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공예트렌드페어
일상으로 들어온 공예의 재발견
크리스마스 직전,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은 공예의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2012 공예트렌드페어에서는 ‘재발견, 공예와 지역’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공예의 지역성을 조명한다.
집 안을 둘러보자.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공예 예술가들의 작품이 실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다. 도자, 유리, 섬유, 금속, 목칠 등이 가구로, 작은 리빙 소품으로, 테이블웨어로 기능하고 있지만, 이 각각의 공예품들은 생활 가까이에 들어와 있어서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채 스쳐 지나가곤 한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국내 유일의 공예 전문 박람회 ‘공예트렌드페어’가 1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공예트렌드페어는 도자기, 유리, 섬유, 금속, 목칠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공예인 약 6백 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공예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생활 도구로서의 공예에서부터 오브제로 기능하는 공예 그리고 동시대인들이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공예의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2012년에는 ‘재발견, 공예와 지역성(Rediscovery! Craft and Locality)’이라는 주제로 과거와 현재, 문화와 산업, 공예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오늘날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공예의 지역성을 조명한다. 이상철 예술감독(디자인 이가스퀘어 고문)의 기획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페어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예술 감각이 뛰어나기로 알려져 있는 배우 지진희가 홍보 대사 겸 아티스트로 활약한다.
그의 작품약 100여 점은 전시 부스를 통해 전시, 판매될 예정이다. 다양한 워크숍과 학술 세미나 역시 진행되는데 22일에는 ‘세계화와 공예의 지역성’이라는 주제 아래 최범(공예 및 디자인 평론가)의 발제를 시작으로 공예 및 디자인 평론가인 변청자, 일본의 전통 생활 도자 디자이너인 코세이 시로타니, 태국의 요타카 대표 수완 콤푸티안, 베트남의 크래프트링크 디렉터 트랑 투엣 란 등이 참석하여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오래된 선물’ 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워크숍에서는 장인과 디자이너가 참여해 함께 전통적인 공예의 기법과 현대적인 디자인 속에서 버려진 재료를 이용한 업사이클링(upcycling) 공예품을 제작할 수 있다.
품격을 선사하는 기프트 셀렉션
스타일과 정성을 모두 충족시켜줄 랄프 로렌의 클래식하면서도 품격 높은 남성용 기프트 셀렉션. 최상급 송아지가죽으로 제작한 심플한 디자인의 명함지갑과 승마에서 영감을 얻은 이퀘스트리언 버클 장식의 사슴가죽 장갑 그리고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핸드메이드 도트 프린트 실크 타이라면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랄프 로렌 이탈리아 장인이 수작업으로 완성한 실크 타이 21만 8천원, 포멀한 룩과 캐주얼한 룩 모두에 잘 어울리는 이퀘스트리언 버클 장식의 글러브 95만 8천원, 클래식한 스타일의 브라운 레더 명함지갑 40만 8천원. 02-545-8200
매혹적인 이브닝 메이크업
샤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루쥬 루아느에 모던한 터치의 골드와 브론즈를 불어넣은 이브닝 메이크업 컬렉션. 샤넬의 2012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소개된 이번 컬렉션은 진주 빛 골드로 빛나는 피부와 신비롭고 우아한 블랙 눈매, 부드럽고 매혹적인 붉은 입술 등으로 고혹적인 크리스마스 이브닝 메이크업을 완성해준다. 샤넬 (시계 방향으로)브론즈, 플럼 레드, 스모키한 토페와 핑크 컬러의 아이섀도. 8만 1천원.
골드와 실버가 더해진 루스 파우더, 뿌드르 위니베르셀 리브르 6만 4천원. 풍부한 핑크 색감으로 생기를 표현하는 쥬 꽁뜨라스뜨 스타 더스트. 5만 8천원. 반짝이는 블랙에 가까운 레드 컬러의 르 베르니 멜리스. 3만원. 오래 지속되는 젤 타입의 립글로스 레브로 쌩띠양뜨. 3만 7천원. 반짝이는 골드와 브론즈의 크림 섀도, 알뤼지옹 동브르 아파랑스. 4만 5천원. 강렬한 컬러의 벨벳 립스틱, 루쥬 알뤼르 벨벳 렝빠시앙뜨. 3만 9천원. 080-332-2700
변하지 않는 시간의 선물
에르메스의 디자이너 앙리 도리니가 고안한 아쏘(Arceau ) 워치는 1978년 출시되자마자 독창성을 인정받으며 주목받았다. 에르메스 하우스의 전통적 정신이 가장 세심하게 반영된 제품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아쏘 라인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더하며 새로운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시침과 분침을 멈추거나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아쏘 타임 서스펜드는 ‘시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그랑프리 오롤로지 드 제네바 2011에서 최고의 남성 시계상을 거머쥐었다.
달의 변화 주기를 보여주는 기능을 가진 아쏘 그랜드 룬 컬렉션 또한 기존의 문 페이즈 워치들보다 훨씬 정교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에르메스 세계 최초로 삼중 360도 레트로 그레이드 기능이 탑재되었으며, 42시간 파워 리저브가 가능한 아쏘 타임 서스펜드, 에르메스의 우수한 기술력을 보여주는 문 페이즈 워치 아쏘 그랜드 룬. 모두 가격 미정. 02-547-0437
파티 스타일링의 마침표
12월이 되면 참석할 파티가 줄을 잇는다. 돋보이는 스타일링으로 파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제대로 된 클러치가 꼭 필요하다. 화려하면서도 품위를 지키는 스타일을 원한다면 희귀 소재의 이색적인 멋과 가치에 집중해보자. 까르띠에가 선보인 메탈 위에 문양을 새겨 넣은 기요쉐 레드 래커 클러치는 오닉스 카보숑과 물뱀가죽 소재로 특별함을 더했다.
