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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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호

학림다방, 보성문구사
서울가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서울. 새로운 건물들 사이에서 오래된 멋과 맛을 간직한 공간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서울의 과거로 향하는 여행 속으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학림다방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이 줄지어 서 있는 대학로 한복판에 ‘다방’이라는 간판을 달고 60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삐걱거리는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여성이 홀로 앉아 책을 읽고 있고, 모자가 다정하게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카운터 한쪽 벽장에는 손때 묻은 LP판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고, 그 아래 오래된 턴테이블에서 나지막하게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온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 공간은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원목 테이블과 낡은 가죽 소파, 빛 바랜 예술가들의 사진 등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은 시간마저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학림다방은 오랜 세월 동안 천상병, 이청준, 김지하, 황석영 등의 걸출한 문인들과 유명 인사들의 아지트로 사랑받았다. 이곳 역사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방명록에는 고은 시인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이곳을 즐겨 찾던 유명 인사들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대학로에 처음으로 로스팅 원두커피를 들여온 곳인 만큼 커피 맛이 일품이다. 직접 만든다는 크림치즈 케이크는 또 다른 별미로 다소 투박한 모양새이지만 진한 맛에 계속 손이 간다. 빠르게 변하는 도심 속에서 느리지만 평온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고 싶을 때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명륜 4가 94-2(대학로 119)
문의 02-742-2877


