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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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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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배려의 디자인

삶과 세상을 향해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디자인은 우리가 행복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 수익과 아름다움보다는 사람을, 그리고 평화를 우선적으로 생각한 다양한 위로의 디자인을 소개한다.
장인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우연히 실종자 가족들이 임시 거주하던 진도 체육관을 촬영한 사진이 언론과 SNS에 공개됐다. 뻥 뚫린 공간에 흐트러진 이불과 잡동사니, 몇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은 난민촌을 연상시켰다. 밤낮 없이 환한 불빛 아래 일상은 물론 깊은 상실감 역시 무방비하게 드러나 있는 그들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였다. 이와 유사한 시기에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 화제가 된 정반대의 사진이 있었으니. 사진 속에는 폐 종이 파이프와 광목으로 칸막이를 설치한 구조물 아래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바로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반 시게루(Ban Shigeru)가 동일본 대지진 대피소에 설계한 종이 칸막이 시스템(Paper Partition System) 이었다. 하나로 연결돼 있지만 개개인의 구분되어 있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함께 슬픔을 나누거나 일상을 공유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삶을 긍정하게 된다. 20여 년 넘게 전 세계의 참혹한 재해 현장을 다니며 기능적이면서도 재해 피해자들의 건강과 정신적인 피로감을 최소화한 공간 디자인으로 호평받으며 활약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사람에 대한 위로의 시선이 디자인과 만나 얼마나 큰 힘을 만들어내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1 집안에서 노인의 간편한 이동을 도와주는 지팡이와 티 테이블이 결합된 의자. ‘Together Canes’ by Lanzavecchia + Wai(lanzavecchia-wai.com)
2 아프리카 사하라 마을에 설치된 회전 놀이기구 형식의 수동 펌프. ‘Playpumps’ by Playpumps Internaional(www.playpumps.org)
3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만화책. by Philipp Me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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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시대
우리는 위태로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각종 사건사고가 깊은 상처를 남기고,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성과를 강요당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삶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우리에게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덜어줄 위로가 절실하다. 힐링이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비워내는 태도에 가깝다면 위로는 괴로움을 덜어주거나 달래주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제스처가 포함되어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디자인이 바로 위로의 디자인이다. 디자이너는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양한 솔루션을 모색한다. 디자인은 크게 심미적인 가치를 모색하는 디자인과 실용성과 품질에 초점을 둔 디자인,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디자인은 보다 넓은 영역을 아우른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넘어 좀 더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디자인에 대중이 주목하고 열광하는 것이다. 매년 여름마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전달하는 기부 팔찌가 불티나게 팔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메시지를 새긴 텀블러를 공동 구매하는 것이 좋은 예다. 과거에는 디자인을 통해 심미적인 만족감과 기능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던 것에 비해, 오늘날에는 대다수 사람과 사회까지 도움을 주는 디자인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1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노인을 위한 의자. ‘Assunta’ by Lanzavecchia + Wai(www.lanzavecchia-wai.com)
2 동일본 대지진 대피소에 설계한 종이 칸막이 시스템. ‘Paper Partition System’ by Ban Sigeru(www.shigerubanarchitects.com) / ⓒ Shigeru Ban Architects
일상의 위로
세상은 점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우리는 눈앞의 일에만 급급해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는 나만을 위한 시간까지 소홀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여기에 화두를 던지는 일상 속 위로의 디자인이 있다. ‘비포 아이 다이(Before I Die)’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나는 죽기 전에 _____을 하고 싶다’고 적힌 거대한 칠판 벽에 사람들은 빈칸을 채워 문장을 완성한다. 그 빈칸 앞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떠올리게 된다. ‘죽기 전에 나는 내 딸이 졸업하는 것을 보고 싶다’, ‘죽기 전에 나는 돈 없이 살고 싶다’처럼 누군가의 엄마이거나 딸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겪는 숱한 감정들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감정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작은 위로로 다가온다. 이와는 반대로 혼자만의 시간에서 위로를 모색한 디자인이 있다. 아티스트 소은명의 책장 ‘숨겨진 차원 2(A Hidden Dimension Part 2)’는 계단 모양 책장의 맨 위층에 앉을 공간과 의자가 놓여 있는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책장 위에서 잠시나마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계단 형식을 그대로 본떠 만든 책장에 오르다 보면 다락방이나 다른 세계로 올라가는 듯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봤을 정도로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3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장. ‘A Hidden Dimension Part 2’ by 소은명(www.designartist.co.kr)
