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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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호

커먼그라운드의 내,외부 사진
컨테이너의 무한 변신
독특한 멋과 낮은 비용, 지속 가능성을 모두 충족하는 컨테이너를 신선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 속속 등장하며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공사장이나 화물 창고에 틀어박혀 있는 투박한 사각형 박스에 불과했던 컨테이너는 무한 변신 중이다.
장인지 / 사진 김정아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
건대입구역 부근에 독특한 외관의 파란색 건물이 등장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처음으로 선보인 국내 첫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다. 커먼그라운드는 30년 넘게 택시 차고지로 사용하던 약 5천3백 제곱미터 대지 위에 무려 2백 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런던의 박스 파크(Box Park), 라스베이거스의 컨테이너 파크(Container Park)를 훌쩍 넘기는 세계 최대 규모다. 컨테이너들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트리트 마켓과 마켓 홀, 2개 동으로 이뤄진 커먼그라운드는 56개의 패션 브랜드와 16개의 식음료 매장, 그리고 1개의 문화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외관뿐 아니라 내부 콘셉트도 인상적이다. 대형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홍대,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트렌드를 만드는 거리에서 이름난 신진 브랜드 매장과 맛집 등이 가득하다. 커먼그라운드의 2개 동을 연결하는 중앙 광장에 자리한 푸드 트럭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매 주말에는 게릴라 가드닝, 키덜트 마켓 등 테마를 달리한 이색 마켓이 열린다. 쇼핑은 물론 다양한 문화 생활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어 오감을 골고루 만족시킨다. 재활용이 가능한 컨테이너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8년간 운영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주소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17-1(아차산로 200)
문의 02-467-2747
에스제이 쿤스트할레, 오션 스코프의 내,외부 사진
1 국내 대형 컨테이너 건축의 원조, 에스제이 쿤스트할레
이동을 위해 고안된 컨테이너는 활동성, 유목민, 자유로움 등을 상징한다. 이런 요소들은 예술가와 복합 문화 공간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국내 대형 컨테이너 건축물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6년간 논현동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문화를 선보인 곳이다. 최근 5월 15일, 리모델링을 끝내고 ‘에스제이 쿤스트할레’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독일의 아트 커뮤니케이션 그룹 ‘플래툰’이 운영하다가 지난해 말 철수하면서 국내 운영사가 인수한 것. 예전에는 다소 폐쇄적이고 좁은 공간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한결 밝고 유연해졌다. 형태가 그대로인 외관과 달리 내부 인테리어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철재의 빈티지한 멋은 그대로 살리되 화이트와 블랙 톤으로 외관과 내부를 꾸며 포멀한 느낌을 살렸다. 기존 일부 작가들에게만 제공하던 공간을 개방해 1층부터 4층까지 동선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내부에서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건물 옆면에 개폐식 유리 벽을 설치해 실내 구석구석 햇살이 비치는 아늑한 분위기와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또 1층에 숍인숍 형태의 펍 레스토랑 브루투스가 문을 열어 다양한 문화 행사는 물론 다이닝까지 즐길 수 있다. 행사나 전시 대관이 없는 날에는 1층과 2층을 레스토랑으로 운영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97-22(언주로148길 5)
문의 010-2014-9722
2 하늘로 치솟은 컨테이너 전망대 오션 스코프
인천의 대표적인 일몰 명당이자 전망대인 오션 스코프(Ocean-Scope). 한눈에 인천대교의 절경이 펼쳐지는 이 전망대는 놀랍게도 컨테이너다. 하늘을 향해 솟구친 다섯 개의 컨테이너는 언뜻 보면 예술 작품을 연상시킨다. 한국의 건축 사무소인 AnL 스튜디오의 작품으로 인천이 우리나라의 대표 물류 도시라는 점에 착안해 버려진 컨테이너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건축 인테리어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주목받기도 했다. 컨테이너 다섯 개 중 세 개는 인천대교 쪽을 향해 비스듬히 세워져 있고 나머지 두 개는 송도 국제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놓여 있다. 바다와 하늘을 향해 10, 30, 50도 등 각기 다른 각도로 조합해 역동적인 미를 살렸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뷰를 품게 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컨테이너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탁 트인 구조다. 오픈형 계단을 놓아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부까지 불어온다.
주소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30-9
사진 제공 인천도시공사
오픈스쿨의 내,외부사진
자연과 어우러진 다이내믹한 매력, 오픈스쿨
여덟 개의 컨테이너 박스가 허공에 매달린 듯한 형태와 노란색 외관이 무성한 수풀과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풍광을 연출한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를 위해 학운공원에 세운 오픈스쿨의 이야기다. 자칫 단조롭거나 지루할 수 있는 컨테이너를 45도 각도로 잘라 생선 가시 같은 모양으로 결합했다. 멀리서 보면 공원의 무성한 수풀과 어우러져 커다란 화살표 모양 같다. 노란색 바탕에 새겨 넣은 검은색 타이포는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절제된 건축 기술과 테크닉으로 매번 색다른 컨테이너 건물을 선보이기로 정평이 나 있는 뉴욕의 건축 사무소인 로텍(LOT-EK)이 만든 곳으로 미국건축학회(AIA) 건축가상을 거머쥐었다. 기존의 경사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컨테이너 건물 아래에는 계단식 야외 광장을 만들었다. 내부로 통하는 입구는 가파르게 기울어진 컨테이너를 세워 역동적인 동선을 재현했다. 공연장, 스튜디오, 갤러리,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실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채로운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다양한 높이의 통창과 마주하게 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가로로 길게 낸 창. 컨테이너의 답답함과 육중함을 덜어내 공간에 경쾌함을 더하는 데 톡톡히 한몫한다. 3층 전망대에 오르면 안양천과 아파트 단지를 모두 아우르는 풍경이 드넓게 펼쳐진다. 다양한 전시와 행사, 상영회가 열리는 곳이다.
1,2 ⓒ Kim Myoung-Sik
3 ⓒ Sergio Pirrone