불가리의 아이코닉 아이템인 세르펜티 컬렉션을 재단장한 클러치는 광택이 은은한 송아지가죽 소재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까르띠에 독보적인 기술력과 장인 정신이 엿보이는 레드 물뱀가죽의 이브닝 백 컬렉션. 가격미정. 1566-7277 불가리 블랙 컬러 송아지가죽 소재의 세르펜티 클러치, 앤티크 코인 장식의 모네떼 컬렉션 클러치. 모두 가격미정. 02-2056-0172
빛의 향연으로의 초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조명 브랜드 라문이 선보이는 ‘아몰레또’ 컬렉션. 이탈리어어로 ‘수호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컬렉션은 시력 보호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원형 형태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눈부심이 적고 반영구적인 LED 광원을 사용하였으며 조명 부위의 균일도는 하이테크의 정점을 보여준다.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스타인드 플라의 화려한 컬러 팔레트와 투명도는 플라스틱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재인지를 새삼 확인시켜준다. 라문 아몰레또 램프 33만 9천원, 아몰레또 미니 램프 28만 9천원. 1600-1547
①오휘의 오휘 포맨 올인원 파워 트리트먼트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브랜드 오휘에서 칙칙함, 탄력 저하 등 남성 피부 고민을 해결해줄 ‘오휘 포맨 올인원 파워 트리트먼트’를 출시한다.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 각종 피부 유해 환경에 노출되어 손상된 남성 피부를 케어하는 제품. 스킨, 에센스, 로션의 기능을 단 한 병에 모두 담았다. 블랙 커민 추출물이 80% 이상 함유된 고농축 에센스로 손상된 남성 피부의 밸런싱 파워를 되찾아 촉촉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준다. 문의 080-727-5252
②빈폴 키즈의 패딩 사파리
브리티시 모던 감성이 돋보이는 아동복 빈폴 키즈에서 겨울 시즌을 맞아 패딩 사파리를 출시한다. 남아용 야상 사파리와 여아용 다운 사파리는 고급스러운 다운 충전재를 사용해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나다. 후드의 라쿤 퍼 트리밍이 돋보이는 남아용 야상 사파리, 라이트 핑크 컬러의 A라인 실루엣으로 러블리한 여아용 다운 사파리는 전국 빈폴 키즈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02-540-4723
③아돌포 도밍게즈의 에코 퍼 트리밍 코트
스페인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 아돌포 도밍게즈(Adolfo Dominguez)에서 세련미 넘치는 에코 퍼트리밍 코트를 선보인다. 아돌포 도밍게즈만의 색을 담아 심플하고 여성스러운 실루엣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 허리벨트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으로 우아한 페미닌 룩을 완성시킨다. 현대백화점 본점, 목동점, 대구점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02-3438-6059
④비오템의 아쿠아수르스 매직 젤 오일
지구의 물과 물속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워터 러버스(Water Lovers) 캠페인’을 후원하는 비오템에서 아쿠아수르스 매직 젤 오일을 선보인다. 보습 성분 P. 안타르티카와 기타 보습 성분들이 함유된 젤 오일은 쌀쌀해진 날씨에 거칠어진 피부를 촉촉하게 지켜준다. 비오템은 제품 하나를 구입할 때마다 1유로씩 남극 로스해의 물과 황제펭귄을 보호하는 워터 러버스 캠페인에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⑤스톤헨지의 마스터피스 컬렉션
스톤헨지에서 클래식 발레 작품에서 영감받은 마스터피스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인다. 마스터피스 컬렉션은 스톤헨지의 ‘클래식한 아름다움’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으로 발레를 모티브로 한 안나 P. 컬렉션에서 탄생했다. 이어링, 네클리스, 브레이슬릿, 브로치 총 7작품을 선보이는 마스터피스 컬렉션은 18K 골드로 제작되며 기본적으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귀보석 세팅으로 완성되었다. 대한민국 명장인 이두영과 이순용을 통해 제작된 컬렉션이다. 문의 080-3284-1300
⑥반클리프 아펠의 빈티지 알함브라 펜던트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은 올 크리스마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빈티지 알함브라 펜던트를 선보인다. 정교한 비즈 세팅으로 이뤄진 알함브라 모티브는 진실한 사랑, 건강 그리고 부의 의미를 담은 행운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아 왔다. 우아한 화이트 컬러에 마더 오프펄과 중앙에 투명한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으며 펜던트 뒷면에는 이니셜을 새길 수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문의 02-3440-5660
⑦롤렉스의 스카이-드웰러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최신 모델인 스카이-드웰러(SKY-Dweller) 3종을 국내에 출시한다. 스카이-드웰러는 서로 다른 두 지역의 시간을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듀얼 타임 존 기능을 갖추고 있다. 롤렉스의 특허 기술링 코멘드 베젤을 사용해 여행지 현지 시각과 본국, 본사의 시간, 날짜를 쉽고 간편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42mm 사이즈로 18캐럿 화이트 골드, 옐로 골드, 핑크색 에버로즈 골드 총 3가지 모델을 선보인다. 문의 02-3406-2265
⑧에르메스 워치의 아쏘 컬렉션
‘시간의 선물’을 2012년 테마로 한 에르메스 워치는 아쏘 컬렉션에 2개의 새로운 모델을 더했다. 케이스의 위아래가 비대칭을 이루는 러그가 특징적인 아쏘 컬렉션은 새로운 케이스 디자인, 매뉴팩처에서 제작한 무브먼트를 탑재해 절제된 우아함을 전달한다. 케이스와 시곗줄 외에도 수작업으로 마무리한 무브먼트는 시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무브먼트의 받침이 되는 메인 플레이트는 원형으로 무늬를 낸 서큘러 그레인이나 빗살 무늬를 내는 새틴 브러시드로 처리해 은은한 광택을 냈다. 여기에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H자 형태 패턴으로 장식해 특별함을 더했다. 문의 02-547-0437
⑨딥디크의 홀리데이 캔들 컬렉션
럭셔리 향수 브랜드 딥디크는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리미티드 캔들을 선보인다. 스파이시, 우디 등 다양한 향조가 블렌딩되어 홀리데이에 어울리는 따뜻하고 프레시한 향을 선보인다. 이번 패키지는 터키의 융단인 킬림 러그의 색감과 패턴을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그린, 레드, 블루와 골드 컬러의 조합으로 감각적인 홀리데이 선물이 된다. 상쾌함을 전달해 아늑한 느낌을 선사하는 사핀도르, 앰버 이드, 올리반 등 총 3가지 향으로 구성된다. 문의 02-514-5167
⑩영동가구의 휼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슬리핑 시스템 제조사 중 하나로 꼽히는 휼스는 장인 정신과 첨단 기술력을 결합시킨 제품을 선보인다. 문의 02-547-7850
⑪인피니티의 올 뉴 인피니티 JX
인피니티의 7인승 럭셔리 크로스오버 올 뉴 인피니티 JX가 미국 <컨슈머 리포트>의 도로 주행 테스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추천 차량’으로 선정되었다. 문의 080-010-0123
⑫BMW의 뉴 X1
BMW 코리아는 프리미엄 콤팩트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인 BMW 뉴 X1의 4개 모델을 새롭게 국내에 출시한다. 문의 02-2038-8217
로맨틱 홀리데이를 위한 다이아몬드 주얼리
패셔니스타 고준희의 크리스마스 선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당신이라면, 12월을 기다리는 마음은 벌써부터 설렐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계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신예 패셔니스타 고준희가 선물 제안에 나섰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스타일로 인정받는 그녀가 선택한 아이템은 바로 다이아몬드 주얼리. “진정한 패셔니스타라면 작더라도 나를 높여주는 아이템을 고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특별하고 변치 않을 선물을 준비하고 싶다면 유행에 따라 잊히는 핸드백과 옷, 구두보다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둘만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을 추천해요. 영원함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선물받는다면 그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스럽지 않을까요?”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사랑스러운 여인의 모습에서 연말 선물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사라진다. “작고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로망이
잖아요.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착용하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깊은 반짝임으로 인해 스스로 당당해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선물해준다면 나를 높여주면서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선물이랄까요.”
그녀의 말처럼 영원함과 소중한 마음을 표현하는 다이아몬드 주얼리야말로 여자들의 로망이자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 아이템. 내 생애 최고의 선물, 골든듀 로맨틱 홀리데이 에디션 골든듀가 선보이는 로맨틱 홀리데이 에디션은 골든듀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모닝듀’ 제품을 리디자인한 ‘미니듀 로망스’와 ‘미니듀 웨이브’. 기존 ‘모닝듀 로망스’ 디자인의 미니 버전으로 재탄생한 ‘미니듀 로망스’ 제품은 로맨틱한 느낌의 핑크 골드와 멜리 다이아몬드 세팅으로 이슬 모티브를 보다 서정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모닝듀 클래식의 곡선 라인만을 강조해 새롭게 탄생한 ‘미니듀 웨이브’ 제품은 심플하고도 세련된 라인이 특징이다.
