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밥도둑
집밥에 대한 생각은 간절하지만 시간이 없거나 요리에 서툰 이들이라면 주목하자. 서울과 경기, 그리고 팔도 방방곡곡의 야무진 손맛으로 만든 반찬들만 모았다.
글 장인지 / 사진 이수현
1 인천 부자네 게장의 간장게장
소래포구 간장게장집 중 유독 사람들로 북적이는 부자네 게장. 매일 소래포구 앞바다에서 잡아오는 국내산 돌게와 꽃게, 각종 제철 채소를 사용해 맛깔스럽게 숙성시킨다. 깊은 맛이 우러나는 간장게장이 간판 메뉴로 한입 깨물면 오동통한 게살과 깊은 감칠맛의 달달한 양념이 입안에 가득 찬다. 뜨거운 밥에 게장 한 마리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남은 간장 양념은 새우장을 담가 먹거나 보들보들한 달걀찜과 함께 비벼 먹어도 별미다.
주소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111-200
문의 032-435-7518
2 은마반찬마을의 간장명란
은마아파트 상가의 반찬 가게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은마반찬마을은 변치 않는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깔끔한 맛 때문에 입맛 까다로운 주부들조차도 줄을 서서 구매할 정도다. 어느 것 하나 꼭 짚을 것 없이 골고루 인기가 많은데, 양념 간장과 함께 삶은 명란은 여간해서 볼 수 없는 별미다. 명란의 짭조름한 간에 달짝지근한 양념이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316 (삼성로 212)
문의 02-552-6226
3 안만분반찬의 겉절이
강서구에서 유명한 안만분반찬은 매일 하루 팔 만큼의 양만 만들기 때문에 모든 반찬이 신선하고 맛에 빈틈이 없다. 그중에서도 깔끔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정성껏 버무린 김치 종류가 가장 잘 팔린다. 아삭한 식감과 또렷한 간이 입맛을 돋우는 막 버무린 겉절이는 집에서 만든 것처럼 소박하고 푸짐해 그야말로 엄마 손맛을 떠올리게 한다. 갓 지은 밥에 겉절이를 쓱쓱 비벼 한 숟갈 뜨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주소 서울시 강서구 화곡6동 1104-9 (화곡로 55길 12)
문의 010-9571-0107
4 강화 안옥천의 순무김치
강화 순무김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옥천 씨가 만드는 순무김치는 탄탄한 내공이 돋보인다. 시원하면서도 특유의 알싸한 맛이 매력적인 순무김치는 집 반찬으로는 그야말로 이상적이다. 순무는 단단한 식감이 특징이며 일 년 후에 먹어도 무가 무르지 않아 사계절 내내 맛깔스러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남은 김치 국물을 김치찌개에 넣어 맛을 내거나 그냥 밥과 함께 떠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별미다.
문의 032-932-6471
1 데일리반찬의 쇠고기장조림
TV에 ‘반찬의 달인’으로 출연한 주인장이 운영하는 데일리반찬. 숙성이 필요한 젓갈, 김치 외에 모든 찬을 그날그날 만든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무즙, 대파 같은 천연 재료로 감칠맛을 더한 것이 특징. 대표 메뉴는 무즙에 재운 쇠고기로 만든 장조림이다. 부드러운 고기와 짭조름하면서도 달달한 간장이 깔끔하게 어우러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만족할 맛이다. 이 밖에도 쌀밥을 양념에 넣어 숙성시킨 양념게장도 유명하다.
주소 서울시 송파구 잠실본동 252-11 (삼전로 95)
문의 02-416-0366
2 목포 할머니 반찬의 오징어젓갈
목포 할머니 반찬은 목포 출신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다양한 반찬들을 맛볼 수 있다. 매일 아침 재료를 사서 만든 반찬들은 음식 맛있기로 유명한 전라도 밥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골고루 맛이 좋다. 그중에서도 오징어젓갈은 주인장의 추천 메뉴 중 하나다. 국산 천일염과 청양고추, 마늘을 넣어 칼칼한 맛을 살린 오징어젓갈은 비린 맛이 없고 너무 짜지 않아 자꾸 손이 간다. 곰삭은 향이 식욕을 자극하며 밥에 비벼 먹으면 짭조름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60-8 (보광로 30)
문의 02-793-1661
3 채움반찬의 머위들깨볶음
영양사 출신의 이지선 대표가 운영하는 채움반찬은 매일 새벽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사온 제철 식자재로 만든 건강한 반찬을 선보인다. 최근에 주목받는 메뉴는 지금 한창 맛이 오른 머윗대로 만든 머위들깨볶음이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멸치, 북어, 자투리 채소 등으로 만든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일품이다. 국물 자박하니 잘 볶아진 머위들깨볶음은 머위 특유의 쌉쌀한 맛과 구수한 들깨 향이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준다.