4 눈높이에 맞는 공부법이 부족한 시각장애인 아이들을 위한 퍼즐 점자 툴. ‘Fittle Fish’ by Jaybird(www.fittl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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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의 디자인
위로의 디자인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재난 구호 디자인과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배려의 디자인이다. 노인, 장애인, 환자, 빈곤 국가 아이들 등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그들의 입장을 배려한 디자인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선사한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는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 가운데 겨우 10%만이 점자를 사용하고 있다. 학습 능력이 높은 영유아기 시절에 딱딱하고 지루한 툴을 제외하곤 마땅한 공부법이 없어 배움의 기회를 놓쳐버린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피틀 피시(Fittle Fish)’는 유쾌하게 풀어낸다. 시각장애인 아이들은 이 퍼즐 모양을 손으로 만지고 물고기 철자의 순서에 따라 조립하면서 물고기의 형태와 점자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학습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은 그림을 볼 수 없다는 선입견을 깬 점자 만화책 <라이프(Life)>도 있다. 제한된 수의 점들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구현했다는데, 어떤 스토리일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디자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능만 고려했을 뿐 판에 박힌 디자인은 고루하기만 하다. 노인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투게더 칸스(Together Canes)’가 반가운 것도 이 때문이다. 집안에서 거동이 힘든 노인들의 간편한 이동을 도와주는 지팡이인 동시에 사용하지 않을 때는 티 테이블이나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T자형, U자형, 원형의 손잡이와 세 개의 바퀴로 안정감을 살렸으며 무엇보다 유니크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5년은 젊어진 듯한 기분을 선사할 것이다. 아프리카 사하라에 있는 한 마을의 아이들은 등교하는 대신 물을 긷기 위해 온종일 걸어야 했다. 그러던 중 미국과 영국에 있는 사회적 기업 플레이 펌프 인터내셔널에서 학교에 무료로 수동 펌프를 설치했고, 그 이후 학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게 됐다. 회전 놀이기구를 쏙 빼 닮은 ‘플레이 펌프(Play Pump)’ 때문에 아이들의 학교 출석이 부쩍 늘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다. 서로 밀어주고 올라타길 반복하며 한창 놀다가 지치면 펌프로 길어 올린 물로 갈증을 해소하면 되니, 이보다 더 완벽한 놀이터가 있을까.

1 ‘나는 죽기 전에 ____를 하고 싶다’라고 적혀 있는 칠판 위 문장의 빈칸을 행인들이 채우면서 삶의 감정을 공유한다. ‘Before I Die’ Project by Candy Chang (www.candychang.com) / ⓒ Civic Center
재난을 위한 디자인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예고 없는 재난이나 불행과 맞닥뜨리게 된다. 자신이 살아왔던 공간이 사라지고 이전과는 다른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하며,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하는 재난은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재난과 사고로 집을 잃거나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게 삶의 변화와 소중함을 돌볼 수 있는 안식처만큼 큰 위로도 없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시각을 보여주는 캐나다 디자인 스튜디오 몰로(Molo)의 ‘소프트셸터(Softshelter)’는 실내 대피소에서 독립된 공간을 나누는 파티션이다. 종이로 만들어 아코디언처럼 자유자재로 펼치거나 접어 가뿐하게 옮길 수 있다.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파티션 모양을 바꾸면 안락한 혼자만의 공간이 완성된다. 재난이 일어나면 어떤 것부터 챙겨야 할까? 막상 눈앞에 펼쳐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담대하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배려한 재난 키트가 있으니 안심하자. 디자이너 히카루 이마무라(Hikaru Imamura)가 선보인 ‘히트 레스큐(Heat Rescue)’는 재난 상황에 대비해 사용할 수 있는 키트다. 드럼통 안에 인스턴트식품, 칼 등 지진을 겪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로 디자인했다. 드럼통 모양의 키트 역시 불까지 지필 수 있어 여러모로 알차다. 엉뚱하지만 왠지 귀가 솔깃한 키트 제품도 눈에 띈다. 일명 죖종말을 위한 키트’. 지난 2012년 마야 달력이 예언한 종말론을 의식해 페루 출신의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다. 노란색 일색의 패키지가 인상적인 키트는 종말 이후 새로 시작된 세상을 행복하게 준비하기 위한 다양한 물품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천 마디의 말보다 시선을 붙잡는 디자인이 더 깊은 위로와 활력을 선사하곤 한다. 세련되고 화려한 디자인보다 철저한 사고와 노력, 사용자들을 향한 깊고 따뜻한 시선이 배어 있는 디자인을 통해 우리는 다시 삶의 방향을 되찾게 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디자이너들이다. 그들이 선보일 따뜻한 시각이 절실한 때다.