동심이 머무르는 자리 보성문구사
문방구와 관련된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 있을 것이다. 철없는 마음에 지우개를 슬쩍 했다든가 뽑기 기계 앞에 쭈그려 앉아 아폴로를 맛있게 먹은 경험 같은 것 말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문방구로 알려져 있는 보성문구사는 그 어느 곳보다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혜화초등학교 앞을 60여 년 동안 지킨 곳으로, 기와 아래 낡은 간판이 오랜 시간을 짐작케 한다. 이제는 중년 아저씨가 된 학교 졸업생들이 가끔씩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일흔이 훨씬 넘은 주인 할아버지는 1968년 경신고 앞에서 문구점을 시작해 옛 보성고를 거쳐 26년 전부터 혜화초등학교 앞을 지키고 있다. 학년별로 각각 다른 하교 시간을 꿰고 있는 할아버지는 옛 기억 속의 문구점 주인처럼 엄하면서도 정겹다. 슬러시 기계, 장난감 카드, 뽑기, 각종 불량식품 등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은 유년 시절 그대로다.
‘복사 한 장에 1백원’, ‘코팅’이란 빛바랜 문구도 창문에 붙어 있다. 교련복 휘장, 경신고, 보성고 배지와 단추, 대한코닥칼라 필름 스티커 같은 오랜 역사가 오롯이 담긴 물건들과 흔적을 발견하는 묘미 또한 쏠쏠하다. ‘급매’라고 적힌 문구가 못내 아쉽게 다가오지만, 오랜 시간 이어져온 추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숨가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동심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명륜 1가 33-2(혜화로 27)
오랜 신뢰와 노하우가 담긴 손길 종로양복점
‘Since 1916’이라는 작은 간판을 따라 문을 여니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양복이 나란히 걸려 있는 7평 남짓한 공간에서 깔끔하게 차려입은 노신사가 미소로 맞아준다. 1916년 보신각 뒤편에 처음 문을 연 종로양복점은 할아버지에서 아들, 손주로 3대째 가업을 이어온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양복점이다. 2년 뒤면 ‘100년 가게’라는 타이틀이 추가될 예정이다.
종로양복점 한쪽 벽을 차지한 커다란 수납장은 이곳의 역사 전시관이나 마찬가지다. 일본 쇼와 시대의 날짜가 적힌 영수증, 한껏 늘어난 오래된 줄자, 시커멓게 녹슨 다리미가 시간의 무게를 묵묵히 버티고 있다. 기성복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대로변을 떠나 빌딩 안으로 들어왔지만 이곳의 가치는 변함없다. 아버지 때부터 찾아온 단골손님뿐 아니라 예복을 맞추기 위한 젊은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손님 맞이부터 시작해 치수 재기, 패턴 뜨기, 옷감 자르기, 가봉에 이르기까지 50년의 노하우가 담긴 꼼꼼한 손길로 양복을 짓는다.
주소 서울시 중구 저동 2가 78 을지비즈센터 618호(수표로 45)
문의 02-733-6216
추억의 맛 태극당
파리, 뉴욕 등의 세련된 스타일을 고수하는 빵집들 사이에서 오히려 촌스러움이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곳이 있다. 바로 1946년에 문을 연 태극당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태극당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을, 중장년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한때 영업점이 10개까지 늘어난 적도 있지만, 현재는 장충동 본점을 비롯해 돈암동, 불광동 등 3개 지역에서 영업 중이다. 낡은 원목 현판부터 중후한 인테리어, 요즘은 찾기 어려운 디자인의 빵 봉투까지 곳곳에서 오랜 시간의 흔적이 묻어난다. 매장 중앙에 자리 잡은 투박하고 오래된 유리 쇼케이스 속에는 어린 시절 동네 제과점에서 봤던 친숙한 빵들이 종류별로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소시지빵, 버터빵 등 이름 그대로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빵들은 유난스럽지 않아서 더 맛있다. 다양한 빵과 과자류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금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쪽 공간에는 빵과 음료를 먹을 수 있는 테이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대표 메뉴는 모나카 아이스크림과 단팥빵, 카스텔라, 야채사라다빵이다. 특히 목장 우유와 계란노른자로 만들어 적당히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야들야들한 모나카는 꼭 맛보길 추천한다. 한편, 이곳은 내년 1월부터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태극당의 진정한 민낯을 보고 싶다면 서두르자.
주소 서울시 중구 장충동 2가 189-5(동호로 24길 7)
문의 02-2279-3152
동양서림
성우이용원
평범하지만 특별한 동네 서점 동양서림
대형 체인 서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요즘, 동네 책방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학로 역시 불과 5년 전만 해도 10개의 작은 서점이 있었지만 하나 둘씩 문을 닫았고 이제는 동양서림이 유일하다. 혜화 로터리의 터줏대감인 동양서림은 1954년 고 장욱진 화백의 부인이 문을 열었다. 지금은 문을 열던 해 점원으로 취직했던 주인이 30여 년 전부터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주인이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는 동안 6평 크기에 불과했던 서점은 30여 평의 공간이 되었다. 전형적인 동네 책방의 모습을 한 실내공간에는 아동도서, 참고서, 잡지, 소설책 등이 구역별로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대형 서점처럼 책의 종류는 많지 않지만 그만큼 하나하나 세심하게 배치한 정성이 엿보인다. 특별하진 않지만 변함 없는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지난 2월, 내부 수리를 위해 잠시 문을 닫은 동양서림을 보고 많은 주민들이 공사 중인 인부들에게 항의성 섞인 질문을 퍼부었고, 공사에 지장이 미칠 정도가 되자 주인이 부랴부랴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기특한 후일담이 전해질 정도. 한적한 공간에서 이것저것 책을 들여다보는 소소한 시간은 적지 않은 위안을 선사한다. 이곳에 왔다면 의도하지 않게 책 한 권을 충동 구매하게 될지도 모른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114-2(창경궁로 271-1)
문의 02-762-0715
박제된 시간과 만나다 성우이용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인 성우이용원은 서울 만리동 시장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 수많은 가게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동안 성우이용원은 시간을 박제해 놓은 듯 1960년대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한, 100년이 넘은 1층 집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뀐 것 말고는 처음 지을 때 모습 그대로다.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페인트가 벗겨진 나무 문, 여기저기 녹슨 이발 의자, 타일로 마감한 오래된 세면대, 면도날을 가는 낡은 가죽 띠 등이 지나온 세월을 대변한다. 성우이용원은 1927년 외할아버지가 처음 시작한 이발소를 사위가 이어받고 그 아들이 지키고 있다. 65세가 된 이발사는 전기면도기 대신 130년 된 독일제 면도칼과 50년 된 일제 가위로 머리를 깎는다. 기계적인 손길로 단시간에 끝나는 요즘 미용실과는 달리 정교하게 재단하듯 신중한 손길로 머리를 다듬는다. 그리고 샤워기 대신 조리개에 물을 담아 손님의 머리를 감긴다. 심지어 단골손님들은 제 집마냥 혼자서 머리를 말린다. 이런 모습이 평범한 일상처럼 펼쳐진다. 이발사가 툭 던지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다소 거친 듯한 말 속에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상부터 사회 문제를 아우르는 깊은 시선이 묻어난다. 이런 묘한 매력 때문인지 하루에도 단골손님이 10~20명은 꾸준히 드나든다. 이들 가운데는 대기업 회장이나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소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7-30(효창원로 97길 4-1)
문의 02-714-2968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영원한 지속의 순간
사진은 순식간에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고 특별한 날의 추억을 재생시키곤 한다. 이런 사진의 미학을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사진전 소식이 풍성하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대중문화잡지 <롤링 스톤>의 커버 사진을 찍은 최초의 여성 포토그래퍼,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아내, 유명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를 비롯한 네 아이의 어머니, 아마추어 가수이자 키보드 연주자, 채식주의자, 동물보호 운동가….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를 수식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하지만 세기의 스타 아내 또는 누군가의 엄마로 알려지기 전부터 그녀는 재능 있는 사진가였다. 이처럼 그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회고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린다의 사진은 특별히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새로운 사진미학을 보여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은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일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그 사진은 진정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매카트니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작품들이다. 그녀를 다정하게 백허그한 폴의 모습, 폴의 옷 속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는 딸 메리의 모습 등 회고전의 부제와 고스란히 맞아떨어지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화려한 삶 속에서도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왔던 린다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할까. 평범하지만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사진 앞에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이 밖에도 비틀즈뿐 아니라 에릭 크랩턴, 롤링 스톤즈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얼굴이 담긴 사진들도 볼만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평소 이미지와 달리 연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지미 헨드릭스의 표정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비틀즈의 애비 로드 앨범 커버를 다른 각도에서 찍은 그녀만의 번외 작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시 2015년 4월 26일까지
장소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35-1 대림미술관(자하문로 4길 21)
문의 02-720-0667