주소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327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3단지 상가 110호 (목동동로 100)
문의 010-8937-8924
4 더 반찬의 두부쌈장
더 반찬은 무려 39가지 반찬 중 7가지를 고를 수 있는 7데이 세트 미니를 배달해준다. 매일 조금씩 다른 조합의 반찬을 즐길 수 있어 쉽게 질리지 않는 것도 장점. 그중에서도 두부쌈장이 별미다.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대비를 이루는 두부의 부드러운 식감과 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소스가 밥을 비벼 먹기에 좋다. 깊은 맛은 아니지만 맛이 깔끔해 먹는 내내 만족스럽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1가 (영등포로 28길)
문의 02-6408-9770, www.thebanchan.co.kr
1 전주 찬드림의 북어껍질볶음
전주 최초의 음식 명인인 김년임 씨의 손맛이 담긴 전주식 집 반찬을 판매한다. 인기 메뉴인 북어껍질볶음은 화학 방부제와 조미료, 색소를 일절 쓰지 않고 황태와 천연 재료를 넣고 우려낸 맛간장과 매실청, 유자청 등을 넣어 깊은 맛을 내 맛의 차별화를 꾀했다. 매콤달콤한 양념과 바삭바삭한 북어 껍질의 식감이 어우러지는 북어껍질볶음은 밥반찬으로도 좋지만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주소 전북 전주시 덕진구 성덕동 172-11(신성길 80)
문의 1899-0799 chandream.smartco.kr
2 대구 이모네반찬의 묵은지
경산시장 공설주차장 건물 내 위치한 이모네반찬. 인근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용해 만든 김장 김치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땅속에 1년간 숙성시킨 묵은지가 대표 메뉴다. 얼어붙은 땅 깊은 곳에 보관해둔 묵은지는 배추의 식감이 아삭아삭 살아 있고 묵은지 특유의 신맛이 강하지 않아 제대로다. 그냥 쭉 찢어 먹어도 맛깔스러운 것은 물론 김치찜이나 김치찌개를 해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이것 하나만 넣어도 다른 양념이 필요 없을 만큼 깊은 맛을 낸다.
주소 경북 경산시 삼북동 267-12 (중앙로 16길 29)
문의 053-817-8984
3 통영 대양반찬의 고추장 멸치볶음
전어젓갈, 전어밤젖, 갈치속젓, 볼락김치, 간장게장 등 손맛 야무진 통영 토박이 출신의 주인이 통영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로 만든 반찬은 맛과 신선함이 최고다. 일 년 내내 꾸준히 인기 있는 메뉴는 질 좋기로 명성이 자자한 통영 멸치로 만든 멸치볶음이다. 고추를 곱게 갈아 만든 고추장으로 볶은 멸치볶음은 농도가 묽어져 매운맛이 덜하고 멸치의 감칠맛을 살린다.
주소 경남 통영시 서호동 177-181 (서호시장길 21)
문의 055-645-7805
4 부산 삼형제부식의 물콩잎
일명 ‘깡통시장’으로 잘 알려진 부산 부평시장의 부식 가게 중 가장 유명한 삼형제부식은 30년 넘는 세월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맛을 자랑한다. 이곳의 유명세를 더한 반찬은 귀한 국산 콩잎으로 만든 물콩잎이다. 물콩잎은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여름철 별미로 콩잎물김치로 불리기도 한다. 콩잎 위에 밥 한술 얹고 자작하게 끓인 강된장을 곁들여 먹으면 이만한 먹거리가 없다. 식감은 좋지 않지만 개운하고 투박한 맛은 무더위에 지친 식욕을 돋운다.
