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아쉬운 서머 페스티벌
페스티벌의 열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다름 아닌 여름이다. 한여름의 낭만과 열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페스티벌이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진다. 어떤 여름날을 완성할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글 장인지 / 도움주신 곳 스위스 정부관광청 02-3789-3200
1 파리지앵이 열광하는 축제
월의 파리는 낭만의 도시가 아니다. 록 스피릿 가득한 열정적인 도시로 탈바꿈한다. ‘록 앙 센 뮤직 페스티벌(Rock en Seine Music Festival)’은 파리 서남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규모의 생 클루(Saint-Cloud) 공원에서 3일 동안 펼쳐진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만든 정원사가 만든 이곳은 고즈넉한 정원, 센 강 등 수려한 자연 풍광을 품고 있다. 녹음 무성한 공원의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악틱 몽키즈, 라나 델 데이, 블론디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신명 나는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4개의 무대를 오가는 길에는 중간중간 휴식할 수 있는 다양한 바와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있다. 축제 기간 동안 공원 내 캠핑장에서 갖는 힐링 타임도 특별하다. ( ⓒNicolas Joubard )
기간 8월 22일~24일
문의 www.rockenseine.com
2 재즈 선율이 넘실대는 홍해
아름다운 휴양지 홍해(Red Sea)를 배경으로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선사하는 풍성한 재즈 음악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이스라엘 최남단 에일랏(Eilat)에서 개최되는 ‘홍해 재즈 페스티벌(Red Sea Jazz Festival)’은 1987년부터 시작됐으며, 3년 전부터 겨울에도 개최되고 있으나 메인 페스티벌은 변함없이 8월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옴머 아비탈 퀸텟(Omer Avital Quintet),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켈릴리 에번스(Kellylee Evans) 등 약 10개 국에서 모인 뮤지션들의 공연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다. 해질 무렵부터 시작되는 재즈 공연은 새벽까지 그 열기를 이어간다.
기간 8월 24일~27일
문의 www.redseajazzeilat.com
3 음악과 캠핑의 즐거운 만남
그린 맨 페스티벌(Green Man Festival) 은 영국 웨일스 블랙 마운틴에서 개최되는 음악 축제로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포크, 사이케디리아,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이 5개의 무대에서 진행된다. 축제 기간이면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각양각색의 텐트가 공연장 주변을 가득 메우기 때문에 개성 넘치는 텐트와 아웃도어 용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간 8월 14일~17일
문의 www.greenman.net
1 일석이조의 즐거움
서머 소닉 페스티벌(Summer Sonic Festival)은 후지 록 페스티벌에 이어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상 최연소 헤드라이너 기록을 세우며 스타가 된 4인조 밴드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 프랑스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피닉스(Phoenix) 등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설 예정이다. 무엇보다 전설적인 밴드 퀸(Queen)과 폭발적인 가창력과 화려한 존재감으로 주목받는 애덤 램버트(Adam Lambert)의 합동 공연은 가장 기대가 되는 무대 중 하나. 서머소닉은 도쿄와 오사카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두 도시를 오가며 흥겨운 공연은 물론 관광까지 즐기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기간 8월 16일~17일
문의 www.summersonic.com
2 호수 위에서 만나는 오페라
여름밤,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오페라만큼 낭만적인 것이 또 있을까. 브레겐츠 페스티벌(Bregenz Festival)은 오스트리아 포어아를베르크(Vorarlberg) 주의 브레겐츠에서 열린다.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양한 오페라 공연들을 선보이는데, 백미는 호수 위 무대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공연이다.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든 호수 위 무대는 한눈에 봐도 예술적인 조형미가 돋보인다. 특히 호수에 석양이 내려앉을 때 바라본 무대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한 번 만든 무대는 2년간 사용된다고. 참고로 올해는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가 무대에 오른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호숫가에서 듣는 오페라 선율은 클래식 문외한이라도 더없이 환상적일 것이다.