2 지난 2012년 마야 달력이 예언한 지구 종말론에 대비한 키트.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는 물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Just In Case by Menosunocrouno’ (www.menosunocerouno.com)
3 대피소에서 자유자재로 펼치고 접을 수 있는 종이 칸막이 벽. ‘Softshelter’ by Molo (www.molodesign.com)
4 모닥불을 지필 수 있는 드럼통 안에 재난 대비 물품들이 들어 있는 재난용 키트. ‘Heat Rescue’ by 히카루 이마무라(www.hikaruimamura.sakura.ne.jp/watashi)
GENTLEMAN'S DIGNITY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지금껏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운 남자들의 클래식 슈즈에 대하여.
Photographed by Woo Chang Won / 진행 장연주 / 스타일링 안수명

1 COMFORTABLE LOAFER
클래식은 무조건 격식 있고 딱딱하다는 생각은 버리자. 사실 클래식에는 그만의 무게감과 편안함이 있다. 그중 로퍼는 끈으로 묶지 않아 편안하고 자유분방하다. 요즘 유행하는 슬립온과 비슷하다. 로퍼는 발등 쪽의 디자인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준다. 발등 부분에 태슬이 달리거나 메탈 장식으로 마무리하기도 하며, 무늬가 들어가기도 한다. 또 마이클 잭슨이 즐겨 신던 로퍼처럼 아무 장식 없이 밴드로 처리된 스타일도 있다.
(위부터)클래식한 무드의 캐멀 스웨이드에 송아지가죽으로 윗단을 장식한 로퍼. 아.테스토니 콤비 로퍼, 46만4천 원.
톤다운된 하늘색 컬러의 스웨이드 태슬 로퍼. 브리오니 로퍼, 148만 원


2 GLAMOROUS WING TIP & MONK FRONT SHOES
심플한 정장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고 싶은 이라면 윙팁이나 몽크 스트랩에 도전하자.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으며 세련되고 젊어 보인다. 최근 과거에 비해 바지통이 좁은 슈트 스타일이 유행인데 이 스타일에는 윙팁이나 몽크 스트랩이 제격이다. 윙팁은 소재와 굽, 컬러에 변화를 줘 캐주얼한 스타일로 업그레이드돼 출시되고 있다. 또 몽크 스트랩은 스트랩의 개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 보통 스트랩의 개수가 많을수록 캐주얼한 느낌이 강해진다.
(위부터) 짙은 와인 컬러가 돋보이는 윙팁 슈즈는 송아지가죽으로 만들어 편안하고 착화감이 부드럽다. 아.테스토니 윙팁 슈즈 88만6천 원.
브라운 컬러의 더블 몽크 스트랩으로 단단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에드워드 그린 by 유니페어 더블 몽크 스트랩 슈즈, 139만9천 원.
1 FASCINATING BOOTS
발목까지 올라오는 길이에 날렵함이 더해진 클래식한 스타일의 남성 부츠는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일단 스타일링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흔하디 흔한 스타일의 슈즈보다 존재감 있는 멋진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레이스업 부츠는 클래식한 무드를 한껏 살리기에 적합하다. 올가을 유행 아이템인 첼시 부츠는 60년대의 대표 스타일로 꼽히는데 최근 캐주얼에도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발전해 인기를 끌고 있다.
(위부터) 고혹적인 버건디 컬러 레이스업 부츠로 매끈하고 잘 빠진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이다. 카르미나 by 유니페어 레이스업 앵클부츠, 110만 원.
짙은 베이지 컬러의 스웨이드 첼시 부츠로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에코 첼시 부츠, 34만8천 원.
2 CLASSIC LACE - UP SHOES
끈으로 묶는 신발을 통칭하는 레이스업은 남성 슈즈의 기본이다. 클래식함의 정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대부분 비슷하게 보이는 레이스업 스타일도 구두의 혀 길이나 슈즈의 절개선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이를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그뿐인가? 구두의 스타일에 따라 신발끈을 묶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으니 알면 알수록 이보다 버라이어티한 신발도 없다.
