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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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호

라이프1
도시의 색

도시에 대한 기억은 무엇으로 남는가.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또 하나, 영원히 잊히지 않을 강렬한 인상에는 그 도시만의 고유한 컬러가 있다. 컬러로 기억되는 눈부신 아름다움을 품은 도시들.

김영우


1. 흰색의 도시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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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인이 하얀색 원피스와 하얀색 모자 차림에 하얀색 단화를 신고 자전거를 탄다. 주변은 저 멀리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온통 하얗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소박한 마을. 2001년 이곳에서 찍은 한 이온음료 CF가 아니었다면 이곳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지금과 같은 뜨거운 사랑을 받는 관광지로 기억될 수 있었을까? 그리스 바다에 떠 있는 6,000여 개의 섬 중 가장 아름다운 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산토리니. 초승달 모양에 지중해와 꼭 닮은 푸른 지붕을 얹은 새하얀 집들이 가득한 이 섬은 에게해의 찬란한 보석이다. 황폐하던 화산섬이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로 거듭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가옥의 벽면은 주변과 잘 어울리는 색상으로 칠하고, 담벼락은 사람 허리보다 높지 않게 하는 등 주민들 스스로 섬이 지닌 고유의 개성과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기 위한 방책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실행한 노력 덕이다.


2. 에메랄드빛에 둘러싸인 몰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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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가 ‘인도양의 꽃’이라고 감탄한 몰디브의 상징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푸른 산호초다. 몰디브Maldives는 산스크리트어로 ‘화관’이라는 뜻.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들의 모양이 마치 화관을 쓴 것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누군가는 가오리 모양이라고도 하지만. 몰디브는 무려 1,192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섬들이 남북으로 750km, 동서로 120km에 걸쳐 흩어져 있어 영해가 매우 넓다. 다만 영토는 3만ha에 불과하다. 사위四圍는 온통 바다. 그 위로 초록빛 라군 위에 펼쳐진 수상 빌라와 다시 그 위로 펼쳐지는 푸른 하늘은 채도만 다를 뿐 자연이 선사하는 빛의 향연에 다름 아니다. 바다는 옥빛, 남빛, 청록빛, 네이비블루, 에메랄드빛, 진청색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날씨, 바다의 깊이에 따라 요술을 부리듯 다양한 색을 띤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포섭된 섬은 연평균 기온이 30OC로, 세계인이 사랑하는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다.


3. 주황색 지붕 아래 눈부신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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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가 CF로 주목받았다면 프라하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사랑받은 도시다. 2000년대 초반 <프라하의 연인>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리고 몇년 전 <꽃보다 할배>의 무대가 되어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고 있으니. 유럽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로 불리는 체코 프라하는 보헤미아 왕국의 천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블타바강을 중심으로 강 양쪽에 자리한 중세 유럽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구시가지와 프라하성 주변은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카를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알려져있다. 프라하의 야경은 부다페스트, 파리와 함께 유럽 3대 야경으로 꼽히는데, 어두운 밤하늘 아래 주황빛으로 빛나는 야경은 여간 눈부시지 않다. 아울러 구시가 광장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프라하의 색깔은 온통 주황색의 지붕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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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랏빛 물결 춤추는 프로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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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7월 남프랑스는 보랏빛 물결로 춤추는 장관을 이룬다. 프랑스 남부 여행의 백미라 불리는 프로방스 지역이 라벤더의 아름다운 보랏빛 물결로 더욱 다채로운 색감과 향기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허브의 여왕이라 불리는 라벤더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허브로, 향유는 화장품의 원료나 향신료로 사용되며, 꽃은 차로 마시기도 한다. 라벤더는 라틴어의 ‘씻다’, ‘목욕하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로 고대 로마인들이 목욕이나 세탁할 때 물에 라벤더 넣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프로방스는 전 세계 라벤더의 90%가 생산되는 최고의 생산지로, ‘향수의 메카’로도 불린다. 세계적인 향수 브랜드 갈리마르와 프라고나르 공장이 위치해 있고, 코스메틱 브랜드 록시땅의 본사가 이곳에 위치한 이유다. 해마다 라벤더 철이 되면 넘실거리는 보랏빛 물결 사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인파로 작은 마을이북적인다.