기간 7월 23일~8월 25일
문의 www.bregenzerfestspiele.com
3 오케스트라의 향연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루체른. 이곳에서는 여름이 되면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 축제의 테마는 ‘마음(Psyche)’. 사이먼 래틀(Simon Rattle)과 마리스 얀손스(Mariss Jansons) 같은 클래식 거장들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 세계 일류 오케스트라의 참여로 이번 축제는 어느 때보다 격렬하고 뜨겁다. 루체른 음악 페스티벌의 또 다른 즐길 거리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지은 아름다운 콘서트 홀 문화컨벤션센터(KKL)이다. 세련된 외관과 우아한 실내장식이 어우러진 고색창연한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선율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다.( ⓒ Georg Anderhub, LUCERNE FESTIVAL )
기간 8월 15일~9월 14일
문의 www.lucernefestival.ch
4 풍성한 예술 잔치
서커스, 춤, 재즈, 연극, 시각예술,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신명 나는 예술 잔치가 시작된다. 바로 헬싱키 페스티벌이다. 알렉산더 극장과 템페리아우키우 교회, 아모스 앤더스 예술 박물관, 사보이 극장 등 30여 곳의 대표 명소에서 열린다. 특히 독특한 방식으로 설계된 후빌라 페스티벌 텐트 공연은 놓쳐서는 안될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영화관과 콘서트 홀, 레스토랑 등을 갖춘 모던한 공연장에서는 매일 6시가 되면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펼쳐진다.( Zodiak ⓒ Elina-Brotherus )
기간 8월 15일~31일
문의 wwww.helsinginjuhlaviikot.fi
1 열정적인 몸짓에 빠져들다
매년 8월이 되면 프랑스 중부 산간의 한적한 마을 오리악(Aurillac)이 공연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오리악 국제 거리극 페스티벌 (Aurillac International Street Theater Festival) 동안 도시 전체가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고, 거리와 골목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서커스, 인형극, 퍼레이드, 조형예술, 마임 등 세계 각국의 공연들은 언어의 장벽을 너머 관객과 함께 교감하고 소통한다. 예술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예술가들의 몸짓은 바쁜 일상에 무감각해진 마음과 몸에 영감과 활력을 되찾아줄 것이다.
기간 8월 20일~23일
문의 www.aurillac.net
2 길 위에서 만난 예술 에너지
캐나다 앨버타 주 에드먼턴에서 열리는 ‘에드먼턴 국제 프린지 페스티벌(Edmonton International Fringe Theatre Festival)’. 1982년에 시작한 축제로 북미에서는 최대, 세계에서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매년 약 1천 명에 가까운 예술가들이 모여 연극,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낮부터 밤까지 도시 곳곳에 있는 극장과 길거리에서 자유로운 상상력과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공연들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관람객들과 함께 박수치고 환호하다 보면 어느새 모두 하나가 된다.
기간 8월 14일~24일
문의 www.fringetheatre.ca
3 스위스의 대표 영화제
올해로 제67회를 맞는 로카르노국제영화제 (Locarno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칸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 영화 축제다. 주로 처음 소개되는 영화나 다른 유럽 영화제에 참가하지 않은 영화를 초청하기 때문에 신예 감독을 많이 배출하는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낮에는 로카르노 극장에서 온종일 상영이 이뤄지고 아기자기한 골목이 뻗어 있는 그란데 광장(Piazza Grande)은 매일 밤 야외 극장으로 변신한다. 5천 석 규모의 좌석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은은한 조명으로 치장한 건물에 둘러싸여 즐기는 영상미와 음악은 오랜 여운을 선사한다.
기간 8월 6일~16일
문의 www.pardolive.ch
4 영화와 함께 즐기는 호주의 겨울
여름에 열리는 영화제 하면 해변이나 야외에서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여름에는 한여름의 태양이 아닌 겨울을 만날 수 있는 멜버른국제영화제로 떠나보자. 멜버른국제영화제는 1952년부터 개최된 호주 최고의 영화제이며 최근 주목받는 아시아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간 여행을 다룬 SF 스릴러 영화인 ‘프리데스티네이션’이 올해의 개막작이다. 이 밖에도 신선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차이밍 향 감독의 ‘떠돌이 개’, 각기 다른 시간대와 나라를 오가며 구원의 의미를 묻는 포르투갈 단편영화 죖리뎀션’ 등 재기 넘치는 상상력과 탄탄한 완성도를 갖춘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상영한다. ( ‘Sepideh - Reachimg for the Stars(2013)’ )
기간 7월 31일~8월 17일
문의 www.miff.com.au
부호들의 프라이빗 갤러리
전 세계적으로 부호들의 예술품을 향한 애정과 관심은 각별하다. 공들여 모은 수집품을 대중과 함께 즐기기 위한 슈퍼 리치들의 사립미술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은밀하고 특별한 공간 속으로 초대한다.