1 ‘Mary, Paul and Heather’, Scotland, 1970.
2 ‘Jimi Hendrix Experience’, London, 1967.
3 ‘The Beatles’, Abbey Road, London, 1969.
신비로운 흑백의 순간
세바스치앙 살가두 사진전 ‘GENESIS: 창세기’

우루쿰이란 붉은 열매로 전라의 몸을 물들이는 브라질 북부의 조에족 여인들의 모습은 초현실적이면서 평화롭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입술 접시를 착용하는 에티오피아의 물시 여인의 눈빛에는 때묻지 않은 순수와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숨 막힐 듯한 적막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아프리카 사막과 시베리아 설원의 풍경은 마치 환영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갈라파고스의 바다이구아나, 사우스샌드위치 제도의 빙하 위에 줄 지어 서 있는 턱끈펭귄, 수면 위로 힘차게 꼬리지느러미를 치켜든 남방참고래 등 각양각색 동물들은 찬란한 생명력으로 시선을 붙든다. 흑백사진 속의 풍경과 인물들은 순식간에 우리를 태고의 시간 속으로 데려간다. 바로 세바스치앙 살가두(Sebastiao Salgado)의 ‘제네시스(Genesis • 창세기)’전의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브라질 태생인 세바스치앙 살가두가 ‘아프리카’전에 이어 4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런던에서 출발한 세계 순회전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는 2004년부터 8년간 갈라파고스, 알래스카, 사헬 사막 등 전 세계 120여 개국을 돌며 완성한 서사시다. ‘창세기’를 뜻하는 전시 제목처럼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구에서 가장 순수한 자연과 생명의 존엄성, 아름다움을 기록한 245점을 선보인다. 살가두의 작품은 모두 흑백사진이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한 것이 특징. 아름다운 흑백사진은 깊고 정제된 정서는 물론 철학적 사색이 깃들어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와 혼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안정과 쉼을 느낄 수 있다. 지구를 향한 예찬과 더불어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시 2015년 1월 15일까지
장소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81-3 (세종대로 175)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문의 02-722-2267

1 ‘날씨가 아주 나쁠 때는 네네츠 족과 순록은 한곳에 며칠씩 머문다’, 북극권 안 야말 반도. 시베리아. 러시아. 2011.
2 ‘알브르그와 틴 메르조우가 사이의 넓은 사구’, 타드라르트, 자넷 남쪽, 알제리, 2009.
3 ‘바다이구아나’, 갈라파고스, 에콰도르, 2004.
4 ‘자보도브스키와 비소코이 섬 사이에 있는 빙하 위 턱끈펭귄’, 사우스 샌드위치 제도, 2009.
5 ‘물시와 술마 여인들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입술 접시를 착용한다’, 진카 근처 마고 국립공원 안 다귀 물시 마을, 에티오피아, 2007.
전국노래자랑 사진
보통 존재들의 초상
변순철 사진전 ‘전국노래자랑’