5. 황금빛으로 물든 이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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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남부에 위치한 이사말Izamal은 마야 문명과 스페인 식민지 시대 유적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이다. 고대 도시인 이곳은 마야 문명의 형성기인 기원전 8세기경 처음 건설되어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사람이 거주해 오고 있다. 16세기에 이르서서는 기존 도시 위에 식민 도시가 건설되어 스페인의 선교 중심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마야어로 ‘하늘에서 내린 이슬’이라는 뜻을 지닌 이사말은 도시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황금빛 때문에 ‘노란색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황금색은 마야인이 숭배했던 태양신을 상징하는 색깔. 20세기 중반 도시를 복구하면서 마야 문명을 기념하기 위해 모든 건물을 황금색으로 칠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노란색은 희망과 따뜻함의 상징이다. 199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해 미사를 주관하고 은으로 된 관을 쓴 성모 마리아 상을 하사한 곳으로 가톨릭 순례지가 되기도 한 이사말은 그렇게 따뜻하고 희망이 넘치는 황금빛 도시로 남아 있다.
6. 푸르고 아름다운 길, 셰프샤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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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샤우엔Chefchaouen은 리프 산맥의 발치에 내려앉은 모로코에서 가장 예쁜 마을길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인디고 블루와 화이트의 대비가 눈부시다. ‘모로코의 산토리니’라는 별명을 가진 파란 마을 셰프샤우엔은 해발 660m에 위치해 있으며 1400년대 모로코 북부를 공격한 포르투갈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작은 요새로 만들어졌다. 샤우엔은 ‘염소의뿔’이라는 베르베르어이고, 여기에 셰프Chef가 붙어 ‘뿔을 보아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의 컬러가 이슬람의 색인 녹색이 아니라 파란색인 데는 특별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30년대에 기독교의 박해를 피해 무슬림과 유대인들이 정착하면서 이슬람의 전통 색깔인 초록색이 입혀졌던 건물들이 온통 파란색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중세 시대의 도시 구조에 파란색이 더해져 더욱 특별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무엇보다 동심을 자극하는 푸른 골목길 사이에 자리 잡은 각종 상점과 카페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아울러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 유난히 많은 고양이들의 깜찍한 모습도 셰프샤우엔의 또 다른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7. 분홍빛 벚꽃 흐드러진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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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세계적인 벚꽃의 도시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꽃이 펴 3월부터 4월초까지 오사카 주변은 분홍빛 벚꽃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분홍빛으로 물든 벚꽃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오사카를 상징하는 오사카 성이다. 나시노마루 정원은 커다란 벚나무를 중심으로 수많은 벚나무와 매화꽃이 피어나 화사한 분홍빛을 연출한다. 오사카 성의 멋진 야경 역시 빛에 물든 분홍색 색감을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길만하다. 또 다른 관광 명소인 히메지 성 역시 분홍색 벚꽃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히메지 성은 백색 토벽으로 이뤄진 우아한 외관과 분홍빛 벚꽃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화사한 색감을 연출한다. 이 외에도 오사카에서 인기가 많은 벚꽃 명소는 오사카 조폐국이다. 평소에는 드나들 수 없는 곳이지만 벚꽃 시즌에만 공개한다. 매년 4월 일주일간 문을 열어 특별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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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컬러, 그들의 삶

세상은 컬러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세상의 컬러에 익숙해 무심해졌다. 컬러 속에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어떤 비밀이 간직되어 있는지 모른 채. 다시 보라. 컬러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세상은 더욱 다양한 컬러로 눈부시게 아름다워질 것이다.