화이트와 핑크 골드의 물방울 라인의 콤비네이션은 서로를 감싸 안고 있는 연인의 모습처럼 조화를 이루며 더욱 사랑스러운 느낌을 전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다이아몬드 주얼리, 골든듀의 로맨틱 홀리데이 에디션으로 나만의 그녀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선물해보자.
하림(가수) 나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아버지의 김치찌개
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략 눈치챘겠지만 나는 방랑벽이 심한 사람이다. 세계 곳곳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의 음악을 듣고, 그 나라의 문화를 느끼고, 그리고 그 나라의 악기를 배운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언제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대한다. 그렇게 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면 제일 먼저 먹고싶은 것이 바로 아버지의 김치찌개다. 그렇다, 어머니의 김치찌개가 아니라 아버지의 김치찌개다.
어렸을 때부터 김치찌개는 꼭 아버지께서 끓이셨다. 김치만 넣는 것이 아니라, 고추장을 넣는데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하려고 해도 그 맛은 못 낸다. 정말 맛 좋은 김치찌개 집에 가도, 그 맛이 아니다. 아버지도 내가 아버지표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서 내가 여행에 돌아오면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기다린다. 아는지 모르겠는데 그것을 소재로 노래도 만들었다. ‘아빠의 김치찌개’, 그만큼 나에게는 소중한 음식이다.
임성순(소설가) 홍어를 먹는 사람도 잘 먹지 못하는 홍어애탕
사실 나는 그리 음식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나의 기억 속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 같은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아플 때, 속상할 때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떠오르는 음식은 하나 있다.
‘홍어애탕’이다. 홍어애탕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홍어 삭힌 맛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홍어애탕에 쉽게 빠져드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홍어를 능가하는 그 자극적인 맛을 그것도 국물과 함께 마셔야 한다.
소주와 함께 먹고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정수리에서부터 뿜어 나오는 그 냄새가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감기가 느껴지고 몸이 으슬으슬해질 때 ‘홍어애탕’을 떠올린다. 혼자 사는 사람이 아프면 괴로우니까, 미리미리 음식을 먹어두는 것이 좋다.
한지혜(배우) 시카고엔 없다, 생태찌개
결혼을 하고 미국 시카고로 떠나 생활을 하게 됐다. 시카고, 너무 아름다운 도시이고 나름대로 얻게 된 것도 많았지만, 그래도 결혼과 미국 생활로 인해 떠나온 가족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누군가 그리워질 때는 엄마의 생태찌개를 떠올리게 됐다. 음식이 눈앞에 놓여져 있는 것도 아닌데, 가족이 그리워진다. 정말 힘들게 생태찌개를 먹게 될 땐 더욱 가족이 보고 싶었다. 뭐랄까, 음식이란 특히 엄마가 해준 음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기계적인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사랑을 나눠주는 그래서 허기와 외로움을 동시에 채워주는 것. 나에게 생태찌개란 고향을 주고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다. 요즘 드라마<메이퀸> 때문에 정말 바쁜데, 또 생태찌개가 생각난다. 아, 배고프다
강수정(방송인)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음식, 비빔국수
소울 푸드라… 나에겐 비빔국수다.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 후루룩 넘어가는 탱글탱글한 면발. 거기에 매콤한 ‘김치’고추장 양념은 기본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입맛이 없을 때, 아니 입맛이 없을 때라기보다 평소에 가볍게 뭔가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언제나 선택하는 메뉴가 비빔국수다. 너무 가깝고 너무 쉽게 먹을 수 있어서 그게 뭐 소울 푸드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자.
회사에서 힘든 몸을 이끌고 돌아와 어쩐지 우울해질 때 매콤하게 내 입맛을 돋우며 ‘아, 역시 이거야’라고 생각하게 하는 간단한 국수만큼 소중한 음식이 있을까? 하긴 심지어 우리 친정어머니조차 나에게 ‘넌 비빔국수가 질리지도 않니?’ 하고 말씀하시지만, 매일 먹어도 늘 맛있는 음식이다.
부르르 끓는 물에 면을 넣어 다시 끓어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찬물을 살짝 넣고 이 과정을 다시 반복. 마지막에 차가운 물로 싹싹 헹궈주는 것이 포인트다. 신랑이 출근하고 혼자 있는 낮 시간에 가장 간편하면서도 정성은 빠지지 않는 나만을 위한 한 끼. 혼자 먹더라도 예쁜 그릇에 먹어야 한다. 난 소중하니까.
포크가 나타난 순간부터 미슐랭가이드가 요리사들을 긴장하게 하기까지 역사
레스토랑은 언제 생겨났을까?
미식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귀족이나 유복했던 사람들은 고용한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먹거나 이웃에 초대받아 식사를 했다. 하지만 서민들의 경우에는 요리사를 고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요리를 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단지, 돈을 지불하면 소시지나 파테와 같은 기본 조리식품은 구입할 수 있었다. 굳이 외식을 한다면 여관이나 술집에서 파는 식사를 했지만 대부분 큰 접시에 있는 요리를 나눠 먹는 방식이어서 앉는 자리나 친분에 따라 음식의 양이 결정되곤 했기 때문에 정찬의 개념은 없었다.
본격적인 레스토랑은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이후 주인인 귀족이 처형당하거나 외국으로 도망가면서 일자리를 잃은 요리사들이 독립적으로 음식점을 개업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진다. 1765년 무렵, 블랑제라는 인물은 자신의 가게 앞에 “우리는 훌륭한 레스토랑을 팝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레스토랑’이란 음식점이라는 뜻이 아니라 프랑스어로 ‘레스토레(restorer)’, 기력을 회복시킨다는 의미를 가진 동사에서 파생된 기력 회복 음식 ‘부용(Bouillon)’을 의미했다. 블랑제는 자신의 가게에서 고기를 푹 고아서 수프처럼 만든 부용을 팔기 시작했고, 이것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음식점은 건강을 판매하는 집, ‘레스토랑’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포크의 등장
재미있는 것은 다양한 코스 요리를 순서대로 먹어야 하고 수많은 잔마다 용도가 각기 다른 서양에서 음식을 포크로 먹는 관습이 중세 후기에야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그때까지 손으로 음식을 먹었다. 음식을 포크로 먹는 습관은 중국을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11세기 베네치아 총독과 결혼한 비잔틴의 한 공주가 포크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손가락으로는 어떤 음식도 만지지 않았고, 환관들이 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썰어주면 황금으로 만든 두 갈래의 작은 포크로 찍어 먹었다. 당시에는 신이 내려준 음식을 손으로 만지기 거부하는 그녀의 행동을 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겼고 예의 없는 행동으로 비추어졌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곧 포크의 사용이 유행하게 되었다. 특히 식사 후 당분이 잔뜩 들어간 과자나 과일을 먹기 시작하면서, 손가락이 끈적이지 않도록 포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결혼 후 프랑스의 왕비가 된 카트린 드 메디치는 이를 프랑스의 궁정에 끌어들였다.