KBS-TV 장수 프로그램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이 전시는 ‘전국노래자랑’ 녹화 현장을 2년 전부터 부지런히 오가며 찍은 작품들 가운데 골라낸 40점을 선보인다. ‘전국노래자랑’은 주류 가요계 진입을 위한 치열한 경연대회가 아니라 남녀노소 연령 불문하고 누구나 참여 가능한 축제의 장이다. 수상을 한다고 해서 가수가 되거나 인생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무대에 올라가 자신의 ‘끼’와 가창력을 뽐내는 짧은 일탈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찬란한 순간으로 남을 뿐이다.
변순철은 이런 욕망을 분출하려는 도전자들을 조명한다. 원더우먼 복장을 한 채 날아가는 시늉을 하는 중년 여성, 흰색 양복을 빼입고 모자에 꽃을 단 할아버지, 화려한 무늬의 재킷을 입고 소리 지르는 중년 남성, 바닷가에서 반짝이 조끼를 맞춰 입고 포즈를 취한 선생님과 제자, 조선시대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차림새로 부채를 펼친 채 양팔을 벌리고 있는 중년 남성, 코스모스 꽃무리를 배경으로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노래를 부르는 듯한 어머니 등 도전자들은 한껏 멋을 내고 과장된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를 응시한다. 그들이 여과 없이 드러내는 열정과 신파에 가까운 역동적인 에너지, 순수한 모습은 유쾌함과 애잔함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이루지 못한 소시민의 자화상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민낯이 우리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사진 작품 말고도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만날 수 있다. 별다른 사운드 없이 흘러나오는 영상 속 참가자들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막춤을 추거나 한껏 기대에 찬 포즈를 선보이는데, 희극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일시 2015년 1월 4일까지
장소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508 (동일로 1238)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사진갤러리
문의 02-2124-8928

1 ‘전국노래자랑 . 충남 계룡’, Digital Pigment Print, 102×127cm, 2013.
2 ‘전국노래자랑 . 충남 부여’, Digital Pigment Print, 102×127cm, 2013.
3 ‘전국노래자랑 . 경북 예천’, Digital Pigment Print, 102×127cm, 2014.
전국노래자랑 사진
INTERVIEW | 변순철 작가와의 일문일답

Q. TV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 주목한 이유는?
A. 어린 시절에 가장 싫어했던 프로그램이 ‘전국노래자랑’이다. 부모님은 일요일이 되면 꼭 그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늦잠 자는 나를 깨우셨다. 어느 날, 일어나서 보니 그 프로그램이 시끄럽고 촌스럽고 산만하게 느껴졌다. 예술이라는 것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 직관에 의해서 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프로젝트도 그랬다. 어느 날 갑자기 일요일마다 한 번 보여지는 저 무대에서 ‘끼’나 욕망을 분출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Q. 다른 피부색의 인물들을 담은 ‘짝패’시리즈를 비롯해 인물 촬영을 계속하는 이유는?
A. 인물사진을 찍는 일은 온전한 타인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미된 타인이 재현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내 호기심은 온전한 타인으로서의 모습이다. 친구든 아버지든 모르는 사람을 찍을 때, 프레임 안에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나올 때가 있다. 그것은 개성이거나 또는 아우라가 상실된 모습이거나 자의식이 투영된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를 어린 소년처럼 흥분시키고 긴장하게 만들고, 머무르게 한다.

Q.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A. 내 작업이 어떤 개념이든 진실됐으면 좋겠다. 결국에는 그것이 오래 남는다고 생각한다. 짝패 때에는 현대미술 개념으로서의 내 자아를 다소 투영했다. 에세이를 쓰면 보통 자기변명이나 자기 미화가 어느 정도 개입되기 쉬운 것처럼 이전의 작업이 그랬다면 ‘전국노래자랑’은 내가 조금 철이 든 건지, 사회적 자아가 개인적 자아를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편이다.
Q. 준비하고 있는 차기 프로젝트는?
A. 이 전시 프로젝트를 좀 더 보완해서 내년 가을까지는 하고 싶다. 병행하고 있는 작업이 있긴 하다. 서울대 융복합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로봇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다. 친구가 과학자여서 연구소에 가게 되었는데, 한눈에 찍어보고 싶었다. 로봇 안에서 사람의 모습을 느꼈기 때문이다.