(위부터)짙은 브라운 컬러의 송아지가죽 슈즈로 앞코 부분이 살짝 복고 느낌을 풍긴다. 질 샌더 레이스업 슈즈.128만 원.
단단하고 매끈한 가죽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베이식한 레이스업 슈즈. 알든 by 유니페어 블랙 레이스업 슈즈. 73만9천 원.
올리브 그린 컬러의 가죽과 스웨이드가 믹스돼 특별한 느낌을 주는 레이스업 슈즈. 에드워드 그린 by 유니페어 믹스 레이스업 슈즈.159만9천 원

도움 주신 곳 브리오니 02-540-4723 / 아.테스토니 02-554-4320 / 에코 02-511-5684 / 유니페어 02-542-0370 / 질 샌더 02-546-3067
커들벨
짧고 굵게 운동하기
바빠도 너무 바쁜 요즘 시대에 아직도 몇 시간을 러닝 머신 위에서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에는 단시간 운동법이 대세다.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운동법에 대하여.
장연주 / 사진 우창원

"짧은 시간, 큰 효율을 내세운 최근의 운동법은 바쁜 현대인에게 제격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따라하다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얼마나 제대로 알고 운동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바로 “운동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한 해를 시작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새해 다짐이 바로 ‘운동’. 이 덕에 매년 초 피트니스는 ‘결심족’들로 특수를 누리고 홈 피트니스 용품의 판매율도 쑥쑥 올라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피트니스 센터나 짐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산해지고 홈 피트니스 용품들은 집 한구석으로 밀려나 빨래건조대가 되거나 먼지 쌓인 짐이 된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패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운동법을 고를 때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운동을 고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황이나 스케줄과는 상관없이 그저 유행하는 운동을 따라가거나 ‘주변의 누가 해보니 좋다더라’ 식으로 운동을 선택하면 그냥 노멀한 ‘피트니스 족’이 돼버리고 만다. 이뿐 아니다. 현대인은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엔 너무도 바쁘다. 정기적으로 한두 시간을 피트니스 센터에서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부담스러운 경우가 대부분. 이 밖에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운동과 멀어진다. 탄탄한 식스팩은 꿈도 못 꾸고, 건강과도 멀어지는 것이다.

최신 운동법, 나도 한 번 도전해 볼까?
늘 ‘시간과의 싸움’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솔깃한 소식이 들린다. 이제부터는 주구장창 재미없는 러닝 머신 위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적은 시간을 투자해도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짧고 굵은’ 운동법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타바타 운동’ ‘간헐적 운동’ 등으로 불리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크로스 핏’도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의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피트니스 트렌드를 지배하는 ‘힙’한 운동들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다양한 운동법의 특징은 ‘짧은 운동 시간’을 자랑한다. 20초 운동과 10초의 휴식을 8세트 반복하는 4분 운동은 1시간의 운동 효과를 낸다고 하며 또 다른 운동은 1분 운동과 1분 휴식을 1회 반복하는 총 20분 과정이지만 그 효과는 오랜 시간의 운동 못지않다고 한다. 고강도의 인터벌 트레이닝은 짧은 시간 대비 ‘큰 효율’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편. 혹자는 이만큼 효율적인 운동이 없다고 하고 또 어떤 전문가는 이 운동 자체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일단 고강도 훈련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이 무턱대고 진행했다가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고강도 운동에 열중하다가 사망한 사례가 있을 정도. 결국 다른 운동법과 마찬가지로 고강도 운동의 효율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운동했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몸에 좋지 않은’ 혹은 ‘효과가 전혀 없는’ 운동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운동법 중 자신의 체력이나 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운동할 때 나이, 체형, 체력, 운동 목적 등을 고려해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자신이 흥미를 가질 만한 운동인지도 꼭 살펴보기를 권한다. 운동의 전반적인 과정과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이 모든 것을 꼼꼼하게 따져본 후에야 진정 내게 맞는 최적의 운동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15분의 마법, 케틀벨
