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Pet - 삶과 마음을 나누다, 반려동물 이야기
언제부터인지 잘 몰라도 가족사진 풍경과 더불어 가족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어느새 가족이 되어버린 사랑스러운 존재,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반려동물은 더 이상 보살펴주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서로 마음을 나누는 가족 구성원이 되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친구를 넘어 삶의 동반자로서 여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들을 통해 지친 삶 속에서 위안과 휴식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THE BC] 10월호에는 바쁜 현대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생각과 반려동물을 뮤즈로 작품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 그리고 하늘의 별도 떨어뜨린 인기를 모으고 있는 SNS 반려동물 스타까지. 지친 당신을 다시 미소 짓게 만들어줄 각양각색의 반려동물을 지금 만나보자.
©getty images
그들과 함께 사는 방법
하루가 멀다 하고 길고양이와 유기견 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매해 휴가철이면 버려지는 고양이와 개가 급증한다는 뉴스가 빠지질 않는다. 이와 반대로 이별을 겪은 동물들의 상처받은 마음까지 돌보며 함께 가족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글 장인지 / 사진 이수현, 김정아
함께해서 즐거운 일상
구연주 · 최진우(제이쿠 디자이너) + 점보
완성도 높은 테일러링과 정제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국내외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다져가고 있는 제이쿠(J KOO)는 구연주, 최진우 두 명의 부부 디자이너가 이끄는 의류 브랜드다. 어릴 적부터 특히 개를 좋아했던 이들은 현재 개 세 마리, 고양이 한 마리와 동거 중이다. 두 사람은 영국에서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했다. 펫 숍이 불법이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그곳에선 길에서 유기동물을 보는 일이 드물었다.
“유기견인 줄 알고 보면 목걸이가 다 있었어요. 집 창문을 열어놔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해둔 거죠.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유기동물이 너무 많았어요.” 이후 한국에 들어와 4년 전, 유기견 패키니즈 두 마리를 입양했다. 사이 좋게 지내라고 형, 동생이란 이름도 붙여줬다. “유기견 패키니즈는 입양이 잘 안 돼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자주 파양된다고 해요. 이 아이들도 그 전에 한 번씩 파양이 됐어요. 형은 겁도 많고 식탐도 많아요. 이곳으로 입양되기 전엔 너무 굶어서 몸무게가 2.8kg밖에 되질 않았죠. 첫 한 달 동안은 밥을 다 먹고 나면 밥그릇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정도였어요. 원래 디스크가 있어서 지금도 쭉 치료받고 있고요.” 몸의 상처보다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 법이다. “대부분의 유기견이 분리불안이 심하죠. 둘을 처음 데려온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케이지에서 자게 했는데, 중간에 깨서 보면 잠도 안 자고 우리를 가만히 보고 있어요. 그래서 한동안 한 침대에서 같이 잤는데, 배 위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자요. 그러지 않으면 너무 불안해해요.” 그래서 출퇴근도 2년 정도 같이 했다. 지금은 좀 괜찮아져서 격일로 한 마리씩 데리고 출근한다고. 처음엔 유기동물을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쳤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동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구조해서 분양해준 유기동물만 해도 수두룩하다. 뿌듯할 법도 한데 그들은 구하지 못한 동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공주와의 만남도 그랬다. 어떤 사람이 건물에서 던져 사지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되는 사고를 당하자 주인이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동물병원에 버리고 간 고양이를 데려왔다. 오랜 치료 끝에 고비는 넘겼지만 다리에 철심을 박아 잘 걷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들에겐 ‘공주’처럼 새침하면서도 애교 많은 매력 만점 고양이다.