주소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학운공원
문의 031-389-5111
브러쉬와 거품
‘노푸’, 진실 혹은 거짓
한동안 거세게 불었던 노푸(No Poo) 열풍. 그 뒤에는 사실 탈모에 대한 현대인들의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다. 가는 세월 못 잡듯 빠지는 머리카락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기에.
장연주 / 사진 우창원

최근 샴푸에 들어 있는 화학 성분이 모발과 두피를 해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샴푸를 쓰지 않는 ‘노푸족’이 주목받았다. 노푸는 샴푸를 쓰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거나 베이킹파우더를 푼 물에 머리카락과 두피를 적신 뒤 두피를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씻어주는 방식이다. 인터넷과 잡지, 방송을 통해 나오는 노푸 경험담을 보면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얇고 가늘었던 머리카락이 두꺼워지고 윤기가 흐르며, 머리숱이 풍성졌다는 놀라운 경험담이 쏟아지면서 탈모를 염려하는 현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할리우드의 유명 셀러브리티인 기네스 펠트로, 제시카 심슨, 킴 카다시안 등이 ‘노푸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도전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푸, 과연 두피에 이로울까?
일단 노푸의 원리는 이러하다. 인간의 두피는 본디 스스로 유분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세정력이 강력한 삼푸로 너무 자주, 억지로 씻어내고 있다는 것. 지속적으로 독한 성분의 샴푸를 사용하면 본래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하루만 감지 않아도 기름진 두피, 윤기 없이 푸석한 머리카락이 된다고 한다. 노푸 애호가들은 노푸를 시작한 처음에는 모발에 기름기가 돌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두피가 본래 기능을 회복하면서 건강한 머릿결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열풍에도 불구하고 노푸의 효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인다. 일단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기름기, 각질, 피지, 먼지 등이 오히려 두피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비듬과 과다 피지 분비로 모공이 막혀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에 두피와 모발은 꼭 깨끗이 세정해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황사나 미세 먼지가 기승인 계절에 제대로 씻지 않으면 두피 모공에 달라붙은 먼지가 오히려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어 더욱 위험하다. 특히 베이킹파우더를 이용하면 유분기가 사라지고 일시적으로 머리카락이 보송보송해지지만 이는 가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두피 모공 근처에 쌓여 있는 각질과 먼지는 베이킹파우더로 제거될 만큼 호락호락하진 않기 때문이다. 두피 역시 피부의 일부분이기에 각자의 피부 타입별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나 머리에 기름이 잘 끼는 지성 두피에는 노푸가 적절하지 않다.
샴푸 사진
두피와 모발을 위한 최선의 선택
노푸의 열풍에는 사실 건강한 두피와 모발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주효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의료 기관에서 탈모 진료를 받은 인원이 연간 약 21만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지난 4년 새 꾸준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 무엇보다 탈모 진료를 받은 인구의 40%가 10~30대라는 사실. 그만큼 탈모는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번 노푸 열풍과 함께 집중 조명을 받은 것, 바로 샴푸다. 노푸의 시작도 바로 ‘샴푸의 유해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샴푸는 두피와 모발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노푸와 같이 샴푸를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는 몸에 해롭지 않은 성분을 담은 제품을 사용해 모발과 모공의 때와 먼지를 씻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좋은 성분의 샴푸를 고르려면 일단 유해 성분을 알고 배제하려 노력해야 한다. 합성 세제로 분류되는 화학 계면활성제와 인공 방부제 성분은 샴푸를 독약으로 만드는 장본인이다. SLS(소듐라우릴설페이트: Sodium Lauryl Sulfate), SLES(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 Sodium Laureth Sulfate), DEA(디에탄올아민: Diethanolamine)은 피해야 할 성분이다. 세포막을 파괴할 뿐 아니라 두피나 모낭을 부식시켜 머리카락의 재생 기능까지 해칠 수 있다. 이 외에도 파라벤류의 합성 방부제는 피부의 수분을 손실시킬 수 있으며 실리콘 성분은 피부의 호흡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
화학 성분의 계면활성제 대신 천연 계면활성제 샴푸를 사용하면 거품이 적게 난다고 느낄 수 있다. 또 세정 후 모발이 찰랑이지 않고 뻣뻣하고 푸석거린다. 이는 모발을 찰랑거리게 만들어주는 실리콘 성분을 제외했기 때문. 사실 천연 성분의 샴푸를 사용한 이들 대부분의 불만도 이 부분에 있다. 찰랑이는 느낌이 없으니 천연 성분이 진정으로 두피나 모발에 좋은지도 의문이 든다고 하는 이도 있다. 오히려 머리가 엉키고 결이 좋아 보이지 않는 점에 불만을 가지고 다시금 기존의 샴푸로 돌아가는 이도 많다.
하지만 이는 워낙 다양한 화학 성분이 첨가된 샴푸에 이미 두피와 모발이 길들었기 때문이므로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천연 샴푸를 처음 사용했을 때에는 모발이 뻣뻣하고 건조하다고 생각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두피가 깨끗하고 모발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라 말한다. 또 몇몇 천연 성분 샴푸 브랜드는 모발이 뻣뻣해지는 느낌을 덜기 위해 천연 오일을 포함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유해 성분을 배제한 천연 성분 샴푸 5
1 프로폴리스 성분을 함유한 샴푸로 미네랄, 비타민, 아미노산 등 세포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두피와 모발 건강에 도움을 준다. 레오놀그렐 뱅 트레땅 알라 프로폴리스 200ml, 5만8천 원.
2 97%의 자연 식물 활성화 성분이 두피를 깨끗하게 하고 각질을 제거해주며 가늘어지는 모발에 건강을 부여한다. 아베다 인바티 엑스폴리에이팅 샴푸 200ml, 3만2천 원.
3 모발을 재생시키는 5가지 성분, 에센셜 오일과 프로비타민, 식물성 순수 아미노산 등이 함유되어 있는 샴푸. 록시땅 아로마 리페어 샴푸 300ml, 3만 원.
4100% 식물성 베이스로 만든 샴푸로 민감한 두피와 모발의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꼬달리 젠틀 컨디셔닝 샴푸 200ml, 2만4천 원.
5 징크 글루코네이트 성분이 민감한 두피의 자극을 진정시키고 완화해준다. 듀크레이 엘루시옹 샹푸앙 트레땅 더모-프로텍터 200ml, 1만6천 원.