글 장인지
로널드 로더의 노이에 갤러리
뉴욕 5번가에서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작은 간판 외에 흔한 현수막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실내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나면 애써 찾은 노력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작품들의 구색이 다양하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화 중에서도 최고작으로 꼽히는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비롯해 에곤 실레(Egon Schiele), 에드바르트 뭉크 등 독일과 오스트리아 근대미술 작품으로 가득하다. 컬렉션들은 설립자의 안목을 그대로 보여준다. 주인공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 창업자의 아들이자 슈퍼 리치 컬렉터인 로널드 로더(Ronald Lauder). 아트 딜러인 친구 세르주 사바르스키(Serge Sabarsky)와 함께 미국의 ‘철도왕’ 코넬리어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의 유서 깊은 저택을 구입해 2001년 뉴욕 5번가에 갤러리를 개관했다. 미술관 건립이 한창일 때 사바르스키가 세상을 떠나자 갤러리 1층 카페에 그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다양한 독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사바르스키 카페는 미식가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느긋하게 작품을 관람한 후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만찬은 특별한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 Installation photography ⓒ Hulya Kolabas for Neue Galerie New York )
주소 1048 5th Ave, New York, NY 10028, USA
문의 1-212-628-6200 www.neuegalerie.org
카를로스 슬림의 수마야 미술관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에 있는 ‘수마야 미술관(Museo Soumaya)’은 세계 최고 부자 순위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멕시코의 통신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Carlos Slim)이 세운 미술관이다. ‘수마야’라는 이름은 사별한 부인의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세계 각국의 동전 컬렉션을 비롯해 디에고 리베라,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유럽 거장 작가들의 작품까지 6만여 점에 달하는 컬렉션을 번갈아 전시한다. 특히 로댕의 팬이었던 부인 덕분에 프랑스를 제외하면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한 로댕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약 1만7천 평 규모의 건물 또한 압권이다. 기하학적인 형태가 인상적인 건물은 약 1조 원이 투자됐으며, 설계는 사위인 건축가 페르난도 로메로(Fernando Romeo)가 맡았다. 전시 공간을 거닐다 보면 공간 그 자체가 또 다른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밤이 되면 건물 외벽을 둘러싼 육각형의 알류미늄판 위로 도심의 불빛이 반사돼 오묘한 빛을 내뿜는다.
주소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303, Granada, Miguel Hidalgo, 11529 Ciudad de M.xico, D.F., Mexico
문의 52-55-1103-9800 www.soumaya.com.mx
피터 브란트의 브란트 아트 스터디 센터
미국 코네티컷 주의 그린위치 외곽에 있는 브란트 아트 스터디 센터(Brant Foundation Art Study Center)’. 브랜트 재단 설립자이자 대표인 피터 브란트(Peter M. Brant)가 5년 전에 문을 연 곳으로 신문 용지를 생산해 슈퍼 리치의 반열에 오른 그가 남다른 미술 사랑을 행동으로 옮긴 사례에 속한다. 그가 처음으로 예술 작품을 수집한 나이는 19세로 앤디 워홀의 작품으로 시작해 추상화가 프란츠 클라인, 제프 쿤스, 장 미셸 바스키아 등 현대 미국 작가의 작품에 초점을 맞춘 방대한 컬렉션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장기간 전시회가 열리며 전시뿐 아니라 예술과 디자인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110년이 지난 석조 창고를 리모델링한 건물은 미국의 유명 건축가인 리처드 글럭먼(Richard Gluckman)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있다. 갤러리 공간으로 들어서면 천장의 나무 골조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광 아래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0세기 디자이너의 가구로 채워진 비디오 시청 룸과 마호가니와 돌로 마감한 테라스가 인상적인 도서관도 멋스럽다. 정원에는 제프 쿤스의 풍선 독(Balloon Dog)과 미국의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철골로 만든 설치미술 작품이 서 있다. ( ⓒ Brant Foundation Art Study Center )
주소 941 North Street Greenwich CT 06831, USA
문의 203-869-061 www.brantfoundation.org
크리스티안 보로스의 보로스 컬렉션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벙커가 예술 공간으로 태어났다. 베를린 미테(Mitte) 지역 중심가에는 놀랍게도 제2차 세계대전 시절에 지어진 약 1,000㎡ 넓이의 5층짜리 지상 벙커가 자리 잡고 있다. 2003년, 독일의 유명 광고회사 대표인 크리스티안 보로스(Christian Boros)는 가장 ‘핫’한 테크노 클럽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벙커를 인수했다. 자신과 아내의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한 갤러리로 벙커를 주목한 것. 5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보로스 컬렉션(Boros Collection)’이 문을 열었다. ‘벙커 갤러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데미언 허스트, 올라퍼 엘리아손, 테렌스 코 등 90년대부터 현재까지 각국에서 수집한 5백여 점의 소장품들을 다양한 테마로 전시한다. 하나같이 뛰어난 안목과 감각적인 취향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새로운 영감을 자극한다. 80여 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은 가이드의 안내가 없으면 자칫 길을 잃을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곳곳에 무전 시설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진귀한 소장품을 일견할 수 있어 벙커 내부를 둘러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안전을 이유로 인터넷을 통해 반드시 사전 예약한 다음 방문해야 하며 가이드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 Danh Vo, ‘Numbers (6)’, ‘Trio’, ‘We the people’, photography ⓒ NOSHE )