펫 숍에서 분양이 안 된 채 남아 있던 코카스파니엘 점보는 이제 이 집의 막내가 된 지 3개월째다. “중형견은 몸집이 빨리 성장해요. 사실 아기 때 데려온다 해도 그 시절은 매우 짧은데, 사람들이 그것에 많이 집착하더라고요. 덩치는 크지만 하는 짓은 완전 애기예요.” 점보는 바깥에서만 배변을 보기 때문에 하루에도 서너 번 산책을 나가야 한다. 바쁜 일과 속에서 짬짬이 산책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의 유일한 취미가 되어버렸다. 일부 개인 생활을 포기해야 하지만 반려동물이 주는 행복감은 그 이상이다. “먼 훗날 지방에 유기견 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수의사를 두고 위탁 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이들은 조만간 한강이 가까운 사무실로 이사할 예정이다. 그러고 나면 강아지들은 더 자유롭게 뛰놀 수 있을 테고 그들도 함께 행복해질 것이다.
길고양이의 쉼터
차홍(차홍 아르더 원장) + 콩두
논현동의 한 주택 건물 마당에 길고양이들이 매일같이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느긋하게 놀다가는 곳이 있다. 바로 헤어 숍 차홍 아르더다. 최근 인기 TV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셀프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기도 한 헤어 디자이너 차홍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다. 주택으로 개조한 논현점과 청담점 앞에 길고양이를 위한 무료 급식소를 마련했다. “장마철 길에서 비에 흠뻑 젖은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어요. “너 우산 속으로 들어와 우리랑 같이 살래?”라고 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거짓말처럼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왔죠.” 8년째 동거 중인 앵두와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길고양이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어미가 버리고 떠나 굶고 있거나 아픈 고양이를 데려와 밥을 주거나 입양과 분양을 하고 있다. 청담점 공사를 하던 중 지붕에서 떨어진 콩두처럼 길에서 구조해 사무실과 집에서 각각 두 마리씩 돌보고 있다. 이곳에 잠시 머무르다 입양된 고양이들도 수두룩하다. 연두, 밍두, 녹두, 자두, 호날두, 자두 등 고양이들은 형제처럼 이름도 돌림자를 사용한다. 가게 앞을 오가는 길고양이들과의 인연도 차곡차곡 쌓이며 일상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도움을 준 노랭이와 삼색이 고양이가 눈이 맞아서 새끼를 낳아 보금자리를 만들었어요. 우리가 맺어준 거나 마찬가지랄까요. 또 카사노바 고양이가 밥때가 되면 매번 다른 암고양이를 데려와요.”(웃음) 좋아하는 대상과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서로 닮아가듯 그녀의 고양이 사랑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파됐다. 직원들이 고양이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물론 구조한 고양이를 입양해 간 이도 많다. “길고양이를 보살피면서 더욱 애착이 생기고 더불어 삶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아요. 혼자라는 생각도 안 들고 또 같이 돌보고 있으니까 동료애도 돈독해지더라고요.”
한국의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유럽에선 한국과 달리 자유롭게 오가는 동물이 자주 목격된다. “말레이시아 고양이들은 사람이 근처에 와도 안 비키고 그냥 누워 있어요. 이처럼 삭막한 빌딩 숲이 아니라 새가 지저귀고 거리에 개나 고양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보다 여유로워지지 않을까요?”
새로운 인연의 시작
김현성(포토그래퍼) + 뭉치 · 유부
죽음이라는 사건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인연을 시작할 힘도 얻게 된다. 포토그래퍼 김현성이 반려견 먹물이의 죽음을 계기로 동물 복지와 환경을 생각하는 잡지 <오 보이!>를 만들기 시작한 지 올해로 6년째다. “본업과 함께 잡지 제작을 혼자 도맡았지만 슬슬 한계를 느껴 새 팀을 꾸리고자 생각하고 있어요.” 또 다른 변화는 그의 옆에 머무르는 두 마리의 반려견이다. 그는 오랜 시간 함께하던 밤식이와 먹물이를 잃은 큰 상실감 때문에 반려동물을 더 이상 입양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4년 전, 트위터로 우연히 보게 된 안락사를 앞둔 뭉치 사진이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뭉치는 박스에 담긴 채 터미널에 버려졌어요. 안 되겠다는 마음에 당시 다리가 부러진 상태였는데 목발 짚고 가서 데려왔어요.”