물론, 그 시대에 아직 통용화되지 않았던 포크는 가십거리였다. 포크의 사용이 서투른 사람은 음식을 자주 떨어뜨렸고, 우아하지 못한 행동을 보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갈렸던 포크의 사용은, 그러나 그녀의 아들 앙리 2세가 보위에 오르면서 공식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도구가 됐다. 그는 ‘음식을 깨끗하게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포크를 사용하라는 칙령을 내렸다. 물론 당시 유럽 사회에서는 포크 이외에 스푼과 나이프를 사용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것은 기계적인 필요에 의한 사용이었다.
수프를 떠먹거나 콩이나 옥수수를 다량으로 먹기 위해서는 스푼이 필요했고, 고기를 썰어내기 위해서는 나이프가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포크의 사용은 조금 달랐다. 콩이나 과일을 포크로 찍어내고, 작게 썬 음식을 포크로 먹는 것은 일종의 우아한 예법으로 기능하게 되고, 대식보다는 소식을 권장하는, 일종의 지적인 활동이 된 것이다. 포크의 사용으로 유럽의 식탁에는 다양한 예법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목숨과 맞바꾼 요리사의 자존심
프랑스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유명하다. 예술가만큼이나 요리사들의 이름이 셀러브리티처럼 오르내리는 곳이 프랑스고 따라서 요리사들이 자신의 음식에 대한 혹평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디시 하나를 예술 작품처럼 여기는 그들의 자존심은 가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가스트로노미(gastronomy)’의 의미가 탄생하기 이전, 귀족들의 연회는 요리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귀족들에게 있어서도 자신의 연회가 손님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었는가가 사교 생활의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때론 좋은 요리사들은 비록 서민이었지만 귀족과 비슷한 종류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연회를 전체적으로 진두지휘하는, 이른바 수석 셰프를 ‘메트르 도텔’이라고 불렀다. 이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요리사가 바로 프랑수아 바텔이다.
그는 루이 14세 시절 세력가 니콜라 푸케의 요리사로 유명했는데, 그가 실각하고 나서는 콩데 왕자의 샹티이 성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어느 날 콩데 왕자의 샹티이 성으로 루이 14세가 많은 귀족과 신하를 이끌고 방문을 하게 됐다. 커다란 연회가 열렸고, 바텔은 자신의 뛰어난 요리 실력을 맘껏 뽐내게 된다. 그러나 손님 수가 예상외로 너무 많아서 두 테이블에 로스트 비프가 서브되지 못했다. 그는 이 사건을 치욕적이고 불명예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12일간 잠 한숨 못 자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콩데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수를 끔찍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후, 생선을 주문했는데 달랑 두 개의 바구니만 도착하자 ‘저는 이렇게 모욕적인 일을 당하고는 더 이상 살 수 없습니다’고 고하고 방으로 들어가 칼을 자신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생선을 가득 실은 마차가 도착했다.
가스트로노미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
좋은 레스토랑을 말할 때, 그리고 그 레스토랑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이야기할 때 추천자들이 언급하는 것은 <미슐랭 가이드>다. 별이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별이 세 개냐 아니냐를 두고 말들이 많고, 그러한 음식 비평을 잘 모르는 우리들도 ‘미슐랭 별 셋 레스토랑’이 의미하는 대단함을 어렴풋이 이해한다.
미슐랭, 영어 발음으로 미셰린이라고도 알려진 이 타이어 회사가 발매한 가이드북은 어쩌다가 이렇게 전 세계의 미식가들을 뒤흔드는 책이 되었을까? 자신의 집을 떠나 어느 지방 소도시에 여행이라도 가려고 하면, 누구나 ‘어디에 가면 그 지방의 맛있는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인터넷도 뒤지고, 가끔은 시청이나 군청에 전화를 걸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간편한 방법이 있다. 그곳 택시 기사들에게 맛 좋은 음식점을 물어보는 것이다. 값싸고 맛 좋은 점심 식사를 먹으려면 기사식당부터 찾아보는 것이 정석이다.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에서 레스토랑 가이드를 시작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다. 도로를 달려 여기저기 이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하려면 삼시 세끼 좋은 음식을 먹는 식사 시간의 즐거움을 알려주어야 한다. 운전자의 길잡이로 출발한 <미슐랭 가이드>에 처음부터 레스토랑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다. 자동차 부품을 조달하고 차를 수리하고, 묵을 곳이나 먹을 장소를 찾고, 편지를 부치거나 전화를 할 수 있는 곳의 정보를 담아내면서 시작된 자동차족을 위한 가이드북은 매해 조금 더 많은 정보와 정확한 정보를 갱신하면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호텔 간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무료로 배포되던 이 책은 판매를 시작하게 되는데 1923년부터는 에디터의 추천 호텔과 레스토랑이 따로 표시되고 이후 호텔 평가, 레스토랑 음식의 평가로 점차 확대되었다.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미슐랭 가이드>는 지금의 모습을 자리잡게 된다.
<미슐랭 가이드>의 별 셋 레스토랑, 즉 요리, 와인, 서비스, 분위기가 완벽한 레스토랑의 요리사는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었고, 그로 인해 책 자체의 권위도 함께 올라갔다. <미슐랭 가이드>는 미식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꼭지점 중 하나다. 도시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까지, 고급에서 저렴한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경쟁을 붙임으로써 음식업계의 문화 발전을 촉진한 것이다.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전문 심사위원단을 언더커버로 활용하면서 객관적인 신뢰성도 얻었다. 이뿐 아니라 미식을 위해 여행을 한다는 레저의 개념도 확대되었다. 작년 봄 무렵 <미슐랭 가이드> 한국 판이 나온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미슐랭 가이드 그린>은 음식 비평지가 아닌 여행 가이드북이므로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레스토랑에 별을 주는 <미슐랭 가이드>는 빨간색의 표지로 유명하다.