주소 경남 부산시 중구 부평동1가 17-19 (중구 중구로 43번길 24)
문의 051-243-1128
1 순창 이기남 할머니의 오복채짱아찌
4대째 이어오고 있는 전북 순창 이기남 할머니의 고추장은 감칠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선 잘 익은 고추장을 비롯해 재래식으로 담근 된장, 쌈장, 청국장과 다양한 재료의 장아찌를 판매한다. 오복채짱아찌는 무, 오이, 연근, 우엉, 생강을 숙성시킨 장아찌로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무더위로 입맛을 잃었다면 신맛이 아닌 장의 감칠맛이 더해진 오복채장아찌 하나만 올려도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주소 충남 서산시 동문동 900(시장1로 6)
문의 063-653-3429, www.leeginam.co.kr
2 서산 서동김상회의 재래김
서동김상회는 서산에서 3대째 이어져오는 50년 전통의 소문난 재래김 맛집이다. 청정 해역의 질 좋은 원초만 골라 만들며 직접 짜낸 들기름으로 맛을 내는 김은 정성만큼이나 맛도 특별하다. 그 동안 먹어본 김과는 차원이 다른 고소함이 느껴진다. 눈앞에 있으면 수시로 집어 먹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밀폐 용기에 담아두면 일주일은 거뜬하게 바삭함을 유지한다. 조미김은 원하는 대로 소금 양을 조절해주기도 한다.
문의 041-665-2948, www.sdkim.co.kr
3 제주 오름물산의 자리젓
자리라고도 불리는 자리돔을 숙성시킨 자리젓은 제주의 여름철 별미로 손꼽힌다. 오름물산은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른 6월에 잡은 자리로 담근 젓갈을 천연 동굴 안에서 숙성시킨다. 기존의 자리젓보다 소금의 양도 30% 덜 넣는 데다 숙성 기간도 1년으로 긴 편이다. 서늘한 천연 동굴 속에서 천천히 깊은 풍미가 배어든 자리젓을 밥솥에 쪄낸 부드러운 콩잎과 함께 싸 먹으면 짭조름한 맛과 콩잎의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자리젓에 다진 풋고추와 식초를 약간 넣으면 더 맛깔스럽다.
주소 제주시 오라3동 2105-4
문의 064-751-3360
4 의성 김치네 건강 밥상의 오이소박이
고추, 양파, 쪽파, 마늘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매일 새벽 장에서 구입한 재료를 더해 김치를 만든다. 고들빼기김치, 콩잎김치, 알타리 등 제철 재료와 수확한 재료에 따라 계절마다 선보이는 김치 종류가 달라진다. 최근엔 제철인 오이로 만든 오이소박이가 가장 맛이 뛰어나다. 주문 받은 후 만드는 오이소박이는 신선함 그 자체다. 통으로 된 오이소박이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아삭’ 하는 소리와 함께 잃어버린 식욕이 돌아온다.
문의 054-832-4542
영원한 라이벌 -LAMBORGHINI VS FERRARI
어떤 분야건 숙명의 라이벌이 있다. 자동차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유독 드라마 같은 인연으로 시작된 경쟁으로 눈길을 끄는 두 브랜드가 있다. 슈퍼카의 대명사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다. 둘의 경쟁은 세상 부러울 것 없던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에서 시작되었다. 두 창업자는 이미 세상을 떴지만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글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
두 슈퍼카 가문의 시작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시작부터 묘하게 닮았다.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안셀모 페라리(Enzo Anselmo Ferrari)는 1898년 이탈리아 모데나(Modena)에서 태어났다. 엔초는 10살 되던 해 아버지 손을 잡고 볼로냐(Bologna)로 가서 난생처음 자동차 경주를 구경했다.
이후 레이서를 꿈꿨지만 정작 1923년에 레이서가 될 기회를 그는 잡지 않았다. 대신 알파로메오 팀의 매니저 역할을 하며 뛰어난 수완으로 팀의 수많은 우승을 일궈냈다. 1930년대 말, 알파로메오가 레이스카 생산을 포기하자 엔초는 경주차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지금의 페라리가 시작되었다.
