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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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호

TheBC_2025_5_여행리조트
플래그십 스토어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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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다시 ‘걷기’의 즐거움을 찾아 나선다. 도심 속 새로운 여행지가 된 플래그십 스토어, 브랜드가 진심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집’이자 ‘풍경’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DITOR IENA
PHOTOGRAPHER LEE HAE 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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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로에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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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집에서 만나는 예술의 향연

청담동 한복판, 스페인 핸드메이드 세라믹 타일로 장식한 외벽이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작년 7월 청담동에 오픈한 국내 최초 단독 스토어 ‘까사 로에베 서울’. ‘수집가의 집’을 콘셉트로 한 이곳은 패션, 예술, 디자인 가구가 한 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블루·브라운·그린 색상의 타일이 시원한 콘크리트, 따뜻한 오크나무, 황동, 대리석과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1층 중앙 아트리움에 자리한 일본 작가 치쿤사이 다나베 4세의 대나무 조형물 ‘창조의 원천’을 비롯해 로에베 재단공예상 수상작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은 말총을 꼬아 만든 그릇을 통해 전통 기술과 혁신의 조화를 보여준다.
여성 및 남성복, 핸드백, 슈즈, 액세서리, 아이웨어, 가죽 소품, 스카프와 숄, 홈 향수 등 로에베의 모든 제품과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쇼핑을 넘어 영감을 채워주는 특별한 여정을 선사한다. 바닥은 영국의 섬유예술가 존 앨런의 추상적인 풍경화를 재현한 스페인산 핸드메이드 울카펫이 깔려 있어 마치 살아 있는 갤러리를 걷는 듯한 생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46
문의 : 02-518-6416
웹사이트 : loewe.com
메종 마르지엘라 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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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 깃든 아방가르드의 영혼

한남동의 조용한 주택가를 걷다 보면 1970년대에 지은 주택을 개조한, 독특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국내 첫 플래그십 부티크가 바로 그곳. 290.4m2(88평) 규모로 조성한 이 공간은 관습을 타파하는 브랜드의 코드를 담아낸 곳으로, 매장 외관부터 실내, 카페, 정원까지 추상적이면서도 미니멀한 감각을 만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브랜드의 시그너처 컬러인 흰색 페인트로 칠한 석고 기둥이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메모리 오브’라는 표현 방식을 담아낸 공간의 핵심 요소이니 눈여겨봐야 한다. 형태를 해체하는 브랜드만의 상징적 기법인 ‘데코르티케’는 계단과 건축 요소에도 세심하게 적용했으며, 바닥에는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타비슈즈 발자국까지 찍혀 있다.
의류부터 가죽 소품, 신발, 액세서리, 주얼리, 향수까지 메종마르지엘라의 모든 제품 라인을 만나볼 수 있는 이곳에서는 독일 베를린의 명물 보난자 커피와 제휴를 맺은 ‘메종 마르지엘라 카페’도 함께 운영한다. 유럽 5대 커피로 소문난 스페셜티 커피로, 마르지엘라의 해체주의적 감성과 묘하게 어우러진 깊은 맛이 특별한 하루를 마무리해준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11길 8-7
문의 : 02-792-7780
웹사이트 : maisonmargi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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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 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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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매핑하는 삶의 순간들

강남 도산공원 인근, 런던베이글과 젠틀몬스터와 나란히 자리한 로에 도산. “우리는 니치 향수가 아닙니다”라는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고급스러움과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향한 브랜드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공간이다.
아담한 2층 건물에 들어서면, 정제된 공간에 빼곡히 늘어선 향수병들이 마치 오래된 도서관의 책처럼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방문객을 기다린다. 일상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베스트셀러 ‘꽃집향 하쉬그린’을 비롯해 향기 코디네이터의 섬세한 안내를 받으며 향수병을 하나씩 열어보는 순간 그 자체가 힐링이다. 2층 쇼룸으로 올라가면 더욱 여유롭게 향을 즐길 수 있는 무인 시향 존이 마련되어 있다. 시즌별 전시는 물론, 각종 향기 클래스를 진행하는 이곳에서는 마치 향기로 가득한 집에 초대
받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공간에 앉아 천천히 향을 음미하며 보내는 오후 시간은 분주한 일상 속 귀중한 쉼을 선물한다.
여기에 각인 서비스와 신문 콘셉트의 포토부스 서비스는 공간 방문을 기념하는 좋은 선물이 되어준다. 나만의 시그너처 향을 발견하는 기쁨은 물론, 향기에 자신만의 서명을 남기며 느리지만 강렬한 충만함을 경험해볼 것.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35
문의 : 070-8680-0199
웹사이트 : loe-cosmetics.com

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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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레이어가 만든 아름다움