● 요리사들이 아버지, 에스코피에(저서 - 요리입문서)
보르드메르 그해 겨울 가장 맛있는 바다
스모키 살룬, 이사벨 더 부처 등 문 여는 레스토랑마다 공전의 히트를 친 아메리칸 다이닝의 대표 주자 데이비드 현 셰프. 그가 그동안 제일 해보고 싶었던 요리를 모두 구현한 곳이 바로 보르드 메르다. 서양 요리라면 역시 고기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이곳의 메뉴는 싱싱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송로버섯의 향을 은은하게 입힌 도톰한 도미 스테이크를 한입 베어 물면, 고기 요리로는 대처할 수 없는 끝없는 부드러움과 섬세한 감촉에 매료되고 만다. 새우, 제철 굴과 랍스터, 잘 구워진 농어까지. 식탁 위에서 가득 펼쳐지는 해산물의 향연은 보는 것만으로도 호사스럽다. ‘해변’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소라 껍데기와 하얀 모래, 마린풍의 가구들은 지난여름 바다의 기억들을 다시 불러낸다. 그 해 가장 맛있는 바다가 그곳에 있다. 문의 02-549-9806
올리비아 추억 그대로의 파스타
어떠한 광고나 홍보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10년 이상을 이어오고 있는 청담동의 숨은 이탤리언 레스토랑 올리비아. 오픈 이래로 변함없는 맛과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해 “외국에 여행을 가도 올리비아의 파스타가 그립더라”고 말하는 단골이 많다. 특히 여성 고객의 비중이 높은 대부분의 이탤리언 레스토랑과 달리, 남성 고객의 비율이 유독 높다. 정·재계부터 문화계 인사까지, 각계 각층의 오랜 단골집. 이곳의 음식은 우리가 어렸을 적 생각하던 이탤리언 푸드의 전형과도 같다. 풍부한 크림소스의 명란 파스타와 시원 깔끔한 홍합탕의 일종인 나티보, 얇은 도우에 치즈가 듬뿍 올라간 피자까지. 훗날 흥건한 소스의 파스타가 이탈리아 전통 방식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건 한국식 파스타라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아늑한 실내와 친절한 서버들 또한 맨 처음 ‘서양식 식사’를 접했던 날의 흥분과 설렘을 그대로 전해준다. 문의 02-544-4117
컬리나리아 12538 어느 프랑스식 우아함에 대하여
컬리나리아를 수식하는 말은 너무도 화려하다. 미국의 저명한 요리학교 CIA 출신이자 세계적인 레스토랑 노부와 그래머시 타번을 거친 셰프, 모던 프렌치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 국내 최연소오너 셰프 레스토랑…. 이곳의 매력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타이틀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겠다. 작지만 품격 있는 실내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우아한 사람들의 풍경은 마치 유럽 어느 골목에서 마주친 레스토랑을 연상시킨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공수해온 랍스터, 전남 청정 옥과 한우 등 최상의 식재료를 베이스로 셰프의 고민과 노력이 묻어나는 섬세한 손길에서 진정한 프랑스식 우아함이 느껴진다. 자정이 넘은 늦은 밤에도 와인과 요리를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처럼, 이곳 역시 새벽 두 시까지 문을 연다. 컬리나리아의 밤이 미드나이트의 파리로 변신하는 마법의 순간. 문의 02-515-0895
투뿔등심 가장 시크한 고기 한 점
고기가 싫은 건지 고깃집 특유의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건지 모르겠다 싶은 사람들이라면 투뿔등심 가로수길점을 방문해보는 것이 답이다. 세련된 스테이크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뿐 아니라, 전문 셰프가 그릴 바에서 직접 구워주는 코스 메뉴가 있어 굽는 수고마저 덜어준다. 사실 이곳은 매우 합리적 가격으로 한우 1++급 숙성 등심을 제공해 이미 고기 마니아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된 곳. 모기업 삼원가든으로부터 전수받은 숙성 노하우로 진득한 풍미와 씹는 맛이 그만이다. 예약하기도 어렵다는 ‘셰프의 코스’를 특히 눈여겨보자. 6가지 부위의 고기를 권영호 셰프가 직접 구워 딱 먹기 좋은 사이즈로 한 점씩 내준다. 부위가 다른 한 점 한 점을 천천히 음미하노라면 진정한 미식으로서 고기의 매력을 깨닫게 된다. 특이할 만한 점은 와인 콜키지가 100% 무료라는 점. 고기 마니아부터 와인 애호가까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조건 아닌가. 문의 02-515-5712
오늘 모던 코리안 파인 다이닝
그동안 고루하던 이미지의 한식이 달라졌다. 그것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과연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은 서울 동빙고동 조용한 골목에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오늘이 있다. 어제의 전통과 내일의 가능성을 모두 담은 가장 풍요로운 시간인 ‘오늘’을 주제로 한 우리 음식을 선보이는 곳. 사전정보가 없이 방문한다면 메뉴판을 보기 전까지 이곳이 한식당이란 걸 눈치채긴 쉽지 않은 일이다.
감각적이고 모던한 인테리어에서부터 직원들의 유니폼까지 유명 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특별한 작품들이다. 임금님의 수라상처럼 전국 팔도에서 가장 신선하고 귀한 재료만 엄선해 정성으로 만들어내는 메뉴 또한 정갈하기 그지없다. 보이는 모습은 현대적이나 맛만큼은 클래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그들만의 방식이다. 그래서 일까. 보수적인 입맛을 지닌 내로라하는 CEO들의 방문이 잦다. 누구에게라도 자랑스럽게 선보일 수 있는 오늘날의 한식이 바로 ‘오늘’이기에. 문의 02-792-1054
유노추보 요리의 달인, 대중에게 손 내밀다
재패니즈 특급 셰프 유희영. 우리에게는 <맛대맛>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9:0의 승리 행진을 이어간 요리의 달인으로 더 익숙하다. 그가 오너 셰프로 운영하고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레스토랑 유노추보는 ‘유의 주방’이라는 뜻으로 연구와 실험을 통한 각종 창작 일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잠깐 유행에 휩쓸리는 거품 낀 퓨전 요리가 아닌 그동안 쌓아온 내공이 바탕이 되어 한층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차원 높은 요리다.
오픈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는 일명 ‘프리미엄급 레스토랑’에서 일해온 그가 대중적인 요리를 하겠다는 걸 말리기도 했는데 결국은 그가 옳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유노추보만의 독특한 요리 세계의 지지자가 되고 있으니. 이러한 반응들은 또 다시 요리사에게 활력소가 된다.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특급 셰프의 요리를 경험해볼 차례. 문의 02-545-2811
요리, 영화 그리고 인생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영화 네 편
미슐랭 별이 그리 중요해? - 라따뚜이
대부분의 음식 영화가 인생을 중심으로 요리를 곁들여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요리를 소재가 아니라 주제로 끌어들여 ‘요리란 곧 인생’임을 정확하게 밝혀주는 경쾌한 작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라따뚜이>다. 절대 미각, 빠른 손놀림과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천부적인 요리사 레미. 그의 문제점이라면 그가 바로 비위생의 대명사인 생쥐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운명일까, 그는 자신이 평생 존경했던 천재 요리사 구스토의 레스토랑에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구스토의 레스토랑은 이미 위기에 봉착해 있다. 요리평론가의 혹평으로 인해 레스토랑의 평가 기준인 별이 4개에서 3개로 떨어지고, 이 충격으로 구스토는 자살한다. 요리에 대한 열정은 강하지만 도대체 재능이라고는 없는 이곳의 견습생 링귀니, 그는 우연히 친해진 레미와 함께 의기투합해 맛 좋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지만, 레스토랑에 생쥐가 나타났다는 이유로 문을 닫게 된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라따뚜이’라는 그들만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명예와 부를 생각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행복하고 아담한 음식점을 이어간다.
재밌는 것은 여기 등장하는 구스토가, 식당 등급 별점의 하락으로 자살한 베르나르 루와조를 투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라따뚜이>는 음식을 대하는 혹은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도록 만든다.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달려가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까? 당신의 인생에 별 따위 없으면 어떤가. 당신을 위해 된장찌개의 진한 국물을 끓이고 빙그레 웃어주는 당신의 가족, 친구가 있으면 됐다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음식을 통해 정체성 찾기 - 줄리 & 줄리아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리프)는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국 땅에서 요리에 빠진 그녀는 르 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자신의 음식과 행복 바이러스를 주변에 전파하게 되고, 이를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레시피 책을 출판하면서 성공하게 된다. 한편, 현재 뉴욕에서 착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줄리(에이미 아담스)는 모든 일에 심드렁하다.
잔소리 많은 엄마, 사회에서 승승장구 중인 친구들 사이에서 꿈도 열정도 잃어버린 줄리는 매일이 지치고 지루할 뿐이다. 그러던 그녀는 무언가 새로운 인생의 타계책을 찾기 위해, 글쓰기에 대한 꿈을 되찾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하는데 자신이 좋아했던 줄리아 차일드의 레시피 북을 보며 365일 동안 줄리아의 524가지 음식을 만들어 이에 대한 경험을 포스팅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는 인기 요리 블로거로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의욕도 되찾게 된다.
