한 복수, 감동의 용서를 담아낸 탄탄하면서 긴장감 있는 드라마에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지킬 앤 하이드>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유명한 브로드웨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애절하고 웅장한 감성적인 선율의 음악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나폴레옹의 밀서를 전달하려고 했다는 정치적 음모와 친구들의 배신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채 14년간 감옥에 갇힌 에드몽 당테스가 극적으로 탈옥한 뒤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을 속여 자신을 음해한 이들을 파멸시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18권에 달하는 알렉상드르 뒤마 원작을 2시간여 분량으로 압축시킨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감옥에서 탈출한 주인공의 모험과 복수극이 펼쳐지는 무대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실감 나는 무대 디자인과 다채로운 영상을 통해 동굴과 해적선, 보물섬, 로마의 축제 등의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며,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실감 나게 펼쳐지는 3D 입체 영상을 더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극 중 인물들의 검술 장면이 더해져 긴장감을 더한다.
이번 앙코르 공연에는 유럽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등을 한국 관객의 정서에 꼭 맞게 연출해 호평받은 로버트 요한슨이 연출 슈퍼바이저로 참여해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윤공주, 정재은이 몬테크리스토가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를 맡는 등 최고의 뮤지컬 스타부터 새롭게 떠오르는 신예 뮤지컬 배우까지 다채로운 캐스팅으로 다양한 매력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6월 특별 할인 비씨 VIP 카드 20% 할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일시 2013년 6월 8일 ~ 8월 4일
장소 충무아트홀 대극장
출연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윤공주, 정재은, 최민철 등
관람 등급 만 7세 이상
관람 시간 120분
비씨카드 VIP 회원 공연 예매 전용 상담 센터 1544-9210
앤서니 브라운이 그리는 세상
앤서니 브라운이 그리는 세상

사람이 어떤 대상을 그릴 때면 자신과 닮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도 그랬다. 섬세하고 냉철하지만, 줄곧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는 자신이 그린 동화 속 캐릭터와 퍽 닮아 있었다. 지난 5월 신간 <꼬마곰과 프리다>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 선보이기 위해 내한한 그를 만났다.
에디터 홍혜원 사진 이현구


동화책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 호기심에 그의 책을 무심코 펼쳤다가는 조금 놀랄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소녀가 왕자님을 만나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라는 결말은 그의 책에서 찾아볼 수 없으니. 그의 대표작인 <돼지책>을 보자. 아빠와 두 아들을 업고 힘겨워하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부터 남다르다. 책장을 넘길수록 내용은 더욱 파격적으로 변한다. ‘아주 중요한’ 회사에 다니는 아빠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은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엄마에게 모든 일을 미룬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힘겨워하던 엄마는 결국 집을 나가고, 가사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진 집 안은 곧 돼지우리처럼 변한다. 결말은 더욱 무시무시하다. 어느새 아빠와 아이들이 진짜 세 마리 돼지로 변해버리고만 것. 이렇듯 현실 풍자적인 스토리와 예술적인 그림체를 선보이는 그의 작품은 ‘동화란 어린아이들이나 보는 책’이라는 편견을 깨고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철학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샀다가 엄마가 반해버렸다는 고백이 종종 들릴 정도다.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동화작가이자 어린이 책 편집자들이 최고의 동화작가로로 손꼽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한국을 찾았다.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리고자 하는 세상은 어떤 것이냐고.

당신이 그리는 세상은 무척 진지하고 사실적이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기에는 다소 난해해 보이는데.
내 책에 대해 어려운 것 같다고 말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영리하고 상황 파악이 빠르다.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책을 보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소화한다. 나는 아이들과 이야기하기를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때로는 그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더 깊게 내 책의 핵심을 파악하고 어른들이 놓치는 부분을 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내가 단지 아이들만을 위해 동화책을 그리는 건 아니다.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나이와 상관없이 세월이 흘러도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가치 있는 책이 되길 원한다. 모든 독자들이 내 책에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처음에는 ‘지금은 그림책을 그리지만 나중에는 순수 미술을 하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하다 보니 그림책이야말로 어느 미술보다 가장 순수한(Pure) 분야란 걸 깨닫게 되었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리는 세상
소위 말해 있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많은 의미를 내포한 듯 보이는 당신의 책은 한국에서 이미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어떤가.
한국에서 책이 많이 팔린다는 건 안다.(웃음) 한국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 올 때마다 즐거운 기분이 든다.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길에서 나를 알아보고 사인해 달라는 아이들을 만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다가왔다는 점이 매우 즐거웠다. 실은 세계 어디를 가도 어른들보다는 아이들 만나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하고.