도움 주신 곳 꼬달리 02-546-7424, 듀크레이 1899-4802, 레오놀그렐 02-777-1644, 록시땅 02-518-0027, 아베다 02-3440-2905
슈퍼 곡물 사진
지금은 슈퍼 곡물 시대
건강을 좌우하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늘 뜨겁다. 그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슈퍼 곡물. 작은 알맹이 속에 담긴 맛과 영양에 주목할 때다.
장연주 / 사진 우창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강력한 힘을 지닌 것에 ‘슈퍼’라는 단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푸드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흔하게 사용하는 ‘슈퍼 푸드’라는 말도 1990년대 초반 처음 등장한 뒤 2000년대 급속히 대중화되었다. 이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타임>지다. <타임>지는 2002년 세계의 10대 슈퍼 푸드를 기사로 소개했는데, 이후 이것이 하나의 바이블이 되어 아직까지 인용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마케팅 술수라고도 하지만 평소 제대로 알지 못하던 식재료에 대한 재조명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최근 ‘슈퍼’라는 단어가 가장 흔하게 붙고 있는 것은 바로 곡물이다.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해 건강에 좋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슈퍼 곡물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이다. 슈퍼 곡물에 대한 관심은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시작했다. 유명 셀럽들의 다이어트 식단에 기존에는 보지 못하던 곡물들이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 것. 이후 건강과 직결되는 이슈에 민감한 중장년층의 관심까지 사로잡으며 새로운 열풍을 이끌고 있다. 얼마 전 관세청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의 해외 직구 빅데이터 분석에도 이 열풍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가장 증가한 해외 직구 품목은 곡물류로 5년 사이에 94배 정도 늘었으며 그중 슈퍼 곡물이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다.