김영우 사진 이용인


1. 만인의 색,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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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만큼 다양한 상징성을 갖는 색깔은 세상에 없을 듯하다. 차갑고, 안정되고, 거룩하고, 진취적이고, 산뜻하고, 귀족적이고, 슬프고, 감정적인 색. 또한 파란색은 하얀색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깔인데 이는 파란색이 가지고 있는 사랑과 우수와 꿈의 느낌 때문일 것이다. 유럽에서는 공상적인 이야기나 요정 이야기를 ‘파란색 이야기’로,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 존재를 ‘파랑새’로 표현할 만큼 파란색에 대한 호감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대와 중세 초기까지만 해도 파란색은 사람들이 그다지 선호하는 색이 아니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파란 눈을 가진 사람은 교양이 없고 문란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라틴어에도 유독 파랑이라는 단어가 없다. 중세에 파란색은 상복에만 사용되는 컬러로 여겨졌다고 한다. 파란색이 오늘날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12세기, 성모마리아의 의상을 파란색으로 표현하면서부터였다. 이후 파란색은 흰색과 더불어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색깔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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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아한 색,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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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파란색과 여성의 빨간색을 합치면 기묘한 보라색이 나온다.” 영국 출신의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었던 데릭 저먼은 자신이 사랑한 색 보라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 바있다. 여기에 보라는 따뜻함과 차가움이 동시에 느껴지며 중의적인 입장을 상징하는 컬러이기도 하다. 지금은 대중화되었지만, 보라는 오랜 세월 황제와 귀족의 컬러로 일반인들은 가질 수 없는 고귀한 컬러였다. 유럽의 경우 대부분 보라색 옷은 왕족이 아니면 착용이 금지되었고, 이를 어기면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보라색은 그만큼 천연의 원료로 생산하기 어려운 귀한 색이었다. 오늘날 보라색의 이미지는 정신을 고양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파랑의 차분한 안정감과 빨강의 격렬한 에너지를 겸비한다는 이미지도 그렇거니와, 포도와 블루베리, 라벤더, 가지와 같은 보랏빛 음식 재료들은 자율신경을 안정시켜 뇌를 쉬게 하는 효과를 지녀 보랏빛의 색소가 심리적인 치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 가장 눈부신 빛깔, 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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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권위와 명예를 상징한다.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경기에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메달은 반짝이는 금빛의 금메달이다. 베를린 영화제 최고상의 이름은 황금곰상이며, 베니스 영화제는 황금사자상이 있다. 그 외에 온갖 권위 있는 스포츠 대회와 영화제에서 승자에게 주어지는 메달과 트로피는 앞으로도 금빛으로 반짝일것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 혹은 어떤 분야의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를 우리는 황금기로 기억하며, 삶에 대한 가장 찬란한 표현 역시 ‘황금빛 인생’이다. 과거로 눈을 돌리면 금색은 황제나 왕의 옷에만 수놓을 수 있는 색이었으며, 잉카인들은 금을 태양의 피라고 믿었고, 아스텍 인디언들은 금을 태양신의 분비물이라고 여겼다. 황금색은 왜 가장 눈부신 색깔로 생각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하나는 그것이 태양의 빛깔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월이 흘러도 본래의 가치를 잃지 않는 유일무이한 색깔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4. 생명과 파괴의 스펙트럼,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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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편안해 하는 컬러는 초록이다. 초록이 자연의 풍요로움과 생명의 상징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푸른 하늘과 노란 땅이 섞인 신비의 색. 생명이 움트는 기운을 우리는 초록빛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찾는다. 그리고 초록은 연인들의 색으로 봄, 번식, 환희, 신뢰, 낙원, 번영, 평화를 뜻하기도 한다. 초록을 대표하는 상록수가 변하지 않는 가치를, 봄의 신록이 청춘을 대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이 비록 어리석음이나 미숙함과 연결되어 있을지라도. 그런데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 초록은 더러움과 악함, 파괴의 악명을 생명의 맞은편에 이미지화하고 있다. 주로 서구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SF 영화와 히어로물에서 녹색이 악을 대변하는 까닭이다. 이유는 여러 가설이 등장한다. 자연의 색으로 ‘생명의 힘’을 상징하는 초록이 오히려 초자연적인 생명에 대한 두려움을 낳고, 갈수록 심해지는 자연재해가 초록에 죽음의 이미지를 씌웠을지도. 초록은 그렇게 생명의 색이면서,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연처럼.


5. 가장 화려한 색, 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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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은 가장 많은 오해를 받는 색이다. 보수적인 남자는 결코 거들떠보지 않는 색, 혹은 동성애자의 상징 색으로 치부된다. 분홍은 여성의 색이라는 인식도 아직 굳건하다. 하지만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분홍은 남자의 전유물과 같은 컬러였으며,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이라는 구도는 1940년대 컬러 마케팅의 결과일 뿐이다. 실제로 1897년 <뉴욕타임스>에는 “분홍은 대개 남자아이의 색으로, 파랑은 여자아이의 색으로 간주되지만 어머니들은 그 문제에서 자신의 취향을 따르면 된다”라는 기사가 실렸다고. 1918년 미국의 여성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에도 “남자아이들에게는 분홍색, 여자아이들에게는 파란색”이라는 일반론이 소개되어 있다. 이는 분홍이 파랑에 비해 더 단호하고 강력한 색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스포츠 유니폼에 분홍색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분홍이 전달하는 진취성과 공격성에 기인한다. 태양 광선을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색. 거기에서 비롯된 힘을 가지고 있는 색이 바로 분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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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야기 소냐

한류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잭더리퍼>가 10주년을 맞아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의 역사와 함께한 초연 배우와 실력파 배우들의 대거 합류가 인상적인 이번 시즌, 소냐가 새로운 캐릭터로 찾아온다.

장윤정

2009년 초연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자리 잡은 <잭더리퍼>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특별한 시즌을 선보이고 있다. 그 어느 시즌보다 인상적인 출연자들 중에서 글로리아에서 폴리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옷을 입은 배우 소냐가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해석으로 폴리를 선보이고 있는 소냐와 만났다.