1년 반 전에 입양한 유부도 보신탕집에서 구출된 강아지 중 한 마리로, 마찬가지로 눈에 들어와 데려왔다. 유기견을 몇 마리씩 키우곤 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하던 그의 인생에 있어 개가 없었던 적은 단 2, 3년에 불과하다. “그때는 정말 편했어요. 집에 늦게 들어가도 되고, 털 청소 안 해도 되고. 그런데 항상 바라보고 행복해질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게 행복한 거 같아요.” 뭉치는 아침저녁으로 애정 표현을 많이 한다. “아침에 꼬리 흔들면서 와서 깨우고 쳐다보는 눈빛이 사랑한다 말하는 듯해요. 그럴 때마다 정말 행복하죠.” 우리는 반려동물에게 무한한 사랑이 무엇인지 배운다. 작지만 큰 존재감으로 위로해준다. “서로 갈등을 겪는 사람이랑 달라요. 동물은 저한테 항상 무조건적이고, 아프지만 않으면 항상 행복하게 하니까. 동물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아주 달라요.” 아직까지 남아 있는 마음의 트라우마가 안타까울 때도 있다. 불안해 떨어지기 싫어하는 뭉치 때문에 매일 스튜디오에 함께 출근했지만 차를 잘 타지 못하는 유부가 온 이후로는 두 마리가 사이 좋게 집을 지키고 있다. 스튜디오에 있는 다른 동료의 강아지들도 유부와 뭉치의 좋은 친구다.(사진 속 그레이트 피레네즈 구름이도 그 중 하나) 그는 반려동물을 위한 또 다른 소통 창구를 준비하고 있다. 상수동에 세운 자택 겸 켜뮤니케이션 센터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센터에 <오 보이!>를 비치하고 동물 복지와 환경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장소로 꾸미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그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든 이의 염원을 담아 말했다. “사후 세계를 믿지 않지만 먹물이랑 밤식이가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뭉치와 유부도 아프지 말고 오래 함께하길 바라요.”
모녀 같은 사이
황지희(알로 캔들 대표) + 알로 · 빅토
다양한 매체와 광고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스 헤어 스타일리스트 황지희. 그녀는 ‘후광, ‘보조하는 빛’이라는 뜻의 반려견 이름을 딴 수제 캔들 브랜드를 론칭했다. 제품 중에 강아지와 반려인을 위한 향초 킁킁향이 눈길을 끈다. 사람이 향기를 맡았을 때는 좀 약하게 느껴지지만 사람보다 후각이 8~10배 민감한 반려동물을 배려했다. 그녀는 현재 딸처럼 키우는 두 강아지 알로와 빅토와 함께 살고 있다. 그중 첫째인 알로는 유기견으로 배우 조윤희가 구조한 것을 입양했다. “알로는 경기도의 한 중국집 뒤에 방치된 채 누울 수도 없는 상태로 묶여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자장면 냄새를 유독 좋아해요.” 알로 캔들의 SNS엔 온통 알로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과 글로 도배되어 있다. ‘알로 집사’라고 칭할 만큼 애정이 넘치는 그녀이지만 사실 예전에는 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알로를 아는 동생에게 연결해줬는데 하루 만에 파양됐어요. 5일간 보살피면서 정이 들었죠. 아무데나 오줌똥 싸고 처음에는 팔까지 물었는데 자꾸 보고 싶더라고요.”(웃음)
알로를 만난 뒤 그녀의 가치관과 일상은 180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끊임없이 바깥만 돌아다녔어요. 유기견 특유의 분리불안증이 있는 알로와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됐고, 한강 산책이 주된 외출이 됐죠. 친구도 집으로 초대하고, 일상에 어느 정도 밸런스가 생겼어요.” 다정다감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알로를 보살피고 가르치는 그녀는 그야말로 좋은 엄마 같다. 평소 알로가 즐겨 하는 행동이나 습관을 눈여겨보며 눈높이 훈련을 하기도 한다. “알로가 앉아서 뒤로 미는 행동을 할 때 “뒤로”라고 하니 어느 순간부터 명령어가 되었어요. 그리고 눈을 맞추고 대화도 많이 나눠요.” 유기동물과 함께하기 위한 가장 첫걸음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함께 가족이 되어 살아갈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사람이 아닐까요.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지인에게 빅토를 분양받은 가장 큰 이유도 알로가 떠난 다음 남을 상실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알로가 길든 짧든 사는 동안이라도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알로도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 듯 그녀를 올려다봤다.