람보르기니를 세운 페루치오 람보르기니(Ferruccio Lamborghini) 역시 이탈리아 모데나 출신이다. 1916년 4월 28일생이니 엔초보다 18살이나 어리다. 페루치오는 종전 후 여기저기 버려진 영국군의 장갑트럭을 트랙터로 개조해 팔면서 이탈리아의 대표적 기업인으로 거듭났다. 페루치오는 삶에서 세 가지 즐거움을 추구했다. 좋은 음식, 좋은 와인, 빠른 차였다. 당시 페루치오는 소유하고 있던 페라리 250GT의 클러치가 종종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급기야 그는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마라넬로의 페라리 본사를 찾았다. 그러나 엔초 페라리는 “이 양반아, 가서 트랙터나 몰아”라며 망신을 줬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페루치오는 직접 스포츠카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1963년 5월, 산타가타(Sant’Agata)에서 아우토모빌리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문을 열었다. 페라리 본부, 마라넬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대결은 더없이 극적이었다. 한 남자의 오기와 집념이 이룬 결실이었다. 그 결과는 자동차 역사가 바뀌었다. 미드십 슈퍼카를 싹 틔웠고, 12기통 엔진의 출력 싸움이 본격화되었으며, 걸 윙 도어가 등장했다. 페루치오의 설욕전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실패했다.
그의 호언장담과 달리, 엔초보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다.
람보르기니 역사상 가장 강력한 차 - 아벤타도르 LP740-4 수퍼벨로체
지난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람보르기니 역사상 가장 강력한 차를 시승했다. 아벤타도르 LP750-4 수퍼벨로체(이하 SV)다. 6백 대 한정판이다. 람보르기니의 SV는 해당 모델 라인업에서 성능이 가장 높다. 1971년 미우라 SV가 최초였다. 아벤타도르 LP750-4 SV는 기본이 된 아벤타도르보다 출력을 50마력 높였으며 동시에 무게는 50kg 덜어냈다.
아울러 아벤타도르 SV는 커다란 뒷날개로 다운포스는 170%, 공기역학효율은 150% 높였다. 날개 각도는 수동으로 조절한다. 서스펜션엔 자기유체 댐퍼를 끼웠다. 감쇠력 조절 시간이 1㎳에 불과하다. 람보르기니 다이내믹 스티어링(LDS)도 기본이다. 주행 속도와 스티어링 앵글, 운전 모드에 따라 스티어링 기어비를 연속적으로 바꾼다.
람보르기니는 자연흡기 엔진의 장점도 강조했다. ①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반응성이 보다 뛰어나고, ② 엔진 회전수가 선형적으로 치솟아 실수할 여지가 없는 데다, ③ 풍성하고 울림 깊은 사운드를 낸다고 설명했다.
최근 터보 엔진으로 돌아선 페라리를 의식한 듯했다. 출력을 높이고 무게는 줄인 아벤타도르 SV의 마력당 무게비는 2.03㎏/마력(hp)이다.
람보르기니는 무의식 속에 숨은 과시욕을 집요하게 자극한다. 삐죽삐죽 날을 세운 디자인은 공격적이다 못해 전위적이다. 문은 가위처럼 빗겨 위로 여는 방식. 어딜 가든 단박에 시선을 잡아끈다. 실내에서 내다본 시야는 빠듯하다. 폐쇄된 분위기가 묘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외모처럼 실내나 심지어 시동 버튼의 덮개 여는 방식까지 특별함으로 점철돼 있다.
이미 성능과 무게의 한계에 다다른 차에서 다시 한 번 마른 수건 쥐어짠 결과는 섬뜩했다. 특히 서킷에서 가속 성능의 한계는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웠다.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답게 속도를 낼수록 힘은 더 뾰족하고 매서워졌다. 그 와중에도 스티어링은 차분했다. 랩이 반복될수록 불안은 빠르게 희석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감이 샘솟았다.
V12 6.5L의 대형 엔진에서 우러나는 사운드는 람보르기니의 백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울부짖는 싸움소의 분노가 서려 있다. 그러나 무섭진 않다. 외모만 야수지 성격은 까다롭지 않다. 으스스해 보이지만 실은 편안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불편하다. 이는 비단 아벤타도르 SV뿐 아니라 람보르기니 전체를 관통하는 ‘역설’이다.