Q.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A. 운동선수를 좋아한다. 열심히 한 만큼 땀을 흘리는 운동선수들의 모습이 정직하지 않나. 내가 추구하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곡필하기보다 절필하는 한이 있더라도 작업의 진정성에 비중을 두고 싶다. 지금보다 나중을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작가로 남고 싶다.


4 ‘전국노래자랑 . 경기도 오산’, Digital Pigment Print, 152×177cm, 2014.
5 ‘전국노래자랑 . 대구 달성’, Digital Pigment Print, 102×127cm, 2014.
6 ‘전국노래자랑 . 강원도 속초’, Digital Pigment Print, 152×177cm, 2013.

장인지 / 사진 김정아 / 도움 주신 곳 대림미술관 02-720-0667,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02-2124-8928, 세종문화회관 02-722-2267

패딩 사진
프리미엄 패딩 사용설명서
프리미엄 패딩의 열기는 올해도 뜨겁다. 정장 위 아우터웨어로 손색없는 스타일은 물론 업그레이드된 신소재와 첨단 기능까지 더해진 2014 프리미엄 패딩 사용설명서.
김희수(컨트리뷰팅 에디터) / 사진 우창원

테일러드 코트가 겨울 패션의 심벌인 시대는 지났다. 깃털처럼 가벼우며 무릎 위에 잠깐만 올려놓아도 아랫목처럼 금방 뜨끈해지는 프리미엄 패딩이 대세인 것. 겨울의 패딩 유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고생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파카 광풍을 시작으로 멋쟁이 여성들의 몽클레르 패딩 코트, 20대 남녀들의 캐나다 구스 엑스페디션 파카 붐이 급기야 남자들의 프리미엄 패딩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겨울 갤러리아백화점 남성 패션팀 G.스트리트 494 옴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청담 패딩의 대명사, 이탈리아의 아우터웨어 브랜드 에르노는 월 매출 4억 원을 기록하며 주목을 끌더니 올해는 현대백화점에 단독 입점했고, 타미 힐피거는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특별판 ‘코리안 익스클루시브 패딩’을 출시해 한국인 체형에 맞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멋 좀 아는 남자들은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미국의 패션 디렉터, 닉 우스터를 한국에 불러들여 패딩 화보 촬영을 한 뉴 발란스도 있다.
이외에도 파라점퍼스, 노비스, 맥케이지, 듀베티카 등이 매장을 잇따라 열었는데, 이들 신규 브랜드의 한국 진출은 주로 백화점에서 앞장서는 모습. 예년보다 한 달 빠른 8월 말부터 프리미엄 패딩 매장을 열고 유명 브랜드를 단독 입점시키기 위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왔는데, 이는 지난해 캐나다 구스, 몽클레르 등 한 벌에 1백만 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 패딩 점퍼가 물량 부족 사태를 빚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킨 것을 감안해서다. 백화점의 프리미엄 패딩 판매 경쟁이 뜨거운 이유는 한 백화점의 프리미엄 패딩 매출 분석만 봐도 답이 나온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프리미엄 패딩 점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8.2% 급증한 반면 겨울철 대표 상품인 모피, 아웃도어 매출은 각각 20.7%, 22.3% 늘어나는 데 그쳤으니, 역대 최대 물량을 기록할 만큼 프리미엄 패딩을 찾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벗을 수 없는 패딩의 매력
패딩이라고 해서 운동선수들의 방한복,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겨울 유니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면 오산. 그동안 겨울 멋쟁이의 스테디 아이템은 주로 모직이나 캐시미어 코트에 머플러나 퍼를 둘러 스타일을 연출하는 게 정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슬림한 디자인과 울을 사용한 고급스러운 겉감, 더욱 얇아진 볼륨 등 정장 위의 아우터웨어로 손색없는 오피스 룩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패딩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지는 북미 스타일의 겨울 한파도 패딩 붐을 더욱 달구는 요인 중 하나다. 패딩 특유의 두툼한 볼륨 때문에 멋은 포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최고급 충전재와 신소재 개발, 기능을 더한 봉제 기법으로 볼륨은 얇아지면서 더욱 강력해진 보온 기능은 한 번 패딩을 입어본 사람이라면 계속 패딩만 입을 수밖에 없는 매력 속으로 빠지는 것.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에르노의 클라우디오 마렌지(Claudino Marenzi) 회장은 패딩의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잡은 비결이 에르노의 성공 비결임을 밝혔다. “차 안에 있거나 지하철, 버스를 탈 때 두꺼운 옷은 굉장히 거슬리고 불편하다. 당연하게 여겨진 두툼한 패딩은 에르노에겐 죄악으로 비쳐졌다. 더 가볍고 얇게 만들기 위한 기술을 오랫동안 개발해 에르노만의 패딩이 탄생했다. 얇은 패딩이 가능해지다 보니 그다음에는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했다. 디자인에 따라 클래식과 캐주얼을 접목할 수 있었다.”