요즘 대세, 슈퍼 곡물
지난해 5월 이효리가 블로그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조용한 아침’이라는 제목의 사진 속 그릇에는 밥 대신 익숙지 않은 모양새의 콩이 담겨 있었다. ‘렌틸콩은 삶아 올리브유와 식초를 넣고 살짝 볶아준다’는 코멘트와 함께. 이 포스팅은 당시 렌틸콩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건강식품의 선두 주자로 한동안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렀다.
반기문 UN 총장이 ‘미래에 우리를 구할 곡물’이라며 극찬한 바 있는 아마란스 역시 렌틸콩과 더불어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곡물 중 하나다. 마크로비오틱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 마돈나가 귀리를 즐겨 먹는다고 알려진 후 귀리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또 이와 더불어 퀴노아, 병아리콩, 이집트콩, 와일드라이스, 아마란스 등의 인기도 함께 높아졌다.
슈퍼 곡물은 일반 곡물에 비해 영양소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종류를 일컫는다. 저마다의 성분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흔히 먹는 백미나 보리, 밀 같은 곡물보다 비타민, 단백질, 미네랄, 식이섬유 같은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사실 슈퍼 곡물은 수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최근 그 효과가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외식업계도 슈퍼 곡물을 활용한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렌틸콩과 퀴노아를 넣은 즉석밥이나 통곡물을 담은 요거트와 음료, 빵, 과자 등이다. 이런 제품들은 직접 곡물을 조리해 먹기에 시간이나 여유가 부족한 직장인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심지어 뷰티업계에서도 슈퍼 곡물을 활용한 크림이나 오일 등의 기초 제품들을 선보이는 등 슈퍼 곡물의 열풍은 관련 제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슈퍼 곡물 사진
왜 곡물에 주목하는가
사실 최근 많은 이가 당을 조절하거나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탄수화물, 특히 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밥이 없는 한국인의 밥상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기에 밥을 멀리하기보다는 ‘어떤 밥을 어떻게 먹느냐’에 자연스럽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백미로만 지은 밥보다는 현미나 보리, 콩 등을 함께 넣어 균형을 맞추고 영양을 높이는 이들이 많다. 이때 기존 섭취하던 현미나 보리, 조, 콩 등보다 다양한 맛을 자랑하는 슈퍼 곡물을 활용한다면 더욱 풍성하고 특별한 식탁이 될 것이다. 슈퍼 곡물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해 면역력이 떨어진 현대인들에게 제격. 일단 다양한 영양 성분으로 몸의 밸런스를 맞춰주는데, 특히나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기 쉬운 동양인에게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섬유소가 풍부해 배변 활동이 활발해지며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이가 슈퍼 곡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하나로 ‘글루텐’을 꼽을 수 있다. 글루텐은 발효 숙성한 밀가루 반죽에 생성되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글루텐은 특정 체질을 가진 이들에게 소화 장애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장기적으로는 불임이나 장암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선호하는 이가 많은 편. 슈퍼 곡물 중 퀴노아와 아마란스, 아마시드 등은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아 밀을 대체하는 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권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 과거에 비해 밀을 많이 섭취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슈퍼 곡물, 자세히 알기