20대 후반 여자들이라면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만 붙으면, 대학 시절에는 좋은 회사에 취직만 하면 만사 오케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20대 후반이 되면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이란 그리 만만치 않아서 여전히 실수투성이인 자신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꿈꾸었던 꿈은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가버렸다는 것만 발견할 뿐이다. 그럴 때는 줄리처럼 무언가 새로운 나만의 꿈을 떠올려 현실에 적용할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줄리아처럼 훌륭한 롤모델을 설정해 달려간다. 우리의 롤모델에게 인정을 받건 못 받건, 중요한 건 우리가 성장해서 그녀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영화 속 줄리아 차일드의 수많은 레시피가 등장해 우리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것은 덤이다.
이 영화는 감독 노라 에프론의 마지막 연출작이 되고 말았다. 노라 에프론은 미국의 1세대 여자 저널리스트로 승승장구하다가 영화 각본을 쓰기 시작했고 에세이스트로도 각광을 받았다. 멕 라이언이 주연한<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은 모두 노라 에프론의 작품이다. 대부분 남자가 스토리를 리드하는 할리우드 영화판에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여자의 심리를 중심으로 한 내용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그녀는 안타깝게도 지난 6월 암으로 사망했다.
● 두 남자의 좌충우돌 와이너리 여행기 - 사이드웨이
● 음식은 나누어 먹어야 한다 - 헬프
세상에서 가장 낙천적인 애주가
술, 인생의 윤활유
“나도 주님을 모시는데, 사람들하고는 좀 다른 주님이지. 술 주(酒) 자로 된 주님! 하하.” 술을 얼마나 좋아하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에 그만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만다.
그와의 인터뷰 내내 이렇듯 재미난 비유와농담이 끊이질 않았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우리 연령대가 전 세계 현존하는 인류 가운데서 제일 다양한 술을 마신 세대일 걸요? 먹을 게 귀했던 시절이라서 주종을 가리지 않고 있으면 있는 대로 다 마셨죠.
소주부터 막걸리에다가 고량주, 위스키, 심지어는 밀주에 가짜 카바이드 막걸리까지 세상의 모든 술을 먹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는 주(酒)님을 모시는 자칭 애주가다. 대부분 소문난 애주가들이 그렇듯, 특별히 주종을 가리진 않는다.
“나에게 술이란 인생의 윤활유와 같아요. 모든 것을 잘 돌아가게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소주에 맥주를 말아 먹고, 집에 혼자 있을 땐 와인 한 병씩을 따곤 합니다.” 와인에 있어서 그는 단순한 애호가의 수준을 뛰어넘은 전문가다. 지난 2011년 모 기업과 손을 잡고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고 2008년 와인 입문서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을 출간하기도 했다.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의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알사스, 칠레의 몬테스 알파, 산페드로 등 와이너리 투어도 수차례 다녀왔다. 인터뷰를 하던 레스토랑의 주인이 마침 소믈리에 출신이란다. 금방 와인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꽃핀다.
제대로 된 와인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그가 생각하는 와인의 매력이란 뭘까.
“와인은 마치 여성과 같아요. 그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는 술은 와인 말곤 없어요. 위스키가 많아 봐야 300종에서 끝나는데 와인은 수십만, 심하게 말하면 백만에 가까운 종류가 있고 다 다르죠.
얼굴 다르고 맛 다르고 향 다르고. 그런 걸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일단 어떤 종류든 두려움 없이 시도해 보자는 주의니까 선택이 어렵진 않은데, 비싼 와인을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맛이 약간 좋아지는 대신 값은 배로 뛰니까요.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는 건 부르고뉴 와인이지만 그 대신 가장 비슷하면서 값이 훨씬 저렴한 이탈리아 와인을 즐겨요. 피에몬테나 바롤로 같은 것들.”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대부터 이미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했지만 그때는 맥주를 즐기느라 와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1999년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면서 드디어 와인을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 “미국에서는 골프를 안 치니까 감옥 생활이 따로 없더라고요.
친구들이 미국에 살기는 했지만 만나기도 어려웠죠. 그래서 매일 했던 일이 쇼핑몰 가서 아이쇼핑 하는 거였어요. 그때 처음으로 와인의 종류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게 됐지요. 미국은 식품코너에서는 알코올류를 안 팔고 주류 판매장이 따로 있었거든요. 정말 축구장만 한 판매장에 온 세계 와인이란 와인이 다 있었어요. 호기심에 저렴한 것부터 한 병씩 사다 마시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온 거죠.”
그렇게 와인에 푹 빠져 있던 도중, 세계사를 주로 다루던 그가 와인 책을 내는 외도를 감행했다. 애호가 차원에서 출간한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실은 일본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때문이었단다. 한때 와인 관련 서적 중 가장 큰 인기를 모으며 국내에 와인 열풍을 몰고 온 책이다.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수집하기도 어렵다는 희귀 와인을 찾아 마셔야만 제대로 마시는 것’이라는 식의 왜곡된 내용이 싫었어요.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서양 문화에 대한 동경이 심한데, 우리까지 그런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나요. 오히려 그런 허상이 와인과 더 멀어지게 한 것 같아요. 생활 속에 제대로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은 쉽게 손대기 어려운 와인의 폭넓은 세계를 한눈에 보게 해주는 만화로,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그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새로 태어난 <먼나라 이웃나라>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만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나라 이웃나라>는 지난 1987년 첫 출간된 이후 1,5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지금도 매년 55만 부씩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 만화가 데뷔 50주년이자 첫 출간 후 25년 만인 올해 8월,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개정판이 나왔다. 초판을 폐기하고 3년에 걸쳐 1만 2천여 컷에 달하는 원고를 완전히 새로 그렸다.
“제가 <먼나라 이웃나라>를 연재하기 시작한 건 1981년 독일 유학생 시절이었어요. <소년한국>이라는 잡지였는데, 가난한 유학생이던 내 처지에는 유럽이 한없는 동경의 대상이었죠. 그들의 모습과 유구한 역사를 당시 우물 안 개구리 같기만 했던 고국의 사람들에게 좀 보여주고 싶었어요. 손으로 그린 원고를 매일 국제 우편으로 한국으로 보내야만 했죠.”
책을 개정하게 된 계기는 25년이란 세월 동안 격변해온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다. 개정 작업은 초반에 나온 유럽 6개국에 집중되었다. 단순히 바뀐 시대 상황에 따른 도표나 수치만을 보완한 게 아니다. 세계사를 보는 관점 자체가 매우 달라졌다고. “독일 통일 등 출간 이후 커다란 역사적 변화가 많았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 또한 격이 다르게 올라갔죠.