우락부락한 디자인, 보기만 해도 운동이 될 것 같은 운동기구 사이에 고작 핸드백 사이즈 정도인 작은 운동기구가 있다. 바로 케틀벨이다. 모양마저 손잡이가 달린 아령처럼 보이는 이것은 단순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겉보기엔 손쉽게 들어올릴 것 같지만 막상 들어보면 꽤 무게가 있다. 손잡이 달린 쇳덩이다.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이걸로 어떻게 운동한다는 건지 의문이 드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이 조그만 운동기구는 생각보다 다양한 운동 효과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몇몇 영화배우들이 몸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케틀벨 운동은 우리 몸의 좋은 움직임을 기반으로 해 통합적으로 신체를 관리하는 운동이다. 기존 운동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심폐 훈련과 복합 관절부 운동이 가능하다. 평소 잘 쓰지 않는 잔 근육도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이 덕에 케틀벨 운동만으로도 몸 전체가 날렵해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동작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케틀벨은 무게별로 자신의 근력 상태에 맞는 중량을 선택하면 된다. 케틀벨의 동작은 대부분 편하게 서서 팔로 케틀벨을 쥔 상태에서 움직이는 자세라 모든 관절부의 근육들이 함께 움직인다. 덕분에 균형적인 몸매를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서울 케틀벨&바벨의 김태하 헤드 코치는 케틀벨의 가장 큰 장점으로 ‘큰 제약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일단 준비물은 자신에게 맞는 무게의 케틀벨만 있으면 됩니다. 공간도 2평 정도면 충분하고요. 일단 케틀벨 전문 트레이너에게 제대로 된 동작을 배운다면 부상 위험도 낮출 수 있죠. 또 기본적이면서도 단순한 동작들은 다른 스포츠에서 활용하기도 편리해요.” 하지만 오랫동안 운동 하지 않았거나 운동신경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 노약자, 퇴행성 관절염 환자, 척추 디스크 환자 등은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중량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적은 중량의 케틀벨로 여러 번 반복운동하며 몸을 달궈야 한다. 또 복잡한 동작보다 기본 동작 위주로 반복하는 것이 좋다. 무게에 욕심을 내다 몸의 균형을 잃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분으로 6시간의 효과를, 마이크로 트레이닝
슬림한 핏의 여성 연예인들이 마이크로 트레이닝으로 보디라인을 유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이 운동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마이크로 트레이닝은 미세한 양의 전류로 근육을 자극하고 발달시키는 운동법이다. 보통의 근육운동과는 달리 아령이나 전문적인 헬스 기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특징. 전선이 연결된 슈트를 입고 운동 동작을 따라 하면 된다. 나사(NASA)의 우주비행사들은 70여 년 전부터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또 현재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실버 세대들의 근육 단련 운동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 트레이닝은 보통 주 1회, 20분 정도 진행된다. ‘20분쯤이야’라고 얕보았다가는 큰코다친다. 2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4초간 최대 150회의 저주파 펄스가 근육을 운동시키는데, 이 저주파가 몸을 자극해 근육을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트레이닝의 움직임도 다른 운동에 비해 절제된 정도로 그치지만 ‘20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른 어떤 운동보다 전신 근육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마이크로 스튜디오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목하아린 팀장은 마이크로 트레이닝의 가장 큰 장점은 숨어 있는 속 근육까지 자극한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마이크로 트레이닝의 강점을 꼽자면 겉으로 보이는 근육은 물론 따로 운동하기에 무리가 있는 속 근육까지 운동할 수 있게 돕는다는 데 있죠. 이 미세한 근육들을 운동하게 만드는 것은 마이크로 트레이닝뿐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밸런스가 맞지 않은 몸에 균형을 유지해 준다. 저주파 펄스가 동시에 양쪽 근육을 자극하면서 운동을 이끌어내므로 근육의 좌우 균형을 맞추는 효과도 있다. 마이크로 트레이닝은 재활 병원에서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권하는 운동법이기도 해서 운동인지 치료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하지만 기존의 치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체 근육을 자극하여 이에 맞는 동작들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몸 근육을 ‘구석구석’ 단련시키는 운동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 트레이닝을 경험한 이들은 20분의 운동만으로도 안쪽의 잘 쓰지 않던 근육이 반응하는 것을 느낀다. 평소 움직이지 않던 근육까지 요동치는지라 처음 트레이닝을 받으면 며칠 동안 구석구석 쑤시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하지만 이런 트레이닝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조금씩 탄탄해지는 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마이크로 트레이닝은 저주파를 이용한 특수 운동이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나 심장이 약한 환자, 임산부 등은 운동하기 전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지 필히 체크해야 한다. 또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몸 상태에 적합한지 전문가와 상담해야 하며, 진동 정도를 운동하기 전에 조절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 배우는 최신 운동법
<타바타 운동법 4분의 기적> 애슐리 칼라임 지음, 초록물고기 다양한 타바타 운동 자세를 상세하게 소개하며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눠 설명한다.