일곱 마리 고양이가 있는 따뜻한 풍경
정혜진(36.6도씨 의료생활협동조합 원장) + 길고양이 일곱 마리
서교동 놀이터 부근에 자리한 36.6도씨 의료생활협동조합(구 제너럴 닥터)은 기존의 병원이 하지 못한 동네 주치의 역할을 담당한다. 의사와 오랜 시간 눈 마주치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옛집의 구조와 창틀, 벽을 고스란히 살려 포근함이 곳곳에 묻어나는데 반지하엔 의료생활협동조합이, 1층엔 마당이 딸린 카페가 자리해 있다. 이곳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면, 바로 귀여운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진료실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 곳곳에 자리를 차지한 개성 넘치는 자태의 고양이들 모습에 저절로 엄마 웃음이 지어진다. 정혜진 원장은 2008년 병원에서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의료법을 찾아봤더니, 법적인 제한이 일단 없었어요. 그 당시 카페와 병원이 같은 층에 있었기 때문에 손이 덜 가는 고양이에 더 눈이 갔죠. 길에서 구조된 고양이, 바둑이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처음 입양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마리의 유기묘 나비를 입양했죠.” 그 이후 고양이와 카페 그리고 의사가 있으니 사람들은 고양이를 자꾸 데려왔다. 차마 외면할 수 없어서 그 가운데 아프거나 나이가 많아 입양이 안 되는 고양이들은 자연스레 수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은 순이, 복실이, 옥희, 둥이, 연남이까지 모두 일곱 마리의 고양이가 카페와 진료실을 오가며 지낸다. 집 옆에서 어미에게 버려져 이틀 동안 울고 있던 옥희와 대기 중인 차 바퀴로 들어간 연남이의 경우 직접 구조한 고양이들이다. 그녀는 처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곧잘 “아기 고양이가 두 마리 있으면 그 집에 티브이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계속 다채로운 행동을 하고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항우울제예요.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면서 불면증이 호전됐다는 사람도 꽤 있어요.”
고양이는 키운다기보다는 같이 산다는 느낌이 강한 존재다. 고양이들과 함께하면서 그녀는 소파와 침대 아래까지 부지런히 청소하게 되었으며 무언가를 살 때 고양이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물건에 대한 욕심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길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주변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녀는 길고양이 입양에는 좀 더 신중한 생각과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유기묘로 추정되는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는 최소 몇 시간, 최대 며칠까지 지켜보고 구조해야 해요. 구조해서 데려갈 땐 최소 15년 정도는 함께 살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눈썹 미인
얼굴에서 인상을 좌우하는 단 하나의 요소를 꼽는다면? 바로 눈썹이다. 얼굴형에 어울리게 잘 다듬은 눈썹은 그 어떤 성형수술이나 시술 부럽지 않다.
글 장연주 /사진 우창원
민낯에 대한 두려움은 ‘눈썹 실종’에서 정점을 찍는다.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를 벗어던진 맨송맨송한 눈, 드문드문 여드름 자국이 있는 어두운 톤의 피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바로 반토막 남은 희미한 눈썹. 그래서 메이크업을 할 때도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것이 아이브로 제품이다.