슈퍼 곡물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퀴노아, 아마란스, 렌틸콩, 아마시드, 치아시드, 귀리, 이집트콩, 와일드 라이스 정도를 들 수 있다. 이 중 미국들의 건강 밥상 재료 1순위로 꼽히는 것이 바로 퀴노아인데, 소위 잘 나간다는 레스토랑에서 가장 사랑받는 재료이기도 하다. 본디 고대부터 안데스 고원에서 재배해온 곡물로 잉카어로 ‘곡물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성분 중 20%가 단백질이며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완전 식품’이라 불리기도 한다. 식감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알갱이가 작아 빨리 익기에 조리하기도 쉬운 편. 최근에는 발아된 제품과 볶은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졌다.
우리에게 ‘이효리 콩’이라고 알려진 렌틸콩 역시 퀴노아와 함께 최근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슈퍼 곡물이다.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렌틸콩은 본디 인도와 네팔 등지에서 일상적인 식재료로 사용되어왔으며 수프나 카레 등에 넣어 먹는다. 인도에서는 발효 쌀과 검은 렌틸콩 반죽을 이용해 ‘이들리(Idli)’와 ‘도사(Dosa)’라는 빵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렌틸콩은 단백질 이외에도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녹두와 비슷한 맛을 낸다. 또 달고 고소한 맛이 나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렌틸콩은 갈색, 노란색, 주황색, 녹색 등이 있는데 이 중 갈색 렌틸콩이 가장 일반적이다. 갈색 렌틸콩을 도정한 주황색의 렌틸콩은 오래 익히면 형태가 뭉그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가열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
‘곡물의 왕’으로 불리는 귀리는 건강 다이어트 식품으로 유명하다. 제시카 알바나 캐머런 디아즈 등의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사랑하는 식재료로도 잘 알려져 있을 정도. 귀리는 현미처럼 조리하면 되는데 백미에 비해서는 익는 시간이나 뜸을 들이는 시간을 좀 더 길게 잡아야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트밀(Oat Meal)은 귀리를 익혀서 납작하게 만든 것으로, 뜨거운 물이나 우유와 섞어 꿀이나 과일, 견과류를 곁들이면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모양이 병아리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병아리콩이라고도 부르는 이집트콩은 중동 지역에서 즐겨 먹는 건강식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검은콩과 비슷하게 조리하면 되는데 무엇보다 콩 특유의 비린내가 없으며 익히면 밤과 같은 단맛이 난다. 이집트콩이 검은콩과 비슷하다고 하면 와일드 라이스는 흑미와 비슷한 슈퍼 곡물이다. 흑미보다 조금 더 길쭉하지만 식감이 쫄깃하고 특유의 향이 있다. 하지만 영국의 유명 푸드 저널리스트인 프랜시스 케이스(Frances Case)는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식재료 중 하나로 와일드 라이스를 꼽을 정도로 특별하게 평가한 바 있다.
아마란스는 밀가루를 대신하는 재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신이 내린 작물’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완벽한 영양 성분과 맛을 자랑하고 있다. 본디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데, 항산화 성분인 스콸렌(Squalene)이 다량 들어 있어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갱이는 작으나 딱딱한 편이라 생으로 먹기는 힘들기에 프라이팬에 살짝 볶거나 삶아서 먹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 식재료로 사랑을 받고 있는 치아시드는 특별한 맛과 향이 없어 어떤 요리에나 활용이 가능하다. 우유나 주스에 넣어 불려 먹거나 각종 요리에 깨처럼 활용할 수 있다. 치아시드와 함께 사랑받는 씨앗은 바로 아마시드다. 우리에겐 생소하나 사실 고대로부터 사랑받아온 식재료 중 하나다. 깨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부드럽게 갈아서 토핑으로 얹거나 섞어 먹으면 된다. 특히 전립선암과 여성 갱년기 완화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생아마시드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꼭 볶거나 1시간 이상 물에 담가두었다가 먹어야 한다.

