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 최정화
More than Words, More than Art
한국에서 가장 독창적인 색채의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아티스트 최정화. 설치 미술, 건축,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 사진 등 전방위 영역에서 활동하는 그에게, 예술이란 세상에서 가장 쉽고 짜릿하며, ‘눈부시게 하찮은’ 놀이이다.
에디터 김일아(프리랜서) / 사진 이혜련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1세대
최정화는 1990년대부터 전 세계 각종 비엔날레와 해외 전시에 참여하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해온 설치미술가이다. 동시에 인테리어, 건축, 무대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는 전방위 예술가이기도 하다.
1987년 한국의 권위적인 미술전인 중앙미술대전으로 데뷔한 그는 예술의 의미를 확장한 한국 현대미술의 1세대이자 1990년대 미술계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어느덧 데뷔 스물여섯 해가 된 예술가는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으로 세상과 거침없이 소통하고 있다. 한국적이면서도 또한 동양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기묘하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촌스럽고 값싸 보이는 알록달록한 소품들은 플라스틱, 이태리타월, 폐현수막, 바구니와 비닐 등 모두 흔해 빠지고 잡다한 시장의 물건들이다. 그는 20년간 전 세계 각지의 시장에서 모아온 플라스틱 바구니로 거대한 탑을 쌓고, 이태리타월을 연결해 형형색색으로 벽전체를 장식한다. 그런가 하면 낡은 플라스틱 의자, 소쿠리, 병따개와 장난감 로봇 등 얻은 것, 받은 것, 주은것 등이 모두 작품 소스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다. 어쩌면 사소하고 싸구려로 취급될 수도 있는 이 하찮은 물건들은 최정화의 손길을 거쳐, 재미있고 기발하며 눈부시게 유쾌한 작품으로 거듭난다. 이것이 최정화가 오랜 시간 이뤄온 연금술이며, 삶 그 자체가 곧 예술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다.
소쿠리 하나가 스승이고 생존의 흔적이 묻어나는 고물 의자 하나가 사부님이다. 누군가의 추억이 깃든 낡은 플라스틱 장난감 안에서도 삶의 속성을 읽어내는 사람. 하찮은 것, 싸구려, 소박한 것들을 눈부시다고 표현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그에게 세상에 버릴 것이란 없다.
1 옛날 밥상들을 쌓고 그 위에 시멘트 덩어리를 올려두었다.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주워 온 철거 현장의 파편이 마치 귀한 수석처럼 보인다.
비싼 게 좋은 것이라는 사람들에게 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주관이 있으면 바뀔 수 있어요!”
2 체코 프라하의 세인트 살바토레 대성당에는 수천 개의 알록달록한 풍선이 샹들리에처럼 장식되었다.(2012)
3 20년간 모아온 청소 도구가 꽃이 되었다. <청소하는 꽃>(2013)
인간의 온도로 소통하다
독창적인 한국의 예술가를 먼저 알아본 것은 해외였다. 국가 대표 비엔날레 작가, 미술 한류를 이끄는 리더로 꼽히는 그는 각종 전시와 초청으로 일 년에 절반은 외국에서 보낸다. 시드니, 상하이, 베를린, 홍콩, 도쿄, 코타키나발루, 생 모리츠, 브리즈번, 로스앤젤레스, 런던, 키예프, 크라스노야르스크, 프라하 등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라고 할 것 없이 기꺼이 날아간다. 그의 기발한 작품 앞에서 동서고금, 남녀노소는 마음껏 즐기고 환호한다. 동양적인 색채를 다분히 가진 이 개성 있는 아티스트에게 세상은 무엇을 보는 것일까? 최정화의 작품은 독특하다. 무엇보다 강렬하다. 20년간 모아온 청소 도구가 커다한 화기가 되는가 하면, 알록달록한 풍선이 세계 문화유산 카톨릭 성지 안에서 거룩하 고도 유쾌한 샹들리에가 된다. 설치물이든 공간이든 가구든, 한 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뜨겁다. ‘반짝반짝 빛난다’기보다 ‘팔딱팔딱 살아 날뛰는’ 작품들은 철학적 사유나 어려운 설명 없이도 그 자체로 삶의 뜨거운 온도를 쏴악쏴악 뿜어낸다. 스스로 ‘생생활활(生生活活), 싱싱, 짬뽕, 빠글빠글, 색색, 와글와글’ 같은 생활 밀착형 단어로 작품 세계의 키워드를 뽑아낸 작가는, 예술이 누구에게나 쉽고 생생하며 친근한 것이길 바란다. 그런 그가 말하는 디자인의 원천은 재미있게도 ‘아줌마’, 다시 말해 ‘아줌마성(性)’이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미적 영감이나 맛있는 디자인은 대부분 현실의 아줌마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미술이나 예술을 학문으로 배운 사람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맛깔스러움과 살아 있는 힘을 그는 아줌마들에게서 느낀다. 그런 그가 영감을 얻는 보물 같은 장소가 있다. 바쁜 해외 일정 속에서도 최정화가 짬을 내어 누비고 다니는 곳은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닌 바로 시장이다. 시장에서 만나는 활기와 사람들, 아줌마들에게서 그는 예술의 어휘를 발견한다. 패션이나 물건의 배치 방식, 사용법 등 생존해서 이겨내려고 했던 아줌마들의 모든 모드가 세상을 향해 “정신 차려!”라고 말하는 것 같을 때 그는 예술과 맞닿곤 했다. 세계각국의 재래시장, 벼룩시장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다양한 오브제와 일상적 사물들은 줄곧 그의 작품 주제가 되었고, 가식 없는 날 것의 감동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 따뜻한 인간의 온도는 모두에게 통했다.