동화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처음부터 동화작가였던 건 아니고, 아주 우연히 이 길로 들어섰다.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워낙 실력이 별로였다.(웃음) 맨 처음가진 직업은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였는데, 수술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이었다. 다른 걸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다양한 일러스트 작업을 하다가 카드를 그리는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만든 카드를 출판사에 보냈는데, 그중 한 군데서 연락이 오면서 동화작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지금은 그림책을 그리지만 나중에는 순수 미술을 하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하다 보니 그림책이야말로 어느 미술보다 가장 순수한(Pure) 분야란 걸 깨닫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는다고 들었다. 어린 시절 당신은 어떤 아이였고 어떤 경험들이 기억에 남는가.
나는 아직도 내 자신이 나이 많은 어린이라고 생각한다.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그 당시 그린 그림을 보면 또래보다 섬세한 면이 많은 편이었던 것 같다. 6살 무렵에 굉장히 세밀하게 그린 꽃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작품에 사용하곤 한다.
운이 좋게도 내가 어렸을 때는 맥주 바에 몰래 숨어 놀 수 있었다. 한때 아버지가 직접 맥주 바를 운영하기도 해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참 많이 훔쳐 들었다.(웃음) 우스꽝스러운 상상을 많이 하고 그걸 그림으로 그리곤 했는데, 형과 함께 ‘셰이프 게임’이라는 우리가 직접 고안해낸 놀이를 즐겼다. 나는 아직까지도 이 게임을 좋아한다. 첫 번째 참여자가 종이 위에 아무 모양이나 한 가지를 그리면 다음 사람이 그 위에 상상력으로 그림을 덧그리는 걸 반복하는 방식이다. 상상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친구를 사귀기에도 좋다.(그는 덴마크의 동화작가인 아내 한나와 셰이프 게임을 통해 만났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그림책을 꼽는다면.
내 기준으로 따지자면 내가 어렸을 때 제대로 된 그림책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그림이 그려진 이야기책이 있었을 뿐.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작가 모리스 샌닥 이후부터 진정한 의미의 그림책을 논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영감을 주고 나를 매료시켰던 책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동화작가가 된 뒤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를 그리게 되었는데, 잘 알려진 존 테니얼의 삽화와는 다르게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루이스 캐럴 특유의 말장난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 등등. 사실 루이스 캐럴은 존 테니얼의 삽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신의 작품에는 유독 고릴라가 자주 등장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당신의 작품 제목이 <고릴라>이기도 하고, 이 작품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독 고릴라를 아끼는 이유가 있는가.
고릴라는 참 근사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고릴라를 보면 내가 열일곱 살 때 돌아가진 아버지가 떠오르는데, 힘이 세면서도 온화한 성격이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 아버지는 스포츠를 좋아했고 2차 세계대전에서 군인으로 참전한, 건장한 체격을 지닌 점잖은 분이었다. 주로 엄하게 대하셨지만 종종 나를 무릎에 앉혀놓고 시를 읽어주는 감성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한 번은 고릴라가 토마토 껍질을 조심스레 벗기는 장면을 봤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고릴라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눈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당신의 작품은 특유의 차갑고 기묘했던 초기작들과 달리 많이 따뜻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나이를 먹으면서 유연해지는 걸까.(웃음) 유복하게 자란 편이긴 하지만 나 역시 현대사회의 가족이 갖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느끼며 살아왔다. 십여 년 전부터는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거리를 발견했고, 이제는 평화로운 공존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점들이 책 내용에도 반영된 모양이다. 원래 <돼지책>은 지금보다 훨씬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처음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여줬더니 ‘너무 무거운 데다가 그로테스크하다’고 말했고 아빠와 아이들이 돼지로 변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흉측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니사실은 그보다 더 심한 말이었다.(웃음) 특히 편집자는 엄마가 언제든 가족을 떠날 수 있다는 결말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작품을 다시 살펴보니 내가 부족했던 것이 웃음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책의 결말을 약간 밝은 쪽으로 수정하고 이후 작품부터는 현실을 보여주되 인간적인 면과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돼지책>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특이한 가족의 사례가 아니라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에서 겪고 있는 현실이지 않나.
실제로도 나는 이웃집 가족을 모델로 책을 썼는데, 그들은 책을 보고도 자기 가족을 보고 그렸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당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점을 깨닫길 바라는가.
한국의 현실은 잘 모르겠는데 요즘 영국의 아이들은 부모와 이야기하는 대신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본다. 부모들은 대개 바쁘고, 놀아줄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이 가족 안에서 따뜻한 관계를 배우지 못한다는 게 슬프다. 나는 아이들이 내 책을 통해 혼자만 외로운 것이 아니라 모두가 외로움을 느끼며, 삶에 대한 희망과 공포를 동일하게 갖고 살아간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 그래서 내 책의 결말은 대개 열린 구조다. 끝을 결정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다양한 상상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길 바란다.