처음 책이 나왔을 당시와 지금은 국민소득에서부터 사회 분위기까지 변하지 않은게 없을 정도죠. 책의 내용 또한 오늘날의 시대 상황에 맞게 바꿔주는 것이 이번 개정의 키포인트입니다.” 현재 그는 시리즈의 맨 마지막을 장식할 15권 스페인 편을 집필중이다. 스페인은 지금까지 그가 방문한 수많은 나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가장 아껴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풀며 <먼나라 이웃나라>의 대미를 장식하면, 이후에는 나라별이 아닌 지역별로 세계사를 다룬 또 다른 책 <가로세로 세계사> 에 집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선진국이 뭘까, 말 그대로 세계를 아는 게 선진국이죠. 그런데 우리의 정보는 너무 제한되어 있어요. 미국, 일본이나 조금 알지 중국 현대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죠. 그래서 어떻게 세계를 리딩하는 나라가 되겠어요. 상대방을 이기려면 상대방을 아는 게 우선이에요. 세계 방방곡곡을 알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도, 불행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고 1 때부터 만화를 그려온 그에게 만화란 살면서 가장 재미있는 일인 동시에 평생 할 일이다.
그 이외에는 별로 욕심을 내거나 다른 희망을 갖는 일은 없다. “이대로 마음 편하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원래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라 살면서 머리 싸매고 고민한 적은 거의 없어요. 인생에 고비도 없었고 있었다고 해도 그게 고비인 줄 모르고 심각하게 생각을 안 하니까요. 아, 딱 한 번 힘든 일이 있었다면 결혼이네요. 마흔 살까지 혼자 살다가 15살 연하인 아내를 만나 결혼했는데 그때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심했죠.”
현재 그의 아내는 유학 중인 아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거주하고 있다. 일 년에 네 번 정도 캐나다를 방문해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작업을 하면서 자유롭게 보낸다. 스스로를 ‘독거노인’ 이라고 부르지만, 외롭지는 않다. “정년퇴직 이후에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면 좋겠다 싶어 내린 결정인데, 떨어져 있다 보니 더 애틋해지고 좋은 면도 많은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자유를 누리다가 한 번씩 만나면 반갑기 그지 없죠. 캐나다에 가면 아내와 함께 늘 즐겨 찾는 단골 와인 가게가 있어요. 거기서 꼭 메를로를 한 병 마시죠. 나야 아무 와인이나 잘 마시는 사람이지만, 아내가 좋아하다 보니 취향에 맞춰야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오히려 행복이 뭐냐고 묻는다. 행복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다만 인생에 약간의 술과 만화를 그릴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뤄지지 않은 로망이나 꿈 같은 게 따로 없기 때문에 불행하지도 않다.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이나 불행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세상 속 편하게 사는 사람이 바로 그다.
“지금 내 삶은 무한히 자유로워요. 골프나 바둑 같은 건 안 하고, 모임도 친구 4명이 모이는 모임 딱 하나만 빼고는 안 가니까 시간이 많죠. 그저 나를 위해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쓰고 있습니다. 가끔 비싸지 않은 적절한 와인 한 잔과 함께. 제가 너무 낙천적으로만 사는 건가요?”
미우치아 프라다
패션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프라다를 두고 이야기할때, 그것이 패션이건 예술이건 미우치아 프라다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디자인도, 경영도 전공하지 않은 그녀는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할아버지의 가죽 회사를 하이패션 브랜드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로 끌어올렸고, 과감한 취향을 선보이며 대중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순수예술, 건축과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패션과 예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이력은 흥미롭다. 그녀가 학교를 다니던 1960년은 페미니즘과 공산주의 같은 기존의 이데올로기에 반기를 드는 무드가 서유럽을 뒤흔들고 있었고, 정치학도였던 그녀도 이탈리아 공산당의 당원이자 이탈리아 여성 연맹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패션과 예술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다루고자 했던 친구들보다 훨씬 자유롭게 받아들였다. 따라서 그녀가 바지 대신 스커트를 착용하고 이브 생로랑이나 앙드레 쿠레주의 고급 의상을 입고 다니는 것은 당시의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그녀의 삶은 자연스럽게 프라다의 철학에 녹아들었다. 지적이고 이성적이지만 결코 여성성과 예술성을 잃지 않으려는, 보수적이면서도 기존의 틀을 깨는 상상력의 아이러니가 곳곳에 넘실대며 프라다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품질 좋은 가죽으로 유명했던 프라다는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죽 트렁크 보호용 패브릭으로 사용하고 낙하산이나 비옷으로 이용되던 ‘포코노’를 과감하게 가방으로 만들어 팔았다. 이 백이 바로 한국에 90년대 말 수많은 모조품을 양산시켰고, 여대생과 커리어 우먼들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프라다의 소위 ‘나일론 백’이다.
이 외에도 미우치아는 패션업계에서는 결코 하지 않는 불문율, 스커트에 발목 길이의 흰 양말을 신은 뒤 하이힐을 신는다거나 여성스러운 드레스 위에 밀리터리 룩을 매치하는 과감함을 선보이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다. 보수적인 듯하지만 예상을 깨는 재기 발랄함으로 리듬감을 더하고, 단정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룩으로 새로운 지성미를 선보인 것이다.
프라다 재단,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의 예술 사업
미우치아 프라다와 평생의 반려자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는 현대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패션이 예술과 함께 맞물리며 문화를 창조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던 그들은 사회와 예술의 복합적인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1993년 ‘프라다 밀라노 아르테(Prada Milano Arte)’라는 아티스트들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였고, 조각작품으로 시작한 전시는 설치미술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르게 된다.
1995년, 프라다 밀라노 아르테는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Prada)로 재정비되었고, 이 재단은 포토그래피, 영화,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후원하고 새로운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특히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꿈꿔왔던 새로운 프로젝트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면서 부를 축적하기 위해 예술 작품을 사들이는 대기업들과 달리 예술 창조에 기꺼이 뛰어들어 이바지하고자 하는 기업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폰다지오네 프라다의 새로운 전시 프로그램은 애니시 카푸어(Anish Kapoor)가 선보인 단독 전시를 시작으로 미국 작가인 마이클 헤이저(Michael Heizer)의 이탈리아 첫 번째 단독 전시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밀라노에서 이루어진 프라다 재단의 전시로는 루이스 부르주아(Louis Bourgeois), 댄 플래빈(Dan Flavin)과 월터 드 마리아(Walterde Maria) 등의 중요한 현대 작가들의 전시가 있었고, 도시환경과 문화를 연결하는 각종 설치미술 및 프로젝트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미우치아와 파트리치오는 자신들의 사옥을 짓는 것도 함부로 생각하지 않았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로스 앤젤레스의 에피센터는 네덜란드의 저명한 건축가이자 한국에 리움 미술관을 설계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도쿄의 에피센터는 자크 헤르조그(Ja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이 설계했는데, 이에 피센터들은 디자인과 건축이 만나 얼마나 새로운 종류의 예술을 창조해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며 도심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프라다 재단이 단순히 예술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만을 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프라다와 한국의 프로젝트
2009년, 한국에서 선보인 프라다의 프로젝트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대단한 이슈를 몰고 왔다. 경희궁의 한구석에 움직이는 건축물이 들어서 끊임없이 돌아가며 4면체의 건축물 자체가 변형되는 이 작품은 에피센터 건축뿐 아니라 다양한 프라다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치하였다.
렘 쿨하스는 ‘가속도가 붙은 문화’와‘변함없이 느린 건축’이라는 모순을 지적하는 건축계의 회의론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시도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 그러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경희궁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 실험적인 건축물을 통해 선보였다.