최정화라는 브랜드
최정화의 작업실, 가슴시각개발연구소는 서울 시내 한복판인 종로구에 위치해 있다. 시내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한 발짝 비껴간 곳으로, 1920년대에 지어진 공장 등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작고 허름한 동네다. 그가 보물 창고로 생각하는 낙원상가와 삼청동 등을 거쳐 현재는 이곳 연지동에 1970년대에 지어진 2층 양옥집을 쇼룸 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지하 창고에서부터 화장실, 부엌 한 켠, 손님방, 명상룸, 옥상까지 예상을 뒤엎는 갖가지 플라스틱 소품과 일상용품, 그리고 그것들로 만든 유쾌한 작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독특한 이름의 가슴시각개발연구소는 그가 1989년에 창립한 회사다. ‘기술보다는 가슴(마인드)으로 예술 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름으로 그간 대한민국의 이슈가 되었던 다양한 문화 예술 공간들이 최정화 혹은 가슴시각 개발연구소의 이름으로 선을 보이기도 했다.
인사동의 쌈지길, 인사 미술 공간, 서울문화재단, 런던 한국문화원을 비롯 전국적으로 지역 활성화의 모델이 된 대안 공간 ‘꿀’까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는 다작(多作)을 하는 작가로도 유명한데, 한꺼번에 20개의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때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만큼 그를 부르는 호칭도 여러 가지다. 설치미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연출가, 사진작가 등 수없이 많은 영역에서 활동했고, 많은 부분에서 이슈와 이름을 남겼다. 광주 비엔날레 야외 작품, 서울역 한국 문화의 달 아트 디렉션, 타이페이 랜드스케이프 아트페스티벌,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미술관 첫 전시, 상하이 프로젝트, 평택 옛 보건소 리노베이션 등 올해에만 20여 개의 프로젝트가 잡혀 있다. 내년 4월에 열리는 밴쿠버 비엔날레 준비와 2015년 일본 전시까지. 알면 알수록 그 양에서 놀랍고, 매번 도출해내는 성과에서 또 한 번 놀라운 그는 이제 ‘최정화’라는 브랜드 그 자체다.
플라스틱만큼 흔해 빠진 질문, 예술은 뭡니까?
에너제틱하고 다양한 활동으로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예술은 저 위에 있는 것이 아니고, 거만한 것이 아니에요. 아는 척, 감동받은 척 주눅들 필요가 없죠. 예술에는 위, 아래가 없어요. 내 옆에 있을 뿐이죠. 우리는 누구나 고고학자예요. 물건, 신체, 정신, 인간 자체가 고고학의 현장이잖아요. 지금 내 옆에 있는 걸 당당하게 즐기면 됩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예술입니다.” 하찮다고 여겼던 일상의 흔하고 값싼 물건을 모아 여태껏 보아온 적 없는 기묘한 순간을 불쑥 꺼내놓는 최정화. 일반적인 것을 뒤트는 그의 기발한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져 묻는다. “이것도 작품인가요? 대체 예술이란 뭡니까?” 틀에 박힌 질문에 그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모든 것이 예술이고 누구나 예술가죠. 질문하는 것이 예술입니다. 그래서 예술에는 답이 없지요.”