1 짙은 그레이 컬러의 재킷 형태로 된 짚업 이중 롱 점퍼. 겉감은 천연 양가죽 소재이며 충전재는 거위 솜털 90%, 거위 깃털 10%가 블렌딩됐다. 닥스, 2백만 원.
2 퍼가 달린 패딩, 관리는 어떻게? 전문 세탁업소에서 물 드라이크리닝을 추천한다. 세탁기 사용이 가능한 모델의 경우, 세탁 전 지퍼를 모두 채우고 단추와 액세서리는 은박지로 싸거나 떼어낸 뒤 세탁해야 한다. 탈착이 가능한 퍼의 경우 분리 후에 세탁하는 것이 좋다. 세탁 후 비틀어 짜거나 기계 건조는 금지하고 저온으로 자연 건조한다. 세탁 시 충전재 특성상 뭉침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자연스런 현상이며, 건조 후에 복원이 된다.
패딩 사진
프리미엄 패딩의 자격요건 보고서
이번엔 가격만큼 프리미엄의 미덕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할 차례. 먼저 충전재의 품질을 체크해 보자. 흔히 패딩 충전재를 얘기할 때 나오는 단어가 덕다운 혹은 구스다운이다. ‘다운(Down)’이란 조류의 가슴 부위 솜털을 의미한다. 다운은 가볍고 보온력이 높아 방한용 의류의 단골 소재다. 그런데 겨울 의류에 주로 쓰이는 다운은 거위(Goose)와 오리(Duck)의 솜털이다. 구스다운과 덕다운은 다운 함량이 중요하다. 의류 제품에 ‘다운’이라는 표기를 사용하려면 다운 솜털이 75% 이상 사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급 제품의 경우, 대체로 90% 전후의 다운 솜털을 포함한다. ‘필 파워’ 수치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필 파워는 다운 1온스(28.35g)를 24시간 압축한 후 다시 풀었을 때의 복원력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공기층을 두껍게 형성하기 때문에 보온력도 향상된다. ‘필 파워’가 600 이상이면 좋은 제품이며, 850 이상이면 최고급 제품으로 친다. 캐나다에서 가장 우수하기로 손꼽히는 허터라이트 다운을 사용하는 캐나다 구스의 경우, 네 종류의 구스 솜털과 깃털의 배합 비율 기준으로 제작되는데 그중 최상급은 화이트 구스다운(95/5 블랜드), 800 필 파워의 품질을 보여준다.
생산지도 관건이다. 생산지에 따라 거위 털의 질과 보온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최고급 거위털을 생산하는 나라로는 헝가리, 캐나다, 핀란드가 꼽힌다. 추운 나라에서 나는 구스다운은 거위가 체내의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털이 발달하고 기름기가 많으며 솜털 복원력이 높아서 품질이 뛰어나다. 구스다운은 일반적으로 깃털보다 솜털의 함량이 높을수록 품질이 우수한데, 솜털은 공기층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보온력을 높이며, 깃털은 다운을 묶어서 옷의 형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깃털이 들어가지 않으면 다운이 아래로 흘러내려 옷이 아래로 무너지므로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 8:2 정도면 품질이 양호하고, 9:1이면 우수한 편. 국내에 수입된 이탈리아 다운 전문 브랜드 듀베티카는 프랑스산 그레이 구스를 90% 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패딩도 헝가리산 구스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드에 달린 퍼의 종류도 따져봐야 할 조건. 2013년에 론칭한 이탈리아 아우터웨어 브랜드 파라점퍼스는 최고급으로 꼽히는 캐나다산 코요테 퍼와 핀란드 라쿤 퍼를 사용해 소재의 퀄리티를 높였다. 캐나다 구스 역시 캐나다산 코요테 퍼를 사용하고 있다. LF의 마에스트로 윤종현 디자인 실장은 퍼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라쿤과 코요테는 종이 다릅니다. 라쿤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사육의 개념이며, 코요테는 와일드 종으로 1년에 법으로 정해진 숫자만 잡아야 하는 희소성이 있죠. 라쿤은 부드럽고 코요테는 조금 더 와일드한 느낌을 주고, 요즘은 코요테나 폭스 퍼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첨단 신소재를 사용해 내구성을 높이고 보온력은 물론 각종 편의 기능을 더한 패딩들도 눈길을 끈다. 젊은 층에서 인기인 엠리밋의 파라슈트 다운재킷은 인열, 인장 강도(찢기거나 당기는 힘에 견디는 강도)가 높은 낙하산 소재를 사용해 기존 다운에 비해 내구성이 우수하며, 또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의 ‘이골 3 in 1 재킷’은 드라이에지를 사용한 방수, 투습 기능성이 뛰어나 수증기 형태의 땀을 밖으로 배출,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해 준다. 스키에 강한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는 RECCO 시스템을 탑재해 발신기를 의류에 부착하면 눈사태 등 재난상황이나 위급상황 시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고유 기술인 ‘히트나비’ 안감이 체온을 5℃ 올려주는 자체 발열 기능으로 추위에도 끄떡없이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1 네이비 컬러의 패딩 재킷은 구스 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했다. 듀베티카 by 긱샵, 1백만 원대. 하늘색 셔츠와 실크 넥타이, 네이비 컬러의 베스트, 재킷은 알프레드 던힐, 가격 미정.