관상학자들은 예로부터 눈썹을 ‘얼굴의 지붕’이라 불렀다. 이는 얼굴의 가장 윗부분에 자리하면서 얼굴 전체의 균형과 이미지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지붕의 스타일이 집을 완성하듯, 얼굴 전체의 인상과 분위기도 ‘얼굴의 지붕’인 눈썹이 좌우한다. 메이크업 전문가들은 ‘눈썹만 잘 다듬어도 두 배 더 예뻐진다’고 말할 정도. 작품마다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은 인물의 성격이나 스타일에 따라 눈썹 모양을 조금씩 바꾸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걸 그룹 멤버의 눈썹 스타일 변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본디 눈썹산을 살린 스타일을 고수하던 그녀는 눈썹산을 다듬어 부드러운 곡선의 눈썹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눈썹의 변화만으로도 인상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풍성하고 자연스럽게
눈썹 스타일은 그 시대에 인기를 누리는 메이크업 스타일과도 맥을 함께한다. 과거 과한 메이크업이 유행일 때는 산을 제대로 살려 꺾은 가는 눈썹이 사랑받았다. 최근에는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결이 드러나며 부드럽게 곡선을 살린 눈썹이 인기. 이런 눈썹들은 동안 스타일을 완성하기에 제격이다. 게다가 다양한 메이크업 스타일에 두루 어울린다.
눈썹을 다듬을 때는 얼굴형에 맞는 눈썹 모양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얼굴형이 긴 편이라면 자연스럽게 꼬리 부분만을 뺀 일자 눈썹이 제격이다. 얼굴을 전체적으로 작아 보이게 할뿐더러 부드러운 인상을 완성해준다. 다만 이때 꼬리 부분을 너무 아래로 내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둥근 얼굴형은 눈썹산을 살려 얼굴에 포인트를 주고 세련된 느낌을 살려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뾰족하게 각을 강조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완만하면서도 에지 있는 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각진 얼굴형은 자칫 강하고 날카로워 보일 수 있으므로 매끄러운 곡선의 아치형 눈썹이 제격이다. 만약 보이시한 매력을 살리고 싶다면 두꺼운 일자형도 나쁘지 않다. 계란형 얼굴에는 대부분의 스타일이 두루 잘 어울리는 편이니 본인의 눈썹 라인을 잘 살려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딱 맞춰 그린 일자 눈썹보다 결이 자연스럽게 살아 있도록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포인트예요. 만약 눈썹이 짙고 숱이 많은 편이라면 지저분한 눈썹을 다듬고 스크루 브러시로 빗어준 뒤 빈 부분을 눈썹과 동일한 색으로 채웁니다. 이때 블랙 색상은 피하는 것이 좋죠. 눈썹의 숱이 적다면 먼저 조금 어두운 색의 브라운 톤 섀도를 사용해 콧대와 눈썹이 만나는 앞머리에서 시작해 그러데이션하듯 윤곽을 잡아줍니다. 그리고 동공이나 모발 색에 가까운 컬러의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면 됩니다.”
바이라에서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승화 실장은 자연스러운 브로 메이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녀가 말하는 브로 메이크업의 포인트는 바로 완급 조절. “아이브로 메이크업을 할 때는 그린다는 느낌보다 채워 넣는다는 느낌으로 손에 힘을 빼고 그려야 제대로 된 자연스러운 눈썹을 완성할 수 있죠.”