<간헐적 운동 쇼크> 유인규 지음, 미르북스 간헐적 운동법의 전반에 대해 소개하는 책으로 각종 운동법을 알려주고 각 자세마다 주의해야 할 점과 난이도를 조절하는 법을 더했다.
<케틀벨, 빠르게 몸짱되기!> 정건 외 2명 지음, 위즈덤하우스 케틀벨 운동법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초창기에 발간된 책으로 기본부터 응용법까지, 케틀벨에 대한 모든 것을 다뤘다.
<하루 4분 타바타 트레이닝> 한길 지음, 북로그컴퍼니 인기 트레이너 한길이 직접 체험하고 설계한 단계별 타바타 동작을 종류별로 상세하게 소개한다.
4분이면 충분한, 타바타 트레이닝
타바타 트레이닝은 1996년 일본의 과학자 이즈미 타바타 박사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실력 향상을 위해 개발한 운동법인 ‘타바타 프로토콜’을 변형해 일상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발전시킨 운동이다. 그는 운동 선수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적정 강도의 한 시간짜리 운동과 4분짜리 고강도 훈련 효과를 비교해 봤다. 실험 결과, 한 시간짜리 운동 그룹의 심폐 기능은 향상됐으나 근육에는 변함이 없었다. 반대로 4분짜리 고강도 운동을 한 팀은 실험 전보다 유산소와 무산소 시스템 모두 전보다 향상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이즈미 타바타 박사는 자신의 이름을 붙여 이 운동법의 이름을 만들었다. 일명 ‘타바타 운동법’. 그는 타바타 운동에 대해 “바쁜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운동할 수 있도록 고안된 트레이닝이며 모든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동 효과가 탁월하다”고 말한다. 전력을 다해 20초간 운동한 뒤 10초 쉬는 방식으로 8회 운동하며 시간을 지켜야 장시간 운동한 것과 같은 지방 연소 효과가 나타난다. 타바타 트레이닝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이머와 러닝화, 요가 매트 정도면 충분하며 별다른 준비물은 필요치 않다. 오로지 맨몸으로 부딪치는 동작들로 이뤄져 있다. 타바타 트레이닝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어울리는 운동법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4분 타바타 트레이닝>의 저자 한길은 무엇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강도와 동작의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것이 이 운동의 포인트라 말하고 있다. “욕심을 부려 본인의 체력 이상의 고난도 동작을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면 그 세션에서 이미 체력이 고갈되어 다음 세션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트레이닝 자체를 포기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자신의 체력을 잘 고려해 본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설정해야 해요.” 또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이에 맞는 운동을 설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과정들이 잘 이뤄져야 제대로 타바타 운동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타바타와 같이 짧은 시간에 고강도 훈련을 하는 운동 프로그램은 그만큼 최단시간에 최대심박수에 이를 만큼 힘든 운동이기에 부상은 물론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체력이나 상황적으로 준비된 이들만이 도전할 것을 권한다. 갑작스럽게 운동을 시작하고 마치기보다는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운동 곡선이 기승전결의 피라미드 형태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을 해야 하며, 운동 후에는 몸을 식혀주는 쿨링 다운과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쿨링 다운은 최고조에 올라 있는 심박과 체온을 서서히 내려주는 것으로 간단한 제자리 뜀걸음 정도라면 충분하다. 하루 4분은 매우 짧은 시간이나 처음에는 주 2~3회 정도로 절제하다가 나중에 차츰 그 횟수를 늘려가는 것이 정석이다. 유산소운동 30분 이상 5회, 무산소운동 20분 이상 3회. 이는 현대인이 일주일 동안 해야 하는 운동 권고량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3~4시간 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정도로 운동하는 이는 드문 편. 그중에서도 ‘시간’과 ‘여유’라는 두 가지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운동법들은 현대인의 ‘시간’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준다. 시간에서 자유로운 운동법의 계발로 이젠 시간이 없어 운동하지 못한다는 가장 흔한 핑계는 댈 수 없을 것이다. 자, 지금부터 내게 맞는 운동법을 찾아보자. 직접 체험해도 좋고, 관련 서적을 탐독해도 좋다. 무엇보다 시작이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몸짱 스타처럼 완벽할 수 없어도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니까!

1 마이크로 트레이닝 특수 제작된 슈트를 착용해야 한다.
2 타바타 트레이닝에는 짐(Gym)에서 신을 수 있는 좋은 피트니스 운동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