주소 Reinhardtstr. 20, 10117 Mitte Berlin, Germany
문의 49-30-27594065 www.sammlung-boros.de
프란체스카 본 합스부르크의 티센 보르네미스사 미술관
합스부르크 왕가의 상속자이자 유럽 최고의 철강 기업 티센의 안주인이기도 한 프란체스카 본 합스부르크(Francesca von Habsburg)는 비엔나에 현대미술 작품만 수집하는 별도 공간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컬렉터로서의 타이틀이 화려하다. 그런 그녀가 1992년에 개관한 ‘티센 보르네미스사 미술관(Museo Thyssen-Bornemisza)’은 마드리드 프라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 이어 개인 컬렉션으로는 세계 두 번째인 티센 보르네미스사 남작 부자가 20년대부터 수집한 컬렉션을 모은 건물을 실제로 구입해 새롭게 미술관으로 문을 연 것. 건물은 네오클래식 양식의 걸작으로 꼽히는 비야 에르모사 궁전을 리모델링했다. 약 8백 점에 이르는 작품들 가운데 13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부터 팝아트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대표 걸작들이 수두룩하다. 고흐, 고갱 등 친숙한 화가의 작품도 많으며 3층부터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어 유럽 미술사의 흐름과 시대별 특징이 한눈에 보인다.
주소 Paseo del Prado, 8, 28014 Madrid, Spain
문의 34-902-76-05-11, www.museothyssen.org
빅토르 핀축의 핀축아트센터
키예프(Kiev)에 있는 핀축아트센터(Pinchuk Art Center) 정문 앞은 미술관 오픈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 풍경이 반복된다. 2006년 개관 이래 우크라이나의 명실상부한 예술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은 동유럽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립박물관이다. 우크라이나 최고의 제철 파이프 제조 업체인 ‘인터파이프’ 사의 설립자 빅토르 핀축(Victor Pinchuk)이 이 예술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복잡하고 추상적인 회화로 유명한 사라 모리스, 무라카미 다카시, 팝아트 작가 리처드 필립스 등 세계 현대미술의 대가로 꼽히는 작가들과 최근 주목받는 우크라이나 작가들의 작품을 골고루 소장하고 있다. 뛰어난 퀄리티와 다양성을 아우르는 작품들은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치기 어렵다. 미술관을 둘러보고 꼭대기 층에 있는 카페에 들려보자. 테이블 천정과 벽 등 순백색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즐기는 티타임은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고, 창 너머로 키예프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뿐 아니라 이곳은 2009년부터 2년마다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에게 1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후원하는 ‘미래의 젊은 작가상’을 개최해 오고 있다. 10월 5일까지 우크라이나의 정치와 사회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현한 우크라이나 젊은 예술가 3인의 단체 전시 ‘공포와 희망(Fear and Hope)’이 열릴 예정이다.
주소 1/3-2, А Block, Velyka Vasylkivska, Baseyna str., Kyiv, Ukraine
문의 38-044-590-08-58 www.pinchukartcentre.org
잠을 잊은 그대에게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잠의 동굴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퀭한 눈으로 서성이는 당신에게 소개하는 숙면의 기술.
글 장연주 / 사진 우창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잠>은 제목 그대로 ‘인간의 수면, 잠’에 대한 내용이다. 소설 속 주인공 여성은 평범한 가정주부인데 어느 순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이런 증상은 17일간이나 지속된다. 책 속의 그녀는 오히려 그 시간을 활용해 그간 하지 못했던 독서, 운동 등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하지만 이는 소설이기에 가능한, 미화된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상황을 실제로 가정해 보면 17일간의 불면증은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칠 정도로 고통스럽다. 불면의 밤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이라면 그 괴로움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그래서 잘 자는 것은 하루 일과 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현대인의 고질병, 수면 장애
불면증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여름이다.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고 샤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금세 몸에 땀이 배어 나와 불쾌지수가 상한가를 친다. 불면증이 하루이틀 ‘잠을 설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된다면 일단 ‘수면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서울수면클리닉 이지현 원장은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잠을 충분히 자더라도 개운하지 않은 증상이 있을 때’부터 수면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이런 현상이 낮까지 이어져 낮 동안 심한 피로감이나 집중력 혹은 기억력 저하, 사회생활의 어려움, 예민해지는 성격, 일과 중 졸리는 증상을 일으킨다면 병적인 상태로 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무엇보다 이런 증상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또 3개월 이상이 지속되면 만성불면증일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가볍게 여기는 불면증은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암과 고혈압, 당뇨병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때문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당한 수면시간을 유지하며 ‘잠의 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셰익스피어도 “좋은 잠이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해 준 살뜰하고 그리운 간호사다”라며 숙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1 왁스 태블릿으로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타볼레타 디체라 퍼퓨메이트 릴랙스, 4만2천 원.