진화하는 브로 메이크업
과거 가늘고 인위적인 브로 메이크업에 지대한 공을 세운 펜슬을 넘어 최근에는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브로 메이크업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끄는 제품은 바로 브로 타투. 마치 문신을 하듯 눈썹을 완성해주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다. 자기 전 브로 타투 펜으로 눈썹을 채우면 다음 날부터 최소 3일에서 7일 정도 그 색과 모양이 유지된다. 브로 마스카라의 경우는 이제 거의 펜슬이나 섀도만큼 널리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사용이 손쉬워 메이크업에 소질이 없는 이들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정돈한 눈썹의 결을 따라 쓱쓱 빗질해주면 끝. 빈 곳은 채우고 결은 살려 풍성한 눈썹을 완성해준다. 눈썹의 사이사이를 메워주는 흑채와 같은 스타일의 브로 메이크업 제품도 있다. 립글로스같이 생긴 팁에 눈썹과 비슷한 섬유질이 붙어 있는데, 이를 눈썹의 빈 공간에 채워주면 금세 풍성한 눈썹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렇게 진화한 메이크업 제품도 사실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눈썹에는 아무 소용없다. 만약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몇 년 전 혜성같이 등장한 ‘아이브로 바’는 최근 들어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들까지 찾는 장소가 되었다. ‘브로 바’ 열풍의 시초였던 베네피트는 ‘아이브로 엑스퍼트’라 불리는 전문가가 매장에 상주하며 얼굴 모양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취향을 고려해 눈썹을 디자인해준다. 에스쁘아는 유명 왁싱 전문 브랜드와 협업해 브로 바 다섯 곳을 운영하고 있다. 헤라는 청담동에 자리한 부티크에서 아이브로 왁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천연 왁싱 젤을 이용한 전문가의 왁싱과 진정 케어를 받을 수 있는데, 브로 왁싱을 받으면 시술 금액에 상당하는 화장품을 고를 수 있어 일석이조의 뷰티 스페이스로 사랑받고 있다.
도움 주신 곳 나스 02-6905-3747, 디바덤 1899-0298, 맥 02-3440-2782, 베네피트 080-001-2363, 시슬리 080-549-0216, 클리오 080-080-1510, DTRT 1544-7077
2 (왼쪽부터) 틴티드 왁스와 섀도 파우더, 트위저, 브러시가 모두 포함된 눈썹 정리 키트. 베네피트 브라우 징 4.35g, 4만7천 원. 너무 딱딱하거나 무르지 않은 제형으로 눈썹 사이를 그러데이션하기 용이한 오토 타입 펜슬. 나스 브로우 퍼펙터, 3만 원. 눈썹을 풍성하고 짙게 만들어주는 남성 전용 아이브로 펜슬. DTRT 아이브로 펜슬 숯 유어 셀프, 9천9백 원. 브러시가 내장되어 있어 눈썹을 자연스럽고 풍성하게 연출해준다. 맥 프로롱웨어 워터프루프 브로 세트, 2만4천 원. 일주일간 자연스러운 브로 컬러와 셰이프를 유지해주는 브로 타투 제품. 클리오 틴티드 타투 킬 브로우, 2만 원. 독특한 모양의 브로 펜슬로 보통 펜슬보다 얇은 팁이 정교한 눈썹 메이크업을 완성해준다. 시슬리 휘또 쑤르씰 퍼펙트, 5만8천 원. 천연 성분으로 이뤄진 섬유소가 눈썹 사이사이를 채워 풍성한 눈썹을 완성해준다. 디바덤 브로 익스텐더 9ml, 4만5천 원.
쏟아지는 경제 처방 조명하기
글로벌 경기 침체, 메르스 사태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근 정부가 각종 경제 살리기 대책들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각종 대책 속 어떤 실속 혜택들이 있는지 정리했다.
글 조철희(<머니투데이> 기자) /사진 우창원
글로벌 경기의 부진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일본 아베노믹스의 엔저 여파 등 열악한 외부 환경에 이어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 경기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소비 활성화 대책을 연이어 내놓자 많은 국민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수 있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다.
