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위한 토털 브랜드로 거듭나다
던힐의 사업은 자동차 액세서리 판매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1907년 자동차용품 대신 담배와 파이프, 라이터를 취급하는 ‘타바코 스페셜리스트’ 숍을 런던의 듀크가(이후 저민가로 이름이 바뀜)에서 오픈했다. 1921년에는 한 손으로 작동할 수 있는 최초의 라이터인 ‘유니크’를 발명했고, 같은 해에는 뉴욕의 5번가에, 1924년에는 파리 중심가인 뤼 드라 빼 15번지에 매장을 여는 등 사업은 세계적으로 확장되기에 이른다. 던힐의 담배와 파이프, 라이터는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으로 세계 일류 상품으로 인정받았으며, 마침내 영국 왕실의 면허를 얻기도 했다. 특히 ‘에드워디안 스타일’이라는 유행이 생길 정도로 품위와 격조를 지녔던 에드워드 7세의 던힐 사랑은 잘 알려진 일화다.
1929년, 앨프레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2대가 뒤를 이으면서 던힐은 본격적인 남성 토털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담배와 라이터뿐 아니라 시계와 필기구, 가방, 의류는 물론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남성들을 위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거듭난 것. 1930년에는 일본의 예술품이라고 불리는 나미키 펜의 전 세계 배급권을 땄으며 1936년에는 시계 라인의 풀컬렉션을 갖추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주문 제작한 롤스로이스 자동차에 달린 실내등에서 착안한 시계 디자인은 이 시기에 완성된 것으로, 우아한 영국 귀족적 스타일을 그대로 담고 있다.
남성들을 위한 용품만을 제작하던 던힐의 역사에도 딱 한 번 외도 기록이 있다. 1930년대에 립스틱이나 볼 터치, 연필, 메 모지 등을 담는 부인용 콤팩트를 판매한 것이다. 이는 남성용품 가게에서 파는 최초의 여성 물건이었는데, 런던 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렇게 각 부문으로 확장된 던힐의 사업은 1970년대 말까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 20개 이상의 국가로 확대되었고, 취급하는 제품은 남성 의류를 포함한 럭셔리 아이템으로 무려 3500개가 넘었다. 1998년 던힐은 스위스의 거대 명품 기업인 리치몬트 그룹에 소속되면서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 군단에 합류하게 된다. 최고의 남성 럭셔리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오던 중 2008년 주목받는 영국의 디자이너 킴 존스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고 모든 컬렉션을 통합시켰다. 그의 영입은 유서 깊은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뉴밀레니엄 시대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럭셔리 위의 럭셔리
과거 신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오늘날의 던힐은 ‘모던 클래식’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엄격한 규칙 속에서 작은 파격으로 모던한 멋을 내는 영국 신사의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다. 던힐의 전형적 스타일은 핀 스트라이프의 감색 슈트 아래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푸른 사파이어가 박힌 커프스 링크를 착용한 후 멀리서도 보이는 볼륨감이 돋보이는 시계와 고급 가죽 소재의 가방을 든 비즈니스맨. 특히 영국에서는 커프스 링크나 시계 등 의 액세서리를 통해 남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평가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 세심하게 신경 쓴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가죽 제품의 경우, 기성품 외에도 소수의 까다로운 고객을 위한 커스텀 레더 서비스를 제공한다. 런던 혹은 프랑스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되는 이 제품들은 가방의 경우 9개월, 지갑은 약 6개월의 오랜 제작 기간이 소요된다. 어떤 자리에서도 남자를 빛나게 해줄 수 있는 블레이저는 던힐이 가장 주력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꼽힌다. 프란넬 바지와 함께 정장으로 연출하는 것은 물론 청바지와 코디해 주말용 의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던힐의 블레이저는 남아프리카 캄데부 지역의 특산 모헤어를 사용해 제작한다. 캄데부 모헤어는 신축성이 매우 뛰어나 주름이나 늘어짐이 거의 없고 최상의 착용감을 유지하는 소재다. 여행용 가방에 돌돌 말아 넣었더라도 꺼내서 옷걸이에 걸면 순식간에 완벽한 상태로 복원되는 제품으로, 던힐이 추구하는 ‘모험을 즐기는 남자’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수분을 쉽게 흡수함은 물론 금방 마르기 때문에 어느 계절에도 입을 수 있으며, 직경이 동일한 철과 비교했을 때 강도가 더 뛰어나다. 영국 남자들이 런던의 양복 거리인 새빌 로에서 최고급 양복을 맞춘 후, 대를 물려 입는 전통을 실현 할 수 있는 이유다. 블레이저는 4가지 스타일 중 고객의 취향과 체형에 맞춰 원하는 대로 선택 가능 하다.
“최고의 제품에 돈을 지불하기를 바라는 데 그쳐서는 안됩니 다. 고객이 지불한 대로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앨프레드 던힐의 이러한 정신은 단순한 럭셔리를 뛰어넘어 진귀한 재료와 최고 장인들의 솜씨가 빚어낸 놀라운 제품들을 선보이는 원동력이다.