명동의 복잡한 메인 도로에서 살짝 골목을 꺾어 들어가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이색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패션 디자이너 이준복과 공간 디자이너 이지은이 협업한 공간, 리이(RE RH’EE)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1933년에 지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매장은 전통 한옥과 서양식 건축이 공존하는 독특한 구조로 입구부터 시선을 끈다. ‘ㅁ’자 형태로 구성한 1층에서는 오래된 바닥과 천장, 기둥이 현대적 건축 재료와 어우러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벽돌과 콘크리트 조적벽, H빔 철근 기둥, 한옥 기와까지… 명동의 변천사가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안채의 쪽마루처럼 꾸며놓은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하며, 지하 ‘후정’에는 작은 연못이 자리한다. 조각처럼 놓인 리이의 컬렉션 작품들은 공간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그 자체로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미니멀한 동시에 한끗 다른 디테일이 돋보이는 리이의 컬렉션을 감상하며, 잠시 도심의 분주함을 잊고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주소 : 서울시 중구 명동길 30-1
문의 : 0507-1325-6069
웹사이트 : rerh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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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to, Once in a Lifetime
한 번쯤은, 이런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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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는 쉽게 전부를 내어주지 않는 도시다. 금각사의 황금빛 지붕과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주홍빛 도리이 터널은 여행자의 카메라에 익숙한 장면이지만, 도시의 진정한 매력은 군중이 사라진 틈에서 조용히 드러난다.
EDITOR KIM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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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에서 열리는 교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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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야마 언덕 기슭에 자리한 쇼렌인은 교토의 고요한 시간을 품은 곳이다. 헤이안 시대에 건립한 천태종의 유서 깊은 사찰로, 왕실 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쇼렌인의 연못과 바위가 어우러진 회유식 정원에는 낮의 교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요가 배어 있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연출하는 정원에 불을 밝히는 저녁이면, 교토의 절제된 미감을 품고 잠시 세상과 단절된 듯한 이 공간으로 사람들이 또다시 하나둘 찾아든다.
쇼렌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코우안(Kou-An) 다실이 있다. 교토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자리한 코우안은 벽체와 지붕까지 건물 전체를 유리로 만들어 ‘빛의 암자’로 불린다. 일본을 상징하는 몇 가지 키워드 중 하나인 다도 문화를 유리로 구현하는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의 대표작이다. 코우안에서는 햇빛이 천장의 프리즘을 통과해 무지개처럼 번지는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현대적이고도 신비한 다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단순한 의례가 아닌 자연과 교감하는 교토의 다도 풍경은 새로우면서도 흥미롭다. 교토 북부 다이토쿠지(大徳寺) 경내에 위치한 고토인은 일본 선종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조용한 사찰이다. 에도시대 어느 무사 가문의 가옥이었다는데, 그 사찰 입구부터 이어지는 참배길이 이를 증명한다. 대숲과 단풍나무가 양옆으로 드리운 이 길은 계절마다 다채로운 빛과 색이 방문객을 맞는다. 인공미를 절제한 전각과 정원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까지 담담히 자리하며 일본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고토인은 번화한 시내에서 벗어나 깊은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이미 익숙한 금각사나 후시미 이나리 신사 대신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하다. 교토식 고요의 정점은 배 위에서 느껴볼 수 있다. 목선 위에서 계절마다 다르게 물드는 강변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도시의 소란은 멀어지고 흐르는 강물 소리와 노 젓는 소리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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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역사를 재구성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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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골목을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장면과 마주치게 된다. 길게 이어진 목조건물들을 따라 좁고 긴 골목에 들어선 교토 전통 가옥, 마차야다. 에도시대부터 교토 상인과 장인들이 살던 옛집의 격자창과 흙벽, 소담한 정원과 나무 기둥에는 세월의 흔적과 더불어 교토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래의 구조를 유지하되 약간의 변화를 선택한 공간들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지금의 교토를 보여준다. 또한 교토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말없이 드러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천년 고도의 교토가 전통에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도 고유의 정체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매 시대를 살았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애정 어린 손길 덕분이다. 여백과 그림자 등 일본 전통 건축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다니구치 요시오의 건축물은 도시와 공존하는 건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낮은 박공지붕과 음영을 품은 벽면, 전통 골목의 리듬을 해치지 않도록 입면을 구성하는 등 시선을 압도하기보다, 시간을 머무르게 하며 과시하지 않는 건축을 지향하는 그의 손길은 다카시마야 백화점 교토점의 미술관과 교토 국립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구마 겐고 역시 목재와 흙 등 전통 재료를 사용해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교토를 탄생시켰다. 교토에서 가장 힙한 공간으로 통하는 에이스호텔 교토 고쇼 근처 소규모 전시관 혹은 사찰 부속 공간의 리노베이션에도 그는 익숙한 재료들로 교토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를 녹여낸다. 교토에서 전통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조율되고 있다.
교토를 색다르게 경험하는 몇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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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는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는 숨겨진 세계가 있다. 바로 에도시대로 회귀한 듯 연회를 즐기는 오차야(お茶屋)다. 기온 거리에 있는 가미시치켄, 폰토초의 골목 깊숙한 곳, 무심히 지나칠 법한 목조가옥의 미닫이문을 열면 화려한 기모노 차림에 특유의 머리 장식을 한 교토의 게이샤 ‘마이코’의 춤과 샤미센 연주가 시작된다. 예약을 통해 소규모로 운영하는 이 비밀스러운 오차야는 교토의 오랜 시간 속으로 밀도 있게 한발 들여놓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교토 시내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오가타에서는 오리지널 교토 가이세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무심하리만치 절제된 공간에서 통창 너머로 펼쳐진 일본식 정원을 바라보며 즐기는 한끼 식사는 교토의 사계절과 문화를 오감으로 경험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세계적 호텔 체인에서 저마다 재해석한 공간을 선보이는 교토는 진정한 휴식을 찾는 럭셔리 여행자에게도 매력적인 도시다. 교토 북부 다카가미네, 히다리 다이몬지산 자락에 건축가 케리 힐이 교토의 자연과 건축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한 아만 교토가 대표적이다. 격자형 파빌리온 객실은 경관을 배경 삼아 앉아 있기만 해도 자연 속에 있는 것 같은 독창적 설계가 특징. 그 밖에도 ‘랜드 투 테이블’ 철
학을 담은 다이닝 공간과 자연 샘물을 사용하는 웰니스 스파, 승려가 상주하며 직접 투숙객을 지도하는 젠 체험 등 분주한 관광이 아닌, 오직 자신을 위한 쉼표를 찾고 싶은 여행자가 머물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