<나도 ‘아티스트’이다>전에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을 비롯한 10명의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그림책 원화와 작품 100여 점이 공개되는 <나도 ‘아티스트’이다>전이 열리고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상징인 ‘고릴라’의 원화들을 볼 수 있다. 작품을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만져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아틀리에도 함께 마련돼 있다.
기간 5월 1일부터 8월 21일까지
장소 일산 고양아람누리 내 갤러리 누리
신청 방법 독자 엽서를 통해 신청한 총 5쌍에게 초대권 증정
1 귀족들의 스포츠로 불리는 폴로는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이미지를 브랜드에 심어주었다. / 2 랄프 로렌 최초의 향수인 ‘폴로 그린’.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아메리칸 클래식의 대명사
Ralph Lauren


“나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랄프 로렌의 이 말은 그가 이끄는 브랜드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우아하고 멋스러운 옷이 바로 랄프 로렌인 것이다. 정식으로 패션을 공부한 적 없는 그가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이끌어나가게 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다. 랄프 로렌이 몹시도 사랑했던, 오래됐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클래식 무비처럼 말이다.
에디터 정윤주 사진 및 자료 제공 랄프로렌


패션을 사랑한 청년, 랄프 로렌
랄프 로렌의 본명은 랄프 루벤 리프시츠다.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그는 1939년, 뉴욕의 서민층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인 브롱크스의 유대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페인트공이었던 아버지의 월급으로 꾸려가는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랄프 로렌의 패션 감각은 학창 시절부터 그와 상관없이 남달랐다. 4남매 중 막내였던 탓에 대부분 형들이 물려준 옷을 입어서 자주 옷을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의 옷만 골라서 샀다. 이런 옷들은 대체로 클래식한 영국 스타일이 대부분이어서 그때부터 랄프 로렌은 클래식의 멋스러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비싼 슈트를 구입하기 위해 방과 후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패션에 열정적이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패션 스쿨에 진학하는 대신 뉴욕 시립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후에 랄프 로렌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브랜드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밤에는 야간 수업을 듣고 낮에는 남성 브랜드인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던 1967년, 그는 넥타이 제조 업체인 보 브럼멜(Beau Brummell)의 넥타이 디자이너가 되면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폴로 패션(Polo Fashion)’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넥타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당시 남성용 넥타이는 폭이 좁은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는데 랄프 로렌의 넥타이는 그보다 4인치나 폭이 넓었다. 처음에는 다들 넓은 디자인을 어색해했지만 곧 좋은 반응을 얻었고, 유명 인사들은 고급 소재를 사용해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폭 넓은 넥타이를 전통적인 상류사회를 상징하는 하나의 코드처럼 여겼다. “옷은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줄 수 있지요. 마치 책의 본문을 읽기 전에 서문을 읽는 것처럼 말입니다.” 랄프 로렌의 이 말처럼 당시 사람들은 그의 옷을 입는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당시 뉴욕 상류층에서는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말을 타며 공을 치는 유럽의 전통 스포츠인 폴로 경기가 유행이었는데 이 스포츠에 큰 매력을 느낀 랄프 로렌은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폴로를 적용하기로 한다. 폴로 경기 중인 선수를 본떠 만든 마크로 미국적인 역사와 전통, 그리고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어필하게 된 것이다. 유대인 느낌이 짙은 이름인 리프시츠를 부르기 쉽고 대중적인 로렌으로 바꾼 것도 이때다.