오직 남자들을 위한 집, 던힐 홈
던힐의 가장 야심차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남성을 위한 최대의 매장인 ‘던힐 홈’이다. ‘The Homes of Alfred Dunhill’이라고 명명된 이곳은 런던과 도쿄, 상하이, 홍콩 등 전 세계에 단 4개밖에 없는 특별한 공간이다. 여타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플래그십 스토어나 메종 등의 이름을 달고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던힐 홈은 이들을 한 차원 훌쩍 뛰어넘는다. ‘홈’이라는 이름은 남성들을 위한 편안한 집을 의미하는 이름으로, 쇼핑에서부터 휴식까지 남성들만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아이러니하게도 남성들은 돈을 쓰는 장본인임에도 럭셔리 시장에서는 소외돼 왔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여성들을 따라다니는 쇼핑 대신 스스로를 위한 물건을 사고, 좋아하는 와인과 식사를 즐길 뿐 아니라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던힐 홈에서는 던힐의 시초가 된 ‘모토리티스즈 라인’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자동차 액세서리로 이름을 날린 브랜드답게 벌써 한 세기가 넘은 자동차 액세서리와 재킷, 자동차 부품 등 희귀한 볼거리가 전시돼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장은 맞춤 정장과 셔츠 등 의류 아이템을 비롯해 만년필과 시계, 선글라스, 가죽 가방, 여행용 트렁크 등 남성들이 탐낼 만한 아이템과 한정판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던힐 홈에서 주력하는 공간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들마저 샘낼 만한 남성을 위한 다양한 부대 공간이 눈길을 끈다. 소믈리에가 상주하는 와인 저장고와 레스토랑, 바와 라운지, 영국풍의 이발소와 스파를 비롯한 그루밍 룸, 아트 갤러리와 개인 극장은 물론 시가 저장소에서 특별한 회원만을 위한 멤버십 플레이스까지 다양하고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 공간이 진정한 남자들을 기다린다. 2007년 일본 긴자에서 시작한 던힐 홈은 런던과 상하이를 거쳐 가장 최근인 2010년 4월 홍콩에서 문을 열었다.
남을 존중할 줄 알고 품위와 멋을 갖춘 영국 신사, 그리고 긴 세월 동안 그들의 가치를 지키고 지지해온 오래된 브랜드. 남자들이 말하는 진짜 우정이란 아마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영국 신사가 있는 곳에 앨프레드 던힐 또한 함께할 것은 너무나도 분명해 보인다.

가을, 차를 즐기다

가을만큼 차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 또 있을까. 따뜻한 차 한 잔이 주는 향기로 몸과 마음을 채운다.
에디터 이진주(<에쎈>편집부) / 사진 제공 서울문화사 / 자료실 도움말 안영숙(요리연구가), 유선옥((주)한국다이너퓨처 대표), 장향진(다미재 대표), 조용준(티소믈리에)

우리차
대표적인 우리차는 녹차로, 그중에서도 가마솥에 덖어서 만드는 솥덖음녹차다. 근래 들어서 중국의 발효차에 대응하기 위해서 황차 혹은 전통 발효차가 생산되고 있다.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가을은 대사 활동이 둔해지고 면역력이 감소하는 계절이다. 따라서 차의 가장 큰 효능이 기혈의 순환을 돕는 것임을 감안할 때 가을은 차를 마셔야 하는 계절이다. 몸을 튼튼히 하고 병증을 완화시키는 데에는 도라지나 민들레 등과 같은 약용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1 녹차 녹차는 발효 과정 없이 만들어진 차다. 따라서 찻잎이 지닌 유효 성분을 자연 그대로 간직한 차이기도 하다. 녹차를 비롯해서 찻잎을 원료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차는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좋다. 잘 만들어진 차를 마시면 머리가 상쾌해지고 눈이 맑아지며 심신이 편안해진다.
2 발효차 발효차는 녹차와 원료는 같지만 만드는 과정이 전혀 다르다. 차나무 잎을 따서 2~3일 정도 발효 숙성시켜 열풍 건조를 해 만든다. 우리의 정서와 잘 어울리는 구수하고 담백한 향미와 황금빛 탕색을 지녔으며 녹차에 비해 떫은맛이나 쓴맛이 적어서 평소에 차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다.
3 도라지차 폐와 기관지에 좋아 기침이 나고 숨이 찬 증상을 완화시키고 가래를 삭인다. 목이 쉬고 통증이 있을 때도 좋으며 진통 해열 작용이 있다.
4 민들레차 ‘포공영’이라 불리는 민들레는 빈혈을 해소하고 피를 맑게 하며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간경화를 비롯한 간질환에도 좋고 쌉쌀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5 두충차 두충나무의 껍질로 만들어 향미가 구수해 마시기 좋다. 피로 해소를 도와주고 몸을 튼튼히 하며 간과 신장 기능 향상에 좋아 겨울을 준비하는 건강 음료로 좋다.