슈퍼 곡물, 제대로 활용하기
사실 슈퍼 곡물들은 과거에 비해 이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일부 대형 마트는 슈퍼 곡물만을 취급하는 코너를 따로 운영할 정도. 하지만 많은 이가 슈퍼 곡물들을 정작 어떻게 활용하거나 섭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곡물이 자신에게 맞는지 등을 고민하다가 결국 구매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이 곡물들은 지금껏 우리가 흔히 먹어온 여타의 곡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요리법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이름이나 모양이 생소할 뿐이다. 만약 처음 슈퍼 곡물을 접한다면 평소 자주 먹는 음식에 조금씩 넣어 익숙해지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부드럽게 잘 익혀 다른 곡물이나 식재료들과의 이물감 역시 줄여주는 것이 좋다. <슈퍼 곡물 레시피>의 저자인 문인영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슈퍼 곡물에 익숙해지는 방법으로 미리 삶아 소분해둘 것을 추천한다. 샐러드나 요리에 토핑이나 부재료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적은 양을 매번 익히기는 번거롭기 때문에 미리 삶은 후 소분해 냉동 보관해두면 좀 더 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슈퍼 곡물이 아무리 영양적으로 좋다고는 하나 무작정 많이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영국의 유명 영양 테라피스트인 페트로넬라 라벤시어(Petronella Ravenshea)의 말에 따르면 치아시드는 과잉 섭취할 경우 소화기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퀴노아 역시 소화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렌틸콩은 설사를 유발하기도 하며 신장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기에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슈퍼 곡물이라도 단기간에 너무 많이 먹으면 독이 될 수 있으므로 한 끼 식사의 20% 정도만 섭취하도록 조절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수입 슈퍼 곡물만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잡곡도 슈퍼 곡물 못지않은 영양을 함유했다는 이유다. 또 수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상사나 신선도 면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 곡물’이 아닌 ‘국내산 슈퍼 곡물’을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슈퍼 곡물을 찾는 사람이 늘자 농촌진흥청은 퀴노아와 아마란스 등을 국내의 고랭지에서 시험 재배해 어느 정도 성과를 얻어냈다. 또 지방자치단체들도 슈퍼 곡물의 시험재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슈퍼 곡물의 주요 효능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슈퍼 곡물,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영양과 효능도 다양하다.