4면체의 건축물은 중력, 정지 상태, 고정된 방향과 위치 등 건축의 기본 원리를 거스르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설치물이었는데, 한 개의 쇼가 끝나고 다음의 전시를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 자체가 변형(트랜스폼) 을 가하면 바닥이 움직여 전시판이 되고, 이전의 전시 판넬이 다시 위로 올라가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트랜스포머는 전시를 억지로 끼워 넣는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전시를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하나의 유기체로 기능한 것이다.
프라다 스커트를 보여주는 순회 전시였던 <웨이스트 다운 스커트>, 영화, 예술, 그리고 스페셜 이벤트로 나뉘어 트랜스포머 안에서 다양한 문화의 실험을 꿈꾸었던 이 프로젝트는 프라다라는 패션 브랜드가 가진 상업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오랜 기간 예술과 인문학적인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프라다의 철학을 명쾌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012년 프라다
2012년 4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스키아파렐리와 프라다: 불가능한 대화>전이 열렸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복식연구소의 큐레이터 해럴드 코다와 앤드류 볼튼은 1930년대 <베니티페어>에 실렸던 메겔 코바루비아스의 ‘불가능한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아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할만한 스키아파렐리와 프라다 두 여성 사이의 가상 대화를 만들어내 이들이 남긴 혁신적인 작업을 새롭게 해석했다.
스키아파렐리는 달리와 콕토 등과 함께 작업을 했고, 프라다는 폰다지오네 프라다를 통해 끊임없이 예술가들과 상호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는 데 많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두 디자이너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두 사람의 대화를 모의 재현한 비디오를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화려한 영상미로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등을 연출한 바즈 루어만이 연출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자신의 어린 시절 공상 친구 ‘미우미우’를 떠올려 만들었던 경쾌한 브랜드 미우미우는 매년 여성영화감독 그리고 여성 스태프들이 참여하는 필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해에는 이탤리언 아메리칸 감독 마시 태지딘과 함께 젬마 아터튼, 패트리시아 클락슨등 총 5명의 여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여성 3인조 밴드가 참여한 사운드트랙으로 여성들의 자기애에 대한 관점을 보여준다. 는 LA에 사는 네 명의 여자, 고층의 오피스에서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한 여성, 딸아이의 목욕을 돕고 있는 엄마, 랩톱으로 작업하고 있는 블로거, 오래된 영화를 감상 중인 영화감독을 중심으로 그들이 그날의 저녁 약속을 위해 준비를 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프라다에서는 2012년 F/W 시즌을 위해 유명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리처드 헤인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다. 이 콜라보레이션은 물리적인 가상세계를 연출하고자 하는 의도로 제작되어 고전적인 미술 작품 혹은 건축양식의 이미지 위에 핸드페인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프라다의 남성 컬렉션을 쇼케이스로 하여, 이 컬렉션에 모델로 섰던 할리우드의 유명 셀러브리티 게리 올드만, 애드리언 브로디, 윌리엄 데포, 제이미 벨 등이 런웨이 워킹을 하는 페인팅을 그렸다.
마치 롤플레잉을 하는 것처럼 연출하여 일러스트레이션과 패션,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결합하면 어떤 식의 새로운 술이 탄생하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외에도 프라다가 동시적으로 진행하는 예술 프로젝트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이다. 필름, 애니메이션, 건축, 조각 등 실험적인 예술이라면 두 손 두 발 벗고 달려가는 프라다를 영화 제목으로 차용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상업과 예술의 융화를 어느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루어내고 있는 그들의 넥스트 프로젝트는언제든 환영이다.
우주의 시계, 태그호이어
지금도 우리는 시계를 본다. 사무실에 걸려 있는 커다란 벽시계를 상사 몰래 훔쳐보며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언제 오나 기다리고, 휴대폰의 시계를 보고 약속시간에 늦는 남자 친구에게 곧장 전화를 걸며, 오늘 룩에 어울리는 예쁜 손목시계를 팔찌 대신 팔목에 찬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시간의 노예이고,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없다면 마음이 불안해 어쩔 줄을 모른다.
시계가 시간을 달리는 동안, 우리는 재빠른 고속철도를 타고 여행을 하고, 비행기를 만들어 날렸으며, 심지어는 우주선을 만들어 달 착륙선을 만들었는데 이제 곧 우리는 유럽이 아니라 우주로 여행을 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술력에 맞추어 스위스의 고급 타임피스 태그호이어도 파일럿과 우주비행사들을 위해 필요한 기능을 향상시켜왔다. 1962년, 머큐리 프렌드십 7호를 조종한 우주비행사 존 글렌은 태그호이어 크로노그래프를 착용하였다.
2012년 태그호이어는 우주비행을 완료한 첫 번째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기념비적인 50주년 역사를 기리기 위해 NASA가 인증한 우주항공기 제조업체인 Space X와 손잡고 까레라 스페이스 X 크로노그래프를 새롭게 선보인다. 2012년 선보이는 까레라 스페이스X 크로노그래프는 1962년 존 글렌의 호이어 스톱워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였고, 까레라 케이스의 상징적인 외관 디자인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2012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였다.
한층 커진 43mm 직경은 한층 가독성을 높였고 대범하고 정제된 화이트 다이얼은 1962년 존 글렌이 착용했던 호이어 스톱워치의 다이얼 디자인을 연상시키며 스페이스X 제품이 주는 특별한 매력을 배가시켰다. 태그호이어가 자체 제작한 오토매틱 무브먼트 칼리버 1887을 탑재한 이 모델은 올해 2012개로 한정 제작되며, 브라운 빈티지 스트랩 모델과 스틸 브레이슬릿 모델 2가지 버전으로 선보인다.
이 모델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스모크 사파이어 소재의 케이스 백에는 다이얼에 새겨 넣은 이미지와 동일한 Space X의 로고와 팰콘 9로켓과 드래곤 우주선의 이미지 그리고 ‘The First Swiss Wat ch In Space’라는 기념비적인 문구가 함께 새겨져 있다. 존 글렌이 이룩한 원대한 목표와 모험심은 고스란히 이어져 오늘 날, 미국의 민간 우주 개발 회사 스페이스 X(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Space X)가 계승해나가고 있다.
스페이스 X는 첨단 로켓과 우주선을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세계적인 민간 기업으로 페이팔(paypal)을 창업한 엘론 머스크(Elon Musk)에 의해 2002년 설립되어 미래 우주여행과 국제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 나를 무인 우주왕복선 팰콘 9로켓과 드래곤 호를 제작하였다.
스페이스 X는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로켓을 발사, 화물선을 우주공간으로 보내 우주 비행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무엇보다 지난 5월 스페이스 X가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제작 발사한 드래곤 우주화물선 캡슐에 까레라 스페이스 X 크로노그래프를 포함시켜 이목이 집중되었다.
태그호이어는 2012년 우주로 나간 첫 번째 스위스 타임피스로서 맞이한 5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지구로의 귀환을 앞두고 우주정거장에 착륙했을 당시, 까레라 스페이스 X 크로노그래프는 우주 공간 안에서 중력에 대한 저항력 등 우주의 극한 환경 아래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거쳤는데, 모든 테스트에서 제품의 기능이 정확히 작동해 태그호이어 제품의 탁월한 기능적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1 우주비행사 존 글렌의 스톱워치
2, 3 태평양의 스페이스 X 드래곤
4 태그호이어의 까레라 스페이스 X 몽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