1 귀족들의 스포츠로 불리는 폴로는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이미지를 브랜드에 심어주었다.
2 랄프 로렌 최초의 향수인 ‘폴로 그린’.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1 2 랄프 로렌의 옷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애니 홀>과 <위대한 개츠비> / 3 4 5 랄프 로렌 여성복의 하이엔드 라인인 랄프 로렌 컬렉션의 2013 S/S 쇼 의상들 / 6 랄프 로렌 브랜드의 시그너처 아이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색색의 폴로셔츠
클래식 앤 엘리건트, 랄프 로렌 스타일
넥타이 사업이 크게 성공하자 랄프 로렌은 1968년, 남성복 시장에 도전하기로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댄디한 영국 신사 이미지의 캐리 그랜트(Cary Grant)와 뮤지컬 배우로 유명한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가 보여준 영화 속 상류층의 클래식한 엘리트 스타일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폴로 바이 랄프 로렌’이란 이름의 남성복 또한 자연스럽게 같은 콘셉트로 진행했다. 맨해튼의 부유한 엘리트들은 랄프 로렌의 남성복에 금세 매료되었고, 같은 해에 랄프 로렌의 여성복 라인도 출시됐다. 남성 셔츠의 재단 라인을 과감히 여성용으로 바꿔 재탄생시킨 셔츠는 아내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디자인한 것인데, 이 역시 남성복처럼 큰 인기를 끌었다.
폴로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폴로셔츠가 등장하게 된 것도 이 즈음이다. 당시에는 라코스테의 피케 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피케 셔츠는 색상이 3가지뿐인 데다 폴리에스테르와 면 혼방이었던 반면 폴로셔츠는 100% 면이면서 색상을 24가지나 선보였다. 단추 3개와 칼라가 단정하게 달려있어 편하면서도 격식 있는 디자인의 폴로셔츠는 미국 남성과 여성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으며 클래식 아이템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
또한 이 셔츠를 출시하면서 랄프 로렌은 처음으로 지금의 폴로 로고를 셔츠 가슴 부위에 수놓기 시작했다. 시즌마다 새로운 트렌드가 도래하는 패션계에서 폴로셔츠는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롱런하며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유행에는 관심이 없다. 내 옷을 입는 사람들은 내 옷을 유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을 초월해 영원히 모두에게 사랑받는 스타일, 언제까지 장수할 수 있는 스타일이 내겐 가장 중요하다.” 이처럼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폴로셔츠는 랄프 로렌의 브랜드 철학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사랑한 랄프 로렌
어릴 때부터 클래식 무비를 사랑했던 랄프 로렌에게 영화 의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1974년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와 1977년 우디 앨런과 다이앤 키튼이 등장하는 영화 <애니 홀>의 의상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배우들이 모두 랄프 로렌을 입고 등장한 두 영화가 크게 흥행하면서 배우들의 의상도 사람들의 눈길을 받게 됐고 더불어 랄프 로렌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거대한 홍보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로버트 레드포드가 입은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한 슈트,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스콧 피츠제럴드 같은 작가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클래식한 스웨터는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연한 핑크색의 모던한 슈트는 ‘개츠비 룩’으로 불리기도 했다. 극 중에서 데이지 역을 맡은 미아 패로가 “오,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들을 본 적이 없어요.”라고 감탄하는 대사가 있을 만큼 1920년대 스타일을 집약한 개츠비의 의상은 성공적이었다. 랄프 로렌 또한 자신을 성장하게 해준 <위대한 개츠비>에서 다시금 영감을 받아 1978년에는 랄프 로렌 최초의 향수인 ‘폴로 그린(Polo Green)’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캐리 멀리건이 주연한 리메이크 버전이 제작된 것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는 지난 2012년 S/S 컬렉션을 <위대한 개츠비> 콘셉트로 디자인해 많은 이들을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타조 깃털을 장식한 드레스, 얇은 실크 팬츠 등 우아하고 섬세한 실루엣의 의상들은 21세기에도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애니 홀>의 다이앤 키튼이 입었던 매니시하면서도 클래식한 의상들도 마찬가지였다. 랄프 로렌의 상징이기도 한 폭 넓은 넥타이, 트위드재킷과 치노 팬츠 등은 1970년대의 복고적인 감성과 랄프 로렌의 스타일링이 어우러져 제대로 멋진 스타일 무비로 완성됐다.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이란 이런 것
현재 랄프 로렌의 라인은 크게 남성, 여성, 어린이, 골프 라인으로 나뉜다. 남성 라인은 맞춤 제작 프로그램인 ‘메이드 투 메저(Made to Measure)’가 있는 퍼플 라벨, 매끄럽게 재단된 슈트와 셔츠가 있는 블랙 라벨, 캐주얼웨어와 액세서리가 있는 폴로 랄프 로렌이 있다. 여성 라인은 가장 하이엔드 컬렉션인 랄프 로렌 컬렉션, 모던한 하이엔드 캐주얼과 여성복이 있는 블랙 라벨, 남성복의 폴로 랄프 로렌과 같은 급인 블루 라벨이 있다. 그리고 유아부터 어린이까지 소화할 수 있는 랄프 로렌 칠드런이 있다. 흔히 랄프 로렌 하면 의류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사실 랄프 로렌은 세컨드 브랜드가 100개가 넘는다. 의류와 액세서리뿐 아니라 욕실 용품, 테이블웨어, 패브릭, 화장품, 심지어 페인트까지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랄프 로렌 홈에는 미국 상류층의 고급 주택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우아한 가구와 침구, 소품들이 가득하다.
향수도 랄프 로렌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1978년에 폴로 그린을 처음으로 발표했고 1998년에는 브랜드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맨스(Romance), 2000년에는 기존의 랄프 로렌 타깃 연령층보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랄프(Ralph)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남성용 향수인 빅 포니의 여성용 버전으로 빅 포니 우먼(Big Pony Woman)을 선보였는데 블루, 옐로, 핑크, 퍼플 4가지 색상으로 각기 다른 매력의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가족을 생각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브랜드
이처럼 거대한 패션 산업의 한가운데 있는 랄프 로렌이지만 사실 그는 주말이면 무조건 가족들과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가정적인 남자다. 그는 콜로라도에 있는 개인 소유 목장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패션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또한 랄프 로렌은 부인인 리키 로렌을 두고 “영원한 나의 뮤즈”라며 아내의 이름을 따서 만든 최고급 악어가죽 백인 리키 백을 제작할 만큼 애처가이기도 하다. 늘 승승장구하는 것만 같은 그에게도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다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1988년에는 뇌종양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암의 고통을 경험한 일을 계기로 유방암 치료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에이즈 감염자 지원 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이와 관련된 ‘핑크 포니’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건강한 삶이 바로 생의 최고의 순간임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아마도 그런 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랄프 로렌 아닐까?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옷이 마련되어 있고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옷은 그리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1 2 랄프 로렌의 옷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애니 홀>과 <위대한 개츠비>
3 4 5 랄프 로렌 여성복의 하이엔드 라인인 랄프 로렌 컬렉션의 2013 S/S 쇼 의상들
6 랄프 로렌 브랜드의 시그너처 아이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색색의 폴로셔츠
스와로브스키, 2013 바젤 월드 신제품 공개 손목 위의 크리스털을 만나다
1 새롭게 선보인 스와로브스키의2013년 신제품 피아자 미니 워치 / 2 60개의 투명 크리스털이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장식한 인디라 워치
스와로브스키, 2013 바젤 월드 신제품 공개
손목 위의 크리스털을 만나다