허브차
허브에는 다양한 피토케미컬(식물성 유효성분)이함유되어 있다.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감기나 비염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그때 유효한 허브차를 골라 마시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6 캐머마일 달콤한 사과 향의 캐머마일은 소화 촉진을 도와 과식이나 식욕 부진에 도움을 주며, 릴랙스 효과가 높아 불면증, 불안감 해소에 좋다.
7 콜드프리 세이지, 세인트존스워트, 리쿼리스 등 메디컬 허브 5가지가 블렌딩되어 가을철 큰 일교차로 인해 걸리기 쉬운 감기 예방에 좋다.
8 펜넬 몸을 따듯하게 하는 워밍 허브로 선선한 가을철에 잘 어울린다. 또한 펜넬의 향긋하고 독특한 향기는 가을철 식욕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9 헤이나사 알레르기성 증상에서 오는 비염을 가라앉히는 네틀, 타임, 로즈메리 등의 허브가 블렌딩되어 코막힘으로 인한 두통이나, 비염으로 인해 숨쉬기가 힘들 때 마시면 도움이 된다.

홍차
홍차의 타닌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카테킨 종류 중에 하나로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살균 작용이 있어 자주 마시면 환절기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홍차는 과일이나 허브 등과 블렌딩이 가능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4 얼그레이 산뜻한 스리랑카 홍차에 은은한 베르가못 향을 더한 밝은 찻물의 홍차로 홍차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5 닐기리 인도 남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차로 타닌 함량이 약간 적어 떫은맛이 부드럽고 무난한 향과 맛으로 블렌딩 티에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6 레이디그레이 얼그레이에 오렌지와 레몬 향을 가한 가향차로 얼그레이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향과 맛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7 아쌈 가향차가 아닌 오리지널 아쌈을 잘우려 찻잔에 따르면 과일 향이 퍼지고, 입안에 머금으면 뒷맛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투명한 유리잔이나 무늬가 없는 흰 잔에 담으면 붉은색의 찻물이 더욱 돋보인다.

2 SARTORIALISM
이번 시즌 강력한 키워드로 떠오른 브리티시 클래식은 여성 컬렉션에 매니시 룩을 등장케 했다. 울 소재에 트위드, 헤링본, 프린스 오브 웨일스, 하운즈투스, 핀 스트라이프 패턴을 더해 남성적인 뉘앙스를 더한 매니시 룩. 아예 남성복을 그대로 가져다 입은 듯한 룩들을 선보인 스텔라 매카트니나 요지 야마모토 외에도 테일러링이라는 키워드는 디자이너들 특유의 터치를 통해 다양한 베리에이션으로 등장했다. 예컨데 엠브로더리나 스팽글장식으로 쿠튀르적 터치를 더한 드리스 반 노튼과 루이 비통, 50년대 레이디라이크 룩에서 영감을 받은 실루엣의 바재킷에 테일러드 팬츠룩을 제안한 디올과 돌체 앤 가바나, 모피 머플러를 더해 럭셔리 룩을 완성한 랑방 컬렉션이 그렇다.

3 FAIRYTALE INSPIRED
경기 침체와 테러 위협, 환경오염과 이상 기온… 세상을 잠식한 온갖 불안 요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려는 걸까? 이번 시즌 여성 컬렉션에는 유난히 독특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들이 눈에 띄었다. 이것들은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졌는데, 시칠리안 여성들을 런웨이에 올린 돌체 앤 가바나 런웨이에 등장한 플라워 아플리케 웨지 슈즈, 마녀와 떡갈나무 모티프가 귀여운 샤를로트 올림피아, 새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펜디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동화에서 영감을 빌어 왔고, 눈동자 자수가 수놓인 디올과 겐조, 별 아플리케가 사랑스러운 크리스찬 루부탱, 구부러진 힐이 인상적인 로저 비비에는 르네 마그리트와 포르나세티의 그림으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다