2 재스민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향이 기운을 북돋워주는 오일. 달팡 쟈스민 아로마틱케어 15ml, 16만 원.
3 베개 위에 뿌려주면 숙면 효과가 있다. 록시땅 릴랙싱 필로우 미스트 100ml, 3만 원.
불면증의 8할은 잘못된 생활습관
현대인의 수면 장애는 여름철의 후텁지근한 기후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대부분의 사람들은 24시간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놓는 법이 없으며 심지어 잘 때도 머리맡에 둔다.
스마트폰을 들고 잠이 올 때까지 SNS 공간을 떠돌거나 의미 없는 ‘서핑질’을 한다. 그 시간이 자신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그뿐인가? 낮 동안 습관적으로 마신 커피와 틈만 나면 피우는 담배 역시 수면을 방해한다. 밤낮 없이 눈을 괴롭히는 조명도 불면증의 큰 원인 중 하나. 오죽하면 일본의 수면 전문가 미야자키 소이치로 교수는 온종일(자의든 타의든) 조명에 노출되는 현대인을 일컬어 ‘에디슨의 저주’에 걸렸다고 할까. 이렇듯 소소한 생활습관이 현대인의 숙면을 방해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은 이들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1주일에 3회 이상 잠을 자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만 해도 약 350만 명이며 다섯 명 중 한명꼴로 불면증 때문에 힘든 밤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행인 것은 최근 숙면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향이나 아로마 관련 제품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뷰티 브랜드들도 물밀 듯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숙면에 도움을 주는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개당 40만~50만 원을 호가하는 베개가 홈쇼핑에서 연일 완판 행진을 하고 있으며 없어서 팔지 못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수면박람회가 성황을 이루자 최근 몇 달 사이 온라인 쇼핑 사이트의 숙면 관련 제품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다소 비싸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현대인의 소비 패턴이 ‘양질의 수면’이라는 가치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루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숙면 공간’이야말로 각종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을 어루만져주는 유일한 위로다
수면 장애 극복 도우미
1 강도가 다른 두 개의 원통이 삽입돼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 순면 커버가 포근함과 편안함을 준다. 해스텐스 아나토미컬 슬리핑 필로우, 41만8천 원.
2 라벤더가 담긴 향 주머니로 라벤더 꽃과 씨가 오랫동안 향을 지속시켜 준다. 록시땅 라벤더 퍼퓸드 사셰 35g, 1만2천 원.
3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의 조명이다. 충전 후 이동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필립스 이매지오 LED 캔들라이트, 7만 원대.
4 마사지와 각질 제거 효과가 뛰어난 레몬 향의 슈거 배스. 프레쉬 슈가 레몬 배스 큐브 180g, 5만7천 원.
5 미니 사이즈의 홈 디퓨저로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까르뚜지아 박스 바리에 프래그랑스 500ml 3개입, 가격 미정.
6 피렌체의 대표적인 꽃잎과 새싹 혼합물을 질 그릇에 담아 만든 도자기 방향제. 산타 마리아 노벨라 핸드페인트 도자기 포푸리 200g, 21만8천 원.
무더운 여름철을 위한 수면 지침
-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은 직접 쐬지 말고 멀리 두거나 바람이 벽 쪽을 향하게 한다.
- 낮잠은 되도록 자지 말고 피곤하다면 오후 2~3시경 15분 정도 자는 것이 좋다.
- 잠들기 전 지나친 수분 섭취나 과음, 과식은 피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
- 자기 전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보는 것은 대뇌 활동을 자극해 숙면을 방해한다.
- 만약 중간에 일어나더라도 시간 체크는 금물. 오히려 좋지 않은 루틴을 만든다.
- 샤워는 잠들기 20~30분 전에 미지근한 물로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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