Information
- 길이×너비×높이(㎜) 4,835×2,030×1,136
- 엔진 V12 가솔린
- 배기량(㏄) 6,498
- 최고출력(마력/rpm) 750/8,400
- 최대토크(㎏·m/rpm) 70.3/5,500
- 트랜스미션 자동 7단
- 구동방식 네 바퀴 굴림
- 연비(㎞/L) 6.25(유럽 기준)
- 가격 32만7천190 유로
터보로 반전 노린 페라리의 최신작 - 488 GTB
람보르기니를 만난 바로 다음 달, 공교롭게 페라리의 최신작 488 GTB를 시승했다. 이번엔 이탈리아 마라넬로(Maranello)의 페라리 본사에서였다. 488 GTB는 아벤타도르보다 한 체급 아래다. 람보르기니 가운덴 우라칸과 경쟁 관계다. 그럼에도 람보르기니와 상반된 개성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488 GTB는 458 이탈리아의 후속이다. V8 엔진을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실물로 만난 488 GTB는 458 이탈리아보다 한층 미끈했다. F1으로 갈고닦은 풍동 실험의 대가다운 솜씨다. 페라리는 신차를 개발할 때마다 공력 성능을 개선해오고 있다. 시속 200km로 달릴 때 공기의 흐름이 차체를 짓누르는 무게(다운포스)가 대표적이다. 488 GTB의 다운포스는 200kg. 458 이탈리아보다 무려 50% 이상 치솟았다.
488 GTB의 뼈대와 앞유리, 지붕은 458 이탈리아와 같다. 하지만 이를 뺀 나머지 85%는 전혀 새롭다. 엔진은 기존의 자연흡기 대신 터보(엔진에 강제로 공기를 압축해 불어넣는 장치)로 돌아섰다. 효율을 챙기기 위해서다. 458보다 배기량을 595㏄ 줄이고도 무려 100마력을 높인 비결이다. 하지만 터보 엔진은 힘이 딸꾹질하듯 급격히 치솟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페라리는 가변 토크 제어 장치로 가속 초반 힘을 옥좼다. 488 GTB의 디자인은 철저히 기능적이다. 람보르기니와 달리 의도적으로 튀지 않고 담백하다. 시야도 좋고 문도 평범하게 여닫는다. 물론 운전 감각도 과장이나 왜곡 없이 정갈하다. 행사 운영 방식도 정반대다. 람보르기니는 참가자를 세심하게 챙긴다. 반면 페라리는 ‘쿨’하게 내버려둔다. 먼저 페라리 테스트 드라이버가 모는 488 GTB의 옆자리에 앉아 트렉을 ‘휘몰이장단’으로 누볐다. 그러나 겁나지 않았다. 눈부시게 빠르지만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 과연 달인의 운전다웠다. 한 랩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이제 내 차례. 운전석에 앉아 시트 벨트를 맸다. 앉아서 내다본 풍경은 출국 직전 시승한 458 스페치알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체 높이를 감안하면 시야가 무척 좋다. 오후까지, 488 GTB와 함께 고속도로와 국도, 굽잇길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누볐다. 시간이 흐를수록 순간 가속과 우렁찬 사운드에서 비롯된 말초적 쾌감엔 덤덤해졌다. 대신 다양한 형태와 조건의 도로를 섬세하게 강약 조절해가며 섭렵하는 희열에 눈을 뜨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엔 기어이 시속 300km의 벽을 넘겼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하루였다.
Information
- 길이×너비×높이(㎜) 4,568×1,952×1,213
- 엔진 V8 가솔린 터보 직분사
- 배기량(㏄) 3,902
- 최고출력(마력/rpm) 670/8,000
- 최대토크(㎏·m/rpm) 77.5/3,000
- 트랜스미션 자동 7단 F1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MR
- 연비(㎞/L) 8.77(유럽 기준)
- 가격 3억3천8백만 원
도움 주신 곳 람보르기니, 페라리
엔화의 방향 잡기
양적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성공으로 고용과 소비가 증가하면서 일본 경제가 서서히 균형을 되찾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엔저 영향에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중국인 관광객도 일본에 빼앗겨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일본 경제의 현주소와 부활의 요인을 살펴보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봤다.
글 조철희(<머니투데이> 기자) / 사진 이수현
1980년대 세계 경제를 호령하던 일본은 1990년대 들어 부동산과 증권 시장에 쌓여 있던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됐다. 이후 무려 20년 동안 저성장, 저물가, 고실업의 침체기가 이어졌고, 사람들은 이를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렀다.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 퇴장하는 듯하던 일본. 그러나 지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를 통해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대규모 양적완화, 재정 지출 확대, 성장 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쏘았고, 일부가 과녁에 적중하면서 물가 상승, 고용 성장, 경제 성장 등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지금 실제로 어떻게 부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교훈 등을 정리해봤다.