1 TARTAN CHECK
프린스 오브 웨일스, 하운즈투스, 글렌 체크… 수많은 체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 이번 시즌. 그중 가장 돋보이는 건 스코틀랜드 태생의 타탄 체크다. 다양한 컬러로 등장한 타탄 체크만큼이나 이를 소화하는 방식 또한 천차만별이다. 셀린느와 스텔라 매카트니는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테일러링을 주제로 한 컬렉션에 밝은 계열의 타탄 체크로 매니시무드를 고조시켰고, 지방시는 타탄 체크에 플라워 모티프를 뒤섞어 마냥 로맨틱하지만은 않은 신선한 패턴을 완성했다. 남성 컬렉션에서도 타탄 체크의 약진은 눈에 띄었다. 이전까지 타탄 체크가 셔츠의 패턴으로 주로 사용되며 캐주얼한 무드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었다면 이번 시즌엔 테일러드 수트에 적용되며 보다 젊고 경쾌한 뉘앙스를 갖게 된 것.

2 GLAMOROUS FUR
동물 보호 협회의 거센 탄압에도 모피는 해마다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나 과감한 아우터가 키워드로 등장한 올 시즌 모피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모피의 명가로 매 시즌 가장 실험적인 모피 디자인을 제안하는 펜디는 형광 컬러의 줄무늬가 강렬한 밍크코트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비오네의 아스트라칸 모피와 형광 컬러로 염색한 폭스 코트는 한 마리 극락조를 떠올리게 했으며, 드리스 반 노튼과 구찌는 오스트리치 깃털에 스팽글과 스와로브스키를 장식한 드레스로 더욱 드라마틱한 옷차림을 완성했다. 모피 아우터는 여성 컬렉션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위즐 모피를 덧붙인 코트를 제안한 발렌티노나 도트 무늬가 화려한 밍크코트를 선보인 생 로랑 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번 시즌 글래머러스한 모피 아우터는 남녀 모두에게 유효한 키워드다.

3 STREET OFFICER
남성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밀리터리 룩이다. 그중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선택한 밀리터리 룩은 권위적인 뉘앙스를 더하는 오피서 코트, 피코트나 봄버 같은 아이템들. 눈에 띄는 건 이런 밀리터리 아이템들이 스트리트적인 요소와 결합해 더욱 남성적인 룩을 연출했다는 사실이다. 프리다 지아니니가 디자인하는 구찌는 블랙 오피서 코트와 테일러드 팬츠 차림에 블랙 가죽 바이커 재킷을 매치해 클린하면서도 파워풀한 룩을 연출했으며, 마시밀리아노 지오르네티가 지휘하는 페라가모는 레더 트리밍과 스탠드 칼라가 눈에 띄는 피코트에 가죽 팬츠를,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수장으로 있는 버버리 프로섬은 가죽 소매를 덧댄 트렌치 코트에 스터드 장식이 있는 롱부츠를 매치하여 밀리터리와 스트리트 웨어의 결합을 시도했다.

4 HYBRID SHOES
남자들 사이에서 스포티 미니멀리즘이라는 트렌드가 몇 년째 인기를 얻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편안함 때문이다. 사무실에서도 입을 수 있는 포멀함과 기능성을 동시에 갖춘, 그야말로 입는 사람을 위해 진화한 트렌드니까. 슈즈는 그런 현상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두 시즌 전부터 러버 솔을 적용한 옥스퍼드 슈즈를 선보여온 프라다는 물론이고, 더블 몽크 스트랩 슈즈와 스니커즈를 믹스한 디올 옴므, 더비 슈즈에 러버 소재를 덧댄 피에르 아르디의 제품이 그 단적인 예다. 그런가하면 하이브리드는 스포츠웨어와의 결합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밀리터리와 댄디, 펑크와 바로크 등 장르를 뛰어넘으며 더욱 다양화되는 남성 패션을 대표하는 아이템들. 이 경향을 대표하는 하이브리드 슈즈들을 여기 모았다.

2 SPORTY MINIMALISM
더욱 편안한 의상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는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스포츠웨어의 기능성에 눈을 돌리게 했다. 그 결과 스포츠웨어를 대표하는 디테일이 결합된 형태의 의상들을 선보였다. 몇 시즌 전부터 시작된 이런 경향은 다양한 키워드와 만나며 진화해왔는데, 이번 시즌의 경우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미니멀리즘과 손을 잡았다. 블루종의 디테일과 만난 피코트를 런웨이에 올린 코스튬 내셔널, 칼라를 없앤 테일러드 재킷에 지퍼와 벨트 디테일을 더한 디올 옴므는 대표적 예다. 스포츠웨어 기능성과의 만남은 하이브리드 아이템뿐 아니라 스타일링으로도 드러났으며, 테일러드 팬츠에 패딩 베스트 또는 블루 종을 매치한 에르메네질도 제냐, 닐 바렛, 슬림한 테일러드 팬츠에 스니커즈를 매칭한 랑방 옴므가 바로 그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