2 카키 컬러의 다이아몬드 퀼팅에 충전재는 오리털, 네크라인을 그레이 울 소재로 배색해 따스한 느낌을 주는 재킷은 정장 아우터로 입어도 멋스럽다. 마에스트로, 49만5천 원.
스타일 전문가들의 프리미엄 패딩 연출 팁
에르노와 울리치 등 청담 패딩을 바잉해 히트를 친 갤러리아백화점 남성 패션팀 G.스트리트 494 옴므의 이재용 바이어는 올해 패딩 트렌드와 스타일링 팁을 전체적으로 짚어준다. “지난해 프리미엄 패딩의 유행 경향이 아웃도어 룩을 강조한 스포티 스타일이었다면 올해는 고급 소재(울, 캐시미어)의 사용이 늘었으며 정장, 재킷 등과 코디네이션이 가능한 심플하고 정갈한 스타일을 강조하는 추세입니다. 주로 무광택 나일론, 우븐(울, 캐시미어), 가죽, 퍼를 사용하여 클래식한 느낌을 강조한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죠. 한국 남성 소비자들은 엉덩이를 덮을 수 있는 길이에 피트되는 패딩과 블루, 블랙, 그레이 같은 차분한 색상을 선호합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피티 워모(Pitti Uomo)에 참석해 보면 많은 이탈리아 남성들이 포멀 웨어로도 손색없는, 울 또는 캐시미어 소재의 패딩을 수트와 매치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런 경향이 최근 한국에서도 점차 강해지는 추세죠.”
그렇다면 올겨울 G.스트리트 494 옴므가 전망하는 패딩의 경향은? “울 소재로 제작된 울리치의 패딩 점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적당한 길이감에 차분한 컬러의 아이템으로 특히 플란넬 소재의 수트와 매치하면 기존 패딩과는 전혀 다른 성숙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낼 수 있어요. 멋스러우면서도 너무 튀지 않는 오피스 룩을 제안한다면, 이너 웨어는 되도록 화려하지 않은 깔끔한 스타일의 화이트 셔츠, 포인트로 유행 컬러인 버건디 니트 카디건으로 매칭하고 블랙 울 팬츠와 동일한 블랙 컬러 로퍼로 마무리하면 올해 유행하는 깔끔하고 클래식한 패딩 룩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LF의 마에스트로 윤종현 디자인 실장은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뛰어나며 형태감을 유지할 수 있는 구스다운 패딩을 추천한다. “얇은 볼륨, 겉감이 고급스러운 패브릭이 유행인데 패브릭 소재는 원사부터 가공하여 방수, 발수 기능이 가능한 세번수 울 소재를 사용하거나 나일론, 폴리 소재를 사용, 표면을 기모로 마무리한, 외관이 따뜻해 보이는 소재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품질 좋은 패브릭 패딩 재킷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체크 포인트를 귀띔해 주었다. “울 소재의 패딩 구스다운을 쇼핑할 때는 표면에 방수, 발수 처리가 돼 있어야 눈이나 비에 다운이 젖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안감은 체온을 반사하는 소재를 사용해서 한층 더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추위’와 ‘스타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패딩을 활용해 클래식한 오피스 룩을 연출한다면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패딩은 캐주얼한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세번수 울 소재의 패딩 다운을 선택하여 비즈니스 시에도 무난히 착장할 수 있게 연출할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GQ 코리아 )의 패션 에디터 박태일이 들려주는 에지 넘치는 팁은 이것. “수트에 다운 제품을 매치했을 때 권하고 싶은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이즈가 넉넉한 다운 파카를 사서 수트 위에 코트처럼 입는 것. 엑스페디션 파카 혹은 악틱 파카라 불리는, 허벅지 중간까지 이르는 길이에 코요테 퍼를 덧댄 후드가 달린 것을 골라줍니다. 중요한 건 슈트 재킷 위에 입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이런 파카를 너무 딱 맞게 입으면 아주 옹졸해 보일 테니까요. 둘째, 아주 얇은 다운 베스트를 재킷과 코트 사이에 입는 것. 요즘엔 두께가 꽤 얇은 초경량 패딩 제품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선택의 폭이 좁더라도, 깃(Collar)이 없는 V넥 형태를 고르길 추천합니다. 코트 단추를 여미면 완벽히 감출 수 있으니, 정갈한 스타일을 원하는 남자에게 제격이죠. 마치 방탄조끼를 입은 듯한 은밀한 안락함은 덤입니다.”