1 2012년 홍콩 전시 이후 전 선을 보이는 대형 풍선 작품
2 그는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미술을 대중들이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기를 원한다. (Civic Center Plaza, San Francisco, 2012)
3 대구미술관 중앙홀에 전시된 대형 작품 . 태국, 인도, 체코, 이스라엘, 중국, 한국 등 시장을 누비며 20년 동안 모은 수천 개의 플라스틱 소쿠리를 재료로 ‘쌓기’라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만든 18m의 거대한 기념비이다. 카발라는 히브리어로 ‘전통’이란 뜻으로 일반적으로 유대교 신비주의의 근본을 의미하며, 연금술이라는 용어와도 맞닿아 있다.
4 해외에서의 수많은 전시 경력에 비해 국내에서는 올해 첫 개인전을 가졌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최정화의 <연금술>전. 출품된 작품 모두 대구미술관에서 컬렉팅한 것이며 영구 전시된다.
흥행 여왕이 돌아왔다
뮤지컬 <엘리자벳>
2013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뮤지컬계 흥행 여왕 <엘리자벳>이 창원에서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탄탄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음악, 화려한 무대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놀라운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예매율 랭킹 1위에 등극했으며 일부 회차 전 석 매진은 물론 97% 이상의 높은 객석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실존했던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한 이 작품은 그녀를 사랑했던 ‘죽음’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결합해 환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스토리를 선보인다. 여기에 실제로 황후를 암살했던 암살자 ‘루케니’를 해설자로 내세워 극의 재미를 더했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는 물론 쉴 틈 없이 변화하는 이중 회전무대와 4개의 리프트, 11미터에 달하는 브리지 등 다양한 볼거리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옥주현, 김소현, 김준수, 박효신 등 최고의 뮤지컬 스타들로 구성된 캐스팅 또한 <엘리자벳>의 성공요인
뮤지컬 <엘리자벳>
일시 2013년 10월 19일(토)~10월 20일(일) / 토, 일 오후 2시, 7시
장소 창원 성산아트홀 대공연장
입장료 VIP석 13만원 / 비씨 VIP 카드 회원(e-플래티늄 제외) 최대 20% 할인
예매 및 문의 라 운.G 컬처 1577- 4388 cultureloung.bccard.com
조승우 VS 정성화, 최고의 배우로 만나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올 가을, 뮤지컬 팬들이라면 제대로 반가울 소식. 바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다시 장기 공연을 시작한다는 것과 주인공 돈키호테 역에 뮤지컬 계의 대스타 조승우와 정성화가 더블 캐스팅 되었다는 점이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바탕으로 한 <맨오브라만차>는 브로드웨이 고전 뮤지컬로, 국내에서도 지난 2005년 <돈키호테>라는 제목으로 초연한 이후 완성도 높은 드라마과 심금을 울리는 음악으로 이미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바 있다. 2007년 <맨오브라만차>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탄탄한 작품성을 더해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9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국내 뮤지컬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식을 줄 모르는 인기로 여러 차례 장기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19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다시 한 번의 긴 여정을 시작할 예정.
<맨오브라만차>가 믿고 보는 뮤지컬이라면, 조승우와 정성화는 믿고 보는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 다 실력파로 인정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출중한 스타성까지 겸비했다. 특히 정성화의 경우 <맨 오브 라만차>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초반 개그맨 출신으로 익살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정성화는 원래 산초역을 제안 받았다고. 하지만 과감히 돈키호테 역으로 오디션을 봤고, 결국 도전에 성공하며 진정한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게 되었다. 결국 이번 시즌까지 총 4번째로 주인공을 맡게 되었다.
조승우 역시 이 작품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고 표현할 만큼 <맨오브라만차>에 대한 애착이 깊다.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계 최고 스타인 그는 2007년 28세의 나이에 자신만의 해석으로 진지한 소설가 세르반테스와 엉뚱한 괴짜 돈키호테를 넘나들며 관객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돈키호테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두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 또한 함께 한다. 절도있는 노새 끌이들의 군무는 물론 화려한 무어인의 댄스까지 어느 하나도 놓치기 아쉬운 무대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맨오브라만차>는 소설 돈키호테를 바탕으로 극중 돈키호테와 작가 세르반테스가 동일인이라는 아이디어를 가미해 새롭게 꾸민 작품.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그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10월 특별 할인 비씨 VIP 카드 15%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일시 2 013년 11월 19일 ~ 2014년 2월 9일
장소 충무아트홀 대극장
출연 정성화, 조승우, 김선영, 이영미 외 다수
관람 등급 만 13세 이상
관람 시간 170분
비씨 VIP카드 회원 공연 예매 전용 상담 센터 1577-4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