2013 바젤 월드에서 만난 스와로브스키. 세계적 건축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부스에서 워치 신제품 ‘인디라’와 ‘피아자 미니’가 공개됐다. 바젤 월드의 주인공이 된 화려한 자태를 만나보자.
에디터 이윤정 자료 제공 스와로브스키 코리아 1661-9096 www.swarovski.com


118년 전통의 오스트리아 프리미엄 패션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Swarovski)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13 바젤 월드(Basel World)’에 참가했다.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스와로브스키의 이번 부스는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도쿠진 요시오카’가 디자인을 맡았다. 크리스털로 된 꿈의 세계를 뜻하는 ‘윙스 오브 스파클(Wings of Sparkle)’을 테마로, 마치 백조가 호수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한 자태를 25만 개의 미러형 반사체와 2만 3천여 개의 Led 조명으로 재현했다. 아름다운 부스에서 선보인 스와로브스키의 신제품은 남성 및 여성 워치 컬렉션과 패션 주얼리 컬렉션. 특히 워치 제품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스위스 시계 기술에 스와로브스키만의 크리스털 커팅 공법을 접목해 큰 관심을 모았다.
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스와로브스키의 2013년 신제품 워치는 ‘인디라’와 ‘피아자 미니’. 여성스러운 라인의 ‘인디라’는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파베 세팅된 크리스털이 포인트로 박혀 있어 일상적으로 편하게 착용이 가능하다. 화려함을 더해줄 ‘피아자 미니’는 280개의 크리스털로 이루어진 메시 스트랩이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좀 더 특별해지고 싶은 날이나 세련된 여성미를 강조하고 싶은 날 포인트로 매치하기 좋다.
‘인디라’와 ‘피아자 미니’는 아름다운 디자인에 완벽한 세공 기술을 더한 스와로브스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워치로 스위스 메이드 워치의 전문성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의 미적인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결합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상의 반짝임을 더해줄 스와로브스키의 새로운 워치 컬렉션은 가로수길 스와로브스키 부티크와 전국 11개 백화점 스와로브스키 매장, 온라인 사이트 등지에서 만날 수 있다.

1 새롭게 선보인 스와로브스키의2013년 신제품 피아자 미니 워치
2 60개의 투명 크리스털이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장식한 인디라 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