3 튼튼한 나일론 옥스포드 소재에 충전재는 4개층 다운백의 흰색 오리털로 뛰어난 보온성을 자랑한다. 블루컬러의 퍼 트리밍 후드 파카는 파잘, 79만9천 원.
4 스웨터 위에 덧입어 자유분방한 캐주얼 웨어로 입거나 아웃도어 활동 시에 입으면 좋은 패딩 베스트. 양가죽에 폴리에스터가 배합된 겉감이 고급스럽다. 충전재는 오리털 100%로 노비스 제품, 69만 원.
패딩 기능관련 사진
패딩 기능관련 사진
진화된 패딩의 기능

1 RECCO 시스템 탑재로 위치 추적
의류 및 장비에 부착하는 RECCO 시스템으로 위급상황 시 위치 추적이 가능해 안전한 윈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데상트 미즈사와 다운 마운티니어 재킷. 119만 원.

2 방염 가공으로 불로부터 더욱 안전
소방복에 쓰이는 방염 원사를 특수 가공하여 아웃도어 활동 중 불에 닿으면 겉면은 인화하나 내부까지 화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준다. 엠리밋 방염 다운 재킷. 49만8천 원.

3 중앙 & 겨드랑이의 벤틸레이션 지퍼
가장 먼저 열과 땀이 나는 부위인 가슴과 겨드랑이 쪽에 깊게 칼집을 내듯 지퍼를 넣어 통풍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데상트 미즈사와 다운 마운티니어 재킷. 119만 원.

4 겨울 정전기 발생 방지 안감
정전기 발생으로 인한 불편함을 줄이고 다운이 빠지는 현상을 최소화했다. 엠리밋 파라Ⅱ다운재킷. 39만8천 원.

스타일링 안수명 / 도움 주신 곳 노비스 3444-1708, 데상트 코리아 02-2007-8584, 두베티카 by 긱샵 02-518-4335, 마에스트로 • 닥스 • 브룩스 브라더스 02-3442-3012, 알프레드 던힐 02-3447-7701, 엠리밋 070-4060-1661, 캐나다구스 070-7824-5924, 파잘 540-4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