일본 경제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다
일본 경제의 시계는 무려 20년 동안 멈춰 있었다.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4조9천억 달러다. 20년 전인 1994년과 같은 수치로 20년간 성장이 멈췄다는 의미다. 일본은 1992년 이후 2000년까지 연평균 0.8% 성장했다. 2000년 이후 10여 년간 연평균 실질성장률은 0.9%를 기록했다. 동일한 시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0.2%였다. 이처럼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을 함께 겪었다. 1990년대 초 버블이 붕괴하면서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얼어붙은 ‘겨울 왕국’이 된 셈이다.
그러나 ‘겨울 왕국’ 일본이 지금 극적으로 기사회생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말 아베 총리의 집권 이후부터다. 아베 총리는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일명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아베노믹스’는 미국과 유럽이 경기회복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시중에 통화를 대량 공급해 신용 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의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그리고 산업 구조 개혁의 성장 전략 등 ‘세 개의 화살’이 뭉쳐진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흔히 ‘세 개의 화살’로 비유된다. ‘세 개의 화살’은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세 개의 새로운 경제 정책 전략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하나의 화살은 부러뜨릴 수 있지만 세 개의 화살을 묶으면 부러뜨릴 수 없다는 일본의 옛이야기에서 따온 표현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경제 판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한국 입장에서 아베노믹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 수출과 관광산업 분야다. 사상 최저 수준의 엔저로 인해 일본 자동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 한국 자동차의 수출이 크게 감소했으며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부진한 경제 상황에서 한류 열풍에 힘입어 나름 효자 노릇을 하던 관광산업도 엔저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대륙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한반도 대신 상대적으로 값싼 일본 열도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일본 최대 번화가인 도쿄 긴자 일대의 백화점에서 중국 사람들이 가방이나 옷 등을 대량 구매하는 것을 의미하는 일명 ‘바쿠가이(暴買, 폭매)’가 성행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4명이 일본인 1명이 1년 동안 소비할 규모의 금액인 약 20만 엔을 소비하고 간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경제의 시계는 무려 20년 동안 멈춰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를 통해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눈부신 성과
사실 아베노믹스 초기에는 오늘날과 같은 성과가 기대되기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긍정론이 확산됐다. 특히 일본 내에선 아베노믹스로 덕분에 일본이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며 환호하고 있다. 일본 국민 다수는 규제 개혁을 통한 신사업 확대 등 성장 동력만 확충되면 일본 경제는 완전히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 일본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경제성장률과 주가가 상승했다. 아베 내각이 발족했을 때(2012년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2%였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1.5%로 상승했다. 2년 만에 2.7%p가 오른 것이다. 주가 역시 7월 현재 2만 선을 상회하는 등 2년여 전 8천 선에 비해 크게 올랐다.
경기회복의 모습은 일본 곳곳에서 확인된다. 2년 전만 해도 별로 어렵지 않았던 주요 도시의 비즈니스 호텔 예약이 지금은 꽤 힘들어졌다고 한다. 주말 예약이 100% 완료된 곳이 대부분이고 평일 예약률도 80~90%를 웃돈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전만 해도 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최근엔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회식 문화도 부활하고 있다. 유락쵸, 신주쿠 등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지역의 주점들은 회식 예약 경쟁이 치열해졌다.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택시 이용객도 크게 늘었고, 가격이 비교적 비싼 백화점 식품관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 시장도 활기가 돌고 있다. 일본 정부 조사 결과 일본의 지난 5월 구인배율은 1.19배로 무려 23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 그 증거다. 구인배율은 일자리 수를 취업 희망자로 나눈 것으로 1이 넘으면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대학교 취업률도 90%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일본은 고용 시장마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아베노믹스가 남긴 교훈
일본 경제의 회복은 한국에게 일부 피해와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엔저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와 관광산업 부진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마치 20년 전의 일본처럼 저성장 구조에 들어서고 있는 한국 경제는 아베노믹스에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르지 않으려면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을 앞장서서 제시한 리더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리더가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도 그것을 믿고 지지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과 비슷한 노령화 구조에서는 노인들이 일을 하고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베 정권은 여성과 노인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면 정부의 복지 예산이 줄어들면서 소비 향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방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학습 효과는 위기에 처할지 모를 한국 경제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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