2015년 한국 경제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경기의 부진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일본 아베노믹스의 엔저 여파 등 열악한 외부 환경에 이어 지난여름에는 초유의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경기는 바닥을 향해 갔다. 이에 정부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지난 7월 메르스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1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시작으로 투자활성화 대책과 청년고용절벽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8월에도 세법을 개편하고 소비 활성화 대책을 연이어 내놓자 많은 국민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수 있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정부 대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이전과 어떤 것이 달라졌는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아는 만큼 누린다고 했다. 그래서 다양한 대책 속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정리해봤다. 아는 것이 돈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소비 활성화 대책이 쏟아진다
정부의 대책은 특히 소비 활성화에 맞춰져 있다. 소비자들이 편하게 지갑을 열 수 있게 하고, 내수 시장을 부양해 경제의 활력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인하 조치다. 자동차나 대형 가전제품 등에 부과하는 개소세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30% 인하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품 중 현대자동차의 쏘나타2.0은 기존보다 50만 원가량 싸게 살 수 있게 됐다. 165만2천 원이던 세금이 개소세 인하로 49만6천 원 줄어든 115만6천 원이 됐다. 가구, 카메라, 시계, 가방, 모피, 융단, 보석 등 고가 품목은 개소세 부과 대상 가격 기준이 2백만 원에서 5백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보다 많은 소비자가 더 많은 상품에서 혜택을 보게 됐다. 개소세 인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의 매출 분석 결과 3~4도어 대용량 냉장고 판매는 전년 대비 2.5배 증가했다. 세탁기 판매 역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명품 주얼리 매출은 3배나 늘어난 게 그 증거다.
골퍼들이 기대했던 골프장 이용의 개소세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퍼블릭 골프장을 중심으로 이용 요금이 점진적으로 인하되고 있다. 연말까지 1백여 곳의 공공 및 대중 골프장에서 캐디· 카트 선택제 등이 실시돼 이용료가 4만~5만 원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공산품 가격 인하를 유도해 소비 여력을 높이려는 정부의 대책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해외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 직구족들도 웃음을 짓고 있다. 그 이유는 20만 원이 넘고 3kg을 넘지 않는 상품을 직구할 때 내던 세금이 30% 낮아졌다. ‘짝퉁’ 피해에 대한 구제, 애프터서비스 등도 개선됐다.
최근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잦은 할인 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도 정부의 소비 활성화 대책에 따른 것이다. 10월에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전통시장을 비롯해 온라인 쇼핑몰과 신용카드사 등 전방위적으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찾아온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10월에 2주 동안 유통업체 대규모 합동 프로모션을 추진한다. 평균 30% 정도의 할인 행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70~80%까지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소비 활성화와 고용 문제 해소를 융합한 정책도 있다. ‘청년몰 사업’은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전통시장도 살려내고 청년들의 창업도 이끌어내는 대책이다. 전통시장 1곳당 20개 내외의 빈 점포에 청년 창업자가 입점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공동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전통시장 창업에 나선다는 역발상으로, 젊은 층이 전통시장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세금 혜택 챙기는 방법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 때도 경험했듯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세금이다. 연초부터 홍역을 치른 정부는 지난 5월 말부터 세제 개편 방향을 잡기 시작해 지난 8월 개편안을 발표했다. 근로자의 재산 형성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하고 자영업자와 농어민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펀드 과세 체계도 개편하는 등 금융 세제 체계도 확 바꿨다.ISA는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한 계좌에서 관리해 만기 인출 시 2백만 원까지 비과세하는 금융 상품이다. 각각의 개별 상품에 투자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납부해야 할 세금 차이가 꽤 큰 편이다. 두 개의 상품에 투자했는데 한 상품에서는 3백만 원의 이익을 보고, 다른 상품에서는 90만 원의 손실이 났을 때 ISA 계좌의 경우 납부 세금이 45만 원가량 줄어든다. 순이익이 2천5백만 원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세금 혜택 차이는 최대 289만3천 원에 달한다.
3천만 원 한도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는 내년에 기다리고 있는 혜택 상품이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개인이 재산을 형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품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매매 차익과 평가 차익, 환변동분에 대해 모두 비과세하는 것으로 가입 가능 기간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지만 비과세 혜택 기간은 가입일로부터 10년간 지속된다.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