ABOUT SYNOPSIS
1888년 런던, 강력계 수사관 앤더슨은 화이트채플 지역에서 연쇄살인으로 유명해진 잭더리퍼를 수사 중이다. 매춘부만 노리는 잔인한 살인 수법때문에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은밀히 수사하려 하지만 <런던타임즈> 기자 먼로는 코카인 중독자인 앤더슨의 약점을 노리고 이 틈을 파고든다. 결국 앤더슨은 먼로에게 특종 기사를 제공하는 거래를 하게 된다. 며칠 지나지 않아 네 번째 살인이 일어나고 앤더슨 앞에 범인을 알고 있다는 제보자가 나타난다. 그는 미국에서 온 외과의사 다니엘. 며칠 후 <런던타임즈>에 잭더리퍼의 예고 살인 속보가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사건은 점점더 미궁으로 치닫는다.

Q. <잭더리퍼>가 10주년을 맞았다. 10년 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관객에게 잠시도 틈을 주지 않는다. 범인이 누구인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끊임없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Q.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큰 틀이 바뀐 것은 없다. 하지만 공연을 보시면 어딘가 모르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캐릭터의 디테일이 많이 보강되어 인물들과의 관계가 더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연출님과 캐릭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Q. 이번 시즌은 글로리아가 아닌 폴리로 찾아왔다.
처음 신성우 연출님이 10주년이니까 재미있게 한 번더 해보자며 글로리아 역을 제안하셨다. 너무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글로리아를 연기하면서도 폴리라는 캐릭터에 호기심이 있었기에 만약 기회가 된다면 폴리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역으로 제안을 드렸다. 다행히 연출님은 물론 컴퍼니에서도 신선한 시도가 될 것 같다며 좋아해 주셨고, 그렇게 운명적으로 폴리를 하게 됐다. 한 작품에서 다른 배역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작품이지만 배역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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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폴리의 어떤 매력에 끌렸는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너무 좋다. 폴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대에 나오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녀의 과거 등 뒷모습까지도 알아야만 된다. 이유는 폴리는 여러 장면에 걸쳐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다. 극의 초반과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폴리를 관객에게 잘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함축적인 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연출님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주제이기도 하다. 왜 폴리가 이렇게 걸음을 걷고, 호흡은 어떻게 하는지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많은 고민을 했다. 연출님이 나에게 “이번 공연을 하면서 예쁘게 보이는 것을 포기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폴리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Q. 등장하는 장면 중간에 텀이 꽤 길어서 호흡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 것 같다.
동료들이 극 중 폴리가 두 번밖에 등장하지 않으니, ‘정말 편하겠다’라며 농담을 던지시기도 한다. 사실 나 역시 연습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말에 어느 정도 수긍했다. 그런데 운동 경기에서도 교체 선수가 더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코트에서 계속 뛴 선수들과 교체된 선수의 호흡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교체 전에 이 호흡을 맞추기 위해 워밍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폴리도 첫 장면에 등장하고 무대에 오르지는 않지만, 무대 위에 있는 배우들과 함께하기 위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무대 뒤에서 폴리의 걸음으로 호흡을 이어가면서 계속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한다.

Q.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앤더슨의 ‘이 도시가 싫어’가 끝난 뒤 폴리가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부르는 장면이다. 두 사람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넘버와 장면이지만, 어찌 보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다니엘의 ‘멈출 수 없어’도 너무 좋다.

Q. 앤더슨의 연인 폴리와 다니엘의 연인 글로리아를 모두 다 경험해 보았으니 누구보다 냉철하게 판단할수 있을 것 같다. 남자로서 앤더슨과 다니엘,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까운가?
앤더슨은 약간 나쁜 남자 스타일이다. 폴리를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으면서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다. 반면 다니엘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몇년 전만 해도 나쁜 남자의 매력에 더 흔들렸지만, 지금은 나만 바라보는 착한 남자가 더 좋다.
Q. 활동 사이에 공백기가 조금씩 있다.
사실 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못한다. 하나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지금 역시 오직 폴리로서의 삶에만 빠져 살고 있다. 작품이 끝나면, 가수 소냐로 돌아가 앨범을 준비할 계획이다. 멀티플레이가 되는 동료들을 보면 많이 부럽지만, 원래 갖고 태어나지 못한 것에는 욕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Q. 작품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가?
작품의 배역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을 때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지난 시즌에 폴리를 해보자고 했다면 망설였을 것 같다. 그때는 글로리아가 나에게 맞는 옷이었다면, 이번 시즌에 나에게 맞는 옷은 폴리라는 생각이 든다.

Q. 전혀 새로운 이미지에 도전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것 역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의 범위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고 싶다.

Q. <잭더리퍼>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잭더리퍼>가 끝나면 개인 앨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Q. 끝으로 독자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정말 진심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꼭 공연장에 오셔서 이런 우리들의 열정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뮤지컬 잭더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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