1 와일드 라이스
인디언 라이스라고도 불리는 곡물로 다른 곡물에 비해 단백질과 미네랄 함유량이 높고 지방은 매우 낮다. 특히 일반 쌀보다 항산화 효과가 30배나 높아 노화를 방지한다.
+ 주요 효능 우울증 예방,에너지 보충

2 아마란스
글루텐 프리 식품으로 항산화 성분인 스콸렌이 다량 들어 있어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피부의 노화도 늦춰준다. 호르몬 분비를 균형 있게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 주요 효능 항산화, 간 기능 개선, 혈액 정화

3 치아시드
다이어트 푸드로 잘 알려져 있다.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먹었을 때 포만감을 준다. 오메가 3가 풍부하고 섬유질, 단백질, 마그네슘 등이 함유되어 있다.
+ 주요 효능 다이어트, 피부 미용, 골다공증 예방, 혈관 건강

4 이집트콩
단백질, 섬유질, 비타민, 칼슘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은 반면에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 적합하다. 여기에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이 함유되어 보습과 미백, 안티에이징 효능이 있다.
+ 주요 효능 피부 미용, 항산화, 혈관 건강

5 귀리
<타임>지 선정 10대 슈퍼 푸드 중 유일한 곡물이 바로 귀리. 식물성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이 풍부하다. 단백질은 백미의 2.8배나 되고 섬유질도 11배나 많다.
+ 주요 효능 콜레스테롤 감소, 면역력 강화

6 렌틸콩
렌틸콩은 단백질 이외에 철분도 많이 함유되어 있어 여성, 특히 임산부에게 제격이다. 또 태아에게 좋은 비타민 B와 엽산도 풍부하다.
+ 주요 효능 빈혈 예방, 임산부 건강, 혈관 건강

7 퀴노아
해독을 위한 필수 요소인 식이섬유가 매우 풍부하고 오메가 3와 오메가 9도 함유되어 있다. 글루텐과 나트륨이 제로이기 때문에 저염 밥상에 제격인 식재료다.
+ 주요 효능 항산화, 면역력 강화, 뇌 건강

8 아마시드
섬유소와 단백질,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며 곡물 중 오메가 3가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 젤라틴 성분이 들어 있어 기미, 주근깨, 아토피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 주요 효능 갱년기 증상 완화, 전립선암 예방


슈퍼 곡물, 간단 레시피 5

퀴노아 샐러드
퀴노아를 두세 번 씻는다. 냄비에 퀴노아와 물 2컵, 소금을 조금 넣고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여 15분간 더 끓인다. 토마토와 청오이, 적양파는 작게 썰고 파슬리는 굵게 다진다. 식힌 퀴노아와 재료를 넣고 잘 섞어준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렌틸콩 수프
렌틸콩을 살짝 삶아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껍질을 벗긴 양파를 얇게 저며 썰고 버터와 마늘을 넣고 함께 볶는다. 우유와 물에 커리를 넣고 잘 풀어준 뒤 팬에 넣고 끓인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렌틸콩을 넣고 약한 불에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걸쭉해질 때까지 끓여준다.

후무스(Humus)
삶은 이집트콩을 믹서에 넣고 다진 마늘과 양파 레몬즙, 찬물, 올리브유, 식초, 볶은 깨, 바질과 소금을 조금 넣고 곱게 갈아 완성한다. 빵이나 크래커를 곁들여 먹으면 맛이 좋은 딥(Dip) 소스가 완성된다.

슈퍼 곡물 시리얼
렌틸콩을 하룻밤 정도 살짝 불려두고 귀리는 살짝 삶는다. 불린 렌틸콩과 삶은 귀리, 아마시드의 물기를 빼고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 정도 굽는다. 전체적으로 뒤집어준 후 20분 더 굽는다. 구운 곡물을 한 김 식혀 우유에 섞어 먹는다.

귀리 달걀찜
귀리를 살짝 삶은 후 물기를 뺀다. 다시마와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참기름을 조금 넣는다. 달걀과 새우젓을 풀어서 육수에 넣은 후 끓으면 불을 줄이고, 달걀이 2/3 정도 익으면 삶은 귀리와 파를 넣고 조금 더 익힌다.

참고 서적 <음식효능사전>(퍼니로직, 퍼플), <슈퍼 곡물 레시피